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십이국기는 볼때마다 얼른 완결을 기다리게 된다.
재밌는 소설이 더 보고 싶어 완결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같은 건 나한테 없다.
얼른 완성된 결말을 갖고서 보고, 또 보고 싶다.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은 조금은 무시했던 요코의 주인공 같은 면모가 묻어난 시리즈였다.
그 나이대 여자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과연 주인공다운.
사실 하편부터 보는 바람에 색다른 경험을 했더라는.

`히쇼의 새`는 ˝빙과˝시리즈 중 <멀리 돌아가는 히나>같은 느낌.
비하인드 스토리일지 혹은 복선일지는 지나야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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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도시
김휘 지음 / 새움 / 201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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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여기서 해마란, 머릿속의 기억을 저장해준다는 그것이다.
읽은지 오래되어 기억은 잘 나지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상상범`과 `모미지마치 역 앞 자살센터`가 떠올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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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범
권리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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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상상하는 것이 범죄가 되는 세상을 그린 이야기라니, 신간 소식에서 접하고 꼭 읽어야지 싶었다.
˝나는 사랑하는 것들을 떠올렸을 뿐입니다. 제가 누굴 죽였습니까? 강간을 했습니까? 거짓말을 했습니까? 저는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어요! 죄는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피해를 수반하는 것 아닙니까? 상상이 도대체 왜 거짓이고 죄란 말입니까?˝라는 뒷 표지의 대사가 `상상범`이라는 제목만큼 눈에 띈다.

첫장부터 놀랍다.
책의 배경은 이천백 몇 년, 대규모 지각변동 후 세워진 이름하여 URAZIL 정부와 U시인데 이 부분에서 사실 새로운 세계를 설명하는 부분이 너무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말 안 읽히고 인과관계를 파악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주인공인 요철과 율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활기를 띤다.
내가 권리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기 때문인 지는 모르겠지만, 읽는데 도대체 책 한 권이 이렇게나 혼란스러울 수 있는 건가 싶었다.
상상을 주제로 한 책 아니랄까봐 그냥 책 전체가 상상하는 중 같다.
상상 속에선 무슨 일이든 짜임새 없이 마구잡이로 일어나는데 딱 그렇다.
예술로 치자면 피카소이고, 르네같은 초현실주의.

스토리를 요약하려고 해도 뭐가 진실이고 뭐가 상상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요철이라는 인물이 상상범이 된 것은 맞는 듯한데 기울어진 글씨들의 법정 장면이나 율리와의 상상 부분은 당최 뭐가 뭔지.
그냥 읽어봐야 알 수 있는 소설인 것 같다.
다만 상상을 했기 때문에 범죄자가 되어버린 요철의 입장이 인상적이다.
상상을 하지 말라고 강요받아도 끝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는 요철은 책 속에서 가장 자유로워 보이는 인물이다.
하지만 실상은 아무런 이유 없이 찍혀 조종당하는 처지.
결국 상상하는 그에겐 애초에 상상할 자유가 없었던 것이다.
다른 이와 달리 얽매인 것이 없지만 가장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다.

읽는 내내 이 URAZIL 정부와 로텍이 무언가를 상징하고 있으며, 그것을 비판하고자 쓰여진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 검색해보니 `미네르바 사건`을 모티브로 쓰여진 소설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쉽게 `상상하는 게 범죄가 되는 세상이라고? 재밌겠다` 이런 생각으로 읽으면 낭패볼 책인 것이다.
그래, 할 말은 많다만 SNS도 감청하려는 세상이니 말을 아끼도록 하자.
그래도 꽤 잘 쓰여진 소설이다.

읽는 내내 진도가 안 나가서 지쳐갈 때쯤 책은 참으로 기상천외한 결말을 맞았고, 시종일관 불친절함에 의해 생긴 내 서운함은 작가의 말을 통해 사라졌다.
`허구가 현실을 압도할 수 없는 시대, 그래서 불가피하게 정신의 골절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시대. 저는 지금의 시대를 그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사고 치는 사람 따로, 수습하는 사람 따로. 그리고 가해자와 피고인이 일치하지 않는 딜레마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짓는 사람이 또 따로. 어쩌면 디스토피아가 삼백 년 뒤가 아닌 바로 삼백 페이지 뒤에 있는 건 아닐는지? 그래서 이 소설도 블랙코미디가 되었습니다. 언뜻 현실 비판적 주제와 환상적 장치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리얼리즘은 리얼리즘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현실의 광포함을 이겨내는 것, 현실 위를 날아오르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지극히 리얼리즘적인 소재를 다룰 때조차 소설에서 환상적 장치를 배제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이 말들이 콱 박혀서.
그러면서 끝에 부모님께, 다음에는 정말로 쉽게 쓰겠다지 않는가.
부모님께 약속하셨으니 다음 작품을 기다려볼 용의가 생겼다.
(밑줄 긋기로 172-174p를 통째로 옮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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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루조당 파효 서루조당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4.9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읽고 싶었다.
점 찍어둔 신간을 도서관에서 만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서루조당 파효>는 책을 파는 사람과 그 조당, 그리고 그곳의 객 이야기다.
세계사를 들었어도 일본 역사는 배운 기억이 없는데, 아무튼 그 모르는 역사 중 메이지 유신과 도쿠가와 막부, 그 중간 즈음의 개화기에 해당하는 시대가 이 책의 배경인 듯하다.
시대가 바뀌는 와중이니 사람들은 혼란 그 자체, 그것이 문학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 사이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흔들리지 않고 갈 길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 책은 그 모든 사람들 중 이야기가 될 만한 인물을 역사서에서 발췌해 놓은 셈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조선왕조실록 같은 기록에서 겨우 한줄 쓰인 인물들을 대장금과 같은 대하드라마로 만든다거나, 왕의 남자같은 이야기로 쭉 뽑아낸 느낌.
약간 다르긴 하겠지만 실제로 일본 역사에 남은 인물들의 야사에 적힌 일화같은 걸 참조해 이야기를 덧붙인 느낌이다.
한 장에서 그 인물을 다루다가 종래에 이르러선 그리하여 이러이러 했다더라 하는, 약간 배추도사 무도사 같은, 어찌 보면 구비문학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려운 책 읽으면 어떻게든 쉽게 이해해보려고 별 짓을 다한다)

그냥 읽는 내내 이 책은 빌려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책은 꼭 소장하면서 두고 두고 봐야 한다.
내용이 재밌고 취향에 맞지 않고를 떠나서, 남의 나라 역사를 다루면서 각주가 무려 249개가 달려 있는 책은 빌려 읽기 무리다.
내용도 심오한 편이라 한 번 더 읽으면 뭔가 올 것 같은데 역시 사서 봐야겠다.

조당의 주인과 그 사환인 시호루, 우연히 발을 들인 조당의 단골손님이 된 다카토가 주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조당이라는 기묘함에 더불어 요괴소설의 일인자라는 작가는 특기를 십분 발휘해 곳곳에 요괴나 유령의 사연을 끼워넣는다.
첫 번째부터 여섯 번째 탐서까지 총 6명의 조연이 등장하는데 난 전혀 누군지 모르겠다. (엑스트라 격인 나쓰메 소세키 외에는)
말이 여섯 명이지 소개해 준 사람에, 곁들이는 사람과 걸출한 인사들까지 모두 합하면 그야말로 이름 폭탄인 셈.
아무튼 각각 고민을 안고 조당, 즉 책의 무덤을 찾은 사람들에게 주인은 그 사람 인생의 단 한 권의 책을 파는 것이다.
더 이상 읽는 사람 없이 사장되지 않고 부디 읽혀 성불하길 바라며.
미동과 비범인의 조합이라 어쩐지 묘진전이 계속 떠올랐는데 색채나 분위기가 꽤 비슷하다.
묘진전만큼, 그리고 책의 표지만큼 아주 무거운 작품이다.
사상과 철학적인 면에서 굉장히 깊은 말들이 줄곧 이어지기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럼에도 몇 번 읽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건 확실히 번역이 잘 됐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서루조당 파효>는 그 심오함과 이름 폭탄에도 사고 싶은 책인 것이다.


˝말로 이해되는 그림을 더욱 조합해서 글이라는 주문으로 만들고, 그것을 연달아 써서 묶은 것이 ㅡ 책입니다. 말은 대개 주문. 문자가 적혀 있는 종이는 부적. 모든 책은 지나가는 과거를 봉해 넣은 주물입니다.˝ -p.38

˝문자도 말도 속임수입니다. 거기에 현세는 없습니다. 거짓도 진실도 없습니다. 책이라는 것은 그것을 쓴 사람이 만들어낸, 가짜 현세, 현세의 시체입니다. 하지만 읽는 사람이 있다면 그 시체는 되살아나겠지요. 문자라는 부적을 읽고, 말이라는 주문을 욈으로써 읽은 사람 안에 읽은 사람만의 현세가 유령으로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바로 눈앞에 나타나겠지요. 그게 ㅡ 책입니다.˝ -p.40

˝주인께서는 다른 사람이 권해주는 것을 고마워해서는 안 된다고 하십니다. 애초에 저희 주인은 탐서를 도와주기는 하지만 좋은 책이라고 해서 다른 분께 강요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으십니다. 좋고 나쁜 것은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른 법. 책이라는 것은 스스로 원하고, 스스로 찾아서 발견하는 것이 도리. 그리고 제대로 읽는다면, 이것은 절대로 쓸데없는 것이 되지 않는다고 ㅡ 주인은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p.404


˝스님이, 부처 따위는 없다, 정토고 뭐고 거짓말이라고 하면 놀라지 않겠나?
그는 그게 방편이라는 걸세. 그런 것이 실제로 있을 리가 있느냐는 거야. 뭐, 없겠지. 그럼 없는 것이냐 하면, 없지만 있다고 하네. 그 부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본래의 신앙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는 거야. 신심이란 믿는 마음이 아니라, 마음을 믿는 거라고 하는군. 그냥 무작정 믿을 뿐이라면, 그건 그냥 망신이다, 미신이라는 걸세. 진정한 신심을 갖기 위해서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고 지껄이고 있네. 이치를 알고 미신을 버리기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 뭐 이런 논리겠지.˝ -p.203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마음은 현세에는 없어요. 없다고 해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마음은 있습니다. `없지`만 `있는` 것입니다. `없는` 것을 `있다`고 하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설령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해도, 마음은 보여줄 수도 들을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만질 수도 없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거라며 찾아다녀도 찾을 수 없지요. 여기에 있다고 보여준다고 해도 보이지 않아요. 말이라는 주술로 치환하지 않으면, 없는 것은 보여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없다`는 것을 모르면 `있다`는 것 또한 보여줄 수 없는 것입니다.˝ -p.448


˝나쁜 짓을 하면 지옥에 간다는 협박을 받고, 염불을 외면 극락에 간다고 속아서 건전한 삶을 보낼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편입니다. 지옥에 가고 싶지 않으니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 엉덩이를 두들겨 맞는 것이 싫어서 못된 장난은 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어요. 그러면 어린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쪽이든 나쁜 짓을 하지 않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느냐 ㅡ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나쁜 짓에는 나쁜 짓으로 단정될 만한 이유가 있지요. 그것이 왜 나쁜 짓이 되는지, 악이란 무엇인지를 알고만 있으면 선악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악이 왜 악인지를 알고 있다면 나쁜 짓을 하지 않게 되겠지요. 그것이 옳은 방식입니다.˝ -p.224

˝모두가 오른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합시다. 그리고 당신은 오직 혼자, 왼쪽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오른쪽에 목적이 있다면 왼쪽으로 나아가는 것은 도망치는 것이 되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왼쪽으로 나아가고 싶어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목적은 왼쪽에 있어요. 그렇다면 그건 도피가 아니지요. 모두가 오른쪽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해서 당신의 목적도 오른쪽에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른쪽을 보면서 왼쪽으로 나아가면 반대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되기도 하겠지요. 그러면 목적으로부터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게 되기도 하겠지요. 빈틈이 커질 것입니다. 그것이 ㅡ 궐여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p.375


나름대로 묶어보자면 이런 식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별개로 느껴지지만 결국 하나를 이룬다.
단지 역사 인물들의 별 것 없는 썰이 아닌 것이다.
아 이렇게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드는 책이라니, 이래서 무거운 책은 잘 안 집어들어야 하는데.
그럼에도 재밌었으니까(재밌단 말로는 오묘한 기분) 마지막 장의 작가의 다른 작품 소개를 유심히 살펴보는데 요괴소설의 일인자가 괜한 말이 아니구나.
근데 작가소개에는 온다 리쿠와 아야츠지 유키토 작품의 표지장정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 경우 원작을 말하는 거겠지.
전작 중 백귀야행 시리즈도 있고, 애니메이션화도 됐고, 아 모노노케 또 보고 싶어졌다.
그래, 이런 식의 유익한 책은 한 권이면 족하다고 절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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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빠 2015-06-1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사고싶어 지네요

2015-06-13 18:17   좋아요 0 | URL
임제어록님껜 어떨지 모르지만 전 정말 재밌게 봤어요!

보빠 2015-06-13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느낌의 책이네요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2015-06-13 19:51   좋아요 0 | URL
네. 재밌게 읽으시길 바랄게요.
 
가장 사소한 구원 -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서른두 통의 편지
라종일.김현진 지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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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자는 밀려드는 시련에 스승에게 도움을 구했고, 스승은 가만히 답해 주었다.
개인적인 아픔과 전반적인 현상들, 그리고 정치적인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제자의 투정섞인 질문에 스승은 자신의 견해들과 가치관이 섞인 답변을 건넸다.

초반에만 해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고 있었는데 점점 대화가 너무 한곳만 빙빙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종교적인 색채가 아주 강하고.
그래도 구원을 청한 당사자가 만족했다면 좋은 해결책이었겠지.
제목은 분명 이런 스승이 있다는 자체가 구원이라는 뜻이리라.

책을 떠나서 편지는 정말 좋은 수단이다.
난 정말 편지가 좋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데 이만큼 감동적인 수단은 더 없을 거다.
그러고 보니 편지 써본 게 도대체 언제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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