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당하고 싶은 여자
우타노 쇼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오늘은 유괴·납치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합니다. 유괴·납치 미스터리, 하나의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작품이 나왔습니다. 생각 난 김에 집에 있는 납치 미스터리 책을 대충 훑어 꺼내봤더니 이렇더군요.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은 최근 기회가 닿아 1권부터 다시 읽고 있습니다. , 오랜만에 읽으니 좋네요. 여러모로 영감을 받습니다. 이 중 납치 미스터리에 들어갈 작품은 흑수단입니다. 흑수단에 대해 란포는 스스로 실망했다는 표현을 적습니다. 실제로 지금 보기엔 유치한 점이 꽤 있습니다만, 란포식의 미스터리 풀이가 있으므로 볼 만합니다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최근 주변 작가가 극찬을 하기에 읽었는데, 단번에 읽히는 흡입력이 아주 좋은 소설이더군요. 한 줄로 설명하자면, ‘해리 쿼버트라고 하는 유명한 소설가의 정원에서 오래 전 행방불명되었던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그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친다는 내용입니다. 반 정도 읽고 나면 대충 범인이 누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짐작할 수 있습니다만, 워낙 책이 흡입력이 좋기에 그런 걸 다 알더라도 뒤를 읽게 됩니다. 또한 저는, 이 책을 읽고 나니 지금 제가 쓰는 소설의 문제점이 파악되어서 , 망했어. 망크리.”라고 말하고는 일단 덮기로 했다고. 십 년째 쓰고 있는 소설인데 결국 이번에도 다음으로 넘기기로.

이제 유괴따위 안 해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코지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역시나, 구수한 입담으로 독특한 유괴를 끌어가는데요... ... 제가 중간에 보다가 그냥 두고 응? 잊고 있었네? 하고 있었으므로 지금 찾은 김에 읽어봐야겠다고 생각 중. 저물어 가는 여름은 작년 64와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었습니다. 당시 영화도 한 편 나왔었죠? 뭐였더라. 것도 유괴였던 거 같은데 제목을 잊었네요. 그래서 세 편을 모두 비교해 봐야지... ... 라고 생각만 하다 보니 결국 64만 읽었으므로, 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저물어 가는 여름을 봐야겠다고 생각 중입니다. (그러고 보니 64는 어디 갔나. 내가 이걸 누굴 줬나.)

조화의 꿀은 단편 회귀천 정사및 그 시리즈로 유명한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입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이 작품은 렌조 미키히코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에서 체크할 만한 작품이죠.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최근 뒤지고 뒤져서 회귀천 정사가 최초로 번역되어 나왔던(제가 알기로는 돌아오지 않는 정사를 찾아 행복하다고나. 기억하시는 분들 몇 분은 계시겠거니.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단편집 빨간 고양이말이에요. , 이걸 드디어 샀네. 흡족흡족.

위의 사진에서 없는 작품이 있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게임의 이름은 유괴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우타노 쇼고의 납치 미스터리 납치 당하고 싶은 여자는 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과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두 작품은 유괴와 납치, 다르면서도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범죄를 게임이라고 본문 안에서 직접적으로 칭한다는 점에서도 닮은 꼴이며, 납치당하는 당사자가 아름다운 여자라는 점에서도, 또 그 풀이하는 과정(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군요) 역시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게임의 이름은 유괴를 읽은 분이라면 꼭 한 번 우타노 쇼고의 납치 당하고 싶은 여자도 보시고 비교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타노 쇼고의 초기 미스터리인 만큼 상당히 풋풋함이 가득차 있어서(이런 때도 있었어, 이 아저씨가.) 여러모로 웃게 되는 장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묘사에서는 얼핏, 같은 시기에 출간되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변영주 감독이 만들었던 영화 화차의 한 장면)도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모로 여러가지를 비교해 보면 재미날 법한 작품이라는 말씀. 그렇다면 간단하게 이야기의 줄거리를 따져봅시다……라고 말할 시점인데 이번엔 그런 거 패스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냥 첫 시작 문장으로 줄거리를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그 첫 문장이 뭐냐고요?

저를 납치해 주세요.”

오호라. 너무나 간단하죠? 이게 프롤로그의 시작입니다. 대충 위장 미스터리인가보다 보다 보다……눈치 빠른 독자들은 여기서 다 알아버리죠. , 그렇다면 다음 장으로 넘겨 봅니다. 이 다음 장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당신 아내를 데리고 있다.”

우리는 이 두 문장만으로 이 이야기를 모두 짐작할 수 있습니다.

, “한 남자의 아내를 위장으로 납치하는 이야기.”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러한 단 한 줄의 표현에서 어긋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되 아주 약간씩 비틀며 우타노 쇼고답지 않게 귀여운 모습을 보입니다. 후에 보였던 강렬함이나 끔찍함을 연상한다면 이때의 우타노 쇼고는 참 귀엽습니다. 그런 고로 납치 및 유괴 미스터리를 이 기회에 한 번 섭렵해보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혹은 이 기회에 납치 및 유괴 미스터리에 발을 들여볼까 생각하신다면, 이 작품으로 시작해도 좋겠다는 말씀. 그 다음으로는 게임의 이름은 유괴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읽고 나서 "이 정도면 새로운 걸 익혀도 되겠어"라는 생각이 들면 이제 유괴따위 안 해』로 가볍게 코지를 익히고, 다음으로 렌조 미키히코의 고풍스러움이 탐나는 조화의 꿀』, 그 다음으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면서 저물어 가는 여름과 요코야마 히데오의 인생의 역작 64』를 읽으면 좋겠다는 거. 그러고 나면 이제 란포로 가는 거죠. 란포 전단편집을 읽으면서... ... 응? 끝이 안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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