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구 - 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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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때때로 야구소설을 찾아 읽습니다. 특히 야구경기 그 자체가 나오면 입맛을 다시며 오오!”하며 보는 편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취미는 오래 전 만화 <터치>라던가, <H2>, <4번타자 왕종훈> 등을 읽을 때부터 꾸준히 쌓아온 것이 아닐까 싶은데, 설마 이제는 야구소설도 모은다고 나설 줄이야. 저도 몰랐네요. 그리하여 가장 최근 읽었던 야구소설은 야구감독이었습니다. 나는 감독이다라는 제목으로 재간행 되기도 했었는데, 저는 예전 버전으로 읽었네요.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야구감독이 주인공인 소설입니다. 대단한 야구감독이 만년 꼴찌 팀을 맡아 대단한 팀으로 키운다는 내용으로, 일본 야구소설의 초시라고 들었는데 역시나, 초시란 말이 붙을 만큼 재미난 책이었습니다. 감탄감탄. 그 후로는 손에 잡히는 야구소설이 없었다가 최근 일본드라마 중 야구드라마를 발견했죠. 무려 <루즈벨트 게임><약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 두 편입니다. <루즈벨트 게임>의 경우 2분기 개념작으로 우뚝 섰습니다. 원작자가 바로 한자와 나오키의 이케이도 준이기에, 또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의 제작진이 그대로 이 드라마를 만들기 때문일까요, 굉장한 흡입력입니다. 현재 방영중인 또 다른 이케이도 준 원작 드라마 <하나사키 마이가 가만 있지 않아!>보다 훨씬 재미나네요(이것도 괜찮긴 한데 아직까진 2% 부족합니다). 이 모든 작품들을 쭉 훑던 사이 우연히 발견한 책이 바로 시게마츠 기요시의 열구입니다.

     지금 당신은 무엇에 미쳤습니까? 시게마츠 기요시의 열구 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

    

 

여러분은 시게마츠 기요시를 아시는지.

 

시게마츠 기요시의 가장 최근 작품은 아마도 십자가입니다. 이 작품은 무려 왕따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분노하여 식음을 전폐(?)하고 일주일동안 방에 틀어박혀 완성한 작품입니다. 시게마츠 기요시가 집중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작품이죠. 저희 집에도 이 책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손에 잡고 보며 , 시게마츠 기요시는 여전하구나.”하고 중얼거렸었습니다. 이 여전하다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의미는 그의 천재성이요, 두 번째 의미는 그의 작품이 어떤 소재를 다룬다고 하더라도 그 주제는 반드시 가족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 열구역시 그러합니다. 정말이지 , 시게마츠 기요시다!”라는 생각이 드는 색다른 야구소설입니다.

 

야구소설……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면 저는 일단 야구시합이 나온다, 박진감 넘치는 게임과 선수들의 고뇌가 나온다고 상상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누구냐에 따라 야구소설은 전혀 다른 모습을 띱니다. 미스터리로 야구를 풀어낸 시마다 소지의 최후의 일구라던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제치고 아마존 1위에 등극했던 채드 하바크의 수비의 기술을 생각하면 야구소설이 이토록 전혀 다른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는가 깨닫게 됩니다. 이 소설 열구는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두 개의 소설과는 또 다른 이야기로 우리 앞을 찾아옵니다. 가족, 그의 인생의 화두를 통해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말투로.

 

이 소설 속 주인공 는 도쿄에서 출판사에 근무했던 서른여덟 살의 남자입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어떤 이유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남자는 고향에서 모교인 스오고, 이른바 슈코에서 에이스투수였습니다. 그리고 남자가 있던 해, 슈코는 코시엔에 가기 직전 시합에서 떨어졌었죠. 아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전설적인 남자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 남자는 고향 스오에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슈코는 더더욱 피합니다. 때문에 딸을 데리고 와서도 뭔가 은둔형 외톨이처럼 집안에 처박히고 아무것도 안 하려는, 이른바 니트족 같은 삶을 사려고 하는데... ... 이 사나이의 곁에 잊고 있었던 열구熱球, 뜨거운 공이 돌아옵니다.

 

열구. 이 소설의 제목입니다. 더불어 이 남자가 오래 전 손에 쥐고 놓지 않았던 야구공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흔히 우리는 야구공을 가리켜 백구라고 합니다만, 이 소설 속 백구에는 또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슈오고, 슈코에서는 연습용 공에 늘 글자를 적었습니다. 사인펜으로 삐뚤빼뚤하게 적은 그 이름이 바로 열구였습니다. 그리고 이 공이 남자의 손에 들어온 이후 차츰 주변이 변해갑니다. 도쿄식으로 생각하던 남자가 점점 스오를 되찾습니다. 그리고 찾아가는 스오를 통해 남자의 생각은, 가족은, 그리고 일상은 일그러지는 것 같기도, 반대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남자는 갈등합니다. 자신의 삶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그 사이에서 남자는 늘 자신에게 말합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이야기는 그런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고작이라는 말이 붙을 수도 있고 벌써라는 말도 붙을 수 있는 서른여덟의 나이의 남자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가에 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시게마츠 기요시는 자신의 경험으로 녹아냅니다. 열구, 그 제목처럼 뜨거운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소설 속 나이, 서른여덟과 예전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써머리 합니다. 서른여덟, 이제 전 2년밖에 남지 않아서 그런가 그 숫자가 새록새록하더군요  

분명 이것도 인생이리라.

우린 대학 동급생이었다. 열여덟 살에 만나 스물다섯 살에 결혼했고, 지금은 서른여덟. 서로 '인생'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게 되었다는 것이 조그 우습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묘한 기분이 든다,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그때는 '청춘'따위의 말을 우쭐대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백퍼센트의 그리움을 담아 멋대로 추억을 미화시켜가면서.

아저씨와 아줌마의 완성이다. 이것도 인생이리라. pp. 9~10

  

서른여덟 살, 젊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직 노인네 취급받을 나이도 아니다. 새출발하기에 적당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가즈미가 보스턴으로 떠나고, '새출발'은 처음 예정보다 조금 규모가 커져버렸지만, 그래도 '부랴부랴' 도망칠 곳만은 남겨둘 생각이었다. 혹을 달고 고향에 돌아올 생각 따위 해보지도 않았다. p.28

 

정말 그랬지, 하고 나도 웃는다. 옛날, 고교 시절. 우리가 사는 세계는 좀 더 단순하고, 좀 더 이해하기 쉽고, 좀 더 즐거웠다.

우리가 그라운드에서 떠난 그날은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와 어른을 나누는 경계였는지도 모른다. p.57

 

지금은 거의 남지 않은 여백 곳곳에 20년 전의 우리가 있다. p. 89

 

맞장구는 치지 않았다. 진노는 그 이상은 푸념하지 않았다. 서른여덟 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 서로 다른 삶이 있고,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것도 다르다. 그 무게를 비교하거나 동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우린 이제 그 정도는 아는 나이가 되었다. p.133

오사무를 도망치게 해주면 되었다. 오사무가 도망가고 싶어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른 척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대하려고, 가슴속에 벽 하나를 남긴 채 오사무를 맞아들인 셈이 되어 결국 녀석이 도망갈 길을 막고 말았다. 그 무렵엔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정이라 믿었다. 도망가선 안 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30대도 종반에 접어든 지금 난, 진노도 가메야마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알고 있다. 도망가지 않으면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것을. 겁쟁이나 비겁자라 불려도 도망갈 수밖에 달리 길이 없는 길은 분명히 있다.

우리는 어른이 되고 나서 몇 번을 도망쳐왔을 것이다. 자기는 한 번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우와 대단하시네요, 하고 감탄하고 그 사람과는 절대 친구가 되지 않을 것이다. p.152

 

나도 쓴웃음을 짓고 공을 움켜쥔다. 직구 그립, 결승전 초구는 무조건 직구로 정해져 있었다. 폭투가 되어도 상관없다. 전력으로 던질 생각이었다. 그날 던졌을 혼신의 직구를 떠올리며 나는 천천히 오른손을 뒤에서 앞으로 휘둘렀다. 운동부족인 어깨가 삐걱거렸다.

트럭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는 뜻일까. 20년 만에 공을 잡은 것을 봤다는 뜻일까. 오사무, 넌 어떠니? pp. 78~83

   

나이를 먹고 있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젊음을 잃어가고 있다. 하룻밤 자고 나도 풀리지 않는 피곤이 몸속 깊이 엉겨 붙는다. 마음속은 어떨까. 여든 살까지 산다고 하면 아직 반환점을 돌기도 전인데, 장래의 꿈을 그릴 여지는 이제 별로 남아 있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든다. p.179

 

진노는 한숨을 섞어가며 말하고 더 이상은 말이 없었다. 나도 묻지 않는다. 진노에겐 진노의 인생이 있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 있고, 그곳에 내가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p.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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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조삼셩긔봉 : 현대어본
임치균 외 엮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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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가장 지루한 시간은 한문이었고, 그 다음으로 지루한 시간은 문학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고시조며 고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도대체 저놈의 것들이 나중에 내가 사회에 나가서 무슨 도움이 될까?”싶은 생각이 들었습죠. 하지만 자라 보니 그런 것들이 필요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 참, 희한한 일입니다. 때문에 어른들은 늘 나중에 무슨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적을 만들지 말고, 언제나 지금에 충실하라.’고 귀가 따갑도록 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습니까?

한조삼성기봉을 만나다

여러분은 장편소설 한 권이 원고지로 어느 정도의 분량인지, a4용지로 따지면 어느 정도 분량인지 혹시 아시나요? 대략 800장에서 1200장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700장부터 2000장도 한 권으로 나오곤 합니다.

예전엔 달랐나 봐요. 이 책, 한조삼성기봉은 무려 1414책이었던 것을 단행본 한 권으로 묶었습니다! 책 두께로 봤을 때엔 요즘 나오는 장편소설 한 권 정도 분량인데 참 신기합니다. 그리하여 따져 보니, 조선시대에 나오던 소설 한 권은 지금의 한 권과 그 기준이 많이 달랐다는 생각에 미칩디다.

그렇다면 당시 이 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가만히 혼자 따져보자니 자연스레 세로쓰기 된 옛 한글로쓰인 고전소설들이 떠오르네요. 아하! 그 때엔 판형이 컸다. 게다가 글자도 컸구나! 그래서 한 권의 분량이 지금보다 훨씬~ 짧아도 두께감이 있었겠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며 저는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오래 전, 14권으로 나왔을  한조삼성기봉을 펼쳤습니다.

한조삼성기봉은 작자 미상,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입니다. 제가 읽은 책은 장서각이 소장하고 있는 한조삼셩을 기반으로 옮긴 소설이죠.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산림처사 위성입니다. 위성은 당나라 현종 시대의 산림처사, 이른바 낙양 운수동에 숨어 사는 작자입니다. 이 위인은 자식복이 없는 것빼곤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에겐 조희(趙熹지명(池明설흠(薛欽)이라는 죽마고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에게 자식복이 생깁니다. 한나라 시대 비운의 여인, 곽황후 덕(?)입니다.

곽황후는 비극의 주인공입니다. 한나라 시절, 광무제를 헌신을 다 바쳐 모셨건만 광무제는 곽황후를 폐출시키고, 태자는 동해로 내쳤습니다. 사랑하던 후궁 음여화를 황후에 앉히기 위해서였죠. 곽황후는 죽고 나서 하늘에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이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윤회를 부탁합니다. 그 윤회란, 이번엔 곽황후가 남자가 되고, 광무제와 음여화가 그의 부인이 되는 윤회였습니다.

​옥황상제는 뜻밖에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현재의 당나라 문제 때문입니다. 당나라 왕 현종이 양귀비에게 홀려 정줄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니, 이 상황을 해결하고 당나라를 제대로 이끌 왕이 필요했거든요그리하여 옥황상제는 이 곽황후의 말을 들어 곽황후를 당 현종의 아들로, 광무제는 조씨의 아름다운 딸로, 음여화는 설흠의 딸로 아주 못생기게 태어나게 만듭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환생한 곽황후와 이 두 인물, 그리고 복수를 꿈꾸는 두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 과정이 서유기 저리가라 싶게 액션과 요술이 난무하고, 측천무후가 떠오르게 여자들의 질투가 펼쳐진다, 이 말이죠. 더불어 그 과정을 보다보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아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건가. 혹시 저렇게 남에게 나쁜 짓을 해서 원한을 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말실수 한 적은 없나."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잘못한 것만 생각나니 이것 참, 윤회하면 큰일입니다.

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살자.

실 저는 이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습니다(!) 중간 중간 유치하다 싶은 부분을 그냥 두고 보더라도, 아 장면 연출이 어찌나 즐겁던지. 고전소설이라고 하면 펴자마자 잠이 들 줄로만 알았는데, 이 소설은 펴는 순간 집중을 하게 되더군요. 특히 전철에서 보면 저도 모르게 침을 질질…… 뭣보다 인과응보의 주제가 이토록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며 오래 전, 구중궁궐의 한 풍경을 떠올려 봤습니다. 후궁들이 밤늦게 잠은 자지 않고 나란히 이불을 덮고 촛불에 이 책을 비춰 보며 안타까워 하고 기뻐하고 낄낄거리는 모습을.

그 모습은, 지금 블로그에서 이 리뷰를 보는 여러분과 꼭 닮지 않았을런지 

끝없는 하늘이시여, 이 무슨 죄입니까?

우리들이 죄가 없거늘

신명께서는 어찌 이런 재앙을 내리시는 겁니까? (419)

 

사진과 함께 보기 : ​http://cameraian.blog.me/150188497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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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그리고 봉황을 수놓다 - 조선의 왕실 복식
이민주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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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가 보낸 편지를 쓸 때에 가장 고민했던 것은 디테일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이 사람이 입은 양식의 치마나 블라우스가 이 시대에 존재했는가?”라던가, “이 당시에 선비들이 갓끈을 묶는 요령은 어떠했는가?” 같은 것들의 자료를 찾아 헤매곤 했습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사진자료를 찾아보았었는데, 최근 조선시대 물을 적은 멸화의 이경민이라던가, 현재 조선시대 물을 적고 있는 조희진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 대체 저 인간들은 사진자료조차 없는 조선시대 복식을 어찌 디테일을 알아내서 적을꼬.

 

저런 궁금증을 갖고 이경민과 이 책을 읽기 전, 잠깐 이야기를 나눴습죠. "넌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쓰냐." 그랬더니 이경민 曰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더군요. 텔레비전에서 하는 조선왕조실록 등을 보며 저는 적당히 흘려넘겼을 장면을 이경민은 저 비녀.”하며 봤다고요. 아아, 시대물 쓰는 사람은 머리구조가 다른가봐 하며, 이 책을 펼쳤습니다. 그랬더니 오호라, 이경민과 조희진이 좋아할 법한 매우 자세한 왕실 복식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우리나라 옷에 오버로크가 없다는 사실은 아셨나요?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자르고 난 부분에 선을 둘러 올이 풀리지 않도록 하거나, 아예 색상의 대비를 줬다는 사실에 감탄감탄. 또 옷의 색을 고르는 데 있어 자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백의민족이라니, 그건 어불성설이라고 이 책은 증명하는 듯합니다. 하도 사람들이 자색을 좋아하여, 세종 12년부터 왕실만 쓰도록 막았다고 하니까요.

 

왕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자면, 곤룡포와 면류관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태조대왕과 영조, 고종의 곤룡포 복색과 그 용의 무늬가 모두 다르다고요. 또 그 용이 바라보는 방향 등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엔 감탄을. 게다가 이 용의 발톱 이야기도 흥미롭더군요. 그 발톱 숫자가 5개냐, 4개냐, 3개냐에 따라 왕, 왕세자, 왕손이 구별된다니. 그리고 왕이 쓰는 면류관에도 독특한 의미가 있었더군요. 앞쪽의 류(길게 늘어진 구슬 줄)로 왕의 눈을 가리고, 청광충이(귀 앞으로 드리우는 구슬 줄)로는 왕의 귀를 가린다는 의미라고요. 또 면류관을 쓸 때에도 그 법칙이 있어 앞쪽부터 써야 한다던가.

 

가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가발이 얼마정도의 가격을 하였는가, 각 지방별로 어느 정도의 량을 공수하였는가, 또 그 가발을 어떻게 하여 머리와 함께 땋았으며 장식으로 응용하였는가. 그 자세한 내용을 살피자니 제 머리 위에 4kg짜리 가발이 얹혀진 듯 묵직합니다.

상의원 관리에 대한 이야기도 빼먹을 수 없겠죠. 상의원, 말 그대로 왕실의 보물창고라고 할 이 곳을 관리하는 사람은 청렴결백의 증명 같은 사람이어야 했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견물생심이라, 눈앞에 물건이 보이면 훔치고 싶었다니. 뭐랄까, 요즘 은행직원을 뽑는 기준이 생각나더라고요. 더불어 돈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관복이 헤진다 싶었을 때에, 돈이 있는 사람들은 직접 사비를 들여 관복을 만들어 입기도 했다고요. , 이쪽을 선호했다고 하네요. 왜냐하면, 스스로 지어입으며 보다 화려하게 입을 수 있으니까.

 

이 책을 후루룩 읽고나서 다시 한 번, 조선시대물을 쓰는 이경민과 만담을 잠깐 했습니다. 언제나 하는 만담이긴 합니다만, 이번 만담의 주요골자는 자, 조선시대 공부를 하고, 또 책도 읽고 있으니 무언가 조선시대물을 쓰고 싶지 않느냐. 그에 대한 제 대답은... ... 수업을 모두 들은 이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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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 영조 시대의 조선 9
이영춘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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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서 보내준 5월의 책 중 첫 권은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이것 참, 신기하게도 제가 듣고 있는 역시 장서각 왕실아카데미의 그 주 수업 역시 숙빈 최씨 이야기였습니다?! 하여 가만히 보니... , 책의 저자님이 오셔서 강연을 하네요! 그래서 신이 나서 새벽 4시까지 후루룩 읽고 수업에 갔더랬죠. 덕분에 비틀비틀거리며 수업을 듣기는 했습니다만, 역시 예습을 하니 참 좋더이다. 특히 칠궁 이야기에서 눈이 반짝반짝했달까요.

 

 

    여러분은 칠궁을 아시는지?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를 만나다

수업은 말 그대로 영조의 친모인 숙빈 최씨의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영조의 친모 숙빈 최씨를 이야기하려면, 영조 이야기로 시작할 수가 없어요. 그보다 전 시대로 올라가야 하죠. 물론, 영조시대를 알기 위해 반드시 나와야 할 이야기, 그리고 숙빈 최씨의 이야기를 통해 짚어봐야 할 사실은 영·정조시대의 왕권강화 정책입니다. 단종의 복위문제라던가 수많은 제사, 그리고 칠궁의 설치 등이 영·정조시대의 주요 업적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한 이유는 바로 영·정조 시대의 왕권을 뿌리부터 굳건히 하기 위해서였죠.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느냐, 그 이유는 바로 영·정조가 모두 적통 후계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적통 후계자가 아닌 영조의 어머니가 바로 문제의 숙빈 최씨였죠.

숙빈 최씨는 누구냐.

 

이야기는 장희빈 시대로 올라갑니다. 여러분도 잘 아는 장희빈과 인현왕후, 그 인현왕후의 무수리가 바로 이 숙빈 최씨입니다. 숙빈 최씨는 숙종의 후궁입니다. 무수리로 궁궐에 들어와 인현왕후를 섬기다 인현왕후 폐출 후, 숙종의 승은을 입어 연잉군, 후의 영조를 낳았습니다. 본래는 역린에서 정은채 양이 맡은 바로 그 역할, 침방나인이었다고 해요.

후에 영조에게 바느질 중에서 누비가 제일 싫다고 말해 영조가 누비옷을 다시는 입지 않았다는 에피소드는 너무나 유명하죠.

 

무수리로 입궁하였던 숙빈은 바느질을 하는 침방의 견습 나인을 거쳐 나인으로 승격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 시대 궁중 풍속 전문가인 김용숙 교수가 구전된 자료들을 정리한 조선조 궁중풍속연구에는 고종의 후궁인 광화당 이씨와 삼축당 김씨가 고종에게 직접 들은 증언이라는 일화가 다음과 같이 전한다.

 

어느 날 영조가 어머니께 침방에 계실 때 무슨 일이 제일 어렵더이까?” 하니, “중누비, 오목 누비, 납작 누비, 다 어렵지만 세누비가 가장 하기 힘들더이다.”하고 대답하였다. 그 이후부터 영조는 평생동안 누비옷을 입지 않았다.

 

후대에 구전으로 전해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숙빈이 한때 침방나인으로 일했음을 알려주는 자료이다. 침방에서 일했던 숙빈과 누비옷에 대한 영조의 한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후에 왕위에 오른 연잉군에게는 무수리 출신 어머니인 숙빈의 생애가 뿌리 깊은 한이 되었고, 그것이 자신의 근본에 대한 콤플렉스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pp.69~70)

이 책은 이러한 숙빈 최씨의 생애를 다룹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애만 다루지 않고, 그 생애를 통해 숙종과 영조 시대를 가볍게 짚어줍니다. 1부 숙종의 여인들에서는 숙종시대의 정치적인 배경과 궁녀제도를 통해 숙빈 최씨가 어떻게 그 위치를 잡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고요, 2부 숙빈 최씨의 생애에서는 그녀가 궁에 들어가 무려 왕자를 세 명이나 출산하기까지 과정(장희빈보다 숙종의 총애를 받는 과정)을 보입니다. 3부 숙빈 최씨의 죽음과 추숭에서는 숙빈 최씨의 사후 영조가 자신의 콤플렉스를 치유하기 위해 추숭사업을 어떻게 진행하였는가를 이야기하고, 4부에서는 제가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칠궁의 이야기를, 그리고 5부에서는 숙빈 최씨의 유적과 유물을 가볍게 소개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여러분은 어디 가서 나 숙종하고 영조 좀 알아라고 할 수 있을 가벼운 책이라는 이야기. 하지만 후에 나오는 칠궁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는 거.

여러분은 칠궁을 아시는지.

칠궁이라 함은 저어기, 청와대 뒤편에 있는 궁의 이름입니다. 이런 궁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저도 이번에 이 책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말 그대로 일곱 개의 궁이 있는 곳입니다. 역대 왕이나 왕으로 추존된 이의 생모인 일곱 후궁의 신위를 모신 곳이라 칠궁이죠. , 이곳에 가면 우리는 조신서대 왕들의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그 궁의 이름을 살펴보자면 육상궁(毓祥宮) 저경궁(儲慶宮) 대빈궁(大嬪宮) 연우궁(延祐宮) 선희궁(宣禧宮) 경우궁(景祐宮) 덕안궁(德安宮)이고요, 여러분이 궁금해 하실 법한 두 명만 알려드리자면 육상궁이 숙빈 최씨, 대빈궁이 장희빈 되겠습니다. 후후. 나머지 분들도 한 번 이름을 알아볼까요?

칠궁 전개도 ​

 

   육상궁 :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

연우궁 : 추존된 왕 진종(眞宗)의 생모 정빈 이씨(靖嬪李氏)

덕안궁 : 영친왕의 생모 순헌귀비 엄씨(純獻貴妃嚴氏)

경우궁 : 순조의 생모 수빈 박씨(綏嬪朴氏)

선희궁 :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이씨(暎嬪李氏)

대빈궁 : 경종의 생모 희빈 장씨(禧嬪張氏)

저경궁 : 추존된 왕 원종(元宗)의 생모 인빈 김씨(仁嬪金氏)

이중 여러분이 궁금해 하실 것 같은 왕은 진종이죠? 진종이 누구냐면, 바로 사도세자의 형입니다. 더불어, 후에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후 정조의 양아버지로 만들어준 인물입니다.

 

사진과 함께 보는 리뷰 : http://cameraian.blog.me/150190230186

 

, 이 책을 들고 이번 주말 한 번쯤 칠궁 산책을 가시면 어떨는지.

아마도 지금까지 드라마로 익혔던 조선시대 후궁의 이야기들이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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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동아시아를 잇다 영조 시대의 조선 6
김현영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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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소설 리큐에게 물어라는 참으로 독특한 소재와 구성을 사용했습니다. 역순 구성을 통해 리큐의 생애를 거꾸로 짚었었는데요, 후에 영화화 되어 클라라가 출연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챕터가 있습니다. 소제목 하여, '조선관백'. 리큐는 이 챕터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풍경을 이야기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당시 일본에 왔던 조선통신사 일행 중 황윤길과 김성일을 가지고 논 이야기입니다. 저는 예전에 이 부분을 보며 "지나치게 조선통신사를 하대한 것처럼 표현하지는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자, 소설 속 조선통신사를 살펴보죠.

상에는 특징 없는 흑칠 그릇을 놓고 그 위애 구운 찰떡을 다섯 개 얹었다. 그뿐이었다. 그 곁에 질그릇 술잔을 하나, 젓가락은 놓지 않았다.

"그래, 이것만 내라."

요리사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떡을 손으로 집어 먹으라니 국빈에게 너무 무례한 것 아닙니까."

"그래. 향응하려는 것이 아니야. 복속시키기 위한 음식이다. 감옥에 갇힌 기분을 맛보게 하는 것이지."

요리사는 신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연회의 중대한 의미를 겨우 깨달은 모양이었다.

여자들이 상을 들여왔다. 돌아다니며 작은 병에 담긴 탁주를 따라주는 사람은 이시다 미쓰나리였다. 두번째 잔은 리큐가 따랐다.

당연히 히데요시와 잔을 주고받을 줄 알았던 통신사들은 놀라고 당혹한 듯했다. 막대기를 삼킨 얼굴로, 그래도 유교의 예법대로 손으로 잔을 가리며 술을 마셨다.

히데요시는 술을 다 마시기도 전에 안으로 들어갔다가 비단 고소데와 하오리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품에 간난아기를 안고 있었다. 작년에 태어난 쓰루마쓰다.

"이애가 일본의 다음 왕이라고 가르쳐줘라."

만면에 미소를 띤 히데요시의 말을 통사가 조선말로 옮겼다. 히데요시는 통신사들뿐 아니라 그 자리에 열석한 다이묘들과 조신들에게도 쓰루마쓰를 보여주며 돌아다녔다.

물론 조선인들이 불쾌해할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예를 중시하는 조선에서는 몸을 굽히고 손을 맞대고 배례하며 수작한다고 들었다. 음식 가짓수가 많고 술잔을 주고받는 횟수가 많을수록 환대의 의미가 커진다.

예우받지 못하면 조선인은 어떻게 느낄 것인가.

실제로 쓰시마에서 이미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교에까지 전해졌다.

통신사 일행을 산사에 초대해 연회를 열었을 때, 도주 요시토시가 가마에 탄 채로 산문을 지나왔다. 부사 김성일은 그것만으로 무례하다고 격노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고 했다. 소 요시토시는 가마꾼의 목을 베어 사죄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정되지 않을 만큼 격양했던 모양이었다.

쓰루마쓰를 안은 채 툇마루로 나간 히데요시는 정원에서 대기하던 조선 악사들을 손짓으로 불러 모았다.

"연주해라."

손짓으로 지시하자 악사들이 나팔을 불었다.

쓰루마쓰가 오줌을 쌌다. 히데요시는 소란을 떨며 여자를 불러 쓰루마쓰를 건네고 자신은 또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황윤길과 김성일은 내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리큐의 계획대로였다. pp. 209~211

    

, 좀 심하죠? 조선통신사라고 하면 왕의 사절단인데, 일본에 가서 천황이 아니라 쇼군이 영접을 했다, 게다가 쇼군이 직접 잔조차 주지 않았다는 건 굉장히 무례한 행동입니다. 저는 이런 일이 정말 가능했을까, 이건 혹시 적당한 픽션이 가미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통신사, 동아시아를 잇다영조시대, 동아시아의 조선을 바로 보다   

 

통신사, 동아시아를 잇다에 보면 조선통신사의 인식 차이에 대한 부분이 비교적 책의 앞부분에 등장합니다

    

관백이 새로 서면 반드시 우리나라에 사신을 보내줄 것을 청하는데, 사신이 그 나라에 도착하게 되면 여러 섬에 내려 보내는 때문에 조선에서 조공을 바치러 들어온다.”고 하기에 국가가 욕을 보는 것이 막심하였다. 그러나 사명을 받들고 간 사람은 번번이 일이 생길까 두려워서 그대로 두고 못들은 체하기 일쑤였다. p.27  

 

, 정말 이랬네? 좀 놀랍니다. 하지만 뒤쪽에는 더 심한 일례도 있네요.

 

사배례를 행한 것에 대하여 조엄은 사배례가 어느 때에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로 한심하였다.”고 분노하였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예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상 사배례는 복종을 서약하는 조공의 의식이고 일본과 조선이 항례를 한다면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형식적이긴 하지만 일본의 최고위에는 천황이 있고 쇼군은 그 임명을 받는 자의 입장이었다. 사신들은 군주도 아니고 신하도 아닌쇼군의 지위에 대하여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고 양측의 전례에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양국의 정치적 형식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pp.55~56

 

이런 식으로 이 책은 조선통신사에 대한 의식 차이를 이야기해줍니다. 물론, 리큐에게 물어라의 챕터 조선관백의 경우엔, 그 시대적 배경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인 선조 시대이고, 이 책 통신사, 동아시아를 잇다는 영조시대 무진통신사, 계미통신사의 이야기로 시기적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라던가, 또 임진왜란을 끼고 미묘하게 변한 양국의 갈등을 보는 재미가 있네요.

 

그밖에도 일본의 당시 선진문명(오랑캐가 이렇게 잘 살다니! 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크크)이라던가, 깔끔한 음식 등에 대한 칭찬도 잇따릅니다. 특히 재미났던 것은 에도의 전경 묘사인데요, 우리가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는 이건 피라미드만큼 신기해라고 생각하게 되는 자로 잰 듯한 사각형 구획 구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에도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치하는 모습도 나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을 겪은 후라서, 또 영조 자체가 워낙에 사치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꽤나 깔끔한 이미지였는데, 일본은 화려해서 놀라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는 모습이 즐겁습니다.

 

전반부가 이렇듯 조선통신사에 대한 이야기라면 후반부는 북학파의 이야기입니다. 학교에 다닐 때에 지치도록 외웠던 반청북벌이니, 박제가니, 백탑파니 하는 이야기를 보자니 빙그레 미소가 지어집니다. 또 이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소설이 있죠. 바로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입니다……!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화광인이 모두 최근 전자책으로 나왔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죠. (후후) 이 소설을 읽은 분들이라면 아마도, 이 책 통신사, 동아시아를 잇다의 후반부가 전혀 다르게 와닿지 않으실는지 싶네요.

 

 

사진과 함께 보는 리뷰 : http://cameraian.blog.me/15019054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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