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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너머 사람 - 살고 싶은 사람을 삶과 연결하는 마지막 상담소
하상훈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평점 :
아버지는 다니시던 직장을 은퇴하시고 생명의 전화에 본격적으로 봉사를 하셨다. 재작년 12월 즈음 그만두실 때까지 22년을 다니셨다. 마음을 두고 시작하시면 끝까지 성실하게 하시는 분이었기에 우리는 옆에서 응원했다.
지난 달 장례식장에 처음 뵙는 분들이 보였다. 생명의 전화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라고 했다. 생전에 그 곳에서 봉사하시는 것을 아주 자랑스러워하셨다. 오늘도 힘들어하는 영혼들의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왔다고 늘 흐뭇해 하셨다.
정작 당신은 1층에 있는 칼국수집에서 점심을 때우시기도 하시고 차가운 도시락을 준비해가시며…
----경청의 기술
p 83 오늘도 슬픔에 잠긴 사람들의 전화를 받는다. 비판없이 경청하고 따뜻하게 공감해주며 슬픔 너머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홍수에 둑이 무너져 내리듯 마음이 터지지 않도록.
p 93 죽고 싶은 사람들은 '도움을 찾는 울음(cry for help)'을 반드시 내비친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다. 특히 나는 타인을 위해 기다리거나 들어주는 힘이 거의 바닥이다. 가끔 아버지가 상담하시면서 전화로 들은 이야기들을 하셨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하고 들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고통이나 괴로움이 아버지를 통해 나에게까지 전이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담자들의 비밀유지로 자세히는 말씀 안 하셨지만 점 차 불편해졌다. 생명의 전화에서는 교육의 기회가 정기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안다. 교육의 내용중 대부분은 경청이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보다 그냥 조용히 가만히 들어주는 기꺼운 마음이 제일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너와 나의 연결
p 133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비행기가 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비로소 인간이 된다.
p 145 언젠가 우리도 그들과 같은 곳에 있지 않을던가. 그들이 내민 손을 기꺼이 잡아주면 어떨까. 훗날 당신도 누군가의 손을 잡게 될 것이므로.
p 198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연결이다. 나와 너 모두 소중한 사람임을 잊지 말고 그럼에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야한다.
이 세상은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너도 존재하고 나도 있는 곳이다. 서로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고 아플 때 아프다고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연결된 세상이야말로 자살을 예방하는 길이 아닐까.
----그들이 상담 봉사를 하는 이유
p 148 어느 해 여른이 한창 익어가는 날이었다. 나는 변성용 자원봉사 상담자께서 별세하셨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 나는 장례식장에서 빛이 바랜 지난 회보를 바라보면서 마음에 어떤 전율이 느껴졌다.
책을 읽다가 아버지와 비슷한 케이스를 읽고 한참 멍하니 읽은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봉사를 하면서 의미를 찾았다라는 말이 아마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셨을 부분인 듯하다.
다른 분들에게 당신이 아주 자랑스럽게 늘 말씀하셨다.
"네. 저는 생명의 전화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