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나츠코 사계 시리즈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4.5
<사계 나츠코>의 표지는 고흐의 꽃 그림 중 가장 유명한 해바라기다.
사계 시리즈의 첫 이야기.
이름 만큼이나 쨍한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였다.

<사계 하루코>에서 하루코의 시선으로 그려진 나츠코는 조금은 변덕스럽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캐릭터였는데 나츠코의 시선으로 따라가니 전혀 새롭게 느껴진다.
아직 미국으로 가기 전 나츠코는 후유코와 함께 간 폐광촌의 연극에서 카메라맨을 만나고 도쿄로 가 누드 사진을 찍게 된다.
그 전까진 활달하고 통통 튀지만 시골 처녀같은 분위기가 있었는데 도쿄로 올라오며 케이를 만나고 부터 물들어버린 듯한 느낌.
한순간의 기복으로 지나쳐 갈 일들을 케이와 함께하고 변해가면서 나츠코 역시 변해간다.
나츠코의 성격 자체가 밝아서 그런가 따라가기 좋았다.
뭔가 가볍지만 가장 극적이지 않은 캐릭터라 정감이 간다.
이해 못 할 부분도 있지만 왠지 네 자매 중 나츠코가 가장 순수해보인다.

아무래도 사계 시리즈의 가장 큰 주제는 변화인 듯 하다.
네 자매의 이야기라서인지 일본판 작은 아씨들이라고도 불린다는데 그러고 보면 작은 아씨들도 그렇게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었구나 싶다.
물론 사계의 네 자매 만큼은 절대 아니지만.
다음 편은 아키코.
가장 최근에 나온 완결판이기도 하지만 어제 오늘 두 권 중 가장 비중이 없으며 무려 정치활동을 하고 있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캐릭터라니 너무 높은 산이다.
내일은 후유코를 먼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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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하루코 사계 시리즈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4.3
지난 주 도서관에서 <잃어버린 G를 찾아서>와 마찬가지로 어딘지 모르게 아주 아주 익숙한 <사계, 나츠코>를 발견했다.
무질서한 책들 속에 분명히 시리즈로 보이는 3권을 더 발견하고 다음 주에 빌리자고 결심, 어제 미리 봐두었던 다른 책들과 함께 즉시 빌려왔다.
히라가나 입력이 안되어 아쉽지만 일본어로 `춘하추동`을 뜻하는 하루, 나츠, 아키, 후유의 이름을 가진 네 자매의 이야기.
표지는 빈센트 반 고흐의 꽃 그림들.
완벽하고도 완성된 대칭이다. (왠지 내 취향과는 다른 것 같지만 읽지 않을 수 없다)

아마 발매된 순서는 2-1-4-3으로 가는가 본데 이미 첫째부터 읽어버렸으니 1-2-3-4로 가봐야지.

이 책의 주인공은 당연하게도 네 자매 중 첫째이며 얼마 전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이혼사유를 입밖에 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혼 후 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는 27살 하루코.
시작은 네 자매들이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는 편지가 꽤 이어져서 조금 혼란스럽지만 연작 중간에 난입한 사람에겐 전후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생 조신하고 순종적이게 기모노가 잘 어울리는 여성으로 자라온 하루코는 최근 들어 여러 모로 자신에게도 숨어있는 기질이 존재함을 알아챈다.
변화를 갈망하며 모든 일을 두려움없이 받아들이게 된 하루코는 차츰 자신의 새로운 모습에 적응하며 제2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쓰고 보니 별 스토리가 없는데 뭐 그만큼 약간의 잡설은 있는 편이지만 주제만큼이나 심리 묘사에 치중한 이야기라 페이지가 아깝진 않았다.
은근히 하루코가 어리다는 것에 놀랐던 거랑, 이혼사유는 초장부터 후유코에게 말해줄게 해놓고 끝까지 말 안 한 게 좀 의아했지만.
그리고 4명 중 (아키코의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아 사실상 3명) 쉽게 이해가 가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정말 평범하지 않는 자매들 중 하루코는 그나마 가장 일반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기에 (자매들 사이에선 의외의 인물이겠지만) 처음을 하루코로 시작한 게 다행인 듯.
나츠코부터는 다음에 읽어야지.
아 산뜻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일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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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동주
안소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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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당시 눈높이를 하고 있던 나에게 처음으로 월간 부록이 도착했다.
여러 가지 정보들이 포함되어있던 잡지에서 내 눈이 닿았던 건 윤동주의 `서시`였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기까지 윤동주의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담고 있다.
중간 중간 교과서와 참고서에서 누구나 한 번은 접해봤을 유명한 시들이 눈길을 끈다.
책을 읽는 내내 한숨이 그치질 않고 먹먹함이 끝끝내 감돈다.
슬프다.
한없이 안타깝다.
그리고 뒷장의 주요인물소개에 이르면 분개를 넘어 헛헛함이 인다.
아무리 편한 삶이 좋았기로서니, 아무리 그리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기로서니 함께 남은 이름들에 부끄러울 짓들로만 일생을 채우다니.
그 시로 조선인들을 내몰고, 그 노래로 일제를 치하하며, 그 이름으로 몇 명을 죽이고서도 교수로, 회장으로 오래도 살아남았다니.
아프다.
앞선 윤동주의 생애만큼 이들의 행동이, 그리고 현실이.
어떠한 사과없이 그저 덮어두고 묻어놓기만 했던 그 사실이.

광복 70주년이자 윤동주 서거 70주년인 올해, 이준익 감독이 윤동주의 생애를 그린 영화 `동주`, 관심 갖고 있었는데 올 하반기에 개봉예정이란다.
또 이렇게 가슴이 갑갑해오겠지만 꼭 보러 가야지.
윤동주는 영원히 젊을, 나의 유일한 시인.
서시는 죽는 날까지 내게 있어 단 하나의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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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되었습니다 - 모든 미해결 사건이 풀리는 세상,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작
박하익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4.7
이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 DB에 과연 몇주째 검색을 했던가.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 수상작.
대출기한을 안 맞추는 사람들과 타이밍을 못 맞추는 나로 인해 어제가 되어서야 비로소 빌려올 수 있었다.

`모든 미해결 사건이 풀리는 세상`
부제가 말해주듯, 이 이야기는 범죄에 관한 것이다.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은 미해결 사건이 해결되기 위해 전제되는 조건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죽은 피해자가 직접 돌아와 가해자를 죽이는 것.
그렇게 전세계에 환세자, RV들이 생겨난다.
생전의 모습 그대로 돌아온 RV들은 가해자를 처형한 후 소멸한다.
한국에서의 7번째 RV인 최명숙은 자신이 살해당할 때 마지막으로 보았던 아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려 한다.
당황한 아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그렇게 국정원에 넘겨진 진홍과 명숙 모자는 실험체로서 감금된다.
가해자가 아님이 확실한데도 아들에게 달려드는 RV, 생활상태의 RV를 포획한 것은 처음이기에 CIA 또한 눈독들인다.
CIA에서는 자신들과 SSS-완전한 심판-프로젝트를 공동연구하던 박종호 박사와 RVP가 관계된 것이므로 자신들이 명숙을 인수하기를 원하고, 진홍은 어머니가 자신을 왜 죽이려는지 모르는 채로 어머니를 그들에게서 구해내려 한다.
도망친 진홍과 명숙을 쫓던 하형과 경채 앞에 유괴되어 살해당해 박종호 박사에게 SSS를 만드는 계기가 된 그의 아들 지민이 나타나고, 곧 진범과 RVP의 실체가 밝혀진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나는 어제 나를 죽였다>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 책과 달리 웹툰 `죽음에 관하여`가 연상되지 않는 건 아마 이야기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이지 싶다.
<종료되었습니다>는 단순히 똑같이 되돌려주는 것이 답이다 라고 말하기 보다는 악, 그리고 죄책감 등 본질적인 감정에 의거해 작가의 주관을 제대로 관철시킨다.
또 <선암여고 탐정단>을 읽을 때도 생각했지만 작가가 장면 전환이 뛰어나서 이야기의 긴박감을 한시도 떨어트리지 않는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어보지 않는 한 절대 감화될 수 없다는, 생각보다 이런 이야기가 많구나 싶었다.
그만큼 드러나는 악에 대해 처벌이 약하다는 말이고, 가해자의 제대로 된 교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인 것 같아 씁쓸하다.
오늘도 뉴스 속에는 무자비한 범죄가 빠지지 않고, 어느 순간 자제력을 넘어버린 잔인함을 가진 사람들에게 아직 확실히 대처하지 못하는 세상이 때로 더 무서워진다.
악은 돌려주는 순간 악이 될 수 밖에 없는데 그럼 악을 돌릴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용서가 피해자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떠미는 현실은 너무도 잔인하다. 피해자들을 강렬한 증오심과 고통과 상처 가운데로 떠밀어 놓고, 본인은 조금의 가책도 느끼지 않은 채 감방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인간들에게 마땅히 피해자가 겪어야 할 상처의 무게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 -2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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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 소설
하지은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4.5
<눈사자와 여름>을 읽었고 하지은을 다시 찾았다.
고작 두 편 읽었지만 어떤 부분에선가 한번씩 온다 리쿠를 떠올리게 한다.
조금 더 동화같고 덜 환상적인 면이 있지만.

유명한 책이니까 제목에 의존해 아무런 정보없이 읽어 본다.
7층 저택의 목차들은 각각 그 방이다.
읽을 수록 머릿 속에 자꾸 어떤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자신이 창조해낸 작품이 살아났으면 하는 박제사, 한 시인의 삶을 좇은 시인, 부잣집 딸과 도망쳐 살아온 하인, 원수를 사랑하게 된 젊은 남녀, 죽기 전 세 아이들을 찾아간 부인, 피해자의 가족이자 가해자인 의사,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인 소원을 들어주는 남자.
어렸을 적 한번은 들어봤을 유명한 이야기들이 읽는 내내 따라다녔는데 그리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진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주인공인 라벨의 정체나 마지막이 너무나도 허무하고 허술하게 전개된 게 가장 아쉽다.
더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었는데.

그래도 하지은의 이야기가 뭔가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다음 작품을 읽어볼 차례.
내일 도서관 가면 또 찾아봐야지.
내일은 찾던 책들도 꼭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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