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 기술 1 ㅣ NFF (New Face of Fiction)
채드 하바크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저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야구장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뭐시냐, 동네 아저씨들 모여서 하는 아침에 야구? 축구? 뭐 그런 거 할 때 몇 번 가서 구경하다 짜증내고 집에 간 적은 있습니다만, 순전히 야구의 야구에 의한 야구를 위한 야구장 관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요즘 야구소설에 꽂혔습니다. 웃기지도 않습니다. 야구를 H2와 4번타자 왕종훈으로 익힌 주제에 말이에요. ... ... 심지어는 4번타자 왕종훈은 이미지가 네이버에 등록도 안 됐군요. 아 이거 나만 아는 만화는 아니겠지? 여러분?? 저와 같은 세대 여러분 계신 거죠? 네? (ㅠㅠ;;;) 어쨌든 저는 야구하면 이밖에도 설까치가 나오는 그 뭐시냐 시리즈라던가로밖에 전혀 모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야구소설, 이거 보다 보니 재미나더라고요?

 

그리하여 야심차게 준비했습니다.

 

 

책 vs 책,

그 네 번째는 야구장 한 번도 못 가본 변소의 야구소설ALL스타전입니다.

 

 

  마구 vs 사우스포킬러 vs 오심 vs 수비의 기술

 

 

 

무슨 조화일까요?

 

야구소설이 쏟아집니다. 다들 어디 아픈가? 왜이러지 싶습니다.

게다가 서평도 너무 좋습니다. 다들 잼나게 읽었대요.

 

특히 이 서평,

이 서평 덕분에 저는 그만 사우스포킬러로 빠져듭니다.

 

 

 

야구로 대동단결하는 우리에겐 미스터리도 필요해. - 미즈하라 슈사쿠의 <사우스포 킬러>

http://blog.naver.com/jmh5000/10139001624

 

짜릿한 감동이 있는 명품 야구소설 Best 4

http://blog.naver.com/jmh5000/10135672624

 

 

 

파워블로거 정군 님의 서평입니다. 저는 이 중에서 아래의 서평, 명품 야구소설 Best 4를 읽은 날, 마침 서점에 있었습니다. 코엑스 반디앤루니스가 제가 일하는 직장(카페) 바로 앞이라 참새 방앗간 못 지나가듯 그렇게 자주 들르거든요. 하여 핸드폰으로 정군 님의 서평을 보면서 갔다가... ... 이런 제길 사우스포킬러를 사버렸습니다. (;;;;;) 다 필요 없고 미스터리가 더해진 야구소설이라는 빨간 글씨에 혹해서는 뭔가 궁금하더라고요. 하여 책을 들어서 첫 장을 넘겨봤는데 이거 뭥미? 왜 이리 잘 읽히니, 어라, 어라? 이러면서 그렇게 들고 왔습니다. 제 당시 계획은 "자, 밤에 샀으니 내일까지는 읽자."였는데, 내일까지 읽기는 쥐뿔, 새벽 두 시까지 흡입해버리고는 여운이 가시지 않아 다음 날, 출근하며 다시 반디앤루니스로 향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번엔 마구를 마구마구 집었습니다.  사우스포킬러 같은 느낌의 소설을 읽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읽었는데... 왠 일이니? 왠일로 이렇게 히가시노 게이고 님이 성공적인 소설을 다 쓰셨니? 요즘 좀 별로셔?? 했는데 신참자에 이어서 성공했어?? 이러면서 역시 그날 바로 흡입, 나는 아직도 야구에 목마르다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시공사에서 야구소설을 낸다고?

 

 

[IT'S COMING 2 - 사전 리뷰어를 모집합니다] <1Q84>를 제치고 아마존 '올해의 책' 1위를 차지한 화제작

http://blog.naver.com/sigongfore/157285931

 

 

여러분이 알다시피 제 직업이 직업이니만큼(곧 소설 출간하는데 -_-;;;) 서평이벤트 참가하는 건 양심에 걸려서 안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미리 읽는다니까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염치 불구하고 신청해서 탔습니다. 받고 나서는 신이 나서 읽는 경과도 블로그에 올리고,

 

 

수비의 기술을 읽습니다.

http://cameraian.blog.me/130138224232

 

 

중간중간 저처럼 서평이벤트에 당첨된 다른 블로그 이웃들과 이래저래 병맛대화(?)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그리하다보니 야구를 전혀 모르는 저도 어떻게 야구소설에 대한 서평을 쓰고 싶어져서 열심히 준비하는데... 아니 이게 왠 일입니까?! 이번엔 씨엘북스에서 오심마저 나온 겁니다!

 

 

오심(미스저지) 서평이벤트

http://cafe.naver.com/clbooks/789

 

 

사실 이런 서평이벤트가 있는지도 몰랐다가 주변 이웃들이 이런 카페가 있다 알려줘서 들어갔더니 오호라, 그래? 하고는 바로 가입해버렸습니다. 하여, 책 서점에 꽂히자마자 바로 질러서 요 책까지 읽었습니다.

그리하여 네 권의 책을 읽고 나니 참 신기하기도 하죠?

 

이 네 권의 책은 닮았으면서 또 안 닮았습니다.

 

어떤 점이 닮았고, 안 닮았는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해 봅시다.

 

  

 

 

1. 장르


 

네 권의 소설 중 사우스포 킬러와 마구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띕니다. 한 마디로 말해 "사람 잡는 이야기"가 주류이고, 그 이야기 속에 야구가 스며들었습니다. 반면 수비의 기술과 오심은 야구 자체를 다룹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구를 하는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추리는? 없습니다. 아니, 있어도 아주 작은 요소입니다.

 

 

2. 배경

  

"거참 속 편한 소리 하네. 네 선수 생명을 건다고 했다고? 피칭이란 던져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 너무 무모하지 않나?"

"무모하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불안하지가 않아요. 좋은 피칭을 할 것 같은, 뭐라고 말해야 하나, 근거 없는 확신이 든다고 할까요."

 

p. 218 - 사우스포킬러

  

 

사우스포킬러와 마구의 배경은 일본입니다.

 

사우스포킬러의 배경은 프로야구이고, 마구의 배경은 고교야구입니다. 일단, 사우스포 킬러는 수수께끼의 사나이들에게 협박을 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말 그대로 사우스포(자완투수)만 골라 노리는 녀석이 나타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를 소설은 매우 흥미롭고 빠르게 풀어갑니다. 마구의 배경은 고교야구 하고도 갑자원입니다. 천재투수 스다와 갑자원을 둘러싼 수수께끼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야기는 착착 겹쳐집니다(보실 분들을 위해 자세하게 이야기 안 합니다).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 다운 속도감을 보여줍니다. 

 

수비의 기술과 오심의 배경은 미국입니다.

 

수비의 기술은 미국인 작가가 썼습니다. 그러니 배경이 미국하고도 메이저리그...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직전, 대학야구입니다. 오심의 배경은 미국입니다. 헌데, 일본인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 일본인 작가는 일본인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가서 일어나는 일을 그립니다. 두 소설은 모두 미국이지만 그 배경이 조금 다릅니다.

 

 

3. 주인공

 
 

  

한마디로 천재였죠. - p.272, 마구

 

 

 

사우스포킬러와 마구, 오심의 주인공은 모두 투수입니다. 대부분의 소설이 투수나 강타자를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헌데,

수비의 기술의 주인공은 유격수입니다.

독특합니다.

때문에 야구에 관한 소설은 아니지만, 야구영화 머니볼이 떠오릅니다. 머니볼의 주인공은 선수가 아닌 구단주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 선수입니다. 이 영화는 구단주의 눈으로 메이저리그를 보고, 메이저리그라는 것이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꿈의 무대'인가? 라고 묻습니다.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몸값.

 

몸값만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 곳이기에 베이스볼이 아닌 머니볼이다, 단호하게 잘라 말합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에 더더욱 와닿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수비의 기술은 어떨까요? 왜 주인공을 유격수로 설정했을까요? 아주 독특합니다.

 

이는,

 

 

4. 주제

 

와 관련이 있습니다.  

 

마구와 사우스포킬러의 주제는 생략합니다. 좋은 오락소설, 특히 추리소설은 주제가 바로 반전이며, 주제가 바로 그 소설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허나 두 권의 소설, 수비의 기술과 오심은 주제 없이 이야기하기가 힘듭니다. 이 두 소설은 추리소설의 문법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심은 사람의 마음에 흔히 숨어두는 의심과 두려움, 자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과연 이 세상에 자신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언제나 자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살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오심의 주인공 역시 그러합니다. 메이저리그에 갔으면 기분 좋게 "와 좋아! 난 대단해!"이래야 하는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말 지리멸렬할 정도로 찌질이입니다. 도대체가 순수하게 좋아하질 않습니다. 뭐든 비관적입니다. 

 

"아, 이 찌질이! 개자식아! 죽여버릴래!"

... ... 정말 저렇게 저도 모르게 소리질렀습니다.

 

오심의 주인공은 자기 살겠다고 남을 죽일 놈입니다. 어찌나 예민한지, 자기 투구가 제대로 안 되면 어디 핑계 댈 곳 없나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저는 이 주인공이 그래서, 정말 싫었습니다.

 

주인공 속에 제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비의 기술 속 주인공은 제가 모르는 인종입니다. 말 그대로 유격수의 천재입니다. 저는 공하고 글러브를 주면 둘 다 당장 인터넷에 팔아버릴텐데, 이 주인공은 공과 글러브만 있으면 하루종일 잘도 놀 것만 같습니다.

그렇다면 질투가 나야 할 텐데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 주인공은 너무나 잘 움직입니다. 근면성실이 온 몸에 밴 인물입니다. 이런 인물을 보니 저도 모르게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더불어 과연 천재란 무엇인가, 인생은 대체 무엇인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것이 바로, 수비의 기술입니다.

 

수비의 기술은 야구를 보여줍니다. 야구로 살아가는 한 인물을 보여주고, 그 인물의 삶을 한 장, 한 장 넘깁니다. 비단 그 인물뿐이 아닙니다. 그 인물로 인하여 생긴 변화도 놓치지 않습니다. 주인공 헨리가 대학에 가고, 대학에서 만난 이들의 인생이 차츰 차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도대체 빌어먹을 이놈의 인생은 무엇인가, 우리 스스로 고민하게 합니다.

 

청춘을 생각케 합니다.  

 

수비의 기술은 청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노인이 된 총장은 젊음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순간순간 미소를 짓고,

현재 젊은이는 학자금 대출을 걱정하며,

또다른 청춘은 야구에 모든 것을 겁니다.

누군가는 청춘을 저도 모르게 써버렸다 걱정하며,

이 모든 청춘 위에 바로,

 

헨리가 있습니다.

 그는 마이크 슈워츠였다.

어떤 무대에서건 그가 성공을 거두리라는 건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실패,

심지어 일시적인 실패조차 이제는 선택할 여지조차 없어졌다.

특히 헨리가.

그들 사이의 우정에 자리 잡은 신화

- 오류는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그 자신이 스스로 세운 신화-

가 산산이 부서져 내리고 말 것이었다.

 

- p.198, 수비의 기술

 

천재 헨리,

모두에게 사랑받는,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모르겠어서 어쩔 줄 몰라하며 고뇌하는 아픈 천재 헨리가요.

  

 

적다 보니 너무 수비의기술과 오심쪽으로 치우쳐졌습니다. 이유야 간단합니다. 저는 이 두 소설을 더 늦게 읽었고, 이 두 소설은 반전이 없으니 이야기를 할 폭이 넓어져서입니다. 

 

안 그래요? 

 

저는 반전이 있는 추리소설 이야기는 길게 하면 짜증나더라고요. 와, 재미있어! 이거면 충분하지 않나?

 

하지만 그래도 이대로 접기엔 너무 아쉬워서 마구와 사우스포킬러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덧붙이자면, 이 두 소설은 사실 반전이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대부분의 소설의 반전을 맞춥니다. 이 두 소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전 이 두 소설이 정말 재미났습니다. 바로, 추리소설에서 반전때문에 자주 잊혀지고 마는 전개가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소설이 있습니다.

추리소설입니다. 우리는 이 반전을 너무나 잘 압니다. 미리 들어 다 압니다. 하지만 재미납니다.

왜일까요?

전개가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 그러합니다. 소년탐정 김전일이 베끼는 바람에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어진 그 반전, 하지만 저는 그 반전까지 이르는 길이 참 재미났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은 또 어떤가요? 저는 이 소설을 정말 어렸을 때 읽었습니다. 덕분에 전혀 결말을 예상치 못했었는데요, 크고 나서 다시 읽었는데도 무척 재미났었습니다. 와, 반전을 알아도 이렇게 재미나다니!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감히, 사우스포킬러와 마구를 추천하는 것입니다.

  

너희 선수들은 종종 그렇게 말하는데 그건 착각이야.

지하철역에서 파는 스포츠신문이라면 몰라도 우리 같은 구독 신문은

기사 내용이나 기사 제목에 따라 판매 부수가 변하지 않아.

 

p.183, 오심

 

.

.

.

 

(이 부분, 뭔가 책의 전개 부분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같지 않아요?)

 

 

 

 

이 두 소설에는 반전을 알고서도 재미난 이유가 곳곳에 숨어 있거든요. 일단 야구 이야기를 하니까 볼 재미가 쏠쏠하고요. 특히 싸우스포킬러는 너무나 자세한 이야기를 하는데요, 저는 정말 야구를 전혀 모르는데 왜 이리 그 과정이 신기한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봤었답니다.

 

 

 

책 vs 책 4, 변소가 준비한 야구소설올스타전은 여기까지입니다.

 

 

어떻게, 긴 글 끝까지 볼 만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자, 지금부터 읽어 봅시다. 요 책들 중 아무거나 집어들고, 읽고, 평생 야구장 한 번도 못 간 변소 약오르게 야구장 가 봅시다. 야구장 물가 비싸니까 꼭 도시락 싸 가는 거 잊지 마시고요.

 

알았죠?

 

 

이상, 특급변소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뭔가 아쉬운 우리 님들을 위해 시조 한 편 준비했습니다.

저는 서평을 올리려고 이래저래 돌아다니다 23일 아침 우연히 이 시조를 읽고...

폭풍감격 눈물범벅이 되어버렸습니다.

 

자, 모두 함께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 봅시다.

 

 

 

알현과패 謁見科敗

내가간다 독자교정
열시정각 구백이호
출구기둥 보기전에
사무실이 먼저보여
이게바로 초역세권
그네타며 열시대기
편집장은 실물이나
알현잠깐 바로시작
표시할게 없구만뭐
그러다가 그냥읽네
짜장만두 탕슉까지
안준다던 점심먹고
꾸벅꾸벅 졸다출발
날씨좋다 안막힌다
벌써도착 잠실왔어
세명두산 홍민엘지
다른한분 관람처음
두산엘지 경기시작
너무쒼나 들떠있다
볼일보고 돌아오니
이게웬일 용택안타
세명침울 홍민쒼나
점수보라 손짓하네
두산잔루 수빈병살
이놈심판 엘지승리
그와중에 키스타임
두산지고 부러워져
엘지사점 곰무득점
사대영이 이름됐네

폭풍교정 빠져들어
논픽션갑 마쓰모토
계속내줘 싹다출간
주소보내 달라마요
열혈독자 사서본다
신간발송 사양패기
편집장의 자필쪽지
탐나지만 그까짓것
그까지것 뭐가맞지
교정이란 이런거지
나담에또 가고싶어
마쓰모토 논픽션때
독자교정 불러줘요
이번교정 혼자신청
다들반성 편애나빠
마쓰모토 미미여사
똑같이다 사랑해줘
피니스아 프리카에
편집장님 책감사요
책선물이 제일좋아
짐승의길 상권까지
얼씨구나 두권일세


미미라면 북스피어
세이초는 북모비딕
타출판사 왠지서운
왠지웬지 뭐가뭔지
찾아보자 독자교정
이런여운 남기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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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젠장 엘지스윕

 

 

 

시조(가아니라가사래요5월25일금요일오전2시57분수정)출처 북스피어 : http://booksfear.com/guestbook

지은이 : 사대영(당시스코어래요)

 

 

 

 

 사진과 함께 보는 리뷰는 요쪽, 네이버 블로그 본관 이용하시오. :

http://cameraian.blog.me/130138918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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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더 이상 모르겠어.

다른 사람과 같다는 게 뭔지,

행복이라는 게 뭔지.

 

p.415

 

 

  

가끔 그런 소설이 있습니다. 완벽하기만 했던 세상을 산산조각내버리는 소설요. 자신이 가진 패를 숨기지 않고 모두 보이며, 나에게도 그러하라고 말하는 소설이요. 

 

 

저는 옛날 이야기를 싫어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옛날 옛날 한 옛날에'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제 자신의 옛날 이야기입니다. 저는 제 자신의 이야기가 싫고, 감추고 싶고, 그저 지금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를 처음 만났을 때, 저는 발가벗겨졌습니다. 그 소설 안에는 제가 있었습니다. 저를 괴롭히던 모든 것이 그 안에 있었기에 저는 괴로워했습니다. 나는 이 소설에게, 소설을 쓴 작가에게 소리 없는 질문을 던졌고, 한참을 울다 책장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반짝이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 빛의 이름은 '그 누구도 너에게 살아도 좋다고 말할 권리는 없다'는 강렬한 한 마디였습니다. '살아있으라, 네가 원한다면 나는 이곳에 언제든지 있으니 나에게 기대라'는 진실된 속삭임이었습니다. 

 

저는 그 후로도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서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최근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화차가 그러합니다. 사실 저는 화차를 요즘 나온 화차들이 아닌 붉은 표지의 책으로 봤습니다. 한 번 읽은 후 그 강렬함을 잊지 못해 다른 화차들을 찾아봤습니다.

저는 화차를 한 장, 한 장 읽으며 괴로워했고 어떻게 하면 이 괴로움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만 생각했습니다. 고민의 끝에는 지금의 제가 있었습니다. 그녀와 같은 글을 적고 싶다는 감히 누구한테 말도 못하는 어마어마한 목표를 품은 제가요. 이후 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혼자 글을 쓰며 제 자신이 글을 쓰고 싶어하는 마음과, 제가 원하는 글을 쓰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좌절하고, 방황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저 자신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손이 닿는 곳에는 언제나 이유가,

화차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저는,

또 한 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사랑하고 싶은 책,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을요.


 

 

이 책을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인터넷으로 표지를 보았을 뿐입니다. 내용을 훑어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텅 빈 마음을 안고 도서관을 찾을 때마다 게시판에 보였던 이유, 파란 표지에 끌려 몇 번이고 그 책을 기웃거리다 삼 주가 지나서야 마침내 손에 들었을 때와 같았습니다. 

이유를 통해 상처를 드러내고, 다시 갈기갈기 찢고, 그 상처를 조금씩 치료해갔다면, 저는 이 책에서 저는 무한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닥쳐온 사랑에 저는 두려워 벌벌 떨었고, 눈물을 흘렸고, 저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누군가를 찾았습니다. 나를 사랑해줄, 그리고 내가 사랑할 누군가를.

 

오늘 저는 우연히 한 남자를 보았습니다. 그와 저는 아주 잠시, 스쳤을 뿐입니다. 정말 말 그대로 옷깃을 스치듯 그렇게 서로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걸로 그만이었는데 이상하게 그와 저는 한참동안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 사람도 겁쟁이였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한참 바라보다 서로의 갈 길을 갔습니다. 평소 같으면 별 것 아닐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습니다. 제 안에 있는 무언가가 꿈틀거렸고, 저는 알 수 없는 가슴저림에 괴로웠습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사랑을 잊은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사랑을 보여주고 사랑을 일깨웁니다. 사랑의 모든 것을 그립니다. 끔찍한 사랑, 달콤한 사랑도 모두 이 안에 있습니다. 운명같은 사랑도, 의미없는 사랑도 이 안에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미스터리로 풀어냅니다. 

 

 

유리로 만든 성과 사탕으로 만든 왕자와 공주님들, 우리는 그 안에 있었고 행복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행복도 불행도 알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완벽하고, 빛났기에 세상 모든 것이 그러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만난 순간 나의 모든 것은 변했습니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완벽해 보이는 것들'은 내가 '그렇게 보이도록 생각한 것'이며, 나는 그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작은 종이인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내 머리를 잡고 반으로 자르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렇게 잘려져 나갈 종이인형이라는 사실을요. 

 

진정한 사랑은 나를 일깨웁니다. 나에게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으라 합니다. 지금까지 신고 있던 굽 낮은 운동화를 벗고 하이힐을 신으라 합니다. 강한 힘에 이끌려 떨리는 처음 신는 높은 하이힐로 떠듬떠듬 걸으며 나는 발이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 울지만 당신은 듣지 않습니다.

 

당신은 앞을 보라고, 절망하고, 부딪히고, 다시 그곳에서 솟아오르라고 말합니다. 사랑은 나를 강하게 만들었고, 나는 당신이 원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당신을 떠났고, 당신이 날 떠났을 때에, 나는 무너졌습니다. 당신을 찾았습니다. 홀로 남은 세상에서 나를 이끌어줬던 당신의 강인한 손을 찾았지만 이제 당신은 없었습니다.

 

아니, 당신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내가 알던 당신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이끌던 강한 손과 어깨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위축되어버린, 그런 당신은 결코 나의 사랑이 아니었고, 나는 이 때 다시 한 번 절망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대신 내 두 발로 일어섰습니다. 절망의 끄트머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신을 잊기 위해 나는 달렸고, 또 달려 지금에 도착했습니다.

 

사랑이 사라진 9월이란 시간 속에.

 

 

우리 모두 다 사실은 알고 있다.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정겹고 낯익은 것들이 사라지고 미지의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p.411

 

 

 

모든 것이 끝난 나는 지금, 허무합니다. 그립습니다.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이라는 이름의 당신을 만나 지금 난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아아, 야속한 당신은 갔습니다. 나를 이 허무한 새벽에 남겨두고 그렇게 떠났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는 당신을 두고 이제 또 누구를 만나 부딪히고, 싸우고, 제 발로 서 걸어가야 합니까.

 

그랬습니다.

저는 그렇게 사랑하였고,

지금도 저를 떠난 이 책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이라는 낯선 이름의 당신을요.

 

 

  

 

문을 닫으면 또 시작된다.

밤이 낮으로 이어지고

오늘이 내일로 이어진다.

 

요리를 하고

일을 하고

웃고

화내고

무엇을 만들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회색 바다 위를 떠다니면서도

그런 환영의 일상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 밖에 뭘 할 수 있을까.

 

p.422

 

 

 

사진과 함께 보는 리뷰는 요쪽 :

http://cameraian.blog.me/13013932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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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2-05-30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절절한 리뷰이네요. 미야베미유키를 사랑한저도 화차를 읽으면서 절절함과 함께 누군가를 사랑하면 헤어지면 그모든 감정이 책이라는 이름으로 대체 되어 있네요.
가슴아픈 계절 9월에 대한 사랑이 기대되네요. 저도 이책 꼭 읽어봐야겠네요.

난나 2012-06-02 20:22   좋아요 0 | URL
앗. 수비의기술 서평 달러 들어왔다가 발견했습니다. 예, 뭐 그렇습니다. 덧글 달려니 아잉 쑥스럽네요. 근데 저만 이렇게 재미나게 읽었을까 좀 두렵긴 합니다. 와 전 정말 재미났는데 말이에요.
 
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변소는 오늘도 평소처럼 노트북 앞에 앉았다. 두 권의 책을 바라본다. 한 권은 1995년 영화로 만들어진 루스랜들의 소설 '활자잔혹극'이고, 또 다른 한 권은 곧 영화로 만들어질 '종료되었습니다'다. 변소가 보기에 이 두 소설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변소는 두 소설을 비교하는 데에 큰 흥미를 느꼈다. 그리하여 노트북 앞에 앉아서는 두 책을 비교해보겠다 실실 웃는다. 

 

 저는 단번에 많은 책을 읽습니다. 책달력을 보시면 아시다시피, 하루에 서너 권을 읽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독후감은? 안 씁니다. 귀찮거든요. 책달력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이 책들 다 어쩔 셈이냐... 하다가 마침내 생각해낸 게 바로 책 vs 책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비슷한 책들을 몰아서 소개하자는 생각입니다.

 

 

 

첫 번째로 비교할 책은 이번 주에 읽은 두 권의 책 루스 랜들의 '활자잔혹극'과 박하익의 '종료되었습니다'입니다. 이 두 책은 상당히 구성이 다릅니다. 이끌어가는 형식도 전혀 다르고요.

 

하지만 저는 이 두 책을 비교하고 싶어졌습니다.

왜냐고요?

이제부터 천천히 풀어보겠습니다.

 

 

1. 반전.

 

'종료되었습니다'는 반전 소설입니다. 예전에도 몇 번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대부분의 반전이나 범인을 잘 맞춥니다. 때문에 안타깝게도 이번 '종료되었습니다'의 범인과 반전도 한참 전에 맞춰버렸습니다. 그만, 예전에 비슷한 영상물을 봤었던 터라. 이런이런. 당신도 맞출 수 있겠습니까? 그럼 도전하세요. 하지만 못 맞췄다고 나한테 뭐라고 하진 마세요. 그건 당신이 나보다 못난 탓이에요. 억울해요? 그럼 변소되세요, 알죠? 변소의 약자는 변태완소의 줄임말이라는 것. 웰컴투변소월드. 하지만 단언하건데, 이 반전은 흥미롭습니다. 분명 많은 분들이 감탄하시리라 믿겠습니다. 또 그 과정도 흥미진진하고요.

 

반면, 루스 렌들은 쿨합니다.

반전따위? 개나 줘버려!

이런 태도로 첫 장의 첫 문장부터 강렬합니다.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대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처음부터 범인을 까발립니다.  

 

 

2. 전개.

 

때문에, 루스렌들은 범인과 피해자가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살인이 일어나는 장면까지 촘촘하고 세세하게 끌고 갑니다. 헌데 그 과정이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지리멸렬할 정도로 유니스 파치먼의 이야기를 하며, 어느새 우리는 유니스 파치먼의 안으로 빨려듭니다. 어째서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문맹이기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 밖에 없었는가, 작가에게 서서히 설득당합니다.

 

박하익은 처음부터 시작합니다. 첫 장면에서 세상에나! 칠 년 전 살해당한 엄마가 나타나서는 돌연 아들을 죽이려고 듭니다. 아들이 자신을 죽였다면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알고 보니 엄마는 무시무시한 생명체가 되어버렸습니다. 일명 RV라고 불리우는 복수괴물이 돌아온 겁니다.

헌데 엄마는 아들을 죽이려 들어요.

 

그렇다면 아들이 엄마를 죽였을까요?

정말 그럴까요?

정말로요...? 

 

 

3. 영화.

 

처음에 밝혔다시피, 루스 렌들의 소설은 이미 영화화가 되었고, 박하익의 '종료되었습니다'는 영화화가 될 예정입니다. 박하익의 '종료되었습니다'는 영화화하기에 참 좋은 작품입니다. 일단 쉽게 읽히고요, 장면 하나하나가 박진감 넘칩니다. 근미래 SF에 우와! 액션이 넘쳐흘러요! 덕분에 무척 가독성이 좋고, 읽히기도 잘 읽힙니다. 때문에 잘 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하더라고요. 흐흐.

 

하지만 루스 렌들의 소설 '활자잔혹극'은 영화가 말아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일류급 소설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활자 잔혹극' 역시 영화화되면서 작품의 깊은 주제와 세부를 잃어버렸다.

 

 - '활자잔혹극' 뒤에 붙은 장정일 님의 발문

'문맹과 문해 사이' 첫 장에서 발췌.

 

 

전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아쉽지는 않습니다. 왜냐고요? 장정일 님의 말씀대로 이 소설 안에는 깊이의 울림이 있고, 제 생각에도 그 울림은 영화화했을 때 사라질 듯했습니다. 영화에서 단 한 순간에 멈추는 장면이 소설에서는 한 장, 두 장, 심할 때엔 다섯 장, 열 장, 혹은 한 권 전체가 들어있을 때가 있어요. 저는 그 안에서 가끔 손 끝의 저릿함을 느끼는데요, 이 소설이 그랬답니다. 너무나 많은 의미가 곳곳에 숨어있어요. 단순한 '보기 위한 것'이 아닌 소설 그 자체, '읽기 위한 것'이요. 다른 이름으로 '주제'라 불리는 감동의 결정체 말이에요.

 

 

4. 주제

 

루스 렌들의 소설은 한 여자가 사이코패스가 된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를 통해 단순히 '읽고 쓰지 못하는 것'이 어떤 이에겐 인생 그 자체를 빌어먹을, 말아먹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결말을 내고 시작해 놓고서는 마치 문맹이 아니지만 문맹보다 못한 나 자신을 일깨웁니다.

 

박하익의 소설은 피해자를 다시 한 번 생각케 합니다.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외로운 자 앞에서 웃지 마십시오.

외로운 자 앞에서 행복하지 마십시오.

 

- 박하익의 소설 '종료되었습니다' 중에서 발췌.

이 문장이 어느 순간, 어떤 인물이 하는지는 스스로 찾아보세요. 일부러 가르쳐드리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소설을 읽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설에서 우리가 집중하는 이유는 살인자입니다. 루스렌들의 소설 역시 그렇습니다. 살인자가 주인공이지요. 물론, 루스렌들의 소설 속 살인자는 더 큰 의미로 볼 때엔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살인자입니다.

 

박하익의 소설 속에는 피해자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가, 어떤 기분을 느끼는가, 살인이 일어난 후의 삶은 어떻게 흘러가는 과정을 스펙타클하게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살인자가 아닌 피해자를 보라고, 우리가 살인자가 될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피해자가 될 확률은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루스 렌들과 또 다른 방법으로 우리의 무지가 무엇인가 일깨웁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지와 무구일지도 모른다. 태초의 낙원에서 인간을 타락시킨 것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과실이었듯 무구함이야말로 신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몰라야 할 것을 몰라야 인간이다. 범죄성과 악마성, 그리고 수성과 대면해 버리면 영혼은 순식간에 변질되고 만다.

 

- p. 154, 종료되었습니다, 박하익, 노블마인, 2012

 

 

 

이렇게 두 권의 소설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어때요?

어딘가 좀 닮은 듯하고, 또 전혀 다른 듯한가요?

또 궁금한가요?

 

그렇다면 여러분도 읽어보세요.

둘 중 어떤 책을 고르든간에,

당신은 그 날 무척 즐겁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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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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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묻고 시작합니다. 사랑, 해보셨습니까? 아직 안 해보셨습니까. 왜요? 아, 그렇구나. 아, 해봤어요? 어땠어요? 아, 그랬구나. 그렇다면 사랑이 뭐예요? 그거 하면, 밥 먹을 수 있나요? 우걱우걱. 사랑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잠시 웃게 해주기는 합디다.

 

그리하여 세 번째 책 vs 책은 사랑, 사랑, 사랑 이야기입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와 이응준의 '내 연애의 모든 것'으로 사랑을 논해 봅니다.   

 

 

우리가 겪은 사랑과,

겪지 않은 사랑과,

앞으로 겪지 못할 듯한 사랑을요.  

 

 

1. 눈 맞았다.

 

 

우리가 서로를 열면

너는 너를 내게 그리고 나는 나를 네게,

우리가 깊이 빠져들면

너는 내 안으로 그리고 나는 네 안으로,

우리가 사라지면

너는 내 안으로 그리고 나는 네 안으로

 

그러면

나는 나

그리고 너는 너.

 

 

더 리더에 등장하는 연인은 자그마치 스물한 살 차이의 연상연하커플입니다.

 

열다섯 살의 '나'는 감기가 걸려서 길을 잃고 헤매다 한나라는 여인을 만납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둘은 소년의 풋풋한 사춘기적 망상(?) 덕분에 사랑에 빠집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엔 사랑이 아니었어요. 소년은 잘 빠진 암말같은 한나와 '자고 싶었을' 뿐이고, 한나는 한나대로 '성욕의 분출구'가 필요했어요. 때문에 둘은 연결되었고, 서서히 빠져듭니다. 그렇게 서로의 몸을 탐닉해가다 서서히, 서로를 사랑하게 됩니다.

 

가끔 인생을 살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질 때가 있는데, 그래요. 이 둘이 그랬습니다. 이 둘은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도 그렇게 빠져들었고, 둘이 서로를 음미하게 되는 첫 번째 계기가 바로 책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소설의 제목은 책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사랑은 가끔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됩니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단 두 명밖에 없는 진보노동당 대표 최고의 미녀 노처녀 국회의원 오소영과 여당 국회의원이지만 아직 때가 덜 탄 김수영, 국회의사당출입기자 사이에서 인기투표 1위와 2위를 양분한 이 둘은 시뻘건 정체불명의 무생명체 덕에 만납니다. (정확한 명칭을 적지 못한 것은 양해해 주십시오. 요걸 말하면 어쨌든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저렇게 적었습니다.) 이 시뻘건 정체불명의 무생명체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두 남녀를 엮습니다. 사실 첨엔 사랑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시뻘건 정체불명의 무생명체는 시뻘겋다 못해 새카맣기까지 한 막막한 상황을 연출하고, 둘은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만나다가 투명인간은 아니지만 투명하며 가끔은 무기가 될 수 있는 어떤 액체의 주선으로 끌립니다. 이 액체 역시 앞의 시뻘건 정체불명의 무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전혀 의도가 없었으나, 둘은 사귀게 됩니다. 무생명체와 액체의 중매로요.

 

'내 연애의 모든 것'을 보기 전에 꽤나 리뷰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리뷰에서 발견한 것이 '이 두 사람이 왜 사랑에 빠졌는지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였는데요, 저는 나이가 실제로 주인공들과 비슷한 노처녀라 그런가, 아 너무 와닿았습니다. 사랑이란 그렇습니다. 무생명체와 액체의 주선으로 빠지기도 합니다. 복잡하고 자존심이 세고 소심하면서도 겉으로는 강한 척하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달려드는 사람에게 약하고, 소심하기 때문에 얼떨결에 말려드는 사랑에 약합니다. 때문에 저는 그만, 너무나 이해를 잘 해 버렸습니다. 이 두 남녀의 사랑을. 제가 오소영 같은 사람이라서 말이에요. 저도 모르게 그만, 저 상황이라면, "아 김수영처럼 대시하면 나도 얼결에 넘어가겠다."라고 중얼거렸습니다. 

 

 

 

 

2. 오해와 장애물 들.

 

 

인간들은 저마다 예외없이 거대한 벽과 마주 서 있어요.

그걸 부숴야 해요.

그래야 앞으로 나갈 수 있어요.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장애물은 로미오와 줄리엣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복잡하기 짝이 없는 허울 좋은 국회입니다. 겉으로는 으르렁거리는 서로의 정당은 이 둘의 사랑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둘이 사랑한다는데 어찌나 귀찮게 하는지 모릅니다. 때문에 둘은 사랑하다가도 싸웁니다. 서로의 믿는 것이 다르니까요.

 

'더 리더'는 그보다 더합니다. 이 둘 사이엔 스물한 살이라는 어마어마한 나이차가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가 좋습니다. 때문에 일부러 여자가 일하는 곳에도 갑니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에게 아는 체를 하지 않습니다. 서운합니다. 여자가 자기에게 아는 체를 해줄 줄 아는데, 여자는 남자를 모른 체합니다. 남자는 화를 냅니다. 그러자 오히려 여자가 말합니다.

 

"너, 내가 창피한 거잖아! 그래서 아는 척 안 했잖아!"

 

이 얼마나 안타까운 오해입니까.

 

남자는 자신이 너무 어려서 여자가 자신을 창피하리라 생각했는데, 반대로 여자는 자신이 너무 나이가 들어 남자가 자길 창피해 하리라 생각한 겁니다. 일상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저 역시 그러했습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저와 똑같은 이유로 상대방이 절 오해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게 뭔가 싶더군요.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게 되더군요. 오해를 풀려고 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혹시라도 자신이 솔직하게 말했다가 더 큰 상처를 받을까봐 내면으로 움츠리게 됩니다.

 

두 소설 속의 주인공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오해를 풀지 못했습니다.

오해를 풀기 보다 서로를 떠나자 생각합니다.

미련이 가득한 채 미련하게요.

그 오해의 다른 이름은,

 

 

 

 

3. 비밀

 

 

 

입니다.

 

두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는 숨긴 비밀이 있습니다. 더 리더의 비밀은 이야기의 중심을 꿰뚫습니다. 이 비밀 자체가 소설을 묵직하게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여자의 비밀입니다. 여자는 남자가 상상치도 못할 비밀을 갖고 있었고, 그 비밀을 들킬까 너무 두려워서 그만 떠나버립니다. 더더욱 자신을 상처입혀버립니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의 비밀은 주인공들의 연애 자체입니다. 둘이 사귄다는 사실을 다른 이들이 알았을 때의 사회적 파장, 서로가 서로를 만나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운 마음에 "우리는 연애 중입니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숨습니다. 적인 척, 서로를 포장합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보며 서로만이 아는 애뜻한 편지를 주고 받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그게 서로에게 주는 연애편지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합니다.

 

왜냐하면, 오소영은 그 편지를 국회의사당에서 읽거든요.

 

무슨 편지냐고요?

 

책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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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ㅣ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낯선 작가가 피는 봄에 상륙했습니다.

벚꽃처럼 덧없우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때요,

봄이 져 여름이 오기 전에 이런 소설 한 편?

 

 

 

 

책달력에서 몇 번이고 밝혔다시피, 저는 코엑스 반디앤루니스를 애용합니다. 직장이 코앞인데다 반디앤루니스 북셀프나 기프트카드제도가 마음에 들기 때문인데요, 이 책 역시 책 한 권 뚝딱 해치우고 나서 이번엔 또 뭘 볼까, 기웃거리다가 발견한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미리 들었어요. 블로그 이웃으로 피니스 아프리카에의 네이버 블로그 http://finisafricae.co.kr/ 를 추가해 놓았거든요. 이벤트도 진행해서 여러 분들이 지원하셨고, 몇 분은 책을 받으시기도 했고요.

 

 

피니스 아프리카에의 전작들은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입니다. 책이 워낙 두껍다 보니, 받고 나서 포기하시거나 한 분들이 많으신 줄로 압니다. (흐흐) 또 생각보다 평이 갈려서 "별로야!" 하시는 분도 많다고 알고요.

 

하지만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좀 지겨웠어요. 스틸라이프, 처음에 영 정이 안 가서 몇 번이고 놓았다 들었다 했습니다. 하지만 북스피어 전 편집장 k모양이 적극 추천했으니 믿고 끝까지 봤다가... 이야 마지막에 감동 한 움큼 받아버렸습니다. 대성통곡 했네요. 덕분에 이번에 나온 치명적인 은총은 무조건 구입해버렸고 마지막에 빙긋 웃으며 다음 편을 기대하였답니다. 음, 이상한 것은 말이에요. 제가 울었다는 스틸라이프보다 치명적인 은총을 더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이것 참,

 

하지만 저는 뭐, 영화 토이스토리 3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대성통곡한 여자니까요. "안 돼! 안 돼!" 소리지르면서요. 것도 극장서. (아, 생각하니 또 슬프네.)  

 

헛소리가 길어지니 그만하고요, 소설로 돌아갈게요.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은 연작집입니다. 연작집에 대해서는 에전에도 한 차례 포스팅했었지요?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는 '맛있는' 책, 한 입 드셔보실래요?

http://cameraian.blog.me/130103211328

 

 

아, 전에 적고 나서 이 한 미스터리 하시는 분들이 누구인가 궁금하신 분들이 꽤 계셨지요? 이제 와서 밝히자면,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일명 한미모- 연말모임이었고, 저 말씀을 하신 분은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이신 박광규 선생님이셨습니다. 정말 뵙기 어려운 분을 뵈어서 감개무량하였었습니다. ㅠㅠ

 

이때 본문에 적었다 시피 연작은 일종의 연계고리가 있는 소설이고, 시리즈는 에피소드가 연결되는 소설입니다. 예를 들어 미야베 미유키의 '나는 지갑이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 구지라 도이치로의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요.

  

읽은 분들은 바로 "아!" 하고 감이 오시죠? 특히 이중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과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은 이번에 기타모리 고의 '꽃 아래 봄에 죽기를'과 마찬가지로 안락의자탐정이 주인공이랍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위에 예시로 든 두 작품은 '바'를 중심으로 '바의 손님'이 안락의자탐정이라는 점이고,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은 '맥주바'를 중심으로 '맥주바 주인장' 구도 데쓰야 아저씨가 안락의자탐정이랍니다.

 

그런데 배경이 되는 맥주바 가나리야, 참 음식이 맛납니다.

 

 

"좋은 오리고기가 들어와서 남은 비곗살로 맑은 장국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파뿌리를 넣어서 의외로 개운한 맛이 납니다. 알코올 때문에 혀도 조금 지쳐 있으시죠?"

p. 89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구도의 손이 멈추는 일은 없다. 카운터 밑의 냉장고에서 팩을 꺼내 작은 보조 도마 위에서 칼질을 하더니 언제 꺼냈는지, 옅은 남색의 야마구치산 작은 도기에 담는다. 그 접시를 쓰마키에게 내밀었다.

"현지에서 좋은 문어가 들어왔기에 훈제해서 마리네marine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pp.100~1

 

"모양 좋은 송어를 받아 왔는데, 지금은 송어에 기름기가 빠지는 시기라 조금 손을 뎄습니다."

접시 위에 길이 30센티미터는 충분히 되어 보이는 커다란 히라키가 놓여 있었다.

"전갱이가 아니라 송어로 히라키를 만들었어?"

"저는 훈제를 만든다고 해 봤습니다만, 어떻습니까?"

구도가 이렇게 웃는 얼굴로 내놓는 요리 가운데 맛없는 요리는 결코 없다. 세 사람은 재빨리 훈제를 집어 들었고, 사람들 입에서는 한숨인지 탄식인지 알 수 없는 감탄의 소리가 흘러 나왔다. 물론 요리는 다른 손님에게도 나누어졌고 같은 반응이 나왔다.

 

p.177  

 

때문에 자꾸만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이 떠올라요.  

 

이 일본 드라마에 보면 정말 맛난 음식들이 많이 나오지요? 혹시 일본 드라마를 모르는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 보세요. 제 이웃이신 카르페 디엠님이 올린 심야식당 리뷰입니다.

 

 

[심야식당] 심야식당 6화, 가츠동 - 가족이란 이름의 따뜻한 음식, 오야코동

http://blog.naver.com/violette00/30137591817

 

 

심야식당처럼 맥주바 '가나리야' 역시 음식과 사람,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 맥주바서 무엇보다 손님을 끄는 것은 바로 사건입니다. 맥주바 가나리야의 주인장 구도 데쓰야는 놀라운 추리력의 소유자입니다.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이야깃속에 숨은 비밀을 찾아냅니다. 첫 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꽃 아래 봄에 죽기를'과 마지막 작품 '물고기의 교제'는 완벽하게 수미쌍관을 이루면서 이 작품이 어찌하여 훌륭한 연작집인지, 또 상을 탈 수 밖에 없었는지를 조용히 증명합니다. '마지막 거처'는 확 빨아들이는 구조와 마지막 한 장면이 압권입니다. 저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립니다. 주인공이 받은 '감동섞인 음식'이 향기로 다가옵니다. '일곱 접시는 너무 많다'와 '살인자의 빨간 손'은 사람의 오해와 상상력은 어디까지 뻗어나가는가, 하지만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케 하고, '가족사진'엔 가상과 현실 사이를 교묘히 오가며 사람사이의 인연을 지키게 하는 힘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 힘을 보여주는 것은 가나리야의 주인장 구도 데쓰야입니다.

 

아아, 이 책을 읽고 나니 더할 수 없이 이곳, 가나리야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가나리야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나리야를 배경으로 한 책이 또 나오면 좋을텐데 생각해 보지만, 그것 역시 불가능합니다.

작가가 작고했기 때문입니다.

 

 

작가 '가타기리 고'는 48세의 젊은 나이로 2010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슬프고 아련한 일입니다.

 

때문에 다시 한 번 연작집의 제목을 입에 새깁니다.

꽃 아래 봄에 죽기를.

어쩐지 이 제목이, 이 책이 제 마음속에 다시 한 번 깊은 꽃기운을 불어넣고 갑니다. 죽음과 생명이라는 기묘한 데자뷰를 그리는 봄처럼, 그렇게요.

 

 

 

 본문에 언급되는 책달력은 다음 링크를 따라가세요.

 

2월 책달력 : http://cameraian.blog.me/130132914381

3월 책달력 : http://cameraian.blog.me/130135384637

4월 책달력 : http://cameraian.blog.me/130137647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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