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다 알잖아요?"

"네?"

"알면서..."

"아, 아하하. 알죠, 알죠!(내가 대체 뭘 알더라?)"

 

 

제가 자주 나누는 대화입니다. 사실, 안다고 말은 하지만 모릅니다. 이것 참 묘한 일입니다. 저는 자주 오해를 받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 같고, 이해심이 많을 것 같으며, 처음 보는데도 호감이 가고, 어딘지 모르게 신용하고 의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또 눈치가 빠르다는 오해도 받고요. 사실 밝히자면, 저는 글 쓸 때엔 온 감각을 모두 동원하기 때문에 꽤 날카로워져서 많은 것을 스스로 깨닫지만, 사람의 마음은 잘 모릅니다. (괜히 반건조 건어물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야.) 때문에 대놓고 말해야 뭔가 이해를 합니다. 또 저런 오해를 받아서 그런가 비밀 이야기도 자주 들어요. 인생상담이나 연애상담을 많이 받고요. 하도 기억력이 나빠서 "듣고나서 잊어."라고 말하면 정말 잊어요. 심할 때엔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조차 까먹습니다. 음, 어쩌면 이걸 알고 다들 나한테 그런 이야길 하나. 아아, 어쩌면 이것 때문에 나한테 자주 저렇게 "알죠?" 라는 말을 하나? 내가 기억 못하는 뭔가가 있나?

 

어쨌든.

 

저는 이럴 때마다 진땀이 납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뭔가 알고 있지도, 왠지 모르게 이해심이 많지도, 호감을 원하지도, 또 신용할 만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끔 말하고 싶습니다. 저기 있잖아요... ...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있습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

 

 

 

탐정소설은 '말하지 않은 것'을 알아내는 과정입니다. 탐정들은 여러 단서들을 통해 범인의 행동과 동기를 읽어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범인을 잡을 수 있습니다. 수많은 단서들 중 옳은 단어를 고르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가 주변에 넘실거리거든요. 또 수많은 추리소설을 읽은 탐정들이라면 더더욱 곤란합니다.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아니, 이건 이런 트릭 아니야?" 같은 선입견이 생겨버려요.

 

이 소설 속 주인공들도 그렇습니다.

 

 

 

두 선배가 유치하게 구는 것도 당연하다. 야구부는 비록 성적은 안 좋을지언정 동아리 활동의 꽃으로 대우받는 데 비해 탐정부는 동아리방은커녕 예산조차 없는 비공식 단체이다. 두 동아리 사이에는 인기를 한몸에 받는 판다와 미확인 생물체만큼이나 큰 격차가 존재한다. 아니지, 어쩌면 판다와 판다 몸에 붙어사는 기생충 같은 관계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모일 곳이 없는 우리 탐정부가 남는 교실이나 연습실을 무단으로 빌려 쓰는 처지이다 보니, 야구부 그라운드는 이미 제집 앞마당처럼 뻔질나게 드나드는 장소이다. p.20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 의 주인공들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삼총사'는 도대체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건지, 탐정인 건지, 아니 이게 정말 탐정부이긴 한가? 만날 오코노미야키나 먹으러 다니니 오코노미야키 부는 아닌가? 아, 그러고 보니 야구장에 출몰해. 아하! 야구장 2군이구나! - 싶은 이들은 진짜로 탐정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마츄어 탐정이요.

 

보통 고등학생 아마츄어 탐정 하면 우리는 김전일과 남도일을 떠올릴 겁니다. 

 

이 두 탐정은 참 똑똑합니다. 아주 못 맞추는 게 없어요. 와, 대충 때려맞추면 다 맞아 뭐 이렇게 똑똑해? 이력을 봐도 어마어마합니다. 김전일은 그 대단한 더벅머리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의 손자랍니다. 아이큐는 180이래요. 명탐정 코난은 어떤가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세계적인 추리소설가와 유명배우입니다. 주변에 무슨 과학자도 살고요, 와 뭐 이따구야. 뭔가 현실감이 없습니다. 코이가쿠보가쿠엔의 탐정부 소년들은 다릅니다. 이 소년들은 참 단순해요. 도통 아는 게 없습니다. 추리소설은 꽤나 읽었는데 아는 체만 하지, 제대로 응용을 못해요. 오죽하면 이런 말을 들을까.

 

 

"헉, 왠일이니. 너희 아직 안 갔어?"

p.291

 

 

 

그런 이들 앞에 정말 살인사건이 터집니다. 

 

코이카쿠보가쿠엔 야구부에서 묘한 도난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럴 수가! 베이스가 사라졌습니다. 도루가 아니라, 정말로 베이스가 없어졌어요. "읭, 뭥미?"라고 생각하며 탐정부는 수사를 나서...ㄹ 리가 없고, 도둑으로 의심받습니다. "아구 억울해!" 하면서도 평소 이미지가 '야구 2군' 으로 매일 야구장에서 뒹굴거리니 뭐, 어쩔 수 없죠. 어쨌든 수사를 펼칩니다만 이런이런, 단서가 쉽게 잡히지가 않아요. 연이어 사건도 일어납니다. 도난사건정도가 아니에요. 살인사건이에요. 도둑맞은 베이스와 함께 살해당한 야구부 감독이 연습시합이 끝난 야구장, 백스크린 뒤에서 나타났어요. 시합이야 워낙 약체라서 그런가 보다 한다지만 살인사건은 그냥 넘길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하여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가 나섭니다. 대단한 추리...를 펼칩니다. (?)

 

과연 여러분은 이 사건의 진상을 풀 수 있을까요? 범인과 트릭을 알아맞출 수 있을까요? 전 맞췄는데, 과연?

여러분이 맞춘다면 말이에요,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너,

추리 소설 써라.

 

 

ㅡㅡb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 책은 시리즈입니다.

관심이 생겼다면 위의 책도 한 번 읽어보세요.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와는 전혀 다른 또다른 재미가 엄청납니다.

 

정말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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