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밀란 쿤데라 전집 10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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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 구름 잡는 이야기

L'ignorance

저는 김영하 씨의 소설 중에서 유독 '아랑은 왜'를 좋아합니다. 김영하 씨와의 사연은 워낙 깊은 관계로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고.

아랑은 왜  http://cameraian.blog.me/130091781032 

와 정말 어마어마하게 깊은 사연이죠? (너네들 안 읽으면 백퍼센트 후회하세요, 난 경고했다.)  물론 저런 사연 딱 하나 때문에 김영하 씨를, '아랑은 왜'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이 책, 서두부터 끌렸습니다.

아랑은 나비가 되었다고 한다. 나비. 어떤 나비들은 아주 멀리 날아간다. 우리나라에도 서식하는 작은멋쟁이나비의 경우만 봐도, 봄에 북아프리카를 떠나 여름까지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아이슬란드에 도착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대서양 연안을 따라 모리타니, 기니, 가봉, 콩고, 앙골라 등을 거쳐 희망봉까지 이동하는 것도 있다 한다. (후략) p. 7

보시다시피 소설은 나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됩니다. 이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랑전설의 사전적 정의, 한국구전설화 등에서 모은 자료 등을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밀란 쿤데라의 향수 역시 그렇습니다. 2장에서 향수에 대한 정의와 신화를 이야기합니다.

그리스어로 귀환은 '노스토스(nostos)'다 그리스어로 '알고스(algos)'는 괴로움을 뜻한다. 노스토스와 알고스의 합성어인 '노스탈지' 즉 향수란, 돌아가고자 하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서 비롯된 괴로움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개념을 나타내기 위해 대다수의 유럽인들은 그리스어에 기원을 둔 단어(프랑스어의 '노스탈지(nostalgie)', 이태리어의 '노스탈지아(nostalgia)')나 민족어에 기원을 둔 다른 단어들(스페인어의 '아뇨란자(anoranza)'나 포르투갈어의 '사우다데(saudade)'등)을 쓴다. 각 언어에서 이 말들은 서로 다른 느낌을 지닌다. 대개 이 말들은 고향에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생긴 슬픔만을 의미할 뿐이다. 향수병. 고향병. 영어로 '홈식니스(homesickness)'나 독일어의 '하임베(Heimweh)' 또는 네덜란드어의 '하임베(heimwee)'는 모두 고향에 대한 향수로 생긴 병을 뜻한다 . (후략) p.10

연이어 밀란 쿤데라는 오디세이Odyssey를 이야기합니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에 돌아오고 난 후 그가 겪었을 향수는 무엇인가, 돌아온 존재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넌지시 들려주며 이 이야기 속 등장할 남녀들이 각기 오디세우스와 칼립소, 페넬로페, 그리고 숨겨진 인물인 유모 유레클레이아와 같을 것이라 암시합니다. 오디세우스는 향수병에 걸리지 않은 귀환자요, 칼립소는 이국에서 오디세우스가 사랑했던 여자이고, 페넬로페는 고향에 두고 떠난 여인입니다. 그리고 유모 유레클레이아는 오디세우스가 귀환한 직후, 가장 먼저 그를 알아본 여인입니다. 밀란 쿤데라의 향수 속 인물들은 저들과 꼭 닮았습니다. a b c d 네 명의 인물, 망명, 귀환. 체제 안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인간들은 체제가 무너지며 선택을 하고 제각기 다른 미래를 가다... ... 서로를 다시 만났습니다. a는 딱히 귀환을 원치 않습니다. a가 갖는 향수는 고국이 아닌 현재 있는 '이곳'입니다. 사랑하는 여자가 죽은 '그곳'입니다. b는 어린 시절의 향수에 빠져 있습니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의 텅 빈 귀를 되새깁니다. c는 '이곳'에서 살아남은 인물입니다. 자신에게 돌아온-혹은 우연히 c의 손에 걸려든- 누군가를 탐욕스럽게 먹어치웁니다. 본래 자신의 것이었다는 듯 만들어버리고 마지막으로 d는... ...오디세우스를 알아보지만 오디세우스가 자신을 모른다는 사실에 상처받습니다. 이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우리의 곁에서 언제든지 있을 수 있으며 동시에 있을 수 없는 이 모든 일들이 밀란 쿤데라의 소설 향수 속에서 동시에 일어납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손에 잡히지 않을 듯 무거운 그리움을 몸소 깨우치면서 동시에 도대체 이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 막연히 느낍니다. 결코 한 마디로 정의되지 않을, 마치 뜬구름을 잡는 듯한 이 이야기... ... 이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모든 것들에 대한 기이한 향수L'ignorance일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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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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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등학교 때 일 년정도 연극반 활동을 했었습니다. 어렸을 때 일본 만화 '유리가면'을 너무 감명깊게 읽고 나서 연극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때문에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연극반에 들어가기로 생각하였고, 마침 같은 중학교를 나온 친구가 연극반에 들어갔다는 말에 수줍게(수줍었던 거야, 그거) "저기, 나도... ..."라고 말하며 연극반을 찾아갔습니다. 그리하여 시작한 연극반 활동은 굉장히 힘이 들었지만. 다른 의미로 굉장했습니다. 이런 세상도 존재했구나, 다른 아이들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같은 묘한 깨달음을 얻었달까요. 또,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괴담입니다. 제가 속한 연극반에만 내려오는 괴담. 저희가 연극을 했을 때엔 딱히 분장실이 따로 있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시청각실서 연극을 하고 나면 근처 과학실에서 분장을 지우곤 했었는데요, 그 곳에 옛날에 귀신이 나왔었다는 겁니다. 사연인즉하니,

 

몇 명의 연극반 아이들이 연극이 끝나고 분장을 지웁니다. 과학실서 세수를 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물소리가 들립니다. 아아, 어떤 게으름뱅이가 아직도 분장을 다 못 지웠나? 의아해하며 묻습니다.

"어서 나와, 뭐해! 문 잠근댔어!"

"응, 걱정말고 가! 나 다 씻고 문 잠그고 갈게!"

일상적인 대화를 끝내고 아이들은 친구를 혼자 두고 과학실을 나옵니다.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무슨 일이 있겠어? 라고 생각하여 1층까지 내려옵니다. 현관을 나서 기다리던 선배나 후배들과 합류합니다. "자, 가자! 뒷풀이다!" "떡볶이가 우릴 기다린다!" 하며 가려다가 마지막에 나온 아이가 "앗, 아직 안 나온 사람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네가 마지막이야.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요. 아까 분명 과학실에서 누가 얼굴을 닦고 있었는데요?"

아이는 의아해 하며 고개를 듭니다. 5층 꼭대기, 과학실을 바라봅니다. 불이 꺼져 있습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흐릿한 그림자조차 없고, 아이는 놀랍니다.

그렇다면 방금 전 그곳에 있었던 사람은 누구지?

... ... 모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갑니다.

 

또 다른 괴담은 직접 겪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연습을 끝내고 계단을 내려갑니다. 황혼이 질 무렵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둘렀습니다. 다들 학원이다 뭐다 바빴으니까요. 그리하여 3층 계단의 모퉁이를 돌아 내려가는데 왠 시커먼 사람이 계단 중간에 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놀라서 비명을 지릅니다.

"왜 그래?"

앞서 가던 선배들이 의아하다는 듯 묻습니다.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여는데 이상합니다. 층계참에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 갓을 쓰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그곳에 앉아 있었는데요.

"어서 와, 빨리!"

선배들의 말에 약간 얼굴이 굳어 내려갑니다.

"이상하다 거기 분명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

그러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 따라 말합니다.

"나도 봤어...!"

"나도, 나도!"

우리는 놀라 서로를 바라봅니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너도 봤어? 너도 봤어? 모두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도대체 그 남자는 누구였을까.

 

그 외에도 갑자기 열린 커튼, 자살한 여고생이 보인다는 옥상, 중학교에서 일어난 분신사바 악령퇴치 소동, 우리의 주변은 늘 불가사의한 일들 투성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연극 연습을 했고, 우정을 다졌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에겐 괴담이 필요합니다

괴이 +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어른이 되고 나서는 이런 괴담을 겪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머리가 굵어져서인가 봅니다. 때문에 우리는 괴담을 보려고 영화관도 가고, 도서관도 갑니다. 저 역시 이 책, '괴이'와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를 도서관서 먼저 만났더랬습니다. 첫 만남은... ... 끝내줬습니다.

 

괴이에는 제목처럼 괴이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묘한 것들이 잔뜩 나옵니다. '꿈속의 자살'에서는 기묘하게 죽은 남녀가, '그림자 감옥'에서는 수수께끼의 망령의 정체가, '이불방'에서는 잘 되는 장사집의 비밀이 밝혀지고, '매화 비가 내리다'에서는 아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야기합니다. '아다치 가의 도깨비'에서는 과연 도깨비란 무엇일까 그 정체를 생각케 하고, '여자의 머리'에서는 귀신도 나름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가을비 도깨비'와 '재티'는 사람의 마음 속에 숨은 말 그대로 심마心魔를 들여다 봅니다. 마지막 이야기 '바지락 무덤'은 이 으스스한 이야기를 모두 모아 또 하나의 미스테리를 숙제로 던져 줍니다. 우리는 그 숙제를 받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져 앞장을 넘깁니다. 많은 에피소드들 중 "아앗!"하고 소리를 치며 "이건 설마!"하고 말하게 됩니다. 이 중에서도 저는 특히 '아다치 가의 도깨비'를 좋아합니다. 175페이지에서 6페이지로 넘어가는 내용인데요, 자세히 인용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피하고 피하여 이 문장만 소개하기로 합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늘 등을 맞대고 있단다. 행복과 불행은 앞면과 뒷면 같으니까." p. 176

 

그밖에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 중 '매화 비가 내리다'는 같은 작가의 작품 '미인'을 떠올리게 하고, '아다치 가의 도깨비'는 최근 발간한 '안주'를 떠올리게 하니, 이 작품을 재미나게 읽었다면 두 단행본도 겪어보심이 좋을 듯합니다. (괴담에는 '읽다'보다는 '겪다'가 어울립니다, 안 그래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괴이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괴이에 말 그대로 괴이한 이야기가 가득하다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에는 한 명의 '탐정역'이 등장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기이해 보일 수 있으나 풀이 과정은 인간의 눈높이로 진행됩니다. 한쪽에만 잎이 난다는 '외잎갈대', 밤중에 길을 가는 누군가를 늘 쫓아가는 '배웅하는 등불', 낚시꾼에게 두고 가, 두고 가 라고 속삭이는 요괴가 산다는 '두고 가 해자', '잎이 지지 않는 모밀잣밤나무', 기묘하게 귓가에 울리는 '축제 음악', 거대한 발이 나타난다는 '발 씻는 저택',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꺼지지 않는 사방등'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속에 담겨 있습니다. 귀신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귀신이 아닌 괴담을 듣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한 명의 오캇피키 모시치를 통해서요. 특히 이 중 '두고 가 해자'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습니다. 누군가가 이승의 삶을 모두 산 이후, 남은 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살아가는 방식을 '두고 가 해자'는 보여줍니다.

 

그날 밤과 똑같이 속삭이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가 흔들린다. 어둠이 천천히 해자 위에 피어오르기 시작해 오시즈와 우오타로를 감싼다.

어디에선가 퐁 하고 물이 튀어오르는 소리가 났다.

여보.

오시즈는 가슴에 안은 아이를 살며시 흔들고 미소를 지으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이제 두려워하지 않겠어요.

버드나무 가지가 또 살랑살랑 소리를 냈다. 해자의 수면을 건너 온 바람이 오시즈와 우오타로의 뺨을 건드리며 조용히 지나갔다.

p.93

 

 

괴담의 존재의의를 생각해 봅니다. 오래 전부터 우리 곁에는 하나나 둘 쯤,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이 겪었던 괴담이 존재했습니다. 깊은 여름 밤, 라디오를 틀면 괴담이 나왔습니다. 독서실에서 워크맨에 이어폰을 꽂고 귀로 괴담을 들으며 수능공부를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무서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가 나오면 어둑한 독서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더랬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알았습니다. 아아, 너도 지금 나랑 같은 라디오를 듣고 있니? 그러면 우리는 마음이 놓였더랬습니다. 워크맨을 통해 거리는 떨어져 있지만 같은 것을 듣는 누군가가 이 어둠 속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그저 이곳에 존재한다고 느꼈더랬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에겐 괴담이 필요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깨닫도록,

이곳에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하여 괴담은 필요합니다.

 

 

우리,

얼굴과 얼굴을 맞댑시다.

촛불을 켜고,

 괴담을 읽읍시다.

마음 속 깊이 간직한 불안을,

괴담으로 풀어놓읍시다.

아아, 그 괴담. 나도 알아. 어마어마했지, 그렇지?

라고 이야기합시다.

 

꺄악!

 

비명을 지르며 가끔 서로를 껴안읍시다. (후후)

 

 

이 괴담들을 읽고 나서 관심이 생긴다면 흑백과 안주를 함께 읽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나오고 한참 후에 나온 미야베 미유키의 괴담집입니다. 이때의 이야기가 일곱 가지 비밀이었다면, 이번 책은 백물어, 백귀야행입니다. 백 가지 이야기가 쏟아져나옵니다.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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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디고
심우 / 자음과모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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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세상 복잡해졌습니다. 분명 십 년 전까지만해도 핸드폰 까짓 것 없어도 그만이었는데요. 또 그 십 년 전에는 "핸드폰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했었는데 지금은 이것 참, 없으면 못 살겠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I think, therefore I am

심우의 '디고'

 

 

오늘만 해도 저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맛퐁이로는 트위터를 켜서 가끔 혼잣말을 올리고, 동시에 여러분이 올린 덧글을 확인합니다. 워낙 맛퐁이가 구형이라서 사양이 딸려 요즘엔 덧글 달기가 버겁긴합니다만 일단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확인하고 나름의 재미난 답글을 달아 봅니다. 동시에 노트북을 펴고는 제 블로그에 접속하다가 도통 힘들어 이웃들 블로그에 차례로 접속해 음악을 틉니다. 삼성동 일대에 이웃들 블로그 bgm이 울려퍼집니다. 가끔 손님들이 "도대체 이건 무슨 곡인가요?"라고 물으면 "아 그 야리꾸리한 여자 목소리는 훙치뿡캭입니다."라던가 "아까 오페라 비스무리한 분위기는 유념무상요." 같은 묘한 말을 해주기도 합니다. 손님들은 "응?"같은 표정을 짓지만 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모르셨어요? 요즘 새로 나온 퓨전가수예요."같은 말을 합니다. (농담이에요.)

 

크레마crema도 들고 다닙니다. 얼마 전 개봉기에 올렸다시피 여러 소설들을 야금야금 다운받아 읽습니다. 특히 아잉 좋아하는 소설은 자음과모음에서 최근 출간된 소설 '디고'입니다. 자음과모음에서 나는 작가다 프로젝트로 연재할 때부터 무척 좋아한 작품입니다. 처음 이 연재작을 발견하고 읽었을 때엔 "지루해 보여... sf야..."이랬는데 왠걸,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뭘까요. 흡입력이 어마어마합니다. 저도 모르게 입을 떠억 벌리고 거대한 정보의 바다, 미래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미래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는 이미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그 모습을 엿봤습니다. 뭐 가장 유명한 것이라면 매트릭스겠지요? 저는 말이에요, 매트릭스 이전과 이후로 우리 안의 sf 영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여러분은 어떠실라나. 이 소설 속 세계관 역시 매트릭스의 세계관과 비슷합니다. 우리의 세계와 또다른 사이버 라이프, 두 개의 세계가 존재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안에서 우리라는 신체를 입고 살아가고, 사이버 라이프에서는 또다른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매트릭스의 세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분명 생활이나 사회 배경 등은 비슷한데 우리가 입은 신체는 고를 수 있습니다. 소피 마르소에 마릴린 몬로가 될 수 있어요, 오 예.

 

이렇듯 다른 신체를 입고 다니는 사이버 라이프, 헌데 이 미래의 세계 속 사이버 라이프에서 존재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닙니다. 리얼 라이프에 안드로이드가 있다면 사이버 라이프 속에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인간과 꼭 닮았으나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프로그램들. 프로그램들은 인간들과 대화를 제깍제깍 잘 나눕니다만 '정체성'이라는 것이 부족합니다. 거울 같은 존재예요. 또 마음 깊은 하트가 부족해요. 왜 있잖아요, 우리 블로그에서 누르는 '공감' 그게 부족하다니까요. 심~파시 엠~퍼시.

 

하지만 말이에요, 사람이 살다 보면 조금씩 자기 자신을 알아가듯 이들 프로그램도 스스로 나아갑니다. 살아집니다. 또 기억 속에서 자아정체성을 찾아가요. 단순한 digital mind였던 것이 digital ghost가 되어버리는 것이어요. 디마가 디고로. 요 제목으로 변해버리는 것이에요.

 

디고는 인간과 아주 비슷합니다. 하지만 달라요. 형체가 없어요. 우리처럼 신체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어요. 아, 그래요. 검색엔진 같은 거예요. 검색엔진은 우리가 노트북으로 접속하면 뿅뿅 보여요. 맛퐁이 속에도 있죠. 하지만 이것을 우리가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런 거예요, 디고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허상. 허상이지만 자신이 실존한다고 믿는 존재랄까요. 말 그대로 유령이에요. 그곳에 있지만 볼 수 없는. 인긴과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두려운 그런 존재요.

 

 

"헛것이 헛된 세상에서 나인 척하는데 헛된 세상의 헛것이 이곳으로 나온다 한들 무엇이 이상하리오. 다 인간의 업보일 따름이오, 업보." p.663

 

 

때문에 사람들은 이 디고가 두려웠어요. 디고가 인간을 해칠까 두려워졌어요. 그리하여 신이 자신이 닮은 형상을 만들고는 에덴에서 쫓아낸 것처럼, 인간들은 디마에서 디고로 변한 존재들을 사냥하기 시작했어요. 저승사자라는 묘한 인간들을 사이버 라이프에 집어넣고는, 디마인가 디고인가 가려내요. 고것이 바로 고스트 테스트예요.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프로그램은 죽어버리는 거예요. 삭제, 그 존재가 사라져버리죠. 오, 테러블. 이 무슨 피가 통하지 않는 죽음이란 말이야. 말이야. 말이야. 디마든 디고든 사랑받던 누군가의 소유물이었어요. 때문에 그들을 잃은 주인들은 많이 슬퍼해요. 소송도 걸고요. 싸움이 일어나요. 그리고... ... 살인사건이 일어났어요. 저승사자들이 죽기 시작하는 거예요. 한 명, 두 명, 세 명... ... 살해당해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도대체 누가, 저승사자들을 죽인 걸까... ...

 

그래서 두 명의 남녀가 이 사건을 파고듭니다. 두 남녀는 사이버 라이프와 리얼 라이프를 넘나들며 사건을 파고들고, 수사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도대체 무엇일까, 또 삶이란 무엇이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중얼중얼 계속해서 떠들어댑니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줘서 가끔은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울렁거리지만 마지막 장까지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돼요. 나는 어째서 나로 존재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나라고 인지할 수 있는 단서는 무엇일까.

 

이 책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담겨 있어요.

 

"기억은 언제든지 변합니다. 기억은 스스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외부에서 침입한 기억이 머릿속을 점령하기도 합니다. 일단 기억이 사고의 틀안에 들어오면 독재자가 됩니다. 자기 마음대로죠. 그러니 기억이란 게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억은 구속을 뜻합니다. 자기를 기억하고 자기만 바라봐달라는."  pp.593~4

 

 

아마도 당신은 이 책을 본다면,

그리고 이 서평을 다시 본다면,

내가 숨겨놓은 암호들을 발견한다면,

아마 좀 당황할지도 모르겠어요.

놀랄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나는 그런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이상 크레마로 본 디고의 후기였습니다. 더불어 크레마로 봤을 때의 생생한 체험담을 사진 몇 장으로 이어 붙입니다. 제가 개봉기를 얼마 전 올렸었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많은 장점들을 찾아냈습니다. (ㅎㄷㄷ) 완전 맘에 드는 것이 하나 있더라고요. 바로, 땡볕 아래서 너무나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

 

 

 

 

무보정한 사진입니다. 정말 저대로 보였습니다. 놀랐다고... 게다가 케이스까지 끼우고 다니니 완전 뽀대나더군요. ㅋㅋ 사람들이 막 "우와 저거 뭐지?" 같은 표정으로 저 쳐다보더군요. ㅋㅋㅋㅋ 씐나가지고 자랑하고, 우리 사장님이랑 사장님 부군께도 막 자랑하고...ㅋㅋㅋㅋ 저거 보고 다들 신기해가지고 "우와, 나도 줘봐!!"하고 막 땡볕 아래 비춰보고 깜놀했다고...ㅋㅋㅋㅋ 완전 맘에 듭니다. 저 기능.

 

앞으로도 라브라브해줄 거여요. 웃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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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케이지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2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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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짐승을 구분짓는 것은 무엇입니까.

지능입니까?

마음입니까?

저는 이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마음'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내 마음 속 새장에 당신을 가두었소

혼다 테쓰야의 소울 케이지

 

  

우리는 누구나 아주 사소한 잘못을 하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밤잠을 설치며 고민을 하게 하기도 하고, 어쩔 때엔 아무렇지 않게 잊어버립니다. 저는 아직도 가끔 한 가지 잘못을 떠올립니다. 군대에 간 누군가의 전화를 받았더랬습니다. 아주 친한 사람이었습니다. 만나자고 했는데 저는 너무 바빴습니다. 때문에 제대로 통화도 안 하고 되는대로 말했습니다.

 

"들어가야 한다, 꼭. 알았지?"

"응, 걱정 마. 이번엔 안 그래."

 

그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탈영했습니다. 저는 이후 그 사람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죽었거든요. 저는 이때의 전화가 죄책감으로 남았더랬습니다. 만약 내가 저 때에 전화를 받고, 만났다면, 사정을 듣고 다독였다면 그 사람은 지금도 잘 살고 있지 않았을까. 지금도 내 곁에서 아주 즐겁게, 아마도 결혼을 하여 아이도 낳고, 나는 돌잔치도 가고... ... 또 이런 상상도 합니다. 안 죽었어. 이 사람, 안 죽었어. 거짓말이야. 몰래카메라야. 내가 기억력이 나쁘니까, 뭔가 또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 참, 기쁩니다. 행복합니다.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물이 나면서도 잠시나마 기쁩니다.  저 말고도 이때의 그를 알았던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더군요. 다들, 이런 식으로 스스로의 마음 속에 그를 늘 떠올리고 있었더랬습니다.

 

"그 때, 내가 받아줬어야 했어." 라고.

  

 

사람들 틈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내 손을 꽉 잡은 손의 감촉. 무엇이 좋을지 메뉴를 내밀며 주고받던 눈길. '맛있네', '맛있어요' 하고 같은 음식을 맛보는 기쁨. 놀이공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지루함. 동물의 탈을 뒤집어쓴 사람과 찍은 기념사진. 전철 안의 잠든 얼굴. 등에서 느껴지는 묵직함. 어깨 너머로 들려오는 잠꼬대. 아빠!

가슴이 떨렸다. 나는 삶의 기쁨을 되찾았다.

이 아이에게 무엇을 더 해주면 좋을까.

날마다 행복한 고민을 했다.

돈 말고 더욱 소중한 것이 없을까. 어릴 때 내가 가지지 못했던 것 중에서 잊어버리고 살았던 무엇인가가 없을까.

삭막한 묘지처럼 보이던 회색빛 도시가 점차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하루라는 시간이 소중했다. 일주일이라는 단위가 그저 7일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휴일도 빈둥대며 보내지 않았다. 한 주를 마무리하며 포상을 주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한다는 명확한 구분을 지었다.

여름 더위에도 웃고 겨울 추위에도 웃었다. 자신이 새로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는 사실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벌만 받고는 살아가지 못한다. 용서받지 못할 죄만 안고 앞을 내딛는 데는 한계가 왔다.

나는 깨달았다. 아니, 기억을 끄집어냈다.

나에게 누군가가 의지하는 기쁨을, 나를 필요로 해주는 충실감을 온 몸으로 느꼈다.

더 이상 실패는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아이를 지키자. 이 아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해주자. 돈은 주지 못해서 가슴이 아프다. 돈을 댜신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몽땅 주리라.

그 대신 조금이면 된다. 아주 조금만, 이 죄 많은 남자에게 삶의 기쁨을 나누어주렴.

pp.178~9

 

 

이 책에는 한 아버지가 등장합니다. 이 아버지의 가슴 속에는 한 아들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아들입니다. 보이지 않는 아들입니다. 사랑합니다. 곱게 지켜주고픈 마음만 가득합니다. 아버지는 그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리하여 슬픔, 아픔, 분노, 희망, 모든 것이 가득한 결정을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자신의 마음 속 작은 새장 안에 아들에 대한 사랑, 죄책감, 의무감을 가득 담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아니, 죽어가는 걸까요. 결코 알고 싶지 않지만 우리의 삶은 언제나 죽음과 맞닿아 있으니까요. 지금 이 다음 순간, 죽어도 아무것도 이상할 것이 없으니까요.

 

이 책에는 형사가 등장합니다. 여자입니다. 자신때문에 '누군가가 죽었다'는 기억이 있는 형사입니다. 또 마음 속 깊이 상처가 있는 형사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어떻게든 표현하고,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마음 속 깊이 있는 상처가 과연 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두렵습니다. 때문에 형사는 마음 속 깊이 생각하고, 마음이 따르는 길을 봅니다. 그 길의 끝에는 늘 사건의 해답이 있습니다.

 

이 책에는 형사가 등장합니다. 언제나 차갑고 냉철한 사람입니다. 언제나 논리정연하고 맞는 말만 합니다. '이것이 옳다'는 신념을 결코 버리지 않습니다. 외곬에 옹고집이지만 형사는 늘 옳은 일만 하기 때문일까요, 결과 역시 옳은 것만을 보입니다. 증명합니다. 자신이 옳다는 것을, 앞으로도 이 마음을 지켜가겠다는 것을. 

 

 

문득 그날 밤 레이코의 입술이 떠올랐다.

자신의 철없는 질투심을 단 2초 만에 해소해준 그 부드러운 입술, 양 어깨에 걸쳤던 그녀의 손의 무게, 아련히 느꼈던 봉긋한 가슴, 은은한 머릿결 향기, 피부의 촉감, 감은 눈의 긴 속눈썹, 처음으로 가까이서 본 자그마한 귀, 하얀 목덜미.

그녀가 보인 행동은 어떤 의미였을까.

pp.306~7

 

 

이 책에는 형사가 등장합니다. 겁쟁이입니다. 사랑하는데 사랑한다고 말을 하지 못합니다. 사랑을 받으면서도 사랑을 의심합니다. 그토록 사랑한다고 표현을 해도, 자신의 입술에 닿은 따뜻한 온기를 의심합니다. 불안합니다. 자신이 너무나 부족해서 거절을 당할까 두렵습니다. 자신의 마음 속에 꽁꽁 숨습니다. 그런데 참 우스운 것은, 그 마음이 너무나 빤히 보입니다. 사랑하는 게 보여요. 그런데 왜 말을 못하나요. 기다리고 있는데. 안타깝습니다. 어떻게 좀 하세요.

 

이 책 소울케이지에는 수많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그 마음들 중 하나나 둘 쯤은 우리들 마음과 닮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마음을 들여다 보며, 함께 잠시나마 마음을 놓고, 조금은 위안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아니면 이왕 난 상처, 확 건드려서 생채기를 내서 펑펑 울고, 시원하게 풀어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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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다 알잖아요?"

"네?"

"알면서..."

"아, 아하하. 알죠, 알죠!(내가 대체 뭘 알더라?)"

 

 

제가 자주 나누는 대화입니다. 사실, 안다고 말은 하지만 모릅니다. 이것 참 묘한 일입니다. 저는 자주 오해를 받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 같고, 이해심이 많을 것 같으며, 처음 보는데도 호감이 가고, 어딘지 모르게 신용하고 의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또 눈치가 빠르다는 오해도 받고요. 사실 밝히자면, 저는 글 쓸 때엔 온 감각을 모두 동원하기 때문에 꽤 날카로워져서 많은 것을 스스로 깨닫지만, 사람의 마음은 잘 모릅니다. (괜히 반건조 건어물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야.) 때문에 대놓고 말해야 뭔가 이해를 합니다. 또 저런 오해를 받아서 그런가 비밀 이야기도 자주 들어요. 인생상담이나 연애상담을 많이 받고요. 하도 기억력이 나빠서 "듣고나서 잊어."라고 말하면 정말 잊어요. 심할 때엔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조차 까먹습니다. 음, 어쩌면 이걸 알고 다들 나한테 그런 이야길 하나. 아아, 어쩌면 이것 때문에 나한테 자주 저렇게 "알죠?" 라는 말을 하나? 내가 기억 못하는 뭔가가 있나?

 

어쨌든.

 

저는 이럴 때마다 진땀이 납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뭔가 알고 있지도, 왠지 모르게 이해심이 많지도, 호감을 원하지도, 또 신용할 만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끔 말하고 싶습니다. 저기 있잖아요... ...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있습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

 

 

 

탐정소설은 '말하지 않은 것'을 알아내는 과정입니다. 탐정들은 여러 단서들을 통해 범인의 행동과 동기를 읽어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범인을 잡을 수 있습니다. 수많은 단서들 중 옳은 단어를 고르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가 주변에 넘실거리거든요. 또 수많은 추리소설을 읽은 탐정들이라면 더더욱 곤란합니다.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아니, 이건 이런 트릭 아니야?" 같은 선입견이 생겨버려요.

 

이 소설 속 주인공들도 그렇습니다.

 

 

 

두 선배가 유치하게 구는 것도 당연하다. 야구부는 비록 성적은 안 좋을지언정 동아리 활동의 꽃으로 대우받는 데 비해 탐정부는 동아리방은커녕 예산조차 없는 비공식 단체이다. 두 동아리 사이에는 인기를 한몸에 받는 판다와 미확인 생물체만큼이나 큰 격차가 존재한다. 아니지, 어쩌면 판다와 판다 몸에 붙어사는 기생충 같은 관계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모일 곳이 없는 우리 탐정부가 남는 교실이나 연습실을 무단으로 빌려 쓰는 처지이다 보니, 야구부 그라운드는 이미 제집 앞마당처럼 뻔질나게 드나드는 장소이다. p.20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 의 주인공들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삼총사'는 도대체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건지, 탐정인 건지, 아니 이게 정말 탐정부이긴 한가? 만날 오코노미야키나 먹으러 다니니 오코노미야키 부는 아닌가? 아, 그러고 보니 야구장에 출몰해. 아하! 야구장 2군이구나! - 싶은 이들은 진짜로 탐정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마츄어 탐정이요.

 

보통 고등학생 아마츄어 탐정 하면 우리는 김전일과 남도일을 떠올릴 겁니다. 

 

이 두 탐정은 참 똑똑합니다. 아주 못 맞추는 게 없어요. 와, 대충 때려맞추면 다 맞아 뭐 이렇게 똑똑해? 이력을 봐도 어마어마합니다. 김전일은 그 대단한 더벅머리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의 손자랍니다. 아이큐는 180이래요. 명탐정 코난은 어떤가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세계적인 추리소설가와 유명배우입니다. 주변에 무슨 과학자도 살고요, 와 뭐 이따구야. 뭔가 현실감이 없습니다. 코이가쿠보가쿠엔의 탐정부 소년들은 다릅니다. 이 소년들은 참 단순해요. 도통 아는 게 없습니다. 추리소설은 꽤나 읽었는데 아는 체만 하지, 제대로 응용을 못해요. 오죽하면 이런 말을 들을까.

 

 

"헉, 왠일이니. 너희 아직 안 갔어?"

p.291

 

 

 

그런 이들 앞에 정말 살인사건이 터집니다. 

 

코이카쿠보가쿠엔 야구부에서 묘한 도난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럴 수가! 베이스가 사라졌습니다. 도루가 아니라, 정말로 베이스가 없어졌어요. "읭, 뭥미?"라고 생각하며 탐정부는 수사를 나서...ㄹ 리가 없고, 도둑으로 의심받습니다. "아구 억울해!" 하면서도 평소 이미지가 '야구 2군' 으로 매일 야구장에서 뒹굴거리니 뭐, 어쩔 수 없죠. 어쨌든 수사를 펼칩니다만 이런이런, 단서가 쉽게 잡히지가 않아요. 연이어 사건도 일어납니다. 도난사건정도가 아니에요. 살인사건이에요. 도둑맞은 베이스와 함께 살해당한 야구부 감독이 연습시합이 끝난 야구장, 백스크린 뒤에서 나타났어요. 시합이야 워낙 약체라서 그런가 보다 한다지만 살인사건은 그냥 넘길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하여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가 나섭니다. 대단한 추리...를 펼칩니다. (?)

 

과연 여러분은 이 사건의 진상을 풀 수 있을까요? 범인과 트릭을 알아맞출 수 있을까요? 전 맞췄는데, 과연?

여러분이 맞춘다면 말이에요,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너,

추리 소설 써라.

 

 

ㅡㅡb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 책은 시리즈입니다.

관심이 생겼다면 위의 책도 한 번 읽어보세요.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와는 전혀 다른 또다른 재미가 엄청납니다.

 

정말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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