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가 보낸 편지』를 쓸 때에 가장 고민했던 것은 디테일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이 사람이 입은 양식의 치마나 블라우스가 이 시대에 존재했는가?”라던가, “이 당시에 선비들이 갓끈을 묶는 요령은 어떠했는가?” 같은 것들의 자료를 찾아 헤매곤 했습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사진자료를 찾아보았었는데, 최근 조선시대 물을 적은 『멸화』의 이경민이라던가, 현재 조선시대 물을 적고 있는 조희진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 대체 저 인간들은 사진자료조차 없는 조선시대 복식을 어찌 디테일을 알아내서 적을꼬.
저런 궁금증을 갖고 이경민과 이 책을 읽기 전, 잠깐 이야기를 나눴습죠. "넌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쓰냐." 그랬더니 이경민 曰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더군요. 텔레비전에서 하는 조선왕조실록 등을 보며 저는 적당히 흘려넘겼을 장면을 이경민은 “저 비녀.”하며 봤다고요. 아아, 시대물 쓰는 사람은 머리구조가 다른가봐 하며, 이 책을 펼쳤습니다. 그랬더니 오호라, 이경민과 조희진이 좋아할 법한 매우 자세한 왕실 복식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우리나라 옷에 오버로크가 없다는 사실은 아셨나요?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자르고 난 부분에 선을 둘러 올이 풀리지 않도록 하거나, 아예 색상의 대비를 줬다는 사실에 감탄감탄. 또 옷의 색을 고르는 데 있어 ‘자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백의민족이라니, 그건 어불성설이라고 이 책은 증명하는 듯합니다. 하도 사람들이 자색을 좋아하여, 세종 12년부터 왕실만 쓰도록 막았다고 하니까요.
왕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자면, 곤룡포와 면류관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태조대왕과 영조, 고종의 곤룡포 복색과 그 용의 무늬가 모두 다르다고요. 또 그 용이 바라보는 방향 등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엔 감탄을. 게다가 이 용의 발톱 이야기도 흥미롭더군요. 그 발톱 숫자가 5개냐, 4개냐, 3개냐에 따라 왕, 왕세자, 왕손이 구별된다니. 그리고 왕이 쓰는 면류관에도 독특한 의미가 있었더군요. 앞쪽의 류(길게 늘어진 구슬 줄)로 왕의 눈을 가리고, 청광충이(귀 앞으로 드리우는 구슬 줄)로는 왕의 귀를 가린다는 의미라고요. 또 면류관을 쓸 때에도 그 법칙이 있어 앞쪽부터 써야 한다던가.
가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가발이 얼마정도의 가격을 하였는가, 각 지방별로 어느 정도의 량을 공수하였는가, 또 그 가발을 어떻게 하여 머리와 함께 땋았으며 장식으로 응용하였는가. 그 자세한 내용을 살피자니 제 머리 위에 4kg짜리 가발이 얹혀진 듯 묵직합니다.
상의원 관리에 대한 이야기도 빼먹을 수 없겠죠. 상의원, 말 그대로 왕실의 보물창고라고 할 이 곳을 관리하는 사람은 ‘청렴결백’의 증명 같은 사람이어야 했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견물생심이라, 눈앞에 물건이 보이면 훔치고 싶었다니. 뭐랄까, 요즘 ‘은행직원’을 뽑는 기준이 생각나더라고요. 더불어 돈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관복이 헤진다 싶었을 때에, 돈이 있는 사람들은 직접 사비를 들여 관복을 만들어 입기도 했다고요. 또, 이쪽을 선호했다고 하네요. 왜냐하면, 스스로 지어입으며 보다 화려하게 입을 수 있으니까.
이 책을 후루룩 읽고나서 다시 한 번, 조선시대물을 쓰는 이경민과 만담을 잠깐 했습니다. 언제나 하는 만담이긴 합니다만, 이번 만담의 주요골자는 자, 조선시대 공부를 하고, 또 책도 읽고 있으니 “무언가 조선시대물”을 쓰고 싶지 않느냐. 그에 대한 제 대답은... ... 수업을 모두 들은 이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크크.
사진과 함께 보는 리뷰 : http://cameraian.blog.me/150188769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