2016 사업하기 전에 세무부터 공부해라 - 초보사장이 꼭 알아야 할 세테크
김진 지음 / 지와수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점수 : 6.5 / 10

팔자에 없던 일을 요즘 하고 있다. 지인의 회사 일을 도와주기로 했는데, 이 ‘회사‘가 지금까지 사실상 조직과 체계 없이 대표와 임원 1명이 매일같이 만나서 머리 맞대고 임기응변으로 꾸려왔단다. 그것도 지난 3년 동안. 말로 전해 들을 때는 그럴 수도 있겠거니 했는데, 막상 가까이서 지켜보니 참으로 안쓰럽다. 운영이 비효율적일 뿐더러 당사자들의 삶을 갉아먹는 방식이다. 무엇보다도 망하지 않고 3년을 버틴 게 신기하다. 나는 때때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얼마나 견고한지에 놀란다.
단순 워드작업이나 영수증 관리 혹은 비서 업무를 생각하던 나는 결국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되었다. 일이 많아서 야근한다는 게 아니라 글자 그대로 과중(過重)하다. 내 분수에 맞지 않게 일이 무겁다.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 매매 계약, 홍보 자료, 스케쥴 관리, 급여 및 결제 체계, 회계, 내부 문서 정비까지 손볼 것투성이다. 이걸 포괄하는 용어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경영‘밖에 없다. 이 팔자에 경영이라니. 사납다.
이 회사에서 뭘 해야할지를 가만히 지켜보니 (내부적인 정비를 제치면) 결국 노무-세무-회계 업무로 귀결되더라. 작은 회사가 체계를 갖추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 노무와 세무다. 사업을 확장하려면 직원을 고용해야하는데 직원을 고용하면 노동법이 적용된다. 매출이 커질수록 세금은 부담되고 세금을 공제받으려면 필요한 증빙서류를 갖춰야 한다. 사업이 좀 더 커지면 오고가는 돈에 대해서 관리하는 회계가 필요한 법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정치학은 팽개쳐두고 노무, 세무, 회계 자료를 뒤적이고 있다.

이 책은 ‘사업자를 위한 세무 정보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다른 많은 세무 관련 서적이 근로소득자를 위한 절세 방법을 함께 다루는데(대개 ‘월급쟁이를 위한 세테크‘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사업자를 위한 세무 정보만을 다룬다. 예상독자를 더 좁게 겨냥(targeting)한 셈인데, 나는 원하는 정보만을 집약적이고 체계적으로 얻을 수 있어 좋았으나, 과연 책이 얼마나 팔렸을지는 좀 걱정이다. 세상에는 월급쟁이보다 사장이 훨씬 적고 그 사장들 중에서도 세무담당 직원을 둘만한 여유가 없으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직접 배워서 처리할만큼 열의 있는 사장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 책은 훌륭한데 막상 시장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물론 대중의 평가와 무관하게 세상에 누군가를 위해 꼭 필요한 책이며, 이런 책을 기획해 준 출판사에 감사한다.)
나는 특히 ‘탈세는 절대로 하지 말고 합법적 절세를 추구하자‘는 저자의 마인드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작은 회사일수록 법이나 공식절차를 거치지 않고 음성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마련이다. 딱히 나쁜 의도가 없어도 잘 모르고 귀찮아서 그렇게 된다. 저자는 다양한 방식의 공제절차와 절세방법을 소개하면서 떳떳하게 신고하면서도 큰 부담을 지지 않는 방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사회적으로도 더 좋은 방향이다. 한편, 3장2절에서 ‘직원 월급봉투를 두둑하게 만들어주는 절세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직원에게 지급할 수 있는 비과세 수당을 상세하게 다룬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쓰면서 저자가 기대했던 예상독자는 인색한 사업주가 아니라 규모는 작지만 떳떳한 경제인이었다는 게 느껴져서 무척 기분이 상쾌했다.
근로소득자인 일반 대중에게는 그다지 효용이 없겠지만 사업을 준비하는 혹은 갓 사업을 시작한 사업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점수체계는 대중성을 크게 반영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언젠가 도움이 될 교양서적(6점)‘과 ‘읽으면 좋을 양서(7점)‘의 사이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좋은 책을 읽고도 끝이 아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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