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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서 괜찮아
임하운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평점 :
가만히 불러봅니다.
임채웅, 김초희, 백인우.
마음이 먹먹해지는 이름들입니다. 오롯이 새겨져 가슴을 저미는 아픔이 한동안 제 안에 둥지를 틀 듯합니다. 그렇게라도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채웅과 초희와 인우에 대한 미안함을 감당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225/pimg_7258792673245567.jpg)
네가 있어서 괜찮아/임하운/시공사
이제 중3, 열여섯 살 아이들의 인생이 이토록 처참하고 암담할 수 있는지 읽으면서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 아이들 모두 자신들의 책임이 아닌 일들로 혹독한 벌을 받고 있는 상황이 소설을 통해 전개되니, 감정이입을 하면서 아파하고 미안해하고 분노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현실에서 뉴스로 접했다면 이 소설 내 무심한 댓글 속 익명인처럼 쉽게 판단하고 결론짓고 비난하거나 불쌍하게 여겼을 겁니다. 무섭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나에게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이니까요. 비겁하고 끔찍하게도.
초반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 없이 만났던 채웅과 초희는 이해하기 힘든 존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임채웅 - 김초희 - 임채웅 - 김초희 ...... 반복되는 화자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같은 고통 속에서 자신만의 갑옷을 걸친 채 버텨온 채웅과 초희가 그리고 인우가 또렷해졌습니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d/k/dkdtlksu/IMG_sqt3555.jpg)
'그 사람'
'생존자'
낯선 단어들이 아이들을 정의하는 그 공간은 결코 그들에게 공감과 위로와 배려를 베풀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대신해서 다른 가족들이 죽었다는 비난까지 서슴지 않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열 살의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네요. 살아 있는 데 사는 것 같지 않은 눈. 살아남은 아이들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가엾은 영혼이나 한 명은 남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전전긍긍하여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 '호구'로 살아가고, 다른 한 명은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니 내일은 눈이 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둘이 만나서 "네가 있어서 괜찮아" 서로에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억눌러왔던 삶의 욕구를 발산하게 하고, 행복해지고 싶다고 꿈꾸니 다행입니다.
"나는 네가 싫지가 않아. 그냥 이해가 돼."
"이상한 애야. 바보 같아. 자꾸 바보 같은 짓을 해서 사람을 기대하게 해."
"그 애랑 있으면 내가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져. 채희 그렇게 죽고 한 번도 제대로 웃어본 적이 없는 데 그 애랑 있으면 내가 진심으로 웃고 있어. 난 평생 행복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그 애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졌어."
"난 전부를 잃었으니까."
둘이는 초희의 제안으로 감정을 공유하지 않고 곁에 머무는 이상한 관계지만 점차 가까워지는데, '그 사람'의 아들인 또 다른 상처 받은 영혼 '백인우'의 등장으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합니다. 처음으로 자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희망 같은 게 생겼는데, 이제는 '그 사람'을 털어내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은데, '그 사람'을 아니 그 끔찍한 순간의 용서할 수 없는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가 나타나다니 운명의 장난이네요.
오히려 채웅와 초희가 아닌 제 삼자가 인우를 상처 입히고 괴롭히는 모습에서 그릇된 정의의 탈을 쓴 또 다른 폭력을 목도하게 됩니다. 우려와 달리 피해자와 가해자의 아들이 아닌 '그 사람'에 의해 삶을 잃어버린 세 아이가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줍니다. "잘못한 거 없어." 이 한마디에 담긴 이해와 공감이 살아가고 싶다는 힘이 되어줍니다.
언니에게 안녕을 고하는 초희와 초희에게 친구가 되자고 권하는 채웅과 고맙다고 말하는 인우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 안아주는 동지의 존재가 오늘을 살아 내일을 맞이하게 합니다. "다행이네." 말해준 선우와 같은 마음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