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가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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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현대의 추리소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대명사가 되어버린 히가시노 게이고.
다작 작가인 만큼 어느 작품에나 비슷비슷하다는 말이 따라다니지만 바꿔 말하면 역시 모든 작품에서 중박은 친다.
아무 소설이건 골라 읽으면 그런 저런 추리소설의 재미는 보장되는 작가다.

<학생가의 살인>이라는 제목과 칙칙한 표지 때문에 십대들의 어두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학생과는 좀 거리가 멀다.
제목 그대로 손님이 끊긴 학생가에서 일어난 살인들에 관한 책이다.
세 사람의 죽음이 있고 범인은 대충 예상 가능한 정도.
주인공이 알아차릴 즈음이면 나 역시 깨닫는다.
말하자면 그리 특이하지 않은 이야기.
아마 특별히 정이 가는 캐릭터가 없어서 인지도.
하지만 늘 그래왔듯 트릭은 명쾌하고 떡밥은 꼭 회수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싫진 않지만 그리 좋아하지도 않아서 굳이 찾진 않고 손에 잡히면 읽는 정도인데 역시 <용의자 X의 헌신>같은 정도는 그에게도 흔히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가 보다.
<레몬>도 괜찮았고 <백야행>, <유성의 인연>도 좋았는데 또 그런 책을 보기 위해선 작가의 남은 책들을 다 읽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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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gdam12 2015-05-07 0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작품에서 중박은 친다.
ㅋㅋ 공감되네요.
 
클라인의 항아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1
오카지마 후타리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4.6
일본의 엘러리 퀸이라 불릴만큼 전설적인 명콤비 오카지마 후타리의 마지막 작품이란 말에 끌려서 자칫 어려워보이는 기하학적인 무늬의 책을 뽑아왔다.
생각보다 엄청 쉽게 읽힌다.
그리고 요즘 한창 관심있는 가상현실게임에 대한 이야기라니 흥미진진하다.

일단 25세의 휴학생 우에스기는 자신이 게임북 시나리오 공모에 냈다가 실격당했던 소설을 가상현실게임의 원작으로 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계약금 200만엔을 받고 원작을 5년간 입실론 프로젝트에 넘기는 계약을 마친 우에스기는 KLEIN-2라고 불리는 가상현실게임의 체험 대상자가 된다.
우에스기는 리사라는 알바생과 함께 K-2를 플레이어로서 체험하게 되고 첫 시연에서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며 숨이 막힐듯한 느낌과 함께 돌아가라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남자의 목소리는 구체화되고 익숙한 그 목소리가 자신에게 프로토타입을 설명해주던 기술자라는 걸 알게 된 우에스기는 리사의 실종과 더불어 입실론을 조사하게 된다.
`뫼비우스의 띠`를 사차원화시킨 `클라인의 항아리`라는 개념을 알게 된 우에스기는 자신이 리사가 사라진 그날부터 항아리 속에 들어가게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매트릭스와 인셉션 등의 영화가 탄생하는 근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클라인의 항아리>.
망막을 렌즈삼아 눈에 영상을 띄우고 몸을 감싼 스펀지를 통해 오감을 그대로 체험하게 되는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소재를 1989년에 생각해냈다는 건 진심으로 놀랍다.
프롤로그라고 할 수 있는 첫 부분과 마지막 결말 사이의 괴리가 느껴지는 점과 결말이 흐지부지된 것을 제외하면 시종일관 충격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그 결말 또한 나름 충격적.
과학기술 분야에 문외한이라 그런 지는 몰라도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내용이 감탄을 자아낸다.
실제로 당시 컴퓨터 메모리가 1메가이고 게임데이터의 테라 단위가 컴퓨터 몇백 대라는 설명만 없었다면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에 나온 이야기라곤 믿기 힘들다.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니 진심으로 아쉬울 정도.
게다가 89년 작이 2011년에 한국에서 출판된 건 둘째치고 오카지마 후타리의 한국 번역본은 이 마지막 책 한 권과 <컴퓨터의 덫>이 다라고.
콤비 중 한명인 이노우에 유메히토의 작품도 번역된 건 2011년까지 <메두사> 한 권뿐이라고 하니 암담하다.
역시 일본어 욕구는 좋은 소설을 읽을 때 가장 불타오른다.

가상현실게임을 처음 접한 건 아마 `매트릭스`, 그리고 다음에서 완결난 웹툰 `언더시티`(후기가 가장 중요한 만화)와 현재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더스크 하울러` 정도인 것 같은데, 사실 언더시티와 더스크하울러 덕분에 요즘 전혀 관심도 없었던 RPG에 꽂힌 상태.
그래서 인지 더 재밌게 읽혔던 작품이었다.
언젠간 진짜 이정도의 가상체험게임이 나올 날이 올까.
당연히 언급한 작품들에서 다뤄진 부작용이 따를 테고 현실과 가까울 수록 부작용은 큰 법이니 과연 죽기 전에 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죽기 전에 출시된다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
항아리의 안인지 밖인지,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꿈인지 현실인지.
도넛 모양의 고리를 한 번 비틀면 뫼비우스의 띠가 돼듯 가상현실게임이라는 걸 한 번 비틀면 <클라인의 항아리>.
<메두사>도 꼭 봐야지.

덧. 마지막 장에 비채의 `블랙&화이트시리즈`의 목록이 나오는데 대부분이 낯익다.
좋아하는 소설들.
이 라인을 공략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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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1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4.2
일본 신간 중 최근엔 탐정 시리즈가 꽤 많길래 도서관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읽어볼 셈.
시리즈물이 아닌 걸 찾아볼까 했는데 없길래 제일 가벼워보이는 놈으로 일단 하나 집어왔다.
전형적인 라노벨 표지.

히구라시 부녀를 소개하는 `무엇을 찾으시나요?`를 제외하면 에피소드는 총 3가지인데 의자, 과거, 미아를 `찾는` 이야기다.
시각으로 정보를 알아채는 설정은 웹툰 <냄새를 보는 소녀>를 떠올리게 한다.
오감 중 4가지 감각이 없는 이쪽이 훨씬 더 심하지만.
탐정 이야기이긴 한데 사건이랄 게 없어서 그런가 추리소설이라기엔 많이 심심하다.
단서를 찾아서 트릭을 연결하는 추리력도 없고 사건보다는 사연으로만 채워져 있어, 말미에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솔직히 탐정보다는 심부름 센터 수준.
속편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모르겠지만 한 권을 거의 프롤로그로 써먹었으니 꽤 시리즈가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은 저자의 후기에 따르면 `없어진 물건이 있으면 제게 맡겨주세요`하고 상쾌하게 등장하는 탐정 이야기라고 한다.
물건을 찾는 탐정은 맞는데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고 각오를 다져야 하는 그 설정이 꽤 무거워서 그리 상쾌하진 않다.
얼른 요코가 알아챘으면 하고 보는데 이런 중요한 설정은 꼭 속편으로 넘어간다.
거기다 뭔가 미심쩍은 에필로그를 남긴 채.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어버린 것>으로 계속된다는데 2권이 완결이라면 저 대칭적인 제목은 완전 내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검색하니 찾는 것/잃은 것/잊은 것으로 이어지는 듯.(두 글자 맞춤도 나쁘지 않지만 대칭이 깨졌.. 하긴 두 권으로 끝날 리가 없지)
이렇게 되면 속편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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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잭의 고백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복창교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4.3
일드는 애니만큼 챙겨보지는 않지만 워낙 장르가 다양하고 소재나 스토리가 기발하기에 분기별 라인업이 뜨면 꼭 한 번 훑어본다.
2015년 2분기 라인업에 눈길을 끄는 건 기무라 타쿠야가 아사히tv에 출연, 감우성 손예진 주연으로 한국에 방영됐던 `연애시대`의 방영, 소설 <제 아내와 결혼해주세요>가 동명의 드라마화, `안녕하세요 하느님`으로 한국 방영되었던 `아르제논에게 꽃다발을`이 방영,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감독의 드라마 정도.
반가운 이름들이 많이 보이는 가운데 잭더리퍼 소재의 덕후(?)인 내가 넘어갈 수 없었던 게 동명의 소설을 드라마화한다는 <살인마 잭의 고백>이었다.

첫장을 읽는 순간 익숙함이 느껴진다.
어 이 사람 달리다가 엄청난 시체를 발견하게 될 거 같은데.
이거 봤던 거다.
장기기증을 테마로 잡은 살인, 장기기증 코디네이터가 짜증났던 거며 외과의사며 내용은 분명 기억에 남는데 제목이 이거였구나.
언제 읽었더라. 분명 1년 내인데 왜 리뷰를 안 남겼지.
아무튼 꽤 신선한 책이었다.
장기기증이라는 건 학교 다닐 때도 찬반을 나눠 열심히 토론했던 기억은 있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늘 찬성의 입장에만 서왔기 때문에 그 문제를 이런 시선으로 다가가는 게 낯설면서 새로웠다.
내가 장기기증의 대상이 되면 어떨까는 생각했어도 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장기기증을 겪은 가족이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으므로.
그리고 스포일지 모르지만 의료사고에 대한 경각심 또한 절실히 느낀 책이었다.
읽고 나면 제목이 살인마 잭의 수법과 비슷한 시체의 상태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시체의 외관은 사실 이 소설에선 단편적인 부분이라 아마 제목과 내용의 괴리가 크지 않나 싶다.
그래서 매치를 못 시킨 듯.
이제 제목을 꼭 기억해둬야지.
드라마화된다니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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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오다 마사쿠니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4.8
북플에서 얼마 전 접하고 제목이 하도 인상깊어 기억하고 있었던 책이었다.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말 그대로 책에는 암수가 있는데 잘 섞어 두 책이 만나면 주인도 출처를 모를 새로운 책이 탄생한다는 것.
환서 또는 혼서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책은 부모의 제목을 교묘하게 섞은 이름으로 태어나고 마치 새처럼 파닥파닥 날아다닌다.
이 얼마나 흥미로운 내용인가!

스토리에 비해 문체 면에서 초반 진입장벽이 높은 책이었다.
중간에 그만두려다가 다시 읽지 않았으면 어마어마하게 후회했겠지.
환서에 대한 이야기임이 분명한데 읽다보면 외조부 요지로와 외조모 미키, `나`인 히로시와 아들 게이타로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환서와는 별 관련이 없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이어지지만 전혀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는다.
때로 소설은 첫문장이 중요하다는 말을 접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마지막 문장이 압권이다.
중반부까지는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요지로와 미키에 대한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데 그 흐름에 사건이 추가되면서 이야기는 마구 활개친다.
후반부는 정말 환서의 느낌, 사람이 쓴 이야기같지 않을 만큼 스스로 달려나간다.
멋있다.

아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책을 워낙 좋아해서 도서관이나 책을 주제로 한 소설들을 자주 읽는 편인데 그런 류의 소설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좋았다.
책을 통해 다른 세상을 간다던가, 책을 훔치는 사냥꾼이 있다던가 하는 뻔한 이야기들과는 다른 발상이 좋다.
그러고 보니 어딘가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같은 느낌.
그냥 재미있다는 말만으론 부족한 책.
읽길 잘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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