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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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데뷔 20주년 기념작 【거꾸로 소크라테스】

- 답답한 어른들의 선입관, 우리가 다 뒤집어버리자!

 

 

거꾸로 소크라테스/이사카 고타로/소미미디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선입견들을 비틀어 꼬집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주된 이야기 배경은 초등학교로 초등학생들이 답답한 어른들의 선입관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뒤집는다.

 

▶ 선입견 ◀

1. 핑크 옷을 입은 아이는 여자 같다. - 거꾸로 소크라테스

2. 달리기를 못하고 왜소한 아이는 왕따일 것이다. - 슬로하지 않다

3.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선생님은 못 미덥다. - 비옵티머스

4. 한번 나쁜 놈은 영원히 나쁜 놈이다. - 언스포츠맨라이크

5. 새아빠는 아이를 학대할 것이다. - 거꾸로 워싱턴

 

선입견은 고정관념으로 우리가 판단을 내리는 데 잘못된 영향을 미친다.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외면한 채 오로지 주관적인 정보 - 나의 생각, 신념, 가치관 - 만을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게 된다. 지속되다 보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답정너', '꼰대' 등 선입견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을 보면 부정적이고 답답하고 편향적인 시선이 느껴지지만,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해 안타깝다. 완벽한 사람은 없는데도 '자신은 항상 옳다. 틀릴 리 없다.'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이런 선입견들이 역사상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왔는지 떠올려보면 말이다.

 

 


 

심리학 용어인 '교사 기대 효과',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기대가 학업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하는데, 교사가 학생을 우수하다고 지각하면 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그 기대에 맞는 지도를 하게 되어 학업 성취가 증대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학생을 무능하다고 보면 기대감이 낮아 성의 있는 지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학업 성취 또한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사의 학생에 대한 기대는 쉽게 변하지 않는 지속성이 있다.

 

'거꾸로 소크라테스'에서 구루메 선생은 제자 구사카베를 얕잡아 보고 매번 그를 무시하는 행동과 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로 인해 구사카베는 위축되어 있다. 일례로 구사카베가 분홍색 옷을 입고 온 적이 있었는데 "여자처럼 입고 왔구나."라는 말을 구루메 선생이 해서 동급생들에게 '구사코'라고 놀림을 당하게 되었다. 초등학교가 배경이라 소설 속에서 교사의 영향력, 역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데 구루메 선생은 선입견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답답한 어른의 전형이다. 구사카베의 친구인 안자이는 이를 무너뜨리기 위해 작전을 펼치고 구사카베는 구루메 선생을 향해 천천히 또박또박 말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

 


 

'비옵티머스' 2년 전 사랑하는 연인을 눈앞에서 사고를 잃고 무기력하게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구보 선생님은 학교 공개 수업을 하게 된다. 제자 나이토의 주도하에 양철 필통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소란이 일고 학부모들은 선생님께 강한 훈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구보 선생님이 밍밍한 말투의 창백하고 기운이 없는 '끝물 호리병박'이었던 이전과는 다르게 길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상대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해." 중요한 삶의 자세를 알려준다. 체벌은 왜 해서는 안 되는가. 법률로 정해지지 않은 일은 어떻게 지키게 할 것인가 등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들을 열심히 고민했던, 교사가 되기 전 모습으로 돌아간 그는 진정한 교사로 우뚝 서 있었다.

 

 

 

 

'슬로하지 않다'/'언스포츠맨라이크' 두 개의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이소켄 선생님은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슬로하지 않다'에서 왕따 가해자가 전학생으로 왔을 때 "저번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전학 왔다는 거 진짜예요?"라는 질문에 넌지시 학급 친구들에게 "만약 왕따를 당했단 뭔가 달라지니? 다시 시작하려 한다면 그걸 도와주고 싶지 않니?"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전학생의 행동도 우리에게 많은 부분을 깨닫게 해준다. 진심으로 달라지려 하는 모습과 예전 자신과 비슷한 이에게 보여주는 진정한 염려와 안타까움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 어리석었던 과거를 털어버리고 행복해지길 바라게 된다.

'언스포츠맨라이크'는 리틀 농구단에서부터 시작된 인연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어져 온 친구들이 겪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소켄 선생님은 리틀 농구단 임시 코치를 맡게 되었고 중요한 조언들을 해준다.


 


 

이 글을 읽고 1년여 전 출소한 '조두순'이 떠올랐다. 과연 그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그의 행복을 빌어줘야 하나? 왜? 물론 이소켄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하는 말들 대부분이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주고 통찰력을 길러준다. 그리고 소설 속 범인이 마지막 에피소드에 나오는 가전제품 대리점 점원일 것 같아 갱생하여 일반인처럼 살아가는 해피엔드 결말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 속 나는 범죄자가 행복하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경지는 이르지 못할 것 같다. 그게 현실적인 방법일지라도 피해자의 한과 억울함이 너무나도 무거워 힘들다. 극단적인 예를 든 것 같지만 범죄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립은 필요하다까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인 것 같다.

 

'거꾸로 워싱턴' 워싱턴 대통령의 유명한 일화가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지 모른다. 그래도 자주 많이 회자되고 우리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정직'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도시히코와 겐스케가 합리적인 의심을 하여 학대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면이 대견하였다. 그리고 야스시 아버지와 겐스케 어머니 또한 바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줘서 답답한 어른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기분 좋았다.


 

 

다섯 가지 선입견을 비트는 다섯 가지 에피소드들을 찬찬히 읽다 보니 학부모로서의 내 모습, 부모로서의 내 모습, 어른으로서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소설 속 너무나 쉽게 체벌을 말하고 아이들의 의견은 묵살하는 등 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불편하면서도 미성숙하여 돌봄과 배려, 응원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 또한 순간순간 편한 방식으로 통제하지는 않았나 되돌아보았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그 자명한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가야겠다.

 

소설 속 무릎을 꿇리려는 아저씨나 자신의 배경을 믿고 남에게 함부로 대하는 친구,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선생님처럼 선입견에 갇혀사는 이들을 현실 속에서 간혹 만나게 된다. 아빠의 영향력만 믿고 친구를 얕잡아보다가 아빠의 고객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당황했던 나이토 같은 상황은 현실 속에서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한들 남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어떻게 생각할지는 자신이 결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타인이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말을 절대로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말할 수 있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거꾸로 소크라테스> 선입견의 맹점을 꼭 짚어주는 통찰력 있는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읽고 대화 나눠보시는 건 어떠세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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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서 괜찮아
임하운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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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불러봅니다.

임채웅, 김초희, 백인우.

마음이 먹먹해지는 이름들입니다. 오롯이 새겨져 가슴을 저미는 아픔이 한동안 제 안에 둥지를 틀 듯합니다. 그렇게라도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채웅과 초희와 인우에 대한 미안함을 감당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네가 있어서 괜찮아/임하운/시공사

 


이제 중3, 열여섯 살 아이들의 인생이 이토록 처참하고 암담할 수 있는지 읽으면서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 아이들 모두 자신들의 책임이 아닌 일들로 혹독한 벌을 받고 있는 상황이 소설을 통해 전개되니, 감정이입을 하면서 아파하고 미안해하고 분노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현실에서 뉴스로 접했다면 이 소설 내 무심한 댓글 속 익명인처럼 쉽게 판단하고 결론짓고 비난하거나 불쌍하게 여겼을 겁니다. 무섭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나에게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이니까요. 비겁하고 끔찍하게도.

 

초반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 없이 만났던 채웅과 초희는 이해하기 힘든 존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임채웅 - 김초희 - 임채웅 - 김초희 ...... 반복되는 화자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같은 고통 속에서 자신만의 갑옷을 걸친 채 버텨온 채웅과 초희가 그리고 인우가 또렷해졌습니다.

 

 

 

 

'그 사람'

'생존자'

낯선 단어들이 아이들을 정의하는 그 공간은 결코 그들에게 공감과 위로와 배려를 베풀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대신해서 다른 가족들이 죽었다는 비난까지 서슴지 않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열 살의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네요. 살아 있는 데 사는 것 같지 않은 눈. 살아남은 아이들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가엾은 영혼이나 한 명은 남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전전긍긍하여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 '호구'로 살아가고, 다른 한 명은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니 내일은 눈이 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둘이 만나서 "네가 있어서 괜찮아" 서로에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억눌러왔던 삶의 욕구를 발산하게 하고, 행복해지고 싶다고 꿈꾸니 다행입니다.

 

"나는 네가 싫지가 않아. 그냥 이해가 돼."

"이상한 애야. 바보 같아. 자꾸 바보 같은 짓을 해서 사람을 기대하게 해."

"그 애랑 있으면 내가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져. 채희 그렇게 죽고 한 번도 제대로 웃어본 적이 없는 데 그 애랑 있으면 내가 진심으로 웃고 있어. 난 평생 행복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그 애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졌어."

"난 전부를 잃었으니까."

 

둘이는 초희의 제안으로 감정을 공유하지 않고 곁에 머무는 이상한 관계지만 점차 가까워지는데, '그 사람'의 아들인 또 다른 상처 받은 영혼 '백인우'의 등장으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합니다. 처음으로 자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희망 같은 게 생겼는데, 이제는 '그 사람'을 털어내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은데, '그 사람'을 아니 그 끔찍한 순간의 용서할 수 없는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가 나타나다니 운명의 장난이네요.

오히려 채웅와 초희가 아닌 제 삼자가 인우를 상처 입히고 괴롭히는 모습에서 그릇된 정의의 탈을 쓴 또 다른 폭력을 목도하게 됩니다. 우려와 달리 피해자와 가해자의 아들이 아닌 '그 사람'에 의해 삶을 잃어버린 세 아이가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줍니다. "잘못한 거 없어." 이 한마디에 담긴 이해와 공감이 살아가고 싶다는 힘이 되어줍니다.

 

언니에게 안녕을 고하는 초희와 초희에게 친구가 되자고 권하는 채웅과 고맙다고 말하는 인우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 안아주는 동지의 존재가 오늘을 살아 내일을 맞이하게 합니다. "다행이네." 말해준 선우와 같은 마음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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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누가 데려가나 했더니 나였다 - 웃프고 찡한 극사실주의 결혼생활
햄햄 지음 / 씨네21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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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와 판다의 사랑 이야기 <널 누가 데려가나 했더니 나였다>

귀여운 표지와 앙증맞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화 에세이로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나, 꾸밈없는 사람이오. 대놓고 홍보하는 제목처럼 책 곳곳에서 저자의 털털함과 진솔함을 느낄 수 있었다.


널 누가 데려가나 했더니 나였다/햄햄 지음/씨네21북스



1라운드 - 어느 서늘한 연애담

2라운드 - 기묘한 동거 시절

3라운드 - 결혼이라니, 결혼이라니!

 

 

연애 이야기로 시작해 동거 그리고 결혼에 이르기까지 그들만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서 공감을 자아낸다. 이제 결혼 2년 차인 신혼이지만 긴 시간 연애와 동거로 더 이상 볶을 깨가 없어서 잔잔한 시작이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젓는

다. 결혼 16년 차에 접어든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고 달달한 그들이기에 보는 내내 향긋하고 달콤한 내음에 행복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공감 가는 에피소드



자립적인 두 남녀가 연애 시작부터 결혼까지 일상을 필터링하지 않고 보여주는 형식이라 MZ 세대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이 시작되는 이유가 운명처럼 극적이지 않아서 더 공감이 갔다. 한번 눈이 닿은 곳은 자연스레 시선이 가게 된다. 시바도 같은 회사에서 판다의 등이 눈에 들어왔고 어느새 모든 시야에 꽉 차 버렸다.

서늘한 연애담 에피소드 중 반지하 판다의 첫 자취방 이야기들이 많다. 안타까운 청년들의 현실을 그리면서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시간 속에서 솟아나 뻗어나가는 사랑의 줄기가 그들을 더 강하게 묶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반지하 방에 핀 곰팡이를 신사임당의 초충도 속 포도송이처럼 멋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바의 독특함이 사랑스럽다. 그리고 그녀를 한결같이 잔잔하게 바라봐 주고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판다의 듬직함이 멋지다. 그래서 그들은 다음 단계로.

 

 


 

연애와는 또 다른, 현실적인 면을 알게 하고 서로에 대해 더 깊숙이 들어가는 문을 여는 동거 생활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맞다'라는 확신이 들어 결혼까지 한 시바와 판다 커플.

중증 개털 알레르기 보유자면서도 반려견 '하루'와 죽고 못 사는 관계인 판다처럼 이미 서로에게 당연한 존재가 된 시바와 판다 그리고 하루의 일상이 사랑스러운 그림체와 색감으로 포근하게 그려져서 실제 투닥투닥거리는 싸움 장면이 그려져도, 시바의 불타오르는 분노가 느껴져도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 너 좋다는 여자가 생긴다면 -

 

사람이 사람한테 이렇게 빠질 수 있구나.

판다가 인기 많을까 봐 살 빼고 머리숱 많아지는 게 싫다는 말에 한바탕 웃고,

한날한시에 같이 죽게 해달라는 소원에 눈이 번쩍 뜨이고,

바람피우는 꿈에 화가 나서 자고 있는 판다의 뺨을 찰싹 때리고 배신감에 우는 시바의 모습에

저렇게 좋을 수가 있구나.


 

천천히 우리들의 속도대로, 그렇게 가자.

단지 다른 방법으로 사랑하는 것일 뿐. 쫌 들어주면서 살지 뭐. 들어주면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이기에 똑같은 방법으로 사랑하지 않을 뿐이다. 물론 내가 원하는 대로 사랑해 주면 좋겠지만, 나 또한 그렇게 해줄 수 없음을 알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그렇지만 우리가 행복할 수 있도록 사랑을 계속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남편의 지난 추억들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여자, 남자, 연인의 관계가 아닌 엄마, 아빠, 주부, 가장으로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옅어지고 사라져가던 사랑의 기억들이 퐁! 퐁! 퐁! 튀어나왔다. 괜스레 소파에서 누워자고 있는 남편에게 담요를 덮어주게 된다. 그리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말을 건넨다. 혼자 헤매지 않고 두 손 꼭 잡고 앞으로 걸어가는 시바와 판다의 내일을 응원해 본다. 우리 모두 행복하기를.

 

연말연시에 따뜻한 집안에서 꼬물꼬물 거리면서 보면 좋을 책 ♡

바라만 봐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던 시간을 불러와 웃고 울고 살아가는 내음 가득한 우리의 이야기와 시바&판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요.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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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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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윌리엄 트레버 지음/김하현 옮김/한겨레출판
 


작가들의 작가, 우리 시대의 체호프

윌리엄 트레버가 선사하는

불가해한 삶에 대한 다정한 연민과 아름다운 위로

 

『밀회』

290 페이지에 12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소설책

한편이 2,30 페이지 정도인데도 그 안에서 삶의 단면인 '사랑의 잔재'를 섬세하고 다정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자매 앞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남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부인(고인 곁에 앉다), 죽어 있는 일곱 마리의 갈까마귀의 시체를 발견한 소년의 직감은 중년 후반이 된 소녀 벨라가 범인이라 말하고 그녀에 대해 순수한 관심을 넘어 은밀한 욕망을 꿈꾸게 된다.(전통)

변화하는 시대에 성당의 위엄은 사라지고 성직자의 영향력도 점점 약해져 가는데 마을의 부족한 소녀 저스티나의 고해성사를 듣고 신부는 결심을 하고 그녀의 집을 찾는다.(저스티나의 신부)

브라이언스턴스퀘어 소개 단체를 통해 만남을 가진 두 남녀의 동상이몽(저녁 외출)이 우아하게 그려진다.

유산을 남긴 여성과의 추억, 과거의 기만을 기억할 수 있는 장식품만을 받고자 하는 미련을 보이는 그라일리스(그라일리스의 유산), 서로를 알지 못하면서 곁에 머물고 자신을 위해 부부로 살아간 엄마 아빠를 떠나보내고 고독을 느끼는 나(고독), 신의 세상에서 불리한 환경 때문에 자신의 목표를 빼앗긴 조각상 제작자의 아내인 누알라는 신성한 조각상을 바라보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가라앉히고 평온함에 잠겨 조각상의 체념을 느꼈다.(신성한 조각상)

로즈의 대학 진학을 축하하는 파티에 개인 교사 부버리씨가 초대받았다. 로즈는 주 1회 그의 집에서 수업을 들었고 그때마다 그의 부인은 외도를 했다. 이를 알았던 로즈는 부버리 씨에게 말하지 못한 미안함과 그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고통 때문에 그리고 그녀 앞에 펼쳐진 창창한 시간, 언뜻 보게 될 다른 비밀과 배신들 때문에 울었다.(로즈 울다)

두 연인이 미래를 꿈꾸고 사랑을 맹세했던 일들이 틀어지면서 깨닫게 되는 사랑의 허망한 약속(큰돈),

웨이터로 일하면서 겪은 일로 사람을 죽인 전 남편에 대한 연민으로 눈물을 흘린다.(거리에서)

무용 선생이 들려준 음악이 브리지드 삶 곳곳에 스며들어 그녀가 떠난 후에도 영혼으로 남으리라.(무용 선생의 음악) 불륜으로 시작한 사랑을 끝내 이어가지 못하고 이별을 하게 되는 두 남녀. 하지만 그 이별의 순간마저도 부정하는 사랑의 불변함은 영원하다. (밀회)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거나 회상과 현재가 구분 없이 전개되는 글은 쉽게 허투루 읽히는 걸 거부한다. 덤덤하게 진행되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감정선은 애써 무시하거나 꾹꾹 눌러왔던,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픈 불편한 내면을 흔든다. 격정적인 사랑이라도, 순수한 소년의 풋풋하면서도 내밀한 이성에 대한 관심이라도, 타인의 시선을 피해 은밀하게 나누는 외도일지라도 그의 손을 통해 탄생한 비밀은 우리네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언제나 똑같은 불편함이, 그녀가 참여하는 활동에서는 거짓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성가신 인식이 남아 있었다.

헤어질 때 두 사람에게는 약간의 놀라움이 남았다. 마땅히 일어났어야 할 상황과 비교하면 그들이 서로를 이용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존엄이었다. ...... 함께 나눈 즐거움만큼이나 은밀했다. _ 저녁 외출

 

 

사랑한다고 굳게 믿고 함께 하는 미래를 꿈꿔 결혼을 약속했던 존과 피나의 이야기가 마음에 닿았다. 두 사람이 사랑한 것은, 너무나 사랑한 것은 미국이었다. 그 미국이라는 곳을 함께 공유하지 못하게 된 순간 피나는 비극적인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존 마이클을 사랑하지 않는다. 끝나버린 사랑의 허약함을 아쉬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 피나의 담담한 각성은 그렇게 단단했다.

윌리엄 트레버의 소설을 읽다 보니 '사랑'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형태들에 대해 떠올려보게 되었다. 그리고 왠지 슬퍼졌다. 그리고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위로받았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 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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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낚시질을 시작합니다 : 팩트 피싱
염유창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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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소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이다.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문도 정보와 콘텐츠, 뉴스 등 다양한 형식과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가 선택해서 취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이들에게 선택받길 원한다.

예전과는 다르게 발달된 네트워크 온라인 세상은 물리적, 지리적, 경계적 한계에서 벗어나 온 세상을 아우르는 공간이 되었고 전통 미디어들은 그들의 자리와 공간을 내어주고 있다. 뉴미디어들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고 독자 또한 예전의 수동적인 입장에만 머물지 않고 댓글, 공감 등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1인 미디어'라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기사 또한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플랫폼에 한 꼭지로 편하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검색으로도 원하는 뉴스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게 된 요즘에는 신문사, 미디어들의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언론들의 보도 행태들이 - 편파 보도, 속보와 특종 경쟁에 유실된 팩트 체크, 오보를 내도 사과 한마디 없는 뻔뻔한 태도, 남의 기사를 고스란히 베끼거나 짜깁기한 우라까이, 아니면 말고 식의 추측성 보도 남발, 이익에 눈이 멀어 내팽개친 언론윤리,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확증편향 등 - 언론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그리고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의 본질을 왜곡하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런 우려와 불신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진실된 언론인의 자세를 깨우치는 기자의 모습이 그려지는 「지금부터 낚시질을 시작합니다 : 팩트 피싱」

 

지금부터 낚시질을 시작합니다 : 팩트 피싱/염유창 지음/스윙테일



이 책은 온라인 뉴스 편집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생동감 있는 묘사, 진실 보도와 조회수라는 난제 앞에서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어느 기자의 성장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낚시 제목 추종자인 기자가 후배의 자살 사건을 파헤치면서 충격적인 진실과 맞닥뜨리게 되는 추리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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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단속 걸린 3선 의원, '후' 불었더니 결국

여교사를 뒤에서 덥석?

 

 

스쿱뉴스 편집 기자인 나윤재가 뽑은 제목들이다. 뉴스의 서바이벌 시대에 조회수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기자답게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제목들을 뽑기로 유명하다. 어느 날 아끼던 후배가 갑자기 자살을 했다. 출근을 하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윤재는 후배의 자취방을 찾아갔고 그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침입한 흔적이 없고 유서까지 발견되어 자살로 처리되었다. 도저히 후배의 자살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는 타살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일정을 바꾸고 남들에게 절대 알리지 않으려고 했던 후배의 행동을 되짚어가면서 죽음에 대한 원인을 파헤쳐 나간다. 후배가 제보받았던 정치인의 불륜 루머를 추적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이 마무리되고, 다른 이들처럼 경준이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다짐하듯 되뇌던 중 뜻밖의 발견을 하게 된다.

평소 속독으로 많은 양의 기사를 순식간에 읽던 후배처럼 유서를 대각선으로 살펴보자, 숨겨진 다잉 메시지가 나왔다. "살인범은 한민"

이제부터 장경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나윤재의 추적이 시작된다.


 

 



현실적인 기자들의 일상과 기사 내용이 생생한 현장감을 전하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루머, 경제인의 치부를 덮어주는 비리 경찰, 경제인과 조직폭력배의 공조 또한 요즘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라 씁쓸하면서도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나윤재 기자가 달라진 만큼 조회수에서 벗어난 만큼 그 공을 독자에게 돌리고 있다. 사실에 기반을 둔 기사를 쓰고 본문의 맥락에 의거해 제목을 편집한다. 이렇게 기자가 낚아 올려 준 투명한 진실을 이제 우리 독자는 제대로 읽고 비판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430 쪽이 되는 다소 두꺼운 책이지만, 잘 짜인 구조와 흥미로운 사건 구성으로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술술 읽히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가볍지 않아 재미와 주제의식을 모두 갖춘 「지금부터 낚시질을 시작합니다 : 팩트 피싱」 낚아 올려지길 기다리고 있다. 힘찬 반향을 기대해 본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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