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지도상으로 그 도시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다. 굳이 말하자면 '지바 현 동쪽, 가나가와 현 서쪽' 정도에 있다. 뭐, 이 정도만 알면 무난하겠다.
예전에는 어항으로 번성했고, 특히 오징어잡이 항구로 전국에서 손꼽힌 적도 있었다.
이 고장 노인들이 즐겨 하는 옛날이야기에 따르면, 1년에 몇 번씩 해면이 불쑥 올라온 듯 보일 정도로 많은 오징어 떼가 항구 바로 옆까지 몰려와 열 개의 다리를 흔들며 "여서 와, 어서 와."하고 어부들을 불러냈다고 한다.
그런 오징어 떼를 말 그대로 일망타진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하룻밤 사이에 부자가 되어 경치 좋은 언덕에 으리으리한 저택을 짓고 팔자 좋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건 오래전 이야기고, 그중에서도 특히 경기가 좋았던 때의 이야기다.
건물도, 사람도 이제는 예전의 광채를 모두 잃어버렸다. 잘나가던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최근 20년 사이에는 오징어 떼가 항구로 밀려오는 일이 전혀 없었다.
일확천금의 꿈이 과거로 사라져버렸으니, 이 도시에서 예전의 열기가 사그라진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대도시에서 일하는 샐러리맨과 공업 지대에서 땀을 흘리는 노동자들의 베드타운이 되어가고 있다. 이 도시만의 특징은 해마다 점점 히미해져 갈 뿐이다.
물론 사람들의 생활을 이제껏 버티게 해준 것이 항구와 오징어와 벼락부자의 꿈만은 아니었다.
도시 한가운데를 지나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한 줄기 일급 하천, 이 강의 역할도 대단한 것이었다.
예전에는 잡아들였던 오징어 대부분이 이 강을 통해 내륙의 각 도시로 운송됐다. 오래전부터 강은 이 도시의 생명줄이었으며, 짐을 싣고 오가는 배의 모습은 이 도시의 상징이기도 했다.
현재도 생활용수는 거의 이 강물에 의지하는 터라 그 중요성은 여전하다. 상당히 더러워져서 보기에 썩 좋지는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시민의 자랑거리다.
예전에 오징어를 운반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던 이 강의 이름은 이카가와(오징어강)다. 그렇게 부르는 데 저항감을 느끼는 사람은 전혀 없다. 오히려 애착을 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그 강 유역 일대를 일찍부터 이카가와 초(오징어강 동네)라고 부른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30년 전, 인구가 늘어나며 마을이 시로 바뀌게 되었을 때 그 이름을 둘러싸고 도시가 양분될 정도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지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승리를 거둬 그때까지 이카가와 초라고 부르던 지역은 무사히 시로 격상되었다.
그런 사연으로, 현재 이 도시의 이름은 '이카가와 시'다.
요즘 들어 특별히 경기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이름에서 연상될 정도로 풍기가 문란하지는 않다(이카가와시는 일본어로 음탕하다, 수상하다는 뜻이기도 함).
이런 곳이 바로, 이카가와시입니다. 바닷가의 작은 도시, 예전엔 흥했지만 지금은 조금 썰렁해진 우리나라 여느 지방도시를 떠올리면 될 듯하겠습니다. 이카가와 시에는 당연히 대학교도 있고, 경찰서도 있고, 지방 부자들도 있습니다.
당연히, 탐정도 있고요.
우카이와 류헤이! 라는 동네 최고의 명탐정이 이카가와 시에 있습니다요.
이 콤비는 시리즈의 첫 권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 콤비로 뭉친 이후 여러 사건을 해결합니다.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 우카이는 이미 탐정이고, 류헤이는 대학생이자 '살인용의자'였습니다. 류헤이는 자신의 용의를 벗기 위하여 탐정이자 누나의 헤어진 남편(?)인 탐정 우카이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얼토당토 않은 방법으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 갑니다. '밀실을 향해 쏴라'는 이 콤비의 두 번째 사건으로, 류헤이가 본격적으로 탐정의 제자로 등장합니다. 우카이의 조수로써 그럴 듯...하지 않은 활동들을 선보이며 사건을 해결해 갑니다.
그리하여 이번엔 단편집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가 나왔습니다. 이번 책은 그간 나온 책들과 달리 단편집인데요, '후지에다 저택의 완전한 밀실'은 한 남자가 밀실살인을 계획하고, 그 밀실살인게임을 탐정 콤비가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후후) 마지막 해결 과정서 정말 "우왓!" 하고 감탄해버렸답니다. ㅎㅎ 중간중간 지하철 타고 가는 것도 잊고 "크하하!"하고 웃기도 하고요. '시속 40킬로미터의 밀실'은 달리는 차 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데요, 해결과정은 물론이거니와 마지막 결론도 흥미진진합니다. 아아, 히가시가와 도쿠야다운 "따뜻함"이 있달까요? '일곱 개의 맥주 상자'는 일상미스터리로 시작합니다. 의뢰인의 의뢰로 한 동네를 찾았다가 맥주상자의 행방을 찾는 과정을 그리는데요, 그 과정이 흥미롭고 역시, 웃깁니다. '참새 숲의 이상한 밤'은 오랜만에 류헤이의 두근거리는 러브스토리(후후)가 있을까요? '밀실을 향해 쏴라'를 보며 "이 눈치 없는 자슥!!"이라고 소리쳤던 분들이라면 "우리 류헤이가 어른이 됐어 ㅠㅠ"하며 기뻐하실 에피소드입니다. 마지막 에피소드 '보석 도둑과 엄마의 슬픔'은 독특합니다. (후후) 독특합니다. 난 그 이상 말할 수 없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요.
아아, 그리하여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다 읽었더군요. 그리하여 저는 본편이 또 언제 나오나, 출판사에서 스피드하게 어서 책을 내주셨음 좋겠다 하는 생각을 궁시렁궁시렁 했답니다.
어떻게 여러분도, 보는 내내 "크핫!"하고 웃게 되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스피-드한 매력에 빠져보시렵니까?
꿀꿀한 장마철, 웃음으로 넘겨보시렵니까?
사진과 함께 보는 리뷰는 이쪽 :
http://cameraian.blog.me/130142565146
별점은 장편 시리즈가 안 나온 관계로 아쉬움에,
또 이걸 5점 주면 다른 시리즈는 뭐가 되냐? 5.5 막 가?
이런 생각으로 4점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