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 프로젝트
그레임 심시언 지음, 송경아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4.3
여행준비 때문에 한동안 책을 못 읽었다.
그러다 오늘, 어제까지 쌓인 피로를 숙면으로 풀고난 후 내일 반납 전까지 남은 책을 읽기 시작.

최근에 `러브, 로지`라는 영화를 보고 꽤 감명받았다.
유치하고 답답하면서도 막장스러운 내용이었지만 그냥 그 분위기와 몇몇 대사, 그리고 역할에 비해 지나치게 러블리한 릴리 콜린스가 좋아서 스크립트까지 찾아볼 정도.
그래서인지 요즘은 로지라는 말만 보면 자연스레 눈이 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뜸 아스퍼거 증후군이 등장했고 주인공인 돈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글은 뭔가 모르게 읽기 불편하다.
돈은 짧은 말을 빙빙 둘러 말하고 논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탓에 또 생각이 길어지는데, 그걸 다 따라가려다 보니 읽는데 꽤 시간이 든다.
중간중간 아스퍼거 증후군이 등장하는데 돈이 아스퍼거증후군 환자라고 생각하게 하려는 의도인지는 몰라도 조금 안 어울린다.
아스퍼거는 자폐와는 다른데 학술적인 면만 열거해놓고 이렇다 할 답은 없으니 결국 주인공의 직업 소개를 위한 허울 좋은 소재일 뿐이었나 싶다.
답답했던 이야기는 누가봐도 주인공인 로지가 등장하면서 확 전환되고 방방 뛰기 시작한다.
초반만 해도 드라마화됐다는 작가 소개를 보고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만을 내세운 드라마인가 생각했는데 이 소설의 장르는 명백히 로맨스다.
그것도 사랑을 몰랐던 이가 사랑을 알고, 전혀 결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는 아주 흔한 클리셰를 따른.
그래도 유쾌한 로맨스는 늘 옳으니까.
표지만큼 귀엽긴 하지만 작가가 컴퓨터 과학자임을 잊지 않는다면 더 읽기가 편해질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조금만 더 매끄럽게 번역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아마 원서를 봐야 확실히 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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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계량스푼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4.6
지난주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 중 신작에 꽂혔길래 들고온 게 <테두리 없는 거울>이었다.
실제로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기도 했다는 책은 학교전설과 여고괴담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었는데 아무튼 지금 그 내용을 떠올리는 것도 섬짓할만큼 쫄보인 나는 조금 읽다가 덮어버렸다.
<츠나구>도 약간 그랬지만 영적인 부분을 좋아하는 작가인가 싶어 또 긴장하며 빌려온 책이 바로 <나의 계량스푼>이다.

내용은 간단히 말하자면 좋아하는 친구를 돕고자 하는 아이의 이야기인데 그 과정에 다분히 어른의 요소가 섞인 책이다.
상처를 받고 마음을 닫아버린 동경하던 친구가 있고 나에게 범인을 벌 줄 능력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전제부터 어른스러운 이 질문에 초등학교 4학년짜리 남자아이는 이리저리 휘둘리면서도 답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조건을 그 정도로 생각하고 이해하기 위한 나이로 초4는 무리수인 느낌.
그냥 그 마음이 참 예쁜 책이다.

초반에만 해도 무슨 내용일까 감을 잡지 못했는데 난데없이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흘러가는 상황에서도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져서 그런지 줄곧 따뜻한 느낌이 난다는 게 읽는 내내 신기했다.
후미를 몇 장이나 걸쳐 좋은 말들만 붙여 소개해놓고는 질문마다 좋아하지 않는다니 귀엽다 정말.
그리고 토끼 모양 돌이 박힌 계량스푼은 나올 때마다 구매욕구 상승.
이어지는 후속편이 있다는데 국내 출간 전인가 보다.
얼른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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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2015-05-27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속이 기다려지네요. 빨리 출간되었으면 좋겠어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4.8
햇빛에 조금씩 바래지는 책을 드디어 꺼내놓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베스트셀러에 한참 놓여있을 때 오랜만에 서점에서 사왔던 책이니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
표지 뒷면의 소개글은 이미 몇 번이고 읽어서 외워버릴 정도.
<위저드 베이커리>같은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아쓰야, 쇼타, 고헤이 세 명은 도둑질을 하고 도망치던 중 이제는 운영을 하지 않아 폐가처럼 보이는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가 피신한다.
갑자기 우편함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확인한 셋은 안에 떨어진 종이봉투를 열어 그 속의 사연을 읽게 된다.
편지를 통해 잡화점에 남아있던 낡은 잡지를 찾아 읽고나서 나미야 잡화점이 상담으로 유명했던 걸 알게 된 셋은 규칙에 따라 답장을 써 뒷문 우유상자에 넣기에 이른다.
사람이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답장을 넣자마자 다시 답장이 우편함으로 온 걸 보며 수상하게 여긴 세 명은 편지 속 내용과 시간을 따져보며 나미야 잡화점 안의 시간이 과거와 통한다는 걸 알게 된다.
한명 또 한명 편지가 이어지고 그 밤 내내 사연은 계속된다.

과거가 이어지던 밤 사람들의 운명은 바뀌게 되었고 결국 모든 운명은 이어지게 되었다.
읽을 수록 접점이 생기면서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라 좋았다.
이제는 과거의 유물처럼 전락해버린 편지라는 매개체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감성을 자극하는 듯.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90년대 감성이라는 글이 올라올 때가 있다.
녹색주머니, 놀이터, 만화영화 등으로 대변되는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는 건 나 뿐만이 아닌가 보다 싶으면서도 그땐 그랬지 하며 진하게 향수를 느끼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꼭 그런 기분이 들었다.
다만 90년대 한정이 아닌 누구나에게 있을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같은 감정을 멋지게 담아낸 책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시간이 지난 후엔 아픔 마저도 의미는 변하기 마련이니.
옮긴이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 적은 말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이 아닌 작품은 처음 읽는데 이건 나름대로 만족스럽다.
정말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인 듯.
대개의 일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또한 내용을 떠나 굉장히 쉽게 읽힌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데 역자 후기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2012년 중앙 공론 문예상을 수상하며 소감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렸을 때 만화조차 읽지 않을 정도로 책 읽기를 무척 싫어하는 아이였던 자신을 독자로 여기며, 그런 자신이 중간에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참 와닿는 말, 와닿는 책.
이유 있는 베스트셀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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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닿는 거리, 17년
타마라 아일랜드 스톤 지음, 서민아 옮김, Ensee(최미경) 일러스트 / 놀(다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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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표지만 봐도 얼마나 따뜻한 이야기일지 감이 온다.
제목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같은 느낌.
내용은 비슷하진 않지만 십대들의 감성적인 로맨스라는 건 확실히 비슷한 작품이다.
어쩐지 두 작품 주인공의 성격도 비슷한 듯.

시간여행자라는 소재가 등장한다.
소설이건 영화건 꽤 자주 나오는 흔한 설정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건 시간이동 뿐 아니라 공간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머리나 배가 아픈 걸 제외하면 다른 사람과 함께 이동도 되고 때때로 사소하게 미래를 바꾸는 것 또한 된다.
그 고통사고 이후 끝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부작용을 걱정했지만 시간이동으로 인한 것 외엔 미래를 바꾼 것에 대한 부작용은 정말 없었다.
그 때문에 설정의 오류가 생겼고 결말이 흐지부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어졌다는 느낌.
후반부도 그렇지만 브룩에 관한 이야기 같이 좀 더 나타나야 할 부분이 있었을 텐데 아쉽다.

<너에게 닿는 거리, 17년>이라는 제목은 정말 마음에 들지만 책을 다 읽고 보니 `Time between us`라는 원제가 확실히 작품과 더 잘 어울린다.
한국어 제목은 31살의 애나가 17살의 베넷에게로 타임리프를 하며 엇갈리는 내용의 멜로가 그려져야만 할 것 같은 느낌.
`Time after time`이라는 후속작도 있다고 하니 그건 출간된다면 어떻게 번역될 지 궁금하다.
아무튼 가볍게 보기엔 좋은 십대들의 로맨스.
끝으로 영원히 떠나버린 소년 베넷을 17년 동안 기다린 31살의 애나에게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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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자와 여름
하지은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4.1
`제비꽃과 겨울`같은 후속편으로 이어져도 괜찮을 것 같은 제목의 책이다.
아직 2권을 읽지 못한 <고양이 달>이 생각나는 표지.
이런 동화나 메르헨은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명망 높은 대문호의 죽음, 분실된 마지막 원고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조사하던 중 대문호 오세이번 경이 살해당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레일미어 경위를 필두로 강력3반은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사건의 진상은 레일미어 경위가 3년 간 쫓아다니다 1년 전 뺨을 맞고 공개적으로 차이며 망신당한 상대인 극장 조 마르지오 주인의 딸 세라바체를 중심으로 조금씩 조금씩 밝혀진다.
레일미어는 유독 세라바체에게만은 맥을 못추는 모습과 머독이나 손튼과의 티격태격대는 모습같은 면이 매력 포인트.
초반 차이는 장면만 해도 우락부락한 모습으로만 그려지던 그의 상상이 점점 멋있게 변하는 게 재밌었다.
손튼이나 머독이 제일 매력있을 캐릭터인데 레일미어에게 일부러 분량을 몰아주며 둘을 조연으로 만든 느낌.

<눈사자와 여름>의 장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테리보다는 로맨스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추리의 짜임새도 나쁘지 않고 허를 찌르는 정체같은 반전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그 로맨스가 다한 책.
읽고 나서 느낀 거지만 참 우리나라 소설엔 특히 미움가는 인물이 별로 없는 듯하다.
물론 마음먹고 만들어둔 극악무도, 파렴치한 인물들이야 찾으라면 있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에선 늘 모두 다 좋은 사람이니까 해피엔딩이다.
담담하게 감정을 배제한 외국 소설들과는 달리 뭔가 정이 넘친다고 할까.
아무튼 재밌으면 그만이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 중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제목이 익숙하다. 읽어야 하는데.
<얼음나무 숲>도 땡긴다.
찾아봐야지.

그나저나 도서관에서 친필 사인본은 진심 처음 보는 듯!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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