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희망
콜린 후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4.9
<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라는 책이 있다.
표지부터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이야기였는데 손가락에 꼽을 몇 권의 책들 중 하나에 속할 만큼 좋아하는 책이다.
‘미비포유‘의 조조 모예스, 그리고 콜린 후버는 기억해놓고 한 번씩 검색해보는 작가들인데 못 보던 책이 있어 냉큼 집어들었다.

원제는 ‘Hopeless‘인데 거의 ‘Me before you‘ 만큼의 임팩트를 주는 단어다.
모든 소설의 내용을 꿰뚫는다.
직역하지 말고 호프리스라고 했으면 이상했을까.
아무튼 주인공인 스카이는 뛰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17살의 소녀지만 3살 때 자신을 입양한 엄마의 철학으로 TV, 핸드폰 등 전자 제품이 아예 없는 집에서 생활하며 학교에 한 번도 가지 않고 홈스쿨링으로만 교육을 받아왔다.
옆집의 식스와는 절친으로 서로의 모든 걸 공유하는데 식스를 따라 졸업반인 스카이가 학교를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을 때 식스는 마침 어학연수를 위해 해외로 떠나고 스카이는 홀로 학교에 다니게 된다.
학교에서 스카이는 6개월 임시의 이 세상 최고의 친구 브레킨을 만나 친해지고 또한 홀더를 만나게 된다.
평온하던 스카이의 생활은 홀더로 인해 급격하게 뒤바뀌고 하나 둘 그들을 둘러 싼 호프, 레스, 딘의 과거가 밝혀지며 둘을 붙잡기 시작한다.

그냥 너무 여운이 강한 책이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너의->을 읽을 때도 약간 <미비포유>의 느낌을 약간 받았는데 이 이야기는 특히 그렇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미비포유>를 읽고 난 뒤의 좋은 느낌을 닮았고 감도는 분위기 같은 게 생생하기도 하고 그냥 둘 다 치명적이다.
당연하게도 <내가 너의->와도 유사한 면이 있다.
일단 18살 쯤 성인을 막 앞둔 여자아이가 엄청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 완전히 삶이 뒤바뀌는 로맨스 소설이라는 점과 서로의 아픔을 서로가 치유해주는 장면이 아주 디테일하게 그려지고 감정 묘사가 섬세하다는 점 등등.
아무튼 둘 다 진짜 너무 강렬한 책이다.
자비 출판에서 전세계 판권 계약에 호프리스 팬덤 열풍을 일으킨 이야기, 멋있다.
근데 표지는 너무 칙칙해서 마음에 안 든다.
슬램 표지는 너무 예뻐서 보자마자 꽂혔는데 아쉽다.
<컨페스>, <어글리러브> 작년 국내 발표된 책도 얼른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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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가족놀이 스토리콜렉터 6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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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올 초였나 서점에서 신간 둘러보다 꽂힌 책들이 몇 권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이 책이었다.
잊고 있다가 이제야 겨우 읽었는데 지금 읽길 잘 한 것 같다.

작은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40대의 도코로다 료스케, 아내와 18살의 가즈미라는 딸이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리고 사건 3일 전 노래방 주얼의 아르바이트생인 이마이 나오코라는 21살의 여대생이 살해당하는 일이 있었고 두 사건에서 밀레니엄 블루라는 동일한 섬유가 발견되면서 경찰은 두 사건이 연결되었음을 알고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경시청 수사 1과의 3계 소속 나카모토 경사는 데스크 생활이 질린 듯 이 사건을 추리하고 데스크를 벗어난다.
가장 큰 용의자는 나오코와 치정관계에 있던 A코라는 여자인데 그녀는 살해된 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음을 밝히지만 사실 그녀에게는 도코로다를 살해할 동기가 없어 수사는 진전이 없는 상태.
그리고 도코로다의 노트북을 조사한 결과 그가 인터넷 상에서 남들과 가족을 만들어 실제로 만나기도 하는 등 관계를 맺어왔음이 밝혀진다.
그러던 중 나카모토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다케가미 에쓰로는 나카모토를 대신해 심문에 참가하게 된다.

도코로다의 딸인 가즈미의 증언을 확인하기 위해 매직미러 뒤에 가즈미를 앉히고 가상가족놀이에 참여했던 미노루, 가즈미, 어머니는 차례차례 불려와 심문을 당한다.
가상가족놀이는 아버지인 도코로다가 닉네임 가즈미가 쓴 글을 보고 아버지라고 자청하며 글을 남긴 것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거기에 미노루가 남동생으로, 마지막으로 뒤늦게 어머니는 그들의 홈페이지를 우연히 발견해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자신의 역할대로 메일을 주고 받으며 가족을 연기해왔고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가족회의 명목으로 만나기도 했었다.
그리고 심문이 계속되면서 실제 딸인 가즈미는 그들을 지켜보며 분노를 토해내고 한 명씩 들어올 때마다 휴대폰으로 남자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을 보인다.
심문 중 밀레니엄 블루 소재의 조끼가 발견되고 그로 인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새로운 형식의 추리소설 같아서 끝까지 흥미진진했다.
실제 가족을 불러놓고 가상가족놀이를 한 사람들을 심문하는, 짜여진 판에서 말 그대로 역할놀이를 하는 형사들.
딱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에 멈춰선 것처럼 맞아떨어졌다.
약간의 디테일은 무시된 듯 하지만 메인인 시나리오만은 틈이 없어서 만족스러웠다.
가상 가족 놀이라는 건 캐릭터 커뮤니티였나 하여튼 괜히 그 사건도 생각나고 찜찜하다.
가족의 의미나 현실에서의 문제로 넷상에서 도피처를 찾는 마음 같은, 쉽지 않은 문제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아무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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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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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가족 모두가 알바 인생, 현실을 담아 좀 서글픈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남은 감정이 영 마뜩잖다.

한 살 차이 남매인 로민과 로라, 그리고 그 엄마와 아빠.
한 때는 괜찮았던 아빠의 호두가구는 경쟁사의 1+1 전략 등으로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 되어버렸고, 엄마는 고객으로 찾아가던 마트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오빠인 로민은 상대적으로 순한 성격에 어리버리해서 이래저래 치이기만 하고 동생인 로라는 4천 건이 넘는 물건을 사고 반품하는 일을 반복하며 리뷰어로 이름을 날렸지만 그로 인해 계정 정지를 먹고 가방값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엄마, 로민, 로라는 마트, 수영장, 옷가게, 전단지, 편의점 등 여러 알바를 거치고 아빠 역시 가구집이 망해버리며 입간판을 두르고 전단지 배부 알바를 하게 된다.
그리고 시에서 주최하는 상점 주민과의 만남의 진행요원으로 엄마, 로민, 로라는 참가하고 그곳에서 아빠를 만난다.

얼기설기 메워져 구멍이 훤히 보일만큼 짜임새가 좋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정리 없이 막무가내로 넘어가는 개연성이나 철 없음으로는 절대 포장되지 않는 민폐 같은 것들.
캐릭터에는 전혀 정이 가지 않고 이야기는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
진지한 소재고 분명히 슬플지언정 불편하지 않게, 재미 없을지언정 무덤덤하게 더 잘 그려낼 수 있었을 텐데.
재미, 의미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재밌는 거 읽고 싶다.

전자도서관 추천받고 처음 읽은 책.
이용은 편한데 책 종류가 너무 없어서 아무래도 도서관을 찾아가긴 해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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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커스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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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요네자와 호노부라서 빌렸지만 일본에서 미스터리 부문 2연속 3관왕을 달성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니까 기대감을 갖고.
어딘가 <부러진 용골>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었는데 오히려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하는 <안녕 요정>이 더 가깝겠다.

배경은 네팔의 카트만두, 그리고 2001년 실제로 왕세자가 왕인 부모를 포함 형제 및 친족을 살해한 후 자결한 사건을 중점으로 기자인 다치아라이 마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안 그래도 며칠 전 네팔의 왕조가 사라진 이유라는 글을 인터넷에서 보고 이 사건을 처음 접했는데 마침 그걸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 내심 반가웠다.
마치는 6년 간의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한 월간지의 프리랜서 기자로 아시아 여행 특집이라는 기획에 참여하게 되었고 시간이 남아 미리 둘러보려고 카트만두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왕이 살해되는 사건이 터지고 월간지에 실기 위한 기사를 쓰려고 취재를 시작한다.
왕이 죽고난 후의 불안정함과 위태함은 목숨을 위협하고 사건에 대해서는 얻은 것 없이 자꾸만 다른 정보들이 쌓여간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에 얽힌 마치는 그것이 왕의 죽음과 연관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살인사건을 파헤치려 한다.

왕이라는 먼 존재의 죽음은 직접적인 위협을 주지 못하고 책을 관통하는 메인 소재임에도 그저 이용당했다고 느껴질 뿐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또 다른 살인사건 역시 단조롭고 주인공에게 그로 인한 협박이나 위협이 가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불안한 치안과 외출 금지령 등으로 드러나는 긴장감이 줄곧 맴돌고 있다.
살인사건인데 애초에 용의자가 적어서 인지 주인공의 성격 탓인지 범인 찾기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명색이 취재인데 왕의 죽음에 대한 단서는 BBC 뉴스가 거의 다 일만큼 부족하다.
따라서 결말 역시 풀 죽은 모습으로 확 풀어지는데 살인 동기 역시 대단치 않고 처벌이나 해결 같은 것도 없다.
추리소설이 주는 쾌감 같은 거에 비하면 재미없는 소설이겠지만 결코 든 거 없이 가벼운 소설이 아니다.
기자라는 물음을 남긴 클럽 재스민에서 라제스와르 준위와의 대화, 그리고 사가르와의 만남들이 주는 메시지가 주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 같다.
왕과 서커스라는 제목, 기자의 소명과 알 권리, 대머리독수리와 소녀, 사가르와 같은 네팔의 아이들, 사진 밖에 있는 사람과 사진 안에 있는 사람.
할 말이 많은 주제인 만큼 말을 줄이면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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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림자놀이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소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4.5
한 번 빌렸던 것 같은데 내용은 새로운 걸 보니 급하게 반납했던 모양.
기담같은 이야기다.
미야베 미유키 같은 소설 몇 개가 스쳐간다.

18세기 조선 소설이 금지되던 시대에 소설과 한 집안의 멸문지화가 주된 스토리이고 그 시대 인물들의 소설에 대한 글과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각 장마다 들어있다.
꽃 그림자 놀이라는 말과 책 표지가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차츰 그 의미에 담긴 이야기도 드러나고 긴박해지는 찰나 글은 결말을 맞는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리 열린 결말이라지만 조금 일찍 끊은 감이 없지 않나 생각해본다.

왕명으로 금지된 소설, 그리고 암암리에 소설을 읽는 사람들, 언젠가부터 세간에 떠도는 소설 <아수라>, 그 안에 담긴 죄인의 이야기가 메인스토리.
그리고 각 장마다 덧붙여진 이야기들은 묘하게 낯익다.
아기장수 우투리와 바보 온달을 합친 이야기나 박씨전 같은 설화들을 엮어서 재미를 더한다.
천일야화를 생각하며 쓴 이야기라는데 천일야화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보다 한 편의 한국 설화 모음집을 읽은 느낌.
문체나 어투도 고스란히 그 시대 것마냥 눈 앞에 선해서 정말 어릴 적 읽던 설화들을 다시 접한 느낌이다.

읽고 싶었던 소설이었는데 재밌었다.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
그래서 이 18세기의 조선은 <상상범>보다 더 가혹한 세상처럼 느껴진다.
소설이 없는 세상이라니, 난 관아에 끌려가는 한이 있어도 분명 그들처럼 몰래 책을 사들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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