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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계량스푼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갑니다. 하지만 뇌외과적 증상이나 심장의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가슴이 아프면 일단 내과에 갑니다. 보통 가슴쪽이면 식도 등에 이상이 생겨 통증이 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에요, 마음이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누구에게 물어 치료를 받을까요?
“나의 마음은 누가 치료해주나요?”
츠지무라 미즈키의 『나의 계량스푼』
츠지무라 미즈키가 돌아왔습니다. 표지부터 오로라 톤의 분홍색, 알록달록한 것이 봄에 잘 어울립니다. 책을 안고 전철에 타자 흘깃거리는 표정이 느껴집니다. 그 호기심 어린 표정에게 이 책의 내용을 알려준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이 책은, 알록달록한 책이지만 내용은 결코 달콤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 책은 죽음의 무게를 묻기에.
여러분은 이집트 신화에 대해 아시는지.
이집트 신화에 의하면, 인간은 죽으면 오시리스 신의 심판을 받는답니다. 그 죄의 무게를 저울에 놓고 따진답니다. 깃털 하나를 한쪽에, 다른 한 쪽에 인간의 심장을 놓습니다. 그 무게가 죄악으로 인하여 무거우면 으앙! 잡아먹힙니다. 이 소설 속 이야기는 이러한 오시리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심판하는 자는 오시리스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 것도 아주 어린아이입니다.
이 아이는 능력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슈퍼히어로는 아니에요. 강남대교에서 촬영한 어벤저스 같은 능력이 아니라, “언령술사”입니다. 언령, ‘말’을 통한 주문, 속박을 이야기합니다.
일본에는 언령술사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지요? 여러분도 잘 아시는 드라마 Trick의 경우 나까마 유키에가 그러한 언령술사의 후손으로 나옵니다. 음, 현재는 3류 매지션이지만요. 또 만화책에도 심심찮게 나와요. 말 그대로 “무언가 말을 하면” “주술이 걸리는” 이것이야말로 궁극의 주술! 그런 느낌이랄까요?
이 소설 속 주인공 소년 역시 그러합니다. 그리고 소년의 언령은 보다 강력해요. 단지 이렇게 말하면 끝이에요. “만약 네가 **을 하지 않게 되면 **하게 될 거야.” 라고 말하면, 주문이 걸립니다. 그리고 소년은 이 주문을 “어떤 특이한 살인마”에게 걸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아, 그런데 이 살인마가 정말 살인마라고 말해도 될까……?
소년은 소녀를 사랑합니다. 어른이 보기엔 너무나 풋풋한, 하지만 순수하기 짝이 없는 사랑. 소년은 이 소녀가 “그 살인마로 인해 상처를 받아 아픈” 모습이 너무나 슬픕니다. 그 살인마를 벌주고 싶어, “살인마”에게 능력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지금, 고뇌합니다. 과연 이러한 “언령”으로 인한 처벌이 살인마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또 그 살인마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소녀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소년은, “살인마”를 만나기 일주일 전부터 아주 특별한 수업을 듣습니다.
자신의 미래,
소녀의 미래,
그리고 살인마의 미래,
그 모든 것을 아우를 하나의 해답을 얻기 위해 지금 소년은, 마음 속 천칭에 죄의 무게를 다는 법을 배웁니다.
안타까웠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안타까웠다.
말로는 잘 표현되지 않지만,
이때의 나는 후미가 참으로 옳다고 생각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옳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마는 것이 아닌,
결코 포기하지 않는 곧은 자세.
후미는 그걸 굽힐 수 없었을 뿐이다.
굽힐 수 없으니까,
패배를 인정하고 도망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싫었다.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후미가 달아나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p.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