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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밀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흔히 병맛이란 말이 있죠. 특히 일드를 보면 많이 쓰게 되는 이 병맛, 아! 병맛이 없다면 대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지 상상조차 안 됩니다. 특히 병맛 중에서도 그 선두주자로 꼽을 병맛 미스터리를 쓰는 작가가 없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지루했을까요. 마감의 나날 속에서 어떻게 쌩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었을까요. 그래요, 저는 오늘도 마감을 쌩까며 히가시가와 도쿠야에게 감사의 마음을...(응?)
『어중간한 밀실』 내용은 어중간하지 않은데?!
코지 미스터리의 대표주자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원점을 만나다
네, 네. 그렇습니다. 전 마감 중입니다. 너무너무 하기 싫다는 문제와, 절대로 미룰 수 없는 마감이라는 점이 겹친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서 오늘도 서평을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평소 제 생활이 마감과는 거리가 먼, 이번에 발간된 『어중간한 밀실』의 첫 장과 비슷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난 항상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일어난다.
그렇게 우아한,
혹은 나태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나,
가타기리 게이치가 소설가이기 때문이다.
소설가이니까 낮까지 자고 있어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일단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설가 중에서도 신진기예,
즉 아직 인기가 없는 부류에 속하기 때문에 밤을 샐 만한 일도 없다.
슬프지만 멋진 신분이라고나 할까? (p.9)
실제로 저런 생활을 매일같이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열심히 써서 원고를 넘겨야 하는 것도 맞는 상황이긴 한데... 뭐 그런 건 제가 이번에 이벤트로 진행 중인 쌩까는 푸들 이경민의 경우로 설명드렸다시피, 작가라는 것은 결국 마감이 올 때까지는 모가지에 칼이 들어와도 글을 안 쓰는 게으른 짐승인 것입니다. 아, 하지만 글 쓰는 건 재미있어요. 정말이에요. 다만 쓰기 까지의 과정이 기나긴 짐승의 길인 것이어요. 이것은 마치 용이 산다의 김용 같은 짓거리.
아 김용 하면 신필 김용이 떠오르고... ... (이 만화 보자마자 나는 이거 백퍼 신필 김용 패러디라고 생각했당께. 김용은 대신 무협 아니당가. 오오 영웅문 3부작... ... 다시 복습... 정신 차려 마감하라고!)
아무튼 이 책은 이렇듯 처음부터 작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다섯 개의 이야기는 과연,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원점을 보여주는 수작들입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계속해서 책을 냈지만 한참동안 별반 인기를 끌지 못한 작가로 유명합니다. 이카가와시 시리즈를 줄창 낼 때에도 큰 관심을 못 끌다가(『여기에 시체를 버리지 마세요』가 2010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에 선정되긴 했지만 지금처럼 어마무시하진 않았습니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를 시작으로 폭풍 인기 몰이에 들어서고, 서점들의 인기투표라고 할 수 있는 2011 일본서점대상 1위를 차지, 180만부가 넘게 팔린 후 인기 아이돌 아라시의 멤버 중 한 명인 사쿠라이 쇼가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치면서 말 그대로 대형 작가로 서게 됩니다. 이후 그의 대표작들이 차례차례 라디오 드라마, 드라마 등으로 소개되었고 이번 2014년 1분기에는 「내가 싫어하는 탐정」이란 제목으로 이카가와시 시리즈가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볼 때엔, 이러한 드라마들은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외에는 그닥 완성도가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번 분기에 방영한 「내가 싫어하는 탐정」은 원작의 캐릭터를 너무 심하게 훼손시켜 처음엔 화도 약간 났습니다만, 마지막 에피소드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카가와시 시리즈인 『완전범죄엔 고양이가 몇 마리 필요한가?』이므로 꾹꾹 참고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드라마의 주연은 그 유명한 「노다메 칸타빌레」의 남자 주인공 치아키 선배 타마키 히로시와 「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과 「흑집사」 영화판의 고리키 아야메가 맡았습니다. 이 둘의 연기 호흡이 잘 맞지 않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타마키 히로시와 고리키 아야메 둘 다 오버연기의 진수(;;;)인데, 둘이 동시에 오버를 하다 보니 연기가 붕붕 뜬달까요. 배역을 고를 때에 둘 중 한명은 일부러 진지한 연기도 잘 하는 배우를 넣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랬다면 이야기의 진행이 훨씬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예전, 타마키 히로시의 약간 붕뜬 연기(그냥 타마키 히로시의 스타일이다. 목소리의 옥타브 등이 기본적으로 일반 남자배우에 비해 높다. 타마키 히로시는 조연 때부터 그랬다.)가 상당히 돋보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유명한 데츠카 오사무의 작품 뮤MW의 영화에서 야마다 타카유키와 호흡을 맞췄을 때였습니다. 야마다 타카유키는 병맛 작품부터 시작하여 진중한 연기까지 연기의 스펙트럼이 큰 배우입니다. 때문에 예전에도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리지」나 「용사 요시히코~」시리즈 등에서 병맛 연기를 선보였는데도 워낙 진중한 캐릭터를 잘 살리다 보니 극 중 분위기를 하나로 통합시켜 잘 이끌고 나가곤 했었습니다. 이번 드라마에서 이런 배우가 등장하지 않은 것이 매우 유감이었다고나. 아, 고리키 아야메 역할을 이시하라 사토미가 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음? 나 지금 무슨 이야기 하니?
어쨌든.
『어중간한 밀실』은 이렇듯 많은 히트작을 낸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그 원점을 보이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 속 이야기들은 모두 안락의자 탐정을 소개하고 있으며, 그 안락의자 탐정의 캐릭터는 이카가와시 시리즈, 수수께끼는~ 시리즈의 캐릭터를 그대로 빼다 박았기 때문입니다. 탐정학교 시리즈와도 좀 비슷하긴 합니다만, 이쪽이 훨씬 비슷하죠.
첫 번째 에피소드이자 표제작인 「어중간한 밀실」은 말 그대로 어중간한 밀실의 이야기입니다. 밀실이란 무엇일까. 닫힌 공간입니다. 하지만 어중간한 밀실이란 어떤 것일까. 그 정의에 대하여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타 소설을 자연스레 몇 가지 숭덩숭덩 섞어놓으며 트릭을 풀이해 갑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는, 대학생 아마추어 탐정 빈과 왓슨역의 미키오 콤비 이야기입니다. 「남쪽 섬의 살인」은 편지 한 통에서 시작합니다. 여행 간 친구에게서 온 편지. 그런데 이 편지는 “불가능해 보이는 전라의 시체 미스터리를 풀이하라”고 요구합니다. 빈과 미키오는 이 편지를 받고 약간의 머리를 굴려 사건을 풀이해냅니다. 「대나무와 시체」는 오래 전, 우리나라로 따지면 일제강점기 시절 “지상에서 한창 높은 곳에 목매달린 시체의 사건을 풀이”하는 이야기입니다.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빈과 미키오가 우연히 발견한 신문에 적힌 “살인 사건 기사”가 시작이죠. 이 미스터리의 시대는 제가 적은 『홈즈가 보낸 편지』의 시대와도 상통해서 좀 웃었습니다. 제가 적은 이야기가 이 에피소드에도 똑같이 소개되거든요. (흐흐. 역시 그 사건은 누구나 다 한 번쯤 적고 싶지.) 그리고 이 에피소드의 형식은 좀 특이합니다. 처음에 “어마무시한 힌트”를 주고 시작해요. 「10년의 밀실 · 10분의 소실」은 제목이 모든 걸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앞서 편지를 보냈던 친구가 이번에도 또 여행을 갔다가, 10년 전의 “밀실 살인사건”을 이야기합니다. 일전의 배경이 여름이라면 이번엔 겨울입니다. 전에는 비가 왔다더니 이번엔 눈이 옵니다. 이런, 흥미진진한 녀석. 그리고 이 녀석은 요번에도 밀실살인사건을 풀이하겠다고 자신 있게 나서는데... ... 어라? 그 밀실살인사건의 현장이 “단 십 분만에 사라지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리하여 또 편지를 쓰게 된 것이지요. 역시 편지를 받은 미키오와 빈은 이 묘한 사건을 풀이해냅니다. 자, 어떻게 풀이했을까. 마지막 작품은 「아리마 기념 경주의 모험」입니다. 이 작품은 알리바이 트릭을 이야기하는데요, 이카가와시 시리즈 중 한 작품을 떠올리게 하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락하겠습니다.
숲 속에서는 ‘귀신’이 나와서 미야코 씨는 공포로 ‘바들바들’
그것을 보고 큰아버님은 ‘히죽히죽’ (p.183)
변소는 소설을 보고 즐거움으로 '싱글벙글'하며
“궁금하시면, 그냥 사서 보심 되지 않겠습니까?” 약올리며 ‘히죽히죽’
사진과 함께 보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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