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이야기 (반양장) 문학과지성사 이청준 전집 20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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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7 / 10

이청준의 단편소설 <벌레 이야기>는 영화 <밀양>의 원작이다. 종교나 절대주의를 비판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인간성을 이야기한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의미의 인간 본성 말고,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느끼는 `인간적인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분노와 원망 혹은 저주에 가까운 부정적인 감정도 무척이나 `인간적인` 거니까. 섭리라는 거대담론이 인간적인 감정을 억압할 때, 그 속에서 답답해하고 몸부림치고 종국엔 ˝질식해 죽어가는 인간˝을 그려낸다. 섬세한 사람은 이 작품에서 5월의 광주와 80년대 신군부 체제를 읽어내기도 한다는데 깜냥이 모자란 나로서는 신기할 따름이다.
책에는 <벌레 이야기> 외에도 여러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흰 철쭉>과 <숨은 손가락>이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다. <흰 철쭉>은 가슴 아픈 분단 이야기를 몹시 서정적으로 풀어내었고, <숨은 손가락>은 흡인력이 대단했다. <불의 여자>나 <섬>처럼 분량이 10쪽 안팎인 너무 짧은 소설은 사실 이해가 잘 안 됐다.
설명하기 힘든 인간 내면에 천착했다. 또 (내용과는 별개로) 자연과 감정에 대한 묘사도 뛰어났다.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7점(읽으면 좋은 양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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