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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4.8
햇빛에 조금씩 바래지는 책을 드디어 꺼내놓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베스트셀러에 한참 놓여있을 때 오랜만에 서점에서 사왔던 책이니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
표지 뒷면의 소개글은 이미 몇 번이고 읽어서 외워버릴 정도.
<위저드 베이커리>같은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아쓰야, 쇼타, 고헤이 세 명은 도둑질을 하고 도망치던 중 이제는 운영을 하지 않아 폐가처럼 보이는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가 피신한다.
갑자기 우편함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확인한 셋은 안에 떨어진 종이봉투를 열어 그 속의 사연을 읽게 된다.
편지를 통해 잡화점에 남아있던 낡은 잡지를 찾아 읽고나서 나미야 잡화점이 상담으로 유명했던 걸 알게 된 셋은 규칙에 따라 답장을 써 뒷문 우유상자에 넣기에 이른다.
사람이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답장을 넣자마자 다시 답장이 우편함으로 온 걸 보며 수상하게 여긴 세 명은 편지 속 내용과 시간을 따져보며 나미야 잡화점 안의 시간이 과거와 통한다는 걸 알게 된다.
한명 또 한명 편지가 이어지고 그 밤 내내 사연은 계속된다.
과거가 이어지던 밤 사람들의 운명은 바뀌게 되었고 결국 모든 운명은 이어지게 되었다.
읽을 수록 접점이 생기면서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라 좋았다.
이제는 과거의 유물처럼 전락해버린 편지라는 매개체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감성을 자극하는 듯.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90년대 감성이라는 글이 올라올 때가 있다.
녹색주머니, 놀이터, 만화영화 등으로 대변되는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는 건 나 뿐만이 아닌가 보다 싶으면서도 그땐 그랬지 하며 진하게 향수를 느끼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꼭 그런 기분이 들었다.
다만 90년대 한정이 아닌 누구나에게 있을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같은 감정을 멋지게 담아낸 책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시간이 지난 후엔 아픔 마저도 의미는 변하기 마련이니.
옮긴이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 적은 말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이 아닌 작품은 처음 읽는데 이건 나름대로 만족스럽다.
정말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인 듯.
대개의 일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또한 내용을 떠나 굉장히 쉽게 읽힌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데 역자 후기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2012년 중앙 공론 문예상을 수상하며 소감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렸을 때 만화조차 읽지 않을 정도로 책 읽기를 무척 싫어하는 아이였던 자신을 독자로 여기며, 그런 자신이 중간에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참 와닿는 말, 와닿는 책.
이유 있는 베스트셀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