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1 - 사도세자 이선, 교룡으로 지다
최성현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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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조선왕조실록'이었던가요, 드라마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그 드라마는 제목처럼 조선왕조실록의 부분부분을 매 회 단막극 형식으로 내보였습니다. 늦은 시각이라 부모님이 못 보게 하곤 해서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사도세자이야기만큼은 우연히 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들을 죽인 아버지, 게다가 그 아버지가 한 나라의 왕이라니……. 저는 당시 그 단막극을 보며 이건 분명 가짜 이야기일 거야라고 애써 자신을 다독였습니다. 하지만 사실 알고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의 제목엔 실록이 들어가 있었으니까.

 [소설 역린 1] 당신이 아는 사도세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이른바 프리퀄이라고 하는 드라마가 방영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TBS에서 드라마를 제작할 경우, 그 드라마가 잘 되면 후에 특집극을 방영하며 곧 극장판이 나와요!” 광고를 한다는 식입니다. 작년, 큰 인기를 끈 ATARU의 경우 그런 방식으로 관객을 잡았습니다. 드라마-특집극-영화라는 3박자를 맞췄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방송국이 직접 메가폰을 잡아 영화를 만든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아마, 일본과 우리나라의 드라마 제작환경이 많이 다른 탓이겠습니다. 하지만 대신, 이런 식으로 소설의 프리퀄과 영화는 자주 나오나 봅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 보았는데 조희진 작가 말로는 관상도 그랬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만난 소설 역린 1역시 그러한 프리퀄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일단 읽어두면 좋을 이야기! 영화의 전편, 두둥!

 

역린 1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앞서 살짝 읊은 사도세자의 죽음이 그 골자입니다. , ‘사도는 왜 아버지의 손에 죽어야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랄까요. 하지만 이끌어가는 방식은 미스터리나 스릴러의 구조가 아니라, 굳이 따지자면 무협지를 따릅니다. 특히 앞쪽의 살해장면 묘사 등은 정말이지 전형적인 무협지라서(!) 저도 모르게 매우 좋아하는 신필 김용의 소설들 장면을 떠올리며 웃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반 이후가 되면 무협지적 묘사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구중궁궐과 정치판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대놓고 무협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요, 대신 심리나 대신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톡까놓고 말하자면 앞쪽이 무협지적이라 전 더 재밌더군요. 물론, 뒤로 갈수록 문장이 유려해서 읽기는 편했지만, ! 무협지적 묘사가 없어서 좀 아쉬웠어요. ‘낙엽을 가르는 죽창의 비명스런 묘사가 안 나와서 은근 섭섭했다는.

하지만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정말 좋더군요. 그가 어떤 심정으로 뒤주에 들어가게 되었는가……그 장면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드라마 조선왕조실록에는 없었던 사도세자의 영특함, 무력, 그리고 총명함이 모두 엿보여서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그의 죽음이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아아, 사도세자가 죽지 않았다면, 그가 영조의 뒤를 이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예를 들어 이런 부분들이 그랬어요.

왕세자가 길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라의 국본이 시골의 늙은 서생을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절박한 두 눈과 뜨거운 두 손을 접한  순간
조재호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p.194)
 
"저하의 길은 어디에 있습니까?"
"용의 길."
(p.196)
 
"저는 저 밖에서 백성들의 거대한 용을 보았습니다.
그 용은 임금도 세자도 노론도 소론도 관심이 없습니다.
진정한 정치는 그 용을 두려워하고
그 용을 안온하게 하는 것입니다.
 
저 하나 죽고 사는 것으로 바뀌는 건 없습니다.
노론과 타협한다고 바뀌는 건 없습니다.
하루가 뜨겁고 하루가 차가운 것으로 바뀌는 건 없습니다.
 
그 용을 증명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이며 정도입니다.
저는 이제 전력을 다해, 그것을 증명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저의 정치입니다."
(p.212)
"살아서도 죽어 있는 것들과
죽어서도 다시 사는 것들을... ... 장인은 모르십니다."
(p.273)
 
"너는 나를 버려야 한다. 그래야 네가 살 수 있다."
아들은 더 슬피 울었다.
"아비는 죽지만 온전히 다 죽는 것이 아니다.
아비의 꿈을,
아비의 교룡을 네가 증명하면 된다.
그러면 나는 다시 사는 것이다."
(p.298)
 
 
 

마지막 장면도 정말좋았습니다. 소설 역린 1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과 영화 역린에 나올 캐릭터들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또 그들이 어떤 식으로 이야기 속에서 등장할지를 모두 드러내는 장면으로 끝나 흥미진진하더군요. 아아, 영화 개봉 언제죠?! 어서어서 보러 가야겠어요!

 

꼬리. ​

역린 1권에서 찾은 현빈.

현빈 등장했다 우와!!! (ㅋㅋㅋㅋㅋ)

사진과 함께 보는 리뷰 : http://cameraian.blog.me/150188678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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