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되었습니다 - 모든 미해결 사건이 풀리는 세상,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작
박하익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4.7
이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 DB에 과연 몇주째 검색을 했던가.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 수상작.
대출기한을 안 맞추는 사람들과 타이밍을 못 맞추는 나로 인해 어제가 되어서야 비로소 빌려올 수 있었다.

`모든 미해결 사건이 풀리는 세상`
부제가 말해주듯, 이 이야기는 범죄에 관한 것이다.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은 미해결 사건이 해결되기 위해 전제되는 조건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죽은 피해자가 직접 돌아와 가해자를 죽이는 것.
그렇게 전세계에 환세자, RV들이 생겨난다.
생전의 모습 그대로 돌아온 RV들은 가해자를 처형한 후 소멸한다.
한국에서의 7번째 RV인 최명숙은 자신이 살해당할 때 마지막으로 보았던 아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려 한다.
당황한 아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그렇게 국정원에 넘겨진 진홍과 명숙 모자는 실험체로서 감금된다.
가해자가 아님이 확실한데도 아들에게 달려드는 RV, 생활상태의 RV를 포획한 것은 처음이기에 CIA 또한 눈독들인다.
CIA에서는 자신들과 SSS-완전한 심판-프로젝트를 공동연구하던 박종호 박사와 RVP가 관계된 것이므로 자신들이 명숙을 인수하기를 원하고, 진홍은 어머니가 자신을 왜 죽이려는지 모르는 채로 어머니를 그들에게서 구해내려 한다.
도망친 진홍과 명숙을 쫓던 하형과 경채 앞에 유괴되어 살해당해 박종호 박사에게 SSS를 만드는 계기가 된 그의 아들 지민이 나타나고, 곧 진범과 RVP의 실체가 밝혀진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나는 어제 나를 죽였다>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 책과 달리 웹툰 `죽음에 관하여`가 연상되지 않는 건 아마 이야기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이지 싶다.
<종료되었습니다>는 단순히 똑같이 되돌려주는 것이 답이다 라고 말하기 보다는 악, 그리고 죄책감 등 본질적인 감정에 의거해 작가의 주관을 제대로 관철시킨다.
또 <선암여고 탐정단>을 읽을 때도 생각했지만 작가가 장면 전환이 뛰어나서 이야기의 긴박감을 한시도 떨어트리지 않는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어보지 않는 한 절대 감화될 수 없다는, 생각보다 이런 이야기가 많구나 싶었다.
그만큼 드러나는 악에 대해 처벌이 약하다는 말이고, 가해자의 제대로 된 교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인 것 같아 씁쓸하다.
오늘도 뉴스 속에는 무자비한 범죄가 빠지지 않고, 어느 순간 자제력을 넘어버린 잔인함을 가진 사람들에게 아직 확실히 대처하지 못하는 세상이 때로 더 무서워진다.
악은 돌려주는 순간 악이 될 수 밖에 없는데 그럼 악을 돌릴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용서가 피해자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떠미는 현실은 너무도 잔인하다. 피해자들을 강렬한 증오심과 고통과 상처 가운데로 떠밀어 놓고, 본인은 조금의 가책도 느끼지 않은 채 감방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인간들에게 마땅히 피해자가 겪어야 할 상처의 무게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 -25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