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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안녕하십니까, 잠시 포스팅이 뜸했던 특급변소입니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또 실실 쪼개면서 빅 이벤트를 하나 준비 중이거덩요. 저어기 깔대기의甲이라는 그럴 듯한 카테고리도 만들었겠다, 이대로 있기는 곤란하잖습니까? 하여 그 이벤트의 밑준비를 하기 위하여 본래는 이번주에 포스팅을 쉴 예정이었습니다만... 사정이 바뀌어서 이렇게 포스팅을 합니다요. 아우 포스팅하고 싶어 쓰러질 뻔했네. 이왕 이리 된 거 내일은 배트맨 리뷰도 올릴 거임. 내가 인셉션이랑 단테의 신곡이랑 배트맨이랑 기타등등 다 섞어서 이런 제길 대체 뭐라는 거니 이해할 수 없는 리뷰 하나 올릴 테니 기대 안 해도 됨. (?)
그리하여 이번에 쓸 서평은 자그마치 인문서적입니다...!
제가 본래 추리소설을 쓰다 보니 추리소설 서평만 올립니다. 인문서적은 별로 귀찮아서 안 올립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기억하시다시피, 저는 본래 인문학적 지식이 뛰어난 작가입니다. (엣헴)
여기, 증거자료도 있어.
디지털 작가상 수상 기사. http://cameraian.blog.me/130127418126
어때, 인정하지?
난 저런 여자야!!!!!!!!!!!!!!!!!!!!!!!!!!!
흠흠. 아무튼 전 저런 관계로다가 자주 인문서적을 읽습니다. 사실 소설이랑 비슷한 규모로 인문서적을 쌓아올리는 편인데요, 특히 그레이엄 헨콕의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들(크크)이라든가 연금술 관련 책자들, 스칸디나비아 신화-에다- 관련 책자들 등을 좋아합니다. 특히 스칸디나비아 신화-이렇게 말하면 뭔 소리인가 싶지? 어벤져스의 록키 말야 록키. 걔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신화에 나와.-라든가 용관련 신화 설화 등을 잘 모읍니다. 용 특히 좋아하고, 그밖에 여러가지 기묘하게 분석한 책들을 모으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재료들 남 가르쳐주기 아깝고 하여 잘 안 알려주는데요, 이번엔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책을 한 권 발견해서 이렇게 소개합니다.
이번에 발견한 책, 정확히 말하자면 눈에 띈 책은 '가장 인간적인 인간'입니다. 원제는 THE MOST HUMAN HUMAN, 제목부터 강렬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이웃님의 서평을 통해 접했습니다.
단예님의 서평 : http://keith1867.blog.me/110141899895
응?
따라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상당히 추상적인 서평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히 감이 안 옵니다. 때문에 저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언제나처럼 코엑스 반디앤루니스에 들러서 이 책을 들고 튀었습니다. 흐흐. 저는 북셀프를 이용하기 때문에 모든 결제는 핸드폰으로 처리, 그냥 들고 튈 수 있거든요. 하여 일단 목차를 살펴보니, 목차부터 흥미롭더군요. 차례대로 그냥 읊겠습니다. 가장인간적인인간 신분확인 표류하는영혼 장소적합성vs.순수기법 '책'에서빠져나오기 반전문가체계 끼어들기 세상에서가장형편없는증인 그대로있지않기 커다란 놀라움 가장인간적인인간 보시다시피 목차가 수미쌍관을 이룹니다. 가장인간적인인간, 제목으로 시작하여 제목으로 끝납니다.
자, 그렇다면 이 책은 무슨 책일까? 왜 이런 제목을 붙였고,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여러분은 트위터를 하시나요? 저는 트위터를 합니다. 트위터를 안 하시면, 카카오톡은 하시나요? 안 하신다고요? 흠, 그렇다면 일단 참고 들으세요. 트위터에는 '봇'이란 게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봇'이 있는데, 이 '봇'들은 일정한 시간마다 정해진 말을 한다든가, 혹은 어떤 단어에 반응하여 말을 하곤 합니다.
개중엔 이런 '봇'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지능형 봇 http://twtkr.olleh.com/CoreaBot
이 재미있는 지능형 봇은 정해진 멘션을 타임라인과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제가 어떤 '단어'를 말하면 대답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 대답은 상당히 생뚱맞아서 ... ... 뭐냐? 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일단 이 봇은 말 그대로 '인공지능'을 시도하는 봇입니다.
카카오톡에는 심심이가 있습니다. 심심이는 앞에서 말한 재미있는 지능형 봇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단어를 말하면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변 : 안녕
심 : 넹^^
변 : 뭐해?
심 : 헤헤..그냥그냥..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어려운 질문이 나오면 반응이 이상합니다.
변 : 올해 올림픽 심판 판정 어떻게 생각해?
심 : 너무 어려웠어요..
하지만 그럴 듯해 보이는 대답도 있습니다.
변 : 통합진보당 사태는 어떻게 생각해?
심 : 어떤 대답을 원해여?
이 책 가장 인간적인 인간은, 바로 저런 심심이나 재미있는 지능형 봇과 같은 자동으로 대답해주는 인공지능형 대화상대와 인간의 싸움을 그립니다.
매년 인공지능 학계에서는 이 분야에서 가장 큰 기대와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연례행사가 열린다. 바로 튜링테스트라고 불리는 경기이다. 이 검사의 명칭은 컴퓨터과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1950년에 튜링은 이 분야의 가장 오래된 물음 중 하나에 답을 제시하려고 시도했다. 그것은 바로 "기계도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다시 말해 "컴퓨터가 생각한다고, 또는 컴퓨터에게 지능과 마음이 있다고 말해도 될 만큼, 고성능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리고 만약 언젠가 그런 기계가 실제로 존재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 p.20
책의 저자인 브라이언 크리스찬은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긴장합니다. "과연 내가 이 대회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크리스찬은 인간입니다. 인간다운 인간, 그냥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이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자신답다는 게 뭘까요?
크리스찬은 깊은 생각에 빠집니다. 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합니다. 실존의 문제를 놓고 고민을 하며 여러 책들을 찾아 읽는가 하면, 시사상식도 놓치지 않습니다. 대회에서 당일 뉴스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가 하면 자신의 '적'인 인공지능 대화형 로봇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그들의 약점을 찾는 일에도 열심입니다.
모든 것은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이 책은 그 모든 시도가 담겨 있습니다. 철학은 물론이요, 영화와 음악,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 그 모든 것이 있어 참으로 다채롭습니다. 자연스레 저는 이 책을 보며 또 다른 실존에 대한 놀라운 책을 떠올렸습니다. 이 책에서도 몇 번이고 언급되었던 책, 바로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입니다. 조금은 낯선 제목일 수도 있을라나요? 이 책은 말 그대로의 책입니다. 작가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아들과 여행을 가며, 자신을 찾아가는-혹은 잃어가는- 과정을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모터사이클을 관리하는 것은 결국 삶을 살아가는 것과 같지 않은가, 라고 말합니다.
자, 그렇다면 어찌하여 이런 대회가 열리는 것일까요?
라마찬드란 박사의 이야기를 통해 힌트를 얻어 봅시다.
라마찬드란, 조금 선가요?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라마찬드란 박사는 아바타의 바탕에 깔린 '환상사지' 이론에 대해 몇 글자 적기도 하였던 그런 뇌신경학자입니다. 이 책에서는 라마찬드란 박사의 이야기를 실레로 들며 이 대회의 의의를 넌지시 이야기합니다.
내 환자 중, 예순의 나이에 갑자기 뇌 오른쪽 측두엽에서 생겨난 간질 발작을 경험한 사람이 한 명 있다. 그는 뉴욕 출신의 신경학자인데 발작 때문에 당연히 걱정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놀랍고 기쁘게도 발작 이후로 난생 처음 시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실제로 그는 생각도 시로 하기 시작했으며 수많은 시를 써냈다. 그가 말하길 때마침 약간 지쳐 있던 차에 이런 시적 관심을 통해 새 삶을 살게 되었다고 했다. p.125
크리스찬은 현재의 인간은 과연 인간적인가, 자문합니다. 컴퓨터가 일상이 된 인간, 딱히 생각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인간, 하루하루에 함몰되어가는 인간에게는 무언가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이야기가 나옵니다.
인공지능이 너무나 인간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인간적인 인공지능을 뛰어넘어야 하지 않겠는가?
진정한 인간,
THE MOST HUMAN HUMAN이 되기 위하여.
크리스찬은 말합니다. 너무나 자신과 비슷한, 인간이라고 속일 수조차 있을 듯한 인공지능에게 자극받아 인간 고유의 인간성을 찾아내자고, 자극을 받아 발전하고, 더욱 더 인간이 되자고.
이 책은 그 모든 것에 대한 최종적인 답변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 책을 덮은 후, 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인간입니까?
저는 단 세 글자로 대답했습니다.
1 아닙니다.
2 전,
3 변소입니다.
사진과 함께 보는 리뷰는 이쪽 :
http://cameraian.blog.me/130143827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