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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ㅣ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낯선 작가가
피는 봄에 상륙했습니다.
벚꽃처럼 덧없우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때요,
봄이 져 여름이 오기 전에 이런 소설 한 편?
책달력에서 몇 번이고 밝혔다시피, 저는 코엑스 반디앤루니스를 애용합니다. 직장이 코앞인데다 반디앤루니스 북셀프나 기프트카드제도가 마음에 들기 때문인데요, 이 책 역시 책 한 권 뚝딱 해치우고 나서 이번엔 또 뭘 볼까, 기웃거리다가 발견한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미리 들었어요. 블로그 이웃으로 피니스 아프리카에의 네이버 블로그 http://finisafricae.co.kr/ 를 추가해 놓았거든요. 이벤트도 진행해서 여러 분들이 지원하셨고, 몇 분은 책을 받으시기도 했고요.
피니스 아프리카에의 전작들은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입니다. 책이 워낙 두껍다 보니, 받고 나서 포기하시거나 한 분들이 많으신 줄로 압니다. (흐흐) 또 생각보다 평이 갈려서 "별로야!" 하시는 분도 많다고 알고요.
하지만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좀 지겨웠어요. 스틸라이프, 처음에 영 정이 안 가서 몇 번이고 놓았다 들었다 했습니다. 하지만 북스피어 전 편집장 k모양이 적극 추천했으니 믿고 끝까지 봤다가... 이야 마지막에 감동 한 움큼 받아버렸습니다. 대성통곡 했네요. 덕분에 이번에 나온 치명적인 은총은 무조건 구입해버렸고 마지막에 빙긋 웃으며 다음 편을 기대하였답니다. 음, 이상한 것은 말이에요. 제가 울었다는 스틸라이프보다 치명적인 은총을 더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이것 참,
하지만 저는 뭐, 영화 토이스토리 3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대성통곡한 여자니까요. "안 돼! 안 돼!" 소리지르면서요. 것도 극장서. (아, 생각하니 또 슬프네.)
헛소리가 길어지니 그만하고요, 소설로 돌아갈게요.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은 연작집입니다. 연작집에 대해서는 에전에도 한 차례 포스팅했었지요?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는 '맛있는' 책, 한 입 드셔보실래요?
http://cameraian.blog.me/130103211328
아, 전에 적고 나서 이 한 미스터리 하시는 분들이 누구인가 궁금하신 분들이 꽤 계셨지요? 이제 와서 밝히자면,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일명 한미모- 연말모임이었고, 저 말씀을 하신 분은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이신 박광규 선생님이셨습니다. 정말 뵙기 어려운 분을 뵈어서 감개무량하였었습니다. ㅠㅠ
이때 본문에 적었다 시피 연작은 일종의 연계고리가 있는 소설이고, 시리즈는 에피소드가 연결되는 소설입니다. 예를 들어 미야베 미유키의 '나는 지갑이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 구지라 도이치로의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요.
읽은 분들은 바로 "아!" 하고 감이 오시죠? 특히 이중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과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은 이번에 기타모리 고의 '꽃 아래 봄에 죽기를'과 마찬가지로 안락의자탐정이 주인공이랍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위에 예시로 든 두 작품은 '바'를 중심으로 '바의 손님'이 안락의자탐정이라는 점이고,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은 '맥주바'를 중심으로 '맥주바 주인장' 구도 데쓰야 아저씨가 안락의자탐정이랍니다.
그런데 배경이 되는 맥주바 가나리야, 참 음식이 맛납니다.
"좋은 오리고기가 들어와서 남은 비곗살로 맑은 장국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파뿌리를 넣어서 의외로 개운한 맛이 납니다. 알코올 때문에 혀도 조금 지쳐 있으시죠?"
p. 89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구도의 손이 멈추는 일은 없다. 카운터 밑의 냉장고에서 팩을 꺼내 작은 보조 도마 위에서 칼질을 하더니 언제 꺼냈는지, 옅은 남색의 야마구치산 작은 도기에 담는다. 그 접시를 쓰마키에게 내밀었다.
"현지에서 좋은 문어가 들어왔기에 훈제해서 마리네marine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pp.100~1
"모양 좋은 송어를 받아 왔는데, 지금은 송어에 기름기가 빠지는 시기라 조금 손을 뎄습니다."
접시 위에 길이 30센티미터는 충분히 되어 보이는 커다란 히라키가 놓여 있었다.
"전갱이가 아니라 송어로 히라키를 만들었어?"
"저는 훈제를 만든다고 해 봤습니다만, 어떻습니까?"
구도가 이렇게 웃는 얼굴로 내놓는 요리 가운데 맛없는 요리는 결코 없다. 세 사람은 재빨리 훈제를 집어 들었고, 사람들 입에서는 한숨인지 탄식인지 알 수 없는 감탄의 소리가 흘러 나왔다. 물론 요리는 다른 손님에게도 나누어졌고 같은 반응이 나왔다.
p.177
때문에 자꾸만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이 떠올라요.
이 일본 드라마에 보면 정말 맛난 음식들이 많이 나오지요? 혹시 일본 드라마를 모르는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 보세요. 제 이웃이신 카르페 디엠님이 올린 심야식당 리뷰입니다.
[심야식당] 심야식당 6화, 가츠동 - 가족이란 이름의 따뜻한 음식, 오야코동
http://blog.naver.com/violette00/30137591817
심야식당처럼 맥주바 '가나리야' 역시 음식과 사람,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 맥주바서 무엇보다 손님을 끄는 것은 바로 사건입니다. 맥주바 가나리야의 주인장 구도 데쓰야는 놀라운 추리력의 소유자입니다.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이야깃속에 숨은 비밀을 찾아냅니다. 첫 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꽃 아래 봄에 죽기를'과 마지막 작품 '물고기의 교제'는 완벽하게 수미쌍관을 이루면서 이 작품이 어찌하여 훌륭한 연작집인지, 또 상을 탈 수 밖에 없었는지를 조용히 증명합니다. '마지막 거처'는 확 빨아들이는 구조와 마지막 한 장면이 압권입니다. 저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립니다. 주인공이 받은 '감동섞인 음식'이 향기로 다가옵니다. '일곱 접시는 너무 많다'와 '살인자의 빨간 손'은 사람의 오해와 상상력은 어디까지 뻗어나가는가, 하지만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케 하고, '가족사진'엔 가상과 현실 사이를 교묘히 오가며 사람사이의 인연을 지키게 하는 힘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 힘을 보여주는 것은 가나리야의 주인장 구도 데쓰야입니다.
아아, 이 책을 읽고 나니 더할 수 없이 이곳, 가나리야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가나리야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나리야를 배경으로 한 책이 또 나오면 좋을텐데 생각해 보지만, 그것 역시 불가능합니다.
작가가 작고했기 때문입니다.
작가 '가타기리 고'는 48세의 젊은 나이로 2010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슬프고 아련한 일입니다.
때문에 다시 한 번 연작집의 제목을 입에 새깁니다.
꽃 아래 봄에 죽기를.
어쩐지 이 제목이, 이 책이 제 마음속에 다시 한 번 깊은 꽃기운을 불어넣고 갑니다. 죽음과 생명이라는 기묘한 데자뷰를 그리는 봄처럼, 그렇게요.
본문에 언급되는 책달력은 다음 링크를 따라가세요.
2월 책달력 : http://cameraian.blog.me/130132914381
3월 책달력 : http://cameraian.blog.me/130135384637
4월 책달력 : http://cameraian.blog.me/130137647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