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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디고
심우 / 자음과모음 / 2012년 9월
평점 :
참 세상 복잡해졌습니다. 분명 십 년 전까지만해도 핸드폰 까짓 것 없어도 그만이었는데요. 또 그 십 년 전에는 "핸드폰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했었는데 지금은 이것 참, 없으면 못 살겠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I think, therefore I am
심우의 '디고'
오늘만 해도 저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맛퐁이로는 트위터를 켜서 가끔 혼잣말을 올리고, 동시에 여러분이 올린 덧글을 확인합니다. 워낙 맛퐁이가 구형이라서 사양이 딸려 요즘엔 덧글 달기가 버겁긴합니다만 일단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확인하고 나름의 재미난 답글을 달아 봅니다. 동시에 노트북을 펴고는 제 블로그에 접속하다가 도통 힘들어 이웃들 블로그에 차례로 접속해 음악을 틉니다. 삼성동 일대에 이웃들 블로그 bgm이 울려퍼집니다. 가끔 손님들이 "도대체 이건 무슨 곡인가요?"라고 물으면 "아 그 야리꾸리한 여자 목소리는 훙치뿡캭입니다."라던가 "아까 오페라 비스무리한 분위기는 유념무상요." 같은 묘한 말을 해주기도 합니다. 손님들은 "응?"같은 표정을 짓지만 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모르셨어요? 요즘 새로 나온 퓨전가수예요."같은 말을 합니다. (농담이에요.)
크레마crema도 들고 다닙니다. 얼마 전 개봉기에 올렸다시피 여러 소설들을 야금야금 다운받아 읽습니다. 특히 아잉 좋아하는 소설은 자음과모음에서 최근 출간된 소설 '디고'입니다. 자음과모음에서 나는 작가다 프로젝트로 연재할 때부터 무척 좋아한 작품입니다. 처음 이 연재작을 발견하고 읽었을 때엔 "지루해 보여... sf야..."이랬는데 왠걸,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뭘까요. 흡입력이 어마어마합니다. 저도 모르게 입을 떠억 벌리고 거대한 정보의 바다, 미래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미래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는 이미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그 모습을 엿봤습니다. 뭐 가장 유명한 것이라면 매트릭스겠지요? 저는 말이에요, 매트릭스 이전과 이후로 우리 안의 sf 영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여러분은 어떠실라나. 이 소설 속 세계관 역시 매트릭스의 세계관과 비슷합니다. 우리의 세계와 또다른 사이버 라이프, 두 개의 세계가 존재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안에서 우리라는 신체를 입고 살아가고, 사이버 라이프에서는 또다른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매트릭스의 세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분명 생활이나 사회 배경 등은 비슷한데 우리가 입은 신체는 고를 수 있습니다. 소피 마르소에 마릴린 몬로가 될 수 있어요, 오 예.
이렇듯 다른 신체를 입고 다니는 사이버 라이프, 헌데 이 미래의 세계 속 사이버 라이프에서 존재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닙니다. 리얼 라이프에 안드로이드가 있다면 사이버 라이프 속에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인간과 꼭 닮았으나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프로그램들. 프로그램들은 인간들과 대화를 제깍제깍 잘 나눕니다만 '정체성'이라는 것이 부족합니다. 거울 같은 존재예요. 또 마음 깊은 하트가 부족해요. 왜 있잖아요, 우리 블로그에서 누르는 '공감' 그게 부족하다니까요. 심~파시 엠~퍼시.
하지만 말이에요, 사람이 살다 보면 조금씩 자기 자신을 알아가듯 이들 프로그램도 스스로 나아갑니다. 살아집니다. 또 기억 속에서 자아정체성을 찾아가요. 단순한 digital mind였던 것이 digital ghost가 되어버리는 것이어요. 디마가 디고로. 요 제목으로 변해버리는 것이에요.
디고는 인간과 아주 비슷합니다. 하지만 달라요. 형체가 없어요. 우리처럼 신체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어요. 아, 그래요. 검색엔진 같은 거예요. 검색엔진은 우리가 노트북으로 접속하면 뿅뿅 보여요. 맛퐁이 속에도 있죠. 하지만 이것을 우리가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런 거예요, 디고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허상. 허상이지만 자신이 실존한다고 믿는 존재랄까요. 말 그대로 유령이에요. 그곳에 있지만 볼 수 없는. 인긴과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두려운 그런 존재요.
"헛것이 헛된 세상에서 나인 척하는데 헛된 세상의 헛것이 이곳으로 나온다 한들 무엇이 이상하리오. 다 인간의 업보일 따름이오, 업보." p.663
때문에 사람들은 이 디고가 두려웠어요. 디고가 인간을 해칠까 두려워졌어요. 그리하여 신이 자신이 닮은 형상을 만들고는 에덴에서 쫓아낸 것처럼, 인간들은 디마에서 디고로 변한 존재들을 사냥하기 시작했어요. 저승사자라는 묘한 인간들을 사이버 라이프에 집어넣고는, 디마인가 디고인가 가려내요. 고것이 바로 고스트 테스트예요.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프로그램은 죽어버리는 거예요. 삭제, 그 존재가 사라져버리죠. 오, 테러블. 이 무슨 피가 통하지 않는 죽음이란 말이야. 말이야. 말이야. 디마든 디고든 사랑받던 누군가의 소유물이었어요. 때문에 그들을 잃은 주인들은 많이 슬퍼해요. 소송도 걸고요. 싸움이 일어나요. 그리고... ... 살인사건이 일어났어요. 저승사자들이 죽기 시작하는 거예요. 한 명, 두 명, 세 명... ... 살해당해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도대체 누가, 저승사자들을 죽인 걸까... ...
그래서 두 명의 남녀가 이 사건을 파고듭니다. 두 남녀는 사이버 라이프와 리얼 라이프를 넘나들며 사건을 파고들고, 수사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도대체 무엇일까, 또 삶이란 무엇이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중얼중얼 계속해서 떠들어댑니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줘서 가끔은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울렁거리지만 마지막 장까지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돼요. 나는 어째서 나로 존재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나라고 인지할 수 있는 단서는 무엇일까.
이 책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담겨 있어요.
"기억은 언제든지 변합니다. 기억은 스스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외부에서 침입한 기억이 머릿속을 점령하기도 합니다. 일단 기억이 사고의 틀안에 들어오면 독재자가 됩니다. 자기 마음대로죠. 그러니 기억이란 게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억은 구속을 뜻합니다. 자기를 기억하고 자기만 바라봐달라는." pp.593~4
아마도 당신은 이 책을 본다면,
그리고 이 서평을 다시 본다면,
내가 숨겨놓은 암호들을 발견한다면,
아마 좀 당황할지도 모르겠어요.
놀랄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나는 그런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이상 크레마로 본 디고의 후기였습니다. 더불어 크레마로 봤을 때의 생생한 체험담을 사진 몇 장으로 이어 붙입니다. 제가 개봉기를 얼마 전 올렸었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많은 장점들을 찾아냈습니다. (ㅎㄷㄷ) 완전 맘에 드는 것이 하나 있더라고요. 바로, 땡볕 아래서 너무나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

무보정한 사진입니다. 정말 저대로 보였습니다. 놀랐다고... 게다가 케이스까지 끼우고 다니니 완전 뽀대나더군요. ㅋㅋ 사람들이 막 "우와 저거 뭐지?" 같은 표정으로 저 쳐다보더군요. ㅋㅋㅋㅋ 씐나가지고 자랑하고, 우리 사장님이랑 사장님 부군께도 막 자랑하고...ㅋㅋㅋㅋ 저거 보고 다들 신기해가지고 "우와, 나도 줘봐!!"하고 막 땡볕 아래 비춰보고 깜놀했다고...ㅋㅋㅋㅋ 완전 맘에 듭니다. 저 기능.
앞으로도 라브라브해줄 거여요. 웃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