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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ㅣ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서평에 들어가기에 앞서, 생일선물이 또 도착을 했습니다. 생일이벤트는 완전히 종료했기 때문에 본래는 받았다는 말 안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런, 지극정성이라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블로그 이웃인 넉살 참 좋고 사근사근한 부산아가씨 꿈꾸는 하마 양에게 누쿠이 도쿠로의 신간 '후회와 진실의 빛' 과 린지 페이의 '고담의 신', 스프링 노트와 펜, 그리고 차 몇 종류와 함께 긴 편지를. 마지막 문장이 빵터져서 저렇게 올려봤습니다. 스스로 미녀라고 하다니, 게다가 빨간 동그라미라니... 누가 내 이웃 아니랄까봐. 생일이벤트가 무엇이었는가 궁금한 분들은 아래의 링크 두 개를 참조해주시고.
여러분이 그토록 기다리던 변소님 오신 날 이벤트, 시작합니다. http://cameraian.blog.me/130142233350
변소님 오신 날 이벤트 최종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http://cameraian.blog.me/130142955276
자, 그럼 서평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소년아, 소년아, 소년아.
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
저는 묘한 고집이 있습니다. 남들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소설이나 영화는 괜히 읽기 싫은 이해할 수 없는 청개구리 심보랄까요, 때문에 유주얼 서스펙트와 식스펜스도 결국 지금까지 보지 않았고, 그 유명한 해리포터 마지막 편은 일부러 안 읽었으며, 최근에는 "나는 제노사이드를 삼 년 후에 읽겠다!"는 이상한 말을 하고 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잊혀진 소설들이 꽤 있는데요, 그 중 한 권이 바로 이번에 마침내 읽고야 만 야쿠마루 가쿠의 장편소설 '천사의 나이프'입니다. 천사의 나이프는 일본에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에 출간되었구요, 출간 당시 나름 조용조용 이야기가 퍼졌더랬습니다. 저도 여러 명에게 추천을 받았고, 집에 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못 읽게 되더라고요. 읽으려고 손을 들면 다른 책을 자꾸 읽게 되고, 그 다음엔 남 줘 버리고, 어쩔 수 없지, 도서관에서라도 빌려다 읽자! 하고 빌려 왔는데 다른 빌린 책들 읽다가 그만 시작도 못하고 반납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흘러... 삼 년만에 읽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난 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는 흥미로웠습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한 남자가 아내를 잃습니다. 아내는 소년들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소년법 때문에 소년들은 처벌을 받지 않고, 시간은 잘도 흐릅니다. 삼 년 반, 남자는 많은 것을 잊었습니다. 커피를 뽑는 매일매일에서 아내가 남긴 딸아이와 함께 어떻게든 살아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 소년들이 한 명, 두 명 살해당합니다. 것도 남자의 주변에서 소년들이 살해당합니다. 남자는 이 상황에서 범인으로 의심을 받는가 하면, 당시 사건에서 미심쩍었던 부분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면서 사건의 이면에 숨겨졌던 진실에 점근해 갑니다.
이야기는 전형적인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의 구조를 따릅니다. 실제로 전 이 소설을 읽으며 여러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을 떠올렸는데요, 그 중엔 여러분이 익히 잘 아는 제노사이드의 작가 다카노 가즈이키의 '13계단'도 있었습니다. 13계단의 서평은 워낙 많이 올라오니 딱히 제가 언급할 필요 없이 링크를 하나 걸겠습니다. 2010년에 블로거 김크롱씨가 적은 짤막한 리뷰입니다.
범인은 바로 너야! (1) : http://ionsupply.blog.me/130080707169
범인은 바로 너야! (2) : http://ionsupply.blog.me/130081952212
김크롱씨의 리뷰 범인은 바로 너야! (2)에는 천사의 나이프의 짤막 리뷰도 실려 있으니 함께 보셔도 괜찮습니다.
김크롱 씨가 리뷰에서 지적했다시피, 또 얼마전 천사의 나이프를 읽고 있다는 말에 몽쁘띠님께서 덧글을 달아주셨다시피, 이 작품은 좀 작위적입니다. 지나치게 우연을 남발한다거나, 이야기를 어떻게든 앞뒤가 다 맞게 짤려고 작가가 지나치게 신경을 쓴 부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재미납니다. 그렇게 인위적이고, 너무 지나치게 앞뒤를 딱딱 맞추려고 하는데도 이 책은 참 재미납니다. 또, 우리에게 피해자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때문에 에도가와 란포상을 탔구나, 생각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부분이 훌륭합니다.
이윽고 하야마는 누쿠이에게 한을 쥐어짜듯이 자신을 털어 놓게 되었다. 자신에게 있어서 쇼코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소중한 존재를 참혹한 형태로 잃어버리고 만 슬픔을.
그리고 피해자 측에 있어서 소년법이라는 법률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가를 누쿠이에게 물었다. 어째서 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범한 죄가 가벼워지는 것인가. 피해자 측에 있어서는 가해자가 성인이든 미성년이든 잃어버린 것에는 변함이 없다. 어째서 미성년에게 살해당한 순간부터 피해자의 생명이 가진 가치는 가벼워지고 마는 것인가. 어째서 자신은 소년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조차 없는 것일까. 소년들이 어째서 그런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 소년들이 지금 어떤 기분을 안고 있는지를 어째서 알 수 없는 것일까. 어째서 심판에 참가해 소년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괴로운 심정을 토로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
p.68~69
작가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중간중간 이야기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현재의 사법제도는 어떤 것인가, 한 번쯤 곱씹게 합니다. 때문에 저는 이번 책을 읽으며 우라나라의 소년법은 어떻게 되어 있나 궁금해졌습니다. 네이버에서 '소년법'으로 검색을 하니 이런 내용이 나오더군요.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性行)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기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1942년 2월의 조선소년령(朝鮮少年令)에 대치된 것으로서 1958년 7월 법률 제489호로 제정·공포된 후 1988년 전문 개정된 후 수차례 개정되었다.
소년범(少年犯)은 정신발육이 미숙하므로 성인범(成人犯)보다 교화 등이 용이하며, 또한 원대한 장래가 있고 범죄의 습성도 깊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소년사건을 소년보호사건과 소년형사사건으로 나누어 특별한 취급을 하고 있다. 19세 미만의 자를 소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소년보호사건의 대상으로 하였다(2·4조). 총칙, 보호사건, 형사사건, 비행예방, 벌칙 등 4장으로 나뉜 전문 71조와 부칙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 소년법 역시 일본과 별로 다르지 않더군요. 아무래도 대부분의 법률이 일제강점기 시대 때 제정된 이후, 계속해서 고쳐나가는 형식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천사의 나이프는 이런 소년법 이면의 문제를 심층깊게 논하고자 하였고, 제 생각엔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고 봅니다. 상을 탔고, 유명해져서, 우리나라까지 와서, 제가 지금 이 순간 소년법을 검색했으니까요. 소년에게 묻고 싶어졌으니까요. 도대체 소년아, 너의 인생에 무엇이 너를 그리 만들었느냐고 소년아, 너는 무엇이 그리 서럽고 슬펐고, 또 아팠냐고 소년아,
소년아,
소년아,
소년아,
그렇게 되뇌이게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