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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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데뷔 20주년 기념작 【거꾸로 소크라테스】

- 답답한 어른들의 선입관, 우리가 다 뒤집어버리자!

 

 

거꾸로 소크라테스/이사카 고타로/소미미디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선입견들을 비틀어 꼬집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주된 이야기 배경은 초등학교로 초등학생들이 답답한 어른들의 선입관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뒤집는다.

 

▶ 선입견 ◀

1. 핑크 옷을 입은 아이는 여자 같다. - 거꾸로 소크라테스

2. 달리기를 못하고 왜소한 아이는 왕따일 것이다. - 슬로하지 않다

3.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선생님은 못 미덥다. - 비옵티머스

4. 한번 나쁜 놈은 영원히 나쁜 놈이다. - 언스포츠맨라이크

5. 새아빠는 아이를 학대할 것이다. - 거꾸로 워싱턴

 

선입견은 고정관념으로 우리가 판단을 내리는 데 잘못된 영향을 미친다.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외면한 채 오로지 주관적인 정보 - 나의 생각, 신념, 가치관 - 만을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게 된다. 지속되다 보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답정너', '꼰대' 등 선입견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을 보면 부정적이고 답답하고 편향적인 시선이 느껴지지만,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해 안타깝다. 완벽한 사람은 없는데도 '자신은 항상 옳다. 틀릴 리 없다.'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이런 선입견들이 역사상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왔는지 떠올려보면 말이다.

 

 


 

심리학 용어인 '교사 기대 효과',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기대가 학업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하는데, 교사가 학생을 우수하다고 지각하면 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그 기대에 맞는 지도를 하게 되어 학업 성취가 증대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학생을 무능하다고 보면 기대감이 낮아 성의 있는 지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학업 성취 또한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사의 학생에 대한 기대는 쉽게 변하지 않는 지속성이 있다.

 

'거꾸로 소크라테스'에서 구루메 선생은 제자 구사카베를 얕잡아 보고 매번 그를 무시하는 행동과 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로 인해 구사카베는 위축되어 있다. 일례로 구사카베가 분홍색 옷을 입고 온 적이 있었는데 "여자처럼 입고 왔구나."라는 말을 구루메 선생이 해서 동급생들에게 '구사코'라고 놀림을 당하게 되었다. 초등학교가 배경이라 소설 속에서 교사의 영향력, 역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데 구루메 선생은 선입견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답답한 어른의 전형이다. 구사카베의 친구인 안자이는 이를 무너뜨리기 위해 작전을 펼치고 구사카베는 구루메 선생을 향해 천천히 또박또박 말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

 


 

'비옵티머스' 2년 전 사랑하는 연인을 눈앞에서 사고를 잃고 무기력하게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구보 선생님은 학교 공개 수업을 하게 된다. 제자 나이토의 주도하에 양철 필통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소란이 일고 학부모들은 선생님께 강한 훈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구보 선생님이 밍밍한 말투의 창백하고 기운이 없는 '끝물 호리병박'이었던 이전과는 다르게 길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상대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해." 중요한 삶의 자세를 알려준다. 체벌은 왜 해서는 안 되는가. 법률로 정해지지 않은 일은 어떻게 지키게 할 것인가 등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들을 열심히 고민했던, 교사가 되기 전 모습으로 돌아간 그는 진정한 교사로 우뚝 서 있었다.

 

 

 

 

'슬로하지 않다'/'언스포츠맨라이크' 두 개의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이소켄 선생님은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슬로하지 않다'에서 왕따 가해자가 전학생으로 왔을 때 "저번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전학 왔다는 거 진짜예요?"라는 질문에 넌지시 학급 친구들에게 "만약 왕따를 당했단 뭔가 달라지니? 다시 시작하려 한다면 그걸 도와주고 싶지 않니?"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전학생의 행동도 우리에게 많은 부분을 깨닫게 해준다. 진심으로 달라지려 하는 모습과 예전 자신과 비슷한 이에게 보여주는 진정한 염려와 안타까움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 어리석었던 과거를 털어버리고 행복해지길 바라게 된다.

'언스포츠맨라이크'는 리틀 농구단에서부터 시작된 인연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어져 온 친구들이 겪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소켄 선생님은 리틀 농구단 임시 코치를 맡게 되었고 중요한 조언들을 해준다.


 


 

이 글을 읽고 1년여 전 출소한 '조두순'이 떠올랐다. 과연 그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그의 행복을 빌어줘야 하나? 왜? 물론 이소켄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하는 말들 대부분이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주고 통찰력을 길러준다. 그리고 소설 속 범인이 마지막 에피소드에 나오는 가전제품 대리점 점원일 것 같아 갱생하여 일반인처럼 살아가는 해피엔드 결말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 속 나는 범죄자가 행복하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경지는 이르지 못할 것 같다. 그게 현실적인 방법일지라도 피해자의 한과 억울함이 너무나도 무거워 힘들다. 극단적인 예를 든 것 같지만 범죄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립은 필요하다까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인 것 같다.

 

'거꾸로 워싱턴' 워싱턴 대통령의 유명한 일화가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지 모른다. 그래도 자주 많이 회자되고 우리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정직'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도시히코와 겐스케가 합리적인 의심을 하여 학대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면이 대견하였다. 그리고 야스시 아버지와 겐스케 어머니 또한 바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줘서 답답한 어른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기분 좋았다.


 

 

다섯 가지 선입견을 비트는 다섯 가지 에피소드들을 찬찬히 읽다 보니 학부모로서의 내 모습, 부모로서의 내 모습, 어른으로서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소설 속 너무나 쉽게 체벌을 말하고 아이들의 의견은 묵살하는 등 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불편하면서도 미성숙하여 돌봄과 배려, 응원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 또한 순간순간 편한 방식으로 통제하지는 않았나 되돌아보았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그 자명한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가야겠다.

 

소설 속 무릎을 꿇리려는 아저씨나 자신의 배경을 믿고 남에게 함부로 대하는 친구,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선생님처럼 선입견에 갇혀사는 이들을 현실 속에서 간혹 만나게 된다. 아빠의 영향력만 믿고 친구를 얕잡아보다가 아빠의 고객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당황했던 나이토 같은 상황은 현실 속에서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한들 남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어떻게 생각할지는 자신이 결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타인이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말을 절대로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말할 수 있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거꾸로 소크라테스> 선입견의 맹점을 꼭 짚어주는 통찰력 있는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읽고 대화 나눠보시는 건 어떠세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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