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본과 민주주의
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안청시 옮김 / 박영사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점수 : 8 / 10

퍼트넘의 대표작이자 이후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특히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개념을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책에서 퍼트넘이 규명하려는 것은 두 가지다. ① 제도를 개혁하면 정말로 정치가 나아질까? ② 제도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적 요인은 무엇일까? 1970년부터 이탈리아는 지방자치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했고, 퍼트넘은 이것을 거대한 실험으로 여겼다. 제도 개혁의 효과와 제도 성과의 결정요인을 확인할 수 있는 실험으로. 결론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제도 개혁은 효과가 있었고 공화주의적인 시민공동체의 규범과 네트워크를 갖춘 지역에서 더 성취가 높았다.

사회적 자본 개념이 등장한 책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 개념을 주요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시민공동체˝나 ˝시민적 전통˝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쓰인다. 사회적 자본은 마지막 장(6장)에서만 나온다. 6장에서 왜 시민공동체가 경제발전과 제도 성취에 유리한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데, 그것을 기존의 사회적 자본에 접목시키는 게 전부다. 그런 이유에서 책 제목을 <사회적 자본과 민주주의>로 번역한 것이 나는 탐탁지 않다. 원제도 <Making democracy work(민주주의를 작동시키기)>다. 원제목에 사회적 자본은 일언반구도 없다. 이 책의 초점은 민주주의적 제도 개혁이 효과가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민주주의 제도가 더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니까.

내용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첫째로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보편적 윤리인 이 시대에 공화주의적 가치를 되살렸다. 모든 개인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게 사회적으로도 이롭다는 것이 자유주의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고 경쟁하다 보면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또 때로는 충돌하지만 싸우다보면 종국에 어떤 안정상태에 도달한다고 자유주의는 본다. 이런 세상에서 공화주의적 시민은 설 곳이 없다. 자기 문제만큼 공동체의 문제를 고민하고 자기 이익 못지 않게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은 호구일 뿐이다. 그러나 시민공동체의 전통이 더 확고한 지역의 정부일수록 더 높은 성취를 이룬다는 것을 퍼트넘은 검증했다. 공화주의에 다시 불을 지핀 셈이다.
두번째로 도시보다 시골에 서로 협력하는 문화가 더 많다는 언설이 편견임을 증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람들 간의 유대와 협력은 시골이 도시보다 낫다고 은연중에 생각한다. 이웃의 얼굴도 모르고 인사도 안 하고 지낸다고 도시인을 나무라기도 한다. 그러나 퍼트넘은 시골인 이탈리아 남부보다 공업도시인 북부가 더 시민공동체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했다. 협력적인 문화는 전통적으로 존재하다가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우리가 어느 시대에 어느 장소에 살더라도 유대와 협력의 문화는 존재할 수 있다.

끝으로, 다소 학술적인 이야기인데, 변수의 측정 부분이 매우 섬세했다. (행태주의의 잔영도 진하게 남아있다.) 설문조사와 상관계수라는 기초적인 방법만으로도 설득력 있는 논의를 진행시킨다. 양적 방법론을 사용해서 사회현상을 분석하려는 사람이라면 큰 귀감을 얻을 수 있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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