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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 상 ㅣ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2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등 뒤를 바라보았더니……
미쓰다 신조의 『작자미상』을 읽다
등 뒤를 바라보았더니…….
호러․미스터리 소설에서 참 자주 만나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은 가장 구태의연한 문장이자 가장 매력적인 문장입니다. 모든 작가는 한 번쯤 이 문장을 사용하고 싶어 하고 또 이 문장을 누구보다 효과적으로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무도 상상치 못할 그런 반전, 독자의 상상력 그 이편에 있는 무언가를 보이고 싶어하는 욕망이 작가의 마음엔 늘 그득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요. 결코 녹록치 않은 문장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설득하기란, 설득을 넘어서서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작가 미쓰다 신조는 대단합니다. 그의 작품은 하나하나가 모두 놀랍습니다. 무엇 하나 경악에 찬 감탄을 하지 않은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독자는 그에 못 미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저와 같은 아둔한 독자는 그 뛰어남을 쫓아가지 못해 아, 이건 못 읽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그런 때가 되면 미쓰다 신조는 친절하게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내줍니다. 바로 이 책,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가 그러합니다.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7대 불가사의’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당시 『미궁초자』를 한 편씩 읽어나간 것과 마찬가지로 그때부터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정신을 차렸더니 나는, 지금은 머릿속 가장 깊은 곳으로 완벽하게 아주 멀리 쫓아버린, 십수 년도 더 전에 일어난 사건의 한 복판에 서 있었다. p.19
주인공 미쓰다 신조는 십수 년 『기관』을 출간한 이후 ‘일로든 취미로든 미스터리나 호러, 기괴환상 같은 분야의 책은 당분간 읽지도 보지도 말라는 충고(p.19)’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참의 시간이 지나, 또다시 미쓰다 신조는 우연히 『미궁초자』라는 수수께끼의 책 한 권을 만납니다. 안라초의 후루혼도(말 그대로 헌책방이군요)에 『미궁초자』가 나타납니다. 누군가가 직접 만든 조잡한 동인지같은 이 책에는 묘한 제목의 괴담 혹은 미스터리 소설 일곱 편이 적혀 있었습니다. 두 명의 주인공은 이 책을 펼치고 한 편 한 편 이야기를 읽어나갑니다. 헌데 읽어나갈 때마다 이상한 일이 펼쳐집니다. 한 에피소드를 읽을 때마다 그 에피소드에 딱 맞아떨어지는 괴이한 일이 일어나고, 나아가서는 두 주인공은 목숨의 위협을 느낍니다. 두 주인공은 이 책 때문에 이런 괴이한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책 속에서 미해결로 끝난 이야기들을 하나 둘 스스로 해결해 갑니다. 그 사건을 해결해가는 모습은 참으로 기괴하여 자연스레 다음의 인용문이 와닿습니다.
“뭣 때문에?”
“본격 미스터리에서 중시하는 페어플레이를 하기 위해…….”
……미쳤다.
아무리 봐도 미쳤다……. p. 309
첫 번째 이야기는 한 「안개저택」에서 일어난 수수께끼의 살인사건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자식귀 유래」는 유괴된 아이에 관한 미스터리이고 세 번째 이야기 「오락으로서의 살인」은 한 하숙집에서 일어난 대학생 살인사건을 다룹니다. 네 번째는 아주 오래 전, 당사자가 모두 죽은 살인사건으로 독살을 다룹니다. 때문에 제목이 「음화 속의 독살자」.
미궁초자의 매 화 앞에는 이와 같은 삽화가 곁들여 있다.
이 삽화는 참으로 아름다운데다가... ...
다섯 번째 이야기 왕따 문제를 다룬 「슈자쿠의 괴물」로 필자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아야츠키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제목으로 「시계탑의 살인」입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 이야기 「목 저택」은……가르쳐드릴 수 없습니다. 어쩐지 이 모든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는 순간 제 목에 서늘한 무언가가 드리워질 것만 같아 이야기를 이을 수가 없습니다. 이야기를 단순히 나열하면 참으로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내용의 밀도란 그렇지 않습니다. 때문에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감탄을 할 때마다 아래와 같이 깨알재미를 찾아내 포스팅을 하기도 했습니다.
작자미상을 읽는 깨알재미 1
http://cameraian.blog.me/130168674722
작자미상을 읽는 깨알재미 2 : 작품을 통해 미스터리를 강의하는 친절한 미쓰다 신조?!
http://cameraian.blog.me/130168741892
이러한 깨알재미를 찾으며 책을 읽던 중, 저는 최근 들은 수업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지난 주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콘텐츠 원작소설 창작과정을 듣고 있는데요, 그 첫 수업이 소설과 이인화 선생님의 수업이었습니다. 이인화 선생님은 수업에서 기사로도 몇 번인가 올라왔던 스토리 헬퍼를 소개하시며(6월 중 NC소프트에서 이 스토리 헬퍼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개한다고 합니다. 글쓰기에 상당히 유용할 듯합니다. www.storyhelper.co.kr) 표상을 모으는 일이 바로 소설의 첫 걸음이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대학을 다닐 때에도 많이 들었던 말인데, 제가 직접 소설을 쓰다 보니 이만큼 마음에 와닿는 말이 없더군요. 또 작자미상은 그런 훌륭한 본보기였습니다. 수많은 괴담, 전설, 그에 상응하는 여러 자료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이렇게 태어났다. 게다가 기발한 발상의 전환과 뛰어난 플롯은 말 그대로 호러·미스터리 소설의 뛰어난 표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시고 또 소설을 쓰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은, 추리소설가로써 추천하는 소설입니다. 반전도 너무나 훌륭했다고나.
하여, 이 소설 역시 별 다섯.
이 ‘작가’ 시리즈의 다음 편인 『사관장/백사당』을 지금부터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