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서커스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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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요네자와 호노부라서 빌렸지만 일본에서 미스터리 부문 2연속 3관왕을 달성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니까 기대감을 갖고.
어딘가 <부러진 용골>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었는데 오히려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하는 <안녕 요정>이 더 가깝겠다.

배경은 네팔의 카트만두, 그리고 2001년 실제로 왕세자가 왕인 부모를 포함 형제 및 친족을 살해한 후 자결한 사건을 중점으로 기자인 다치아라이 마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안 그래도 며칠 전 네팔의 왕조가 사라진 이유라는 글을 인터넷에서 보고 이 사건을 처음 접했는데 마침 그걸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 내심 반가웠다.
마치는 6년 간의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한 월간지의 프리랜서 기자로 아시아 여행 특집이라는 기획에 참여하게 되었고 시간이 남아 미리 둘러보려고 카트만두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왕이 살해되는 사건이 터지고 월간지에 실기 위한 기사를 쓰려고 취재를 시작한다.
왕이 죽고난 후의 불안정함과 위태함은 목숨을 위협하고 사건에 대해서는 얻은 것 없이 자꾸만 다른 정보들이 쌓여간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에 얽힌 마치는 그것이 왕의 죽음과 연관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살인사건을 파헤치려 한다.

왕이라는 먼 존재의 죽음은 직접적인 위협을 주지 못하고 책을 관통하는 메인 소재임에도 그저 이용당했다고 느껴질 뿐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또 다른 살인사건 역시 단조롭고 주인공에게 그로 인한 협박이나 위협이 가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불안한 치안과 외출 금지령 등으로 드러나는 긴장감이 줄곧 맴돌고 있다.
살인사건인데 애초에 용의자가 적어서 인지 주인공의 성격 탓인지 범인 찾기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명색이 취재인데 왕의 죽음에 대한 단서는 BBC 뉴스가 거의 다 일만큼 부족하다.
따라서 결말 역시 풀 죽은 모습으로 확 풀어지는데 살인 동기 역시 대단치 않고 처벌이나 해결 같은 것도 없다.
추리소설이 주는 쾌감 같은 거에 비하면 재미없는 소설이겠지만 결코 든 거 없이 가벼운 소설이 아니다.
기자라는 물음을 남긴 클럽 재스민에서 라제스와르 준위와의 대화, 그리고 사가르와의 만남들이 주는 메시지가 주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 같다.
왕과 서커스라는 제목, 기자의 소명과 알 권리, 대머리독수리와 소녀, 사가르와 같은 네팔의 아이들, 사진 밖에 있는 사람과 사진 안에 있는 사람.
할 말이 많은 주제인 만큼 말을 줄이면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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