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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오다 마사쿠니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4.8
북플에서 얼마 전 접하고 제목이 하도 인상깊어 기억하고 있었던 책이었다.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말 그대로 책에는 암수가 있는데 잘 섞어 두 책이 만나면 주인도 출처를 모를 새로운 책이 탄생한다는 것.
환서 또는 혼서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책은 부모의 제목을 교묘하게 섞은 이름으로 태어나고 마치 새처럼 파닥파닥 날아다닌다.
이 얼마나 흥미로운 내용인가!
스토리에 비해 문체 면에서 초반 진입장벽이 높은 책이었다.
중간에 그만두려다가 다시 읽지 않았으면 어마어마하게 후회했겠지.
환서에 대한 이야기임이 분명한데 읽다보면 외조부 요지로와 외조모 미키, `나`인 히로시와 아들 게이타로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환서와는 별 관련이 없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이어지지만 전혀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는다.
때로 소설은 첫문장이 중요하다는 말을 접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마지막 문장이 압권이다.
중반부까지는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요지로와 미키에 대한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데 그 흐름에 사건이 추가되면서 이야기는 마구 활개친다.
후반부는 정말 환서의 느낌, 사람이 쓴 이야기같지 않을 만큼 스스로 달려나간다.
멋있다.
아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책을 워낙 좋아해서 도서관이나 책을 주제로 한 소설들을 자주 읽는 편인데 그런 류의 소설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좋았다.
책을 통해 다른 세상을 간다던가, 책을 훔치는 사냥꾼이 있다던가 하는 뻔한 이야기들과는 다른 발상이 좋다.
그러고 보니 어딘가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같은 느낌.
그냥 재미있다는 말만으론 부족한 책.
읽길 잘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