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동아시아를 잇다 ㅣ 영조 시대의 조선 6
김현영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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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소설 『리큐에게 물어라』는 참으로 독특한 소재와 구성을 사용했습니다. 역순 구성을 통해 리큐의 생애를 거꾸로 짚었었는데요, 후에 영화화 되어 클라라가 출연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챕터가 있습니다. 소제목 하여, '조선관백'. 리큐는 이 챕터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풍경을 이야기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당시 일본에 왔던 조선통신사 일행 중 황윤길과 김성일을 가지고 논 이야기입니다. 저는 예전에 이 부분을 보며 "지나치게 조선통신사를 하대한 것처럼 표현하지는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자, 소설 속 조선통신사를 살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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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는 특징 없는 흑칠 그릇을 놓고 그 위애 구운 찰떡을 다섯 개 얹었다. 그뿐이었다. 그 곁에 질그릇 술잔을 하나, 젓가락은 놓지 않았다.

"그래, 이것만 내라."

요리사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떡을 손으로 집어 먹으라니 국빈에게 너무 무례한 것 아닙니까."

"그래. 향응하려는 것이 아니야. 복속시키기 위한 음식이다. 감옥에 갇힌 기분을 맛보게 하는 것이지."

요리사는 신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연회의 중대한 의미를 겨우 깨달은 모양이었다.

여자들이 상을 들여왔다. 돌아다니며 작은 병에 담긴 탁주를 따라주는 사람은 이시다 미쓰나리였다. 두번째 잔은 리큐가 따랐다.

당연히 히데요시와 잔을 주고받을 줄 알았던 통신사들은 놀라고 당혹한 듯했다. 막대기를 삼킨 얼굴로, 그래도 유교의 예법대로 손으로 잔을 가리며 술을 마셨다.

히데요시는 술을 다 마시기도 전에 안으로 들어갔다가 비단 고소데와 하오리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품에 간난아기를 안고 있었다. 작년에 태어난 쓰루마쓰다.

"이애가 일본의 다음 왕이라고 가르쳐줘라."

만면에 미소를 띤 히데요시의 말을 통사가 조선말로 옮겼다. 히데요시는 통신사들뿐 아니라 그 자리에 열석한 다이묘들과 조신들에게도 쓰루마쓰를 보여주며 돌아다녔다.

물론 조선인들이 불쾌해할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예를 중시하는 조선에서는 몸을 굽히고 손을 맞대고 배례하며 수작한다고 들었다. 음식 가짓수가 많고 술잔을 주고받는 횟수가 많을수록 환대의 의미가 커진다.

예우받지 못하면 조선인은 어떻게 느낄 것인가.

실제로 쓰시마에서 이미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교에까지 전해졌다.

통신사 일행을 산사에 초대해 연회를 열었을 때, 도주 요시토시가 가마에 탄 채로 산문을 지나왔다. 부사 김성일은 그것만으로 무례하다고 격노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고 했다. 소 요시토시는 가마꾼의 목을 베어 사죄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정되지 않을 만큼 격양했던 모양이었다.

쓰루마쓰를 안은 채 툇마루로 나간 히데요시는 정원에서 대기하던 조선 악사들을 손짓으로 불러 모았다.

"연주해라."

손짓으로 지시하자 악사들이 나팔을 불었다.

쓰루마쓰가 오줌을 쌌다. 히데요시는 소란을 떨며 여자를 불러 쓰루마쓰를 건네고 자신은 또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황윤길과 김성일은 내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리큐의 계획대로였다. pp. 209~211

    

와, 좀 심하죠? 조선통신사라고 하면 왕의 사절단인데, 일본에 가서 천황이 아니라 쇼군이 영접을 했다, 게다가 쇼군이 직접 잔조차 주지 않았다는 건 굉장히 무례한 행동입니다. 저는 이런 일이 정말 가능했을까, 이건 혹시 적당한 픽션이 가미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통신사, 동아시아를 잇다』 ​영조시대, 동아시아의 조선을 바로 보다   

 

『통신사, 동아시아를 잇다』에 보면 조선통신사의 ‘인식 차이’에 대한 부분이 비교적 책의 앞부분에 등장합니다. 

    

관백이 새로 서면 반드시 우리나라에 사신을 보내줄 것을 청하는데, 사신이 그 나라에 도착하게 되면 여러 섬에 내려 보내는 때문에 “조선에서 조공을 바치러 들어온다.”고 하기에 국가가 욕을 보는 것이 막심하였다. 그러나 사명을 받들고 간 사람은 번번이 일이 생길까 두려워서 그대로 두고 못들은 체하기 일쑤였다. p.27  

 

아, 정말 이랬네? 좀 놀랍니다. 하지만 뒤쪽에는 더 심한 일례도 있네요.

 

사배례를 행한 것에 대하여 조엄은 “사배례가 어느 때에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로 한심하였다.”고 분노하였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예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상 사배례는 복종을 서약하는 조공의 의식이고 일본과 조선이 항례를 한다면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형식적이긴 하지만 일본의 최고위에는 천황이 있고 쇼군은 그 임명을 받는 자의 입장이었다. 사신들은 ‘군주도 아니고 신하도 아닌’ 쇼군의 지위에 대하여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고 양측의 전례에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양국의 정치적 형식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pp.55~56

 

이런 식으로 이 책은 조선통신사에 대한 의식 차이를 이야기해줍니다. 물론, 『리큐에게 물어라』의 챕터 ‘조선관백’의 경우엔, 그 시대적 배경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인 선조 시대이고, 이 책 『통신사, 동아시아를 잇다』는 영조시대 무진통신사, 계미통신사의 이야기로 시기적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라던가, 또 임진왜란을 끼고 미묘하게 변한 양국의 갈등을 보는 재미가 있네요.

 

그밖에도 일본의 당시 선진문명(오랑캐가 이렇게 잘 살다니! 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크크)이라던가, 깔끔한 음식 등에 대한 칭찬도 잇따릅니다. 특히 재미났던 것은 에도의 전경 묘사인데요, 우리가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는 “이건 피라미드만큼 신기해”라고 생각하게 되는 자로 잰 듯한 사각형 구획 구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에도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치하는 모습도 나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을 겪은 후라서, 또 영조 자체가 워낙에 사치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꽤나 깔끔한 이미지였는데, 일본은 화려해서 놀라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는 모습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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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가 이렇듯 조선통신사에 대한 이야기라면 후반부는 북학파의 이야기입니다. 학교에 다닐 때에 지치도록 외웠던 반청북벌이니, 박제가니, 백탑파니 하는 이야기를 보자니 빙그레 미소가 지어집니다. 또 이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소설이 있죠. 바로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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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화광인』이 모두 최근 전자책으로 나왔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죠. (후후) 이 소설을 읽은 분들이라면 아마도, 이 책 『통신사, 동아시아를 잇다』의 후반부가 전혀 다르게 와닿지 않으실는지 싶네요.

 

 

사진과 함께 보는 리뷰 : http://cameraian.blog.me/15019054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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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 나오면 기분이 좋습니다.

4월 만우절-_-에 나온 신간은 조금 무섭지만

뭐 우주여행 추천도 아니니까 뭐 참아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주섬주섬 담은 책들을 살펴보니

이런 하나같이 듣보잡입니다.

 

흐음.

 

 일단 웅진에서 나온 멸화입니다.

이 책의 작가와는 안면이 좀 있어서 (;;;) 예전에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나는 작가다" 할 때에 연재됐던 소설인데요,

아주 재밌어서 계속 출간만 기다렸습니다.

 

저는 그 사이 자그마치 이 소설을 세 번을 읽었고,

작가도 만나 친해지고 (소설이 잼나면 그러고 싶은 마음 다들 알 거 ;;;) 그랬는데요,

자그마치 작가가 4년동안 책을 썼기 때문이라는 이런 막되먹은 제작기간... 쿨럭

아무튼 그랬습니다.

그래서 주섬주섬 사서 

욜나게 사인받았습니다.

20년 후에 비싸질 거야. ㅋㅋㅋ (:p)

 

 

 

 

 

이 책은 전혀 예상치 못한 ;;; 마지막의 눈물 한 방울이 있었습니다.

사실 일본 드라마가 나왔다지만 관심이 없어 안 봤는데 (-_-;)

뜻밖에 굉장히 따뜻하고 좋더군요.

 

요즘같이 나른한 봄날,

벚꽃 아래서 보기에 좋은 책이더라는.

 

특히 마지막 책을 덮기 직전 저도 모르게 갑자기 흐른 눈물 한 방울은... 아 정말 당황.

(거기 사람 많은 커피숍이었다 ㄱㅡ;;;;)

 

 

 

 

벚꽃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책도 한 권 나왔습니다.

 

 

 

 

기타모리 고의 신작입니다.

만쉐이!!

뭐 표지부터 봄이죠, 봄!!

 

벚꽃 흩날리는 밤이라니... 그냥 기대가 막 됩니다. 두근두근.

저는 아래의 책을 2년 전? 3년 전(언제죠? 아시는 분 있을텐데 ;;;) 읽고 완전히 반했더랬습니다.

그러고는 속편을 계속 기다렸죠.

 

 

 

 

 

 

 

 

아, 정말이지... 이런 느낌 너무 좋아요.

뭣보다 이 책은 정말 디자인이 예뻤습니다.

저 겉의 표지를 벗기면 속 표지가 너무나 멋져요.

정말, 제대로, 겉표지와 속표지가 어우러진다고.

그러니 당연히 전편 후편 모두 집에 꽂아둘 수 밖에 없... (--;;)

 

 

 

 

 

 

 

 

 

 

다음은 츠지무라 미즈키의 나의 계량스푼(아까부터 뭔가 미묘하게 작자 이름을 다 틀리고 있는 것 같아 ㅎㄷㄷ합니다. 미츠키 미즈키 츠지무라 츠치무라 기타모리 고 가타모리 고 기타무라 고 ... ... 막 이럼. ㅎㄷㄷ )

 

아무튼 츠지무라 미즈키는 뭐, 말이 필요 없는 작가죠.

지금까지 낸 많은 작품이 있는데요,

저는 그 중에서 특히 츠나구에서 굉장히 큰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저 "멋지다!"라는 단 한 마디로 표현이 완벽하게 정리되는 책이죠.

안 읽으신 분 계시면, 꼭 보세요.

저도 예전에 알고 지내는 번역가 김은모의 추천으로 읽었었는데,

"와 너 제대로 추천했다."

하고 보고 나서 무척이나 감탄했던 기억이.

 

이후 츠지무라 미즈키의 책을 꽤 많이 모았다가,

작년인가 재작년 책장 여덟 개가 가득 차서 옆에 너무 많이 쌓다 보니

남 다 줘버렸습니다.

지금은 몇 권이나 있더라... 한 두세 권밖에 안 모아놨네요.

 

 

 

 

그 상황에서 나의 계량스푼.

표지도 뭔가 봄스러운 것이,

재미나게 읽어야쓰것습니다요.

 

 

 

 다음은 다카기 아키미쓰의 파계재판입니다.

놀랍게도 저는 국내 출간된 다카기 아키미쓰의 장편을 모두 읽고 소장했었더군요.

(그래봤자 세 권이지만 ;; )

 

사실 문신살인사건과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는 그냥 덤덤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제가 두 책이 별로였던 이야기는 이야기의 서사 구조가 "이 사람은 뭔가 장면 한정이 좋을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는데,

파계재판이 그 컨셉에 꽤나 부합되지 않는가,

책 소개만 보고 생각했다고나.

그러니 슝슝 리스트 넣어보고~ 또 이렇게 다카기 아키미쓰 보고~

 

 

 

 

 

다음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책은 바로 이 책,

레이먼드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입니다.

일단 이 책은 현재 이벤트를 슝슝 하고 있고,

컨텐츠도 워낙 흥미롭고...

(뭔가 전 보는 순간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생각나던데)

그래서 슉~ 해버렸죠.

 

 

 

 

 

 

 

 

 

뭔가 목차만으로 봤을 때 느낌이 딱 이렇더군요.

그리고 전 이 유혹하는 글쓰기 보고 울었거든요.

아니 무슨,

작법서에 감동이 있어? (;;;;) 

 

또 이 책을 사는 다른 이유는 바로 이 책 때문에.  

 

 

 

 

 

 

 

 

 

 

 이건 작법서는 아닌데 (ㅋㅋㅋ;;;)

보다 보면 뭔가 뭉클한 게 비슷합니다.

때문에 레이먼드 챈들러가 오면 같이 꽂을 예정!

슝슝!

 

사실 이보다 더 많은 책을 지르고

또 모으고 있긴 합니다만 다 말하다가는 하루가 사라져버리고도 부족해서 ㅠㅠ

참기로 합니다.

 

 

 

 

 

 

 

 

이밖에 만화 우주형제, 빌리배트 등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밖에 소설들은 옆에 쌓여 있는 것만... 크악! 너무 많아!

그럼 슝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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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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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반려동물이란 이름이 없었습니다.

​애완동물, 애완견 같은 말을 썼었죠. 그리고 그 때에 저는 몇 마리인가 동물을 키웠더랬습니다. 첫 번째 키웠던 아이는... ... 이름이 기억 안 날 정도로 짧은 시간동안 집을 거쳐 갔고(하루 있다 딴 집 감) 두 번째 키웠던 아이는 “핑”이란 이름의 치와와 잡종, 그리고 세 번째 키운 아이는 마르티스였나...(?) 아무튼, “초롱이”. 초롱이는 중학교 때 하교하다가 비틀거리며 걷던 아이를 놀라 아버지와 함께 데려왔었습니다. 동물병원에 갔더니 감기가 심하게 들어 죽을 거라고(-_-) 했는데, 아버지께서 “흥 그까짓 거” 하고는 약국에서 감기약과 주사 앰플 등을 구입하셔서(당시엔 이런 걸 약국에서 그냥 팔았습니다) 맞춰서 일주일 만에 기적적으로 살려냈습니다. 이후 초롱이는 한 달쯤 살다가 다른 집으로 보내고, 핑 역시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이사하는 날 개털 알러지가 있었던 아주머니가 집 청소를 하다가 쓰러지셨다. 그걸 본 엄마가 비명을 지르며 핑을 다른 집에 보냈다...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뻥이었다. 나하고 동생이 지랄할까봐 거짓말했다고 20년 후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분위기로 밝혔다.) 다른 집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오랜만에, 저희 집에 개 한 마리가 왔습니다. “몽”이라는 녀석입니다. 토이푸들입니다만, 하도 잘 먹어서 덩치가 산만합니다. 이 녀석 역시 다른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참 구질구질한 사연이 있습니다. 처음 왔을 때에 피부병이 심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집에서 키우려다가 우리 집에 슝~ 넘겨서 키우게 됐죠. 첫 인상은 비실이였습니다. 발 근처로 와서 낑낑거리더니 “끙차” 소리가 날 정도로 힘든 포즈로 앞발을 다리에 대고 “나 무릎살이 시켜줘.”라고 절 쳐다보더군요. 대체 이 자식은 뭘 믿고 이리 초면에 까부나... 하면서도 일단 무릎살이를 시켰는데 아, 이런!

 

따뜻하더군요.

 

그리고 저는 그 따뜻함에서 생명을 느꼈습니다.

 

이후 몽이는 중간에 엄마가 키우기 싫다며(-_-) 딴 집에 준다고 난리를 치더니만, 결국 이집 저집을 떠돌다 3개월만에 다시 왔습니다. (다른 집에서 피부병이 싫은지 다 돌려보냄.) 희한한 것이, 이후 몽이는 피부병이 싹 낫더니 아주 잘 자라고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잘 먹어서 가끔 토사광란을 일으키는, 이제 곧 3살입니다. 지금은 엄마와 함께 뒷산 산책을 다녀와 목욕 후, 그 성질을 다스리지 못해(나 닮았음. 성질 나쁜 거.-_-) 등 뒤에서 발소리마저 귀여운 통통 소리를 내며 걷는지 뛰는지 모를 속도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 자식아 좀 조용히 좀 있어봐. 아래층에서 올라오겠다.)

 

저는 이 녀석의 뛰는 모습, 노는 모습을 보며 가끔 생각합니다.

 

‘이 녀석은 나보다 덜 살겠지. 분명 나는 이 녀석이 죽는 걸 언젠가 보게 되겠지. 그럼 나는, 어떻게 될까.’

 

실제로, 최근 몽이는 심하게 아팠습니다. 거의 일주일동안 잘 먹지도 못하고 토하고 설사하고를 반복해서 집안 식구들이 새파랗게 질려 전전긍긍했었습니다. 그 때 저는 밤에 몽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시 울었습니다. 속삭였습니다.

 

“아프지 마라. 그저 곁에 있어줘.”

 

다행히 지금은 멀쩡해졌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이때의 기억이 자꾸만 아른거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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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있어요?”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은 식당을 차린 여자, 그 식당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와 고양이의 이야기. 따뜻한 봄날에 어울리는 마음 따뜻한 소설입니다. 음식의 맛이 있고, 사람의 온기가 있고, 꽃의 향기가 오감을 자극하는 페이지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고양이라는 동물의 체온을 통해 제 6감이라고 할 수 있을 情이 있습니다. 때문에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을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저도 모르게 포스트잇을 붙여서 “아아, 그런 때도 있었을 거야.”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부분은 제가 바리스타로 일할 때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특히 오늘 읽은 부분은 제가 예전에 일했던 에스프레소 1온스, 현재는 에스프레소 진으로 이름이 바뀐 장충동 카페 주인언니를 무척이나 상기시켜, 페이지 몇 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카톡으로 그 페이지와 책 표지를 주인언니한테 보내줬죠.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읽다 보면 누군가 생각나는 책, 오랜 안부를 묻고 싶은 책, 그리하여 “잘 살고 있어요?” 하고 확인하고 싶은 그런 책.

 

왜냐하면, 삶은 지금 이 순간 지속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 순간은, 아주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사라져버리니까요.

 

그리하여 저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또르르 눈물 한 방울을 흘렸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농담에 그저 감동을 받아서, 이 삶이 얼마나 행복한가 스스로에게 물으며,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 그 느낌을 되새기며.

 

책을 덮고 카페를 나섰습니다. 밖은 어느덧 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제 가슴에도 꽃이 피었음을 알았습니다.

 

 

“음식은 말이지, 몇 시간, 몇 분, 이렇게 시간만 정확하게 잰다고 해서 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야. 큰 술, 작은 술 하는 것도 그저 어림치일 뿐이고. 자기 눈으로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면서 오감으로 만드는 거야. 재료 앞에서, 나는 이것들로 뭘 만들고 싶은가, 어떤 식으로 만들고 싶은가를 늘 생각해야 해. 이것저것 욕심만 부리면 안 된다는 거지.” p.22

 

 

면접 전에 아키코는 그녀들의 이력서를 보지 않았다. 사람을 뽑을 때, 이력서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판사를 다니던 시절, 사원을 채용하면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참고하기는 했지만 입사시험에 합격해 들어온 사람들 모두가 우수한 것은 아니었다. 저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회사의 역할이지만, 그 전에 인간으로서 문제가 있는 사원도 많았다.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부터 남을 헐뜯는 사람, 자신의 권리는 주장하면서 의무는 다하지 않는 사람, 부하 직원에게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윗사람에게는 아첨을 떠는 상사까지. 다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 들어온 사람들이었지만, 한숨이 나왔다. p.39

 

 

타로는 기쁨의 절정에 올라 콧구멍까지 벌름거린다. 그 후로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줄곧 아키코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같이 침대에 들어간다. 잠자리에서 팔베개를 해주면 타로는 가장 행복해한다. p.74

 

 

“내가 여태 이런 걸 입고 살았단 말이야?”

마른 빨래를 거둬들일 때, 한 장 한 장 펼쳐서 꼼꼼히 보고 개킨 것이 아니라 미처 몰랐다. 구멍이 뚫렸거나 찢어져 있었으면 금방 알았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낡은 것이라 눈치 채지 못하고 그냥 접어 넣은 것이다. 젊었을 때에 비하면 자잘한 부분이 잘 안 보이는 탓도 있었다. p.149

 

 

 

전철은 아키코에게 특별한 장소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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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당하고 싶은 여자
우타노 쇼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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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괴 및 납치 미스터리가 어떤 거야? 라고 궁금해하는 일반인들이 첫 책으로 고르기 좋습니다. 오덕들은 기대치를 내려놓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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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당하고 싶은 여자
우타노 쇼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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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괴·납치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합니다. 유괴·납치 미스터리, 하나의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작품이 나왔습니다. 생각 난 김에 집에 있는 납치 미스터리 책을 대충 훑어 꺼내봤더니 이렇더군요.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은 최근 기회가 닿아 1권부터 다시 읽고 있습니다. 음, 오랜만에 읽으니 좋네요. 여러모로 영감을 받습니다. 이 중 납치 미스터리에 들어갈 작품은 「흑수단」입니다. 흑수단에 대해 란포는 스스로 “실망했다”는 표현을 적습니다. 실제로 지금 보기엔 유치한 점이 꽤 있습니다만, 란포식의 미스터리 풀이가 있으므로 볼 만합니다.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최근 주변 작가가 극찬을 하기에 읽었는데, 단번에 읽히는 흡입력이 아주 좋은 소설이더군요. 한 줄로 설명하자면, ‘해리 쿼버트’라고 하는 유명한 소설가의 정원에서 오래 전 행방불명되었던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그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친다는 내용입니다. 반 정도 읽고 나면 대충 범인이 누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짐작할 수 있습니다만, 워낙 책이 흡입력이 좋기에 그런 걸 다 알더라도 뒤를 읽게 됩니다. 또한 저는, 이 책을 읽고 나니 지금 제가 쓰는 소설의 문제점이 파악되어서 “아, 망했어. 망크리.”라고 말하고는 일단 덮기로 했다고. 십 년째 쓰고 있는 소설인데 결국 이번에도 다음으로 넘기기로.

『이제 유괴따위 안 해』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코지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역시나, 구수한 입담으로 독특한 ‘유괴’를 끌어가는데요... ... 제가 중간에 보다가 그냥 두고 응? 잊고 있었네? 하고 있었으므로 지금 찾은 김에 읽어봐야겠다고 생각 중. 『저물어 가는 여름』은 작년 『64』와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었습니다. 당시 영화도 한 편 나왔었죠? 뭐였더라. 것도 유괴였던 거 같은데 제목을 잊었네요. 그래서 세 편을 모두 비교해 봐야지... ... 라고 생각만 하다 보니 결국 『64』만 읽었으므로, 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저물어 가는 여름』을 봐야겠다고 생각 중입니다. (그러고 보니 『64』는 어디 갔나. 내가 이걸 누굴 줬나.)

『조화의 꿀』은 단편 「회귀천 정사」 및 그 시리즈로 유명한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입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이 작품은 렌조 미키히코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에서 체크할 만한 작품이죠.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최근 뒤지고 뒤져서 「회귀천 정사」가 최초로 번역되어 나왔던(제가 알기로는 「돌아오지 않는 정사」를 찾아 행복하다고나. 기억하시는 분들 몇 분은 계시겠거니.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단편집 『빨간 고양이』 말이에요. 아, 이걸 드디어 샀네. 흡족흡족.

위의 사진에서 없는 작품이 있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게임의 이름은 유괴』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우타노 쇼고의 납치 미스터리 『납치 당하고 싶은 여자』는 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과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두 작품은 유괴와 납치, 다르면서도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범죄를 ‘게임’이라고 본문 안에서 직접적으로 칭한다는 점에서도 닮은 꼴이며, 납치당하는 당사자가 ‘아름다운 여자’라는 점에서도, 또 그 풀이하는 과정(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군요) 역시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게임의 이름은 유괴』를 읽은 분이라면 꼭 한 번 우타노 쇼고의 『납치 당하고 싶은 여자』도 보시고 비교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타노 쇼고의 초기 미스터리인 만큼 상당히 풋풋함이 가득차 있어서(이런 때도 있었어, 이 아저씨가.) 여러모로 웃게 되는 장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묘사에서는 얼핏, 같은 시기에 출간되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변영주 감독이 만들었던 영화 화차의 한 장면)도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모로 여러가지를 비교해 보면 재미날 법한 작품이라는 말씀. 그렇다면 간단하게 이야기의 줄거리를 따져봅시다……라고 말할 시점인데 이번엔 그런 거 패스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냥 첫 시작 문장으로 줄거리를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그 첫 문장이 뭐냐고요?

“저를 납치해 주세요.”

오호라. 너무나 간단하죠? 이게 프롤로그의 시작입니다. 대충 위장 미스터리인가보다 보다 보다……눈치 빠른 독자들은 여기서 다 알아버리죠. 자, 그렇다면 다음 장으로 넘겨 봅니다. 이 다음 장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당신 아내를 데리고 있다.”

우리는 이 두 문장만으로 이 이야기를 모두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한 남자의 아내를 위장으로 납치하는 이야기.”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러한 단 한 줄의 표현에서 어긋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되 아주 약간씩 비틀며 우타노 쇼고답지 않게 귀여운 모습을 보입니다. 후에 보였던 강렬함이나 끔찍함을 연상한다면 이때의 우타노 쇼고는 참 귀엽습니다. 그런 고로 납치 및 유괴 미스터리를 이 기회에 한 번 섭렵해보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혹은 이 기회에 납치 및 유괴 미스터리에 발을 들여볼까 생각하신다면, 이 작품으로 시작해도 좋겠다는 말씀. 그 다음으로는 『게임의 이름은 유괴』와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읽고 나서 "이 정도면 새로운 걸 익혀도 되겠어"라는 생각이 들면 『이제 유괴따위 안 해』로 가볍게 코지를 익히고, 다음으로 렌조 미키히코의 고풍스러움이 탐나는 『조화의 꿀』, 그 다음으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면서 『저물어 가는 여름』과 요코야마 히데오의 인생의 역작 『64』를 읽으면 좋겠다는 거. 그러고 나면 이제 란포로 가는 거죠. 란포 전단편집을 읽으면서... ... 응? 끝이 안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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