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보이! 반올림 56
마리 오드 뮈라이유 지음, 이선한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이며 소설 곳곳에서 여러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오, 보이!(Oh, boy!)는 놀람과 감탄, 실망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영어 감탄사라고 한다.

 

 

오, 보이!/마리 오드 뮈라이유 지음/바람의아이들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한 사람, 그는 분명 "오, 보이!"를 외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그는 누구이며, 왜 "오, 보이!"를 외치고 있는 것일까? 호기심을 가득 안고 책장을 넘겨보았다. 독자를 반기는 글귀가 있다.

 


"유머는 존엄성의 선언이며,

인간에게 닥친 일들에 대한 인간 우월성의 확인이다."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중에서

 

 

삶은 평탄한 대지 같지도, 우뚝 솟은 산 같지도, 잔잔한 강 같지도,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 같지도 않다. 이 모든 것들을 다 품고 있는 게 삶이다. 그렇다면 '유머'는 분명 우리네 삶이 좀 더 매끄럽고 부드럽게 굴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윤활유가 되어줄 것이다. 『오, 보이! 』소설의 모를르방 삼 남매에게도 '유머'의 은총이 간절해 보인다.

 


엄마와 살던 '모를르방'이라는 독특한 성을 가진 삼 남매가 고아가 되었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열네 살 시메옹과 여덟 살 모르간 그리고 다섯 살 브니즈에게는 힘겨운 고난의 시작이었다.

엄마의 죽음 뒤 감춰진 비밀을 뒤로 한 채, 삼 남매는 사회복지사 베네딕트와 후견인 담당 판사 로랑스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삼 남매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가장 좋은 대책을 세우려고 애쓰는 여정이 펼쳐진다.

 

이 소설의 묘미는 삼 남매 스스로 자신들의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나가 가족을 유지하고자 하는 데 있다.

"모를르방이 아니면 죽음을!"

 

남매들이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고아원 대신 자신들을 맡아줄 가족을 찾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을 버리고 떠나간 아버지 조르주 모를르방. 그와 전부인 사이에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영특한 아이인 시메옹이 기억해 낸다. 그렇게 또 다른 가족들, 조지안과 바르텔레미(바르)를 찾았다. 로랑스 판사와 베네딕트 사회복지사는 두 명 모두에게 모를르방 삼 남매의 존재와 상황을 알리고 후견을 부탁한다.

결혼을 하고 수입이 안정적인 조지안은 조르주의 의붓딸로 삼 남매와 직접적인 혈연관계는 없다. 골동품점 직원인 바르는 조르주의 친아들로 동성애자이며 유쾌하고 자유분방하다. 그는 듬직하고 반듯하지는 않지만, 잘생긴 외모와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호감을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청년이다.

 

과연 조지안과 바르 그리고 삼 남매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이복형제들이 갑작스레 한 울타리 안에서 살을 부대끼며 감정을 나누고 살아가는 진짜 가족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모를르방 삼 남매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이 원하는 모든 일들을 들어주고픈 마음이 들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미 책 속에서 그런 상냥하고 다정한 이들이 삼 남매에게 안정적이고 끈끈한 유대감을 키워주는 미래를 제공해 주었다.

 

 

열네 살에 고등학교 졸업반인 천재 시메옹과 오빠가 자신의 반쪽이라 절대 헤어질 수 없다는 모르간, 인형 같은 외모와 나이에 걸맞은 해맑고 솔직한, 사랑스러운 브니즈. 이 삼 남매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듯, 땅에서 솟은 듯 조지안과 바르 남매 앞에 나타나 데면데면했던 그들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사실 그들은 성인이라 후견인 후보가 되었지만, 세 아이처럼 아버지 조르주 모를르방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속 어린아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자신을 받아들였다 다시 버려 유년기를 황폐하게 만든 조르주를 원망하던 조지안은 그 남자의 네 아이를 그저 받아들이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비로소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바르는 엄마와 누나가 진실을 말해주지 않아 아버지 조르주가 태어나지도 않은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임신한지 모른 채 떠났다는 진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했다는 고통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인생의 아이러니

모를르방 삼 남매가 겪은 비극으로 시작되었지만, 모를르방 가족에게 진정 한 가족이라는 지붕이 생기는 희극으로 결말 맺었다. '파우와우' 세 아이들이 결정을 내릴 때 하는 의식 같은 행동으로,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을 나누고 의견을 제시하고 답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세 아이는 반복한다. 바르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삼 남매의 '파우와우'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기분 좋고 다행이다 싶었다.

헤어지기 싫은 삼 남매의 간절함뿐만 아니라 바르의 유연하고 따뜻한 심성이 모를르방 네 남매와 그 주변을 기분 좋고 행복하며 웃게 만들어 주었다.

 

결속력이 강한 삼 남매와 힘겨운 시간을 함께 이겨내면서 '진짜 가족'이 된 바르. 그들의 힘찬 출발이 웃음 가득이라 행복하다.


 

<남들과 다르게 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를르방 가족을 기억하련다. "오, 보이!"

 

비극이 배경인데도 이토록 밝고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즐겁게 삶과 가족의 가치를 관통하는 소설을 만나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깊은숨
김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혜나 작가의 소설집 『깊은숨』 

총 7편의 단편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여 하나의 태피스트리가 짜였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이었지만,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지는 감정 - 상황 - 목소리가 한 몸에서 잉태된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깊은숨/김혜나 소설집/한겨레출판




자신이라는 본연의 존재

그 존재를 인정하고 깨닫고 닿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인물이 하나의 소설에서 다음 소설로 바통을 넘기듯 숨을 넘겨주었다. 그 숨 쉬는 존재가 분명히 옆에 있다는 자각은 소설 바깥 현실에서도 극명하게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표현들이 생경하면서도 적절하게 들어맞아 활자가 영상으로 펼쳐진다. 부다 왕궁과 다뉴브강 그리고 파타야 도시에 관한 묘사를 읽으면서 왕궁을 거닐고 다뉴브강에서 일몰을 즐기고 파타야 아파트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상상을 했다. '골목길'을 '잘 바른 생선 가시 사이'라고 쓴 대목처럼 유머러스한 표현도 마음에 들었다.

 

 



김혜나 작가의 책을 온전히 다 읽은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은행나무, 2021)》 앤솔러지에서 「가만히 바라보면」을 읽었다. 요가에 관한 여러 작가의 글들 중 인상 깊게 읽어서 '김혜나' 작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단편 한편으로 만났을 때는 '아~ 감각적이다.' 뇌리에 꽂히는 작가였다.

 

이번에 온전히 그의 작품으로 꽉 찬 소설집으로 만나니 쉽지 않았다. 친절하지 않은 흐름 속에서 등장인물의 표현되지 않거나 소화되지 않은 감정선을 좇아가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등장인물조차 상대방의 의도나 생각, 감정을 알지 못하거나(오지 않은 미래, 레드벨벳, 코너스툴) 자신의 감정, 생각 또한 날것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억압하였다.(레드벨벗, 코너스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소설이라고 긍정적이고 극적인 변화를 결과로 제시하지 않고, 지금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부정하지 않고 그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젠더에 예속되는 인간관계의 한계에 관한 질문으로 사고의 경계를 무너트려주었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점이 과연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날카로운 사유의 흔적이 담긴 소설집이다.





우리를 정의하는 여러 정체성(가족, 직업, 문화적, 철학적, 생물학적 정체성 등) 중 하나라도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정상이라 여기는 범주에 속하지 않으면 부정되고 왜곡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다른 정체성들이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고 빛나더라도 사회의 기준으로 정상 범주에 벗어난 하나의 정체성이 커밍아웃되면 유일한 정체성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코너스툴」의 이오진 작가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기를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요가와 이국 그리고 소설가

김혜나 작가 본인의 경험이 녹아든 소설이기에 낯선 풍경과 감정, 배경의 조우가 거부감 없이 나에게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지금 이 소설이 아니라면 전해주지 못할 감정과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들이 여성들이라 더 파고들 수 있었지 않나 싶다. 보이는 면이 아니라 이면에 감춰진 빛을 끌어내어 비추는 거울 속 자신을 발견하고자 애쓰는 이들이라 더 눈길이 갔다.

 

"요가는 타인을 따라가는 길이 아니야.

지금 너보다 나은 사람처럼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 되려고 하는 거야.

그게 바로 네가 말하는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가만히 바라보면_ p.82

 

"모든 것에 별다른 차이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하나임을

한 입 한 입씩 씹어 삼키기로 했다."               비터스윗_ p.221

 

진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깊은숨』 을 만났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4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공유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
김이랑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 공유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글.그림 김이랑/카멜북스



동네에 하천이 흐르고 있어서 동네 주민들의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학생들의 등하굣길이 되어주고, 직장인들의 출퇴근길이 되어주며, 삼삼오오 운동하거나 산책하는 가족, 주민들의 공간이 되어주는 고마운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 자리 잡은 인간 외의 종이 있으니, 바로 고양이다.

검은색, 점박이 다양한 색상과 무늬의 길고양이들이 인간들의 발자국 소리에 반응하듯 울기도 하고, 휙~ 쏜살같이 사라지기도 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고양이들 집이 달라져 길고양이를 돌보시는 분들의 존재를 짐작하게 한다.

 


 동네 아이, 학생들이 고양이 간식을 사서 먹이는 모습을 간간이 목격하기도 하였다. 산책하다가 고양이와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이를 달래는 부모도 있고, 일부러 고양이를 보러 들렀다 보지 못하고 떠나며 아쉬워 몇 번씩 돌아보는 이들도 있다. 먹이를 챙겨주면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듯하지만, 우리 동네 하천에 사는 길고양이들 수는 크게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흉흉한 소식을 하도 접하니 괜한 걱정이 아니지 싶다. 이렇게 집에서 키우지 않아도 마음이 가는 존재들이 바로 고양이다. 울음소리마저 아이랑 비슷하고, 도도한 듯싶으면서도 애교 부리면 샤르르 녹게 만드는 마성을 지닌, 묘한 녀석이다.

 


사실 반려동물에 관한 고민을 안 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동물을 무서워해서 잘 만지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반려묘나 반려견을 들이고자 하나 소심히 반대하고(귀엽기는 너무 귀여워서 보는 건 너무 좋음), 남편은 완강히 반대한다. 아이들은 현명하게도 독립하면 꼭 키우겠다고 마음을 달래고 있다. 그러던 중 고양이 공유오피스 이야기책을 알게 되었다. 공유? 오피스를? 고양이랑? 참신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반려묘로 입양하는 것은 책임을 수반하는 행동이다. 신중하고도 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하나의 생명'에 관한 문제이다. 그런데 공유 오피스라고 하니, 무언가 대등한 관계 같기도 하고 공간의 거리만큼 마음의 무게가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그렇게 <고양이 공유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자매가 같이 일하는 7평 남짓 작업실에 찾아온 손님. 무료한 일상을, 나른한 프리랜서의 루틴을 흔들고 어느새 고양이를 삶의 중심에 두게 된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내 고양이는 아니지만, 간식과 사료를 챙겨주게 되고, 어느새 고양이 있는 생활에 하나둘 익숙해져가는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처음인 고양이 집사로 당황스럽고 미숙해 그 당시에는 아찔했을 에피소드들은 지금 나에게는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 또는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고양이와 오피스를 공유하기로 결정하면서 자매의 일상은 고양이 위주로 변했다. 정남이를 필두로 복남이, 복길이, 막내까지 무려 4 마리의 큰언니, 작은언니가 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사람도 다 제각기이듯 고양이도 각자의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초보 집사들은 시간과 관심을 기울여 4 마리의 성격과 취향을 파악하였다. 소소한 영광의 상처는 덤으로 안고.

 


출근하면 고양이를 작업실 안으로 들이고 먹이를 챙겨주고, 산책을 가거나 퇴근하려면 고양이를 작업실 밖으로 내보낸다. 글로 보면 단순하고 간단하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과도 공유 오피스는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말도 안 통하고 들고나기가 들쑥날쑥한 고양이 4 마리를 들이고 내보는 일과가 어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유난히 몸집이 작고 약해서 막내가 더 안쓰럽고 신경이 쓰였다고 한다. 그렇게 막내는 작업실의 주인이 되었다.

 


 

 

 

고양이 공유오피스 이야기

입양해서 동거하는 형식의 돌봄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공생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고양이를 작업실에 들이고 간식을 챙기다 어느새 목걸이를 채우고 건강검진까지 책임지게 되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 그 사이사이에는 정남이, 복남이, 복길이, 막내와 김이랑 저자와 여동생, 고양이 4 마리와 사람 2명의 발자국과 웃음과 눈물 그리고 행복이 자리 잡고 있었다.


김이랑 작가는 떠나간 정남이의 안녕을 바라며 막내와 복남이, 복길이와 더 넓어진 새 작업실에서 추억을 쌓아갈 꿈을 꾸고 있다. 예전 삶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고양이라는 작고 따뜻한 생명체와 교감하면서 위안을 얻고 있다. 그들의 행복하고도 짠한 날들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지켜보는 이 또한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주기에. 


일러스트레이터인 김이랑 작가의 그림과 글 그리고 사진이 고양이와 사람 그리고 그들만이 공유하는 감정까지 잘 담아내 함께 하는 시간 내내 평온하였다. 감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마리와 밤의 형제단 비룡소 걸작선 62
B. B. 올스턴 지음, 고드윈 아크판 그림, 김경희 옮김 / 비룡소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압도되는 책을 만났다.  『아마리와 밤의 형제단』 

책을 마주하니 첫 번째로 두께에 압도되었다.

흔히 벽돌 책이라 부르는 정도로, 무려 557 페이지 분량이다.

하지만 분량의 부담을 뒤로하고 읽기 시작하자 방대한 세계관에 압도되었다. 이제껏 읽고 듣고 보았던 판타지 세계가 집대성되어 아마리와 우리를 초대하였다. 그 미지와 환상의 세계는 신비롭고 놀라웠지만 무섭고 두렵기도 하였다. 그러니 용기 있는 자들만이 두려움을 넘어 호기심의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딩동~ ♬


 

 

탄탄하고 돈독했던 가족이 오빠의 실종 이후 흔들리고 불안해지면서 '오빠'를 찾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다지던 소녀 '아마리'에게 어느 날 의뭉스러운 '검은색 서류 가방'이 배달되었다. 그리고 실종된 오빠가 남긴 메시지를 따라 '초자연 현상 관리국'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목적은 단 하나, 사라진 오빠를 찾아라! 뿐이었다. 자신이 어떤 곳에 뛰어든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마주하게 된 현실은 아마리를 각성하게 하였다. 가난한 흑인 여자아이로 사회의 편견과 불합리한 태도에 익숙한 아마리는 초자연 현상 관리국 요원이 되기 위한 출발선상에 섰다. 그곳 또한 일반인들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해리 포터>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두근거렸다. 자신의 정체를 모른 채 이모 가족들에게 핍박받으며 살아온 해리가 마법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고는 어리둥절했던 것처럼, 아마리도 오빠의 직장과 인간 외의 존재 그리고 자신의 잠재력을 갑자기 알게 되면서 혼란을 겪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의 고난과 시련은 예정된 수순이다. 그 고난과 시련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에 따라 영웅이 되느냐 악당이 되느냐로 갈릴 것이다.

 

아마리와 이번 여름캠프를 거쳐 초자연 현상 관리국의 주니어 요원에 도전하는 친구들의 선택과 도전이 흥미진진하고 격렬하며 화려하게 펼쳐진다. 관리국 내부 시설과 여러 장치들 그리고 요원들의 능력들에 대한 묘사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읽다 보면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인간과 그 외 종족들과 무리 없이 어울려 살기 위해 초자연 현상 관리국이 존재한다는 설정은 우리의 두려움에 기반한다.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두려움은 폭력과 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아마리는 자신이 겪었던 편견과 불평등이 얼마나 근거 없는 이유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아마리의 활약이 더욱더 기대되었다.

 

초자연 현상 관리국은 비밀스러운 조직이고, 구성원 대부분은 전통 가문 출신들이다. 면접시험은 어렸을 때부터 준비를 해온 전통 가문 출신인 '레거시'와 주목할 만한 일을 해서 지명된 '메리트'에ㅣ게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레거시의 지명 절차가 끝나고 나서 메리트를 지명한다. 관리국 안에서도 가문과 권력에 의한 차별과 편견, 무시는 계속되고 있었다. 아마리는 메리트로 요원이 되어 '밴퀴시'라는 찬사를 받는 오빠 퀸턴이 후보로 추천해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최고 요원의 동생이기에 받는 관심과 시기뿐만 아니라 그녀의 잠재력으로 야기된 혼란은 아마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아마리는 편견을 부수고 자신을 스스로 증명해나가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를 믿고 사랑하는 친구 엘시와 파트너 딜런이 곁을 지켜주었다.

 

 

 



 

판타지 소설로 초자연 현상과 미지의 존재들이 등장하는 환상적인 내용이지만, 주된 메시지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용기이다. 사람이 용기를 낼 수 있고 희망을 그릴 수 있는, 그 전부 말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이 책은 주니어 요원을 선발하기 위한 훈련생 여름 캠프와 밤의 형제단 공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놀라운 과학기술과 마법의 향연이 펼쳐진다. 십 대 아이들의 발랄하고 활기찬 기운과 주니어 요원을 향한 도전과 노력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한 권으로는 많은 분량이지만, 기본적으로 풍성한 볼거리와 상상력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어서 페이지터너로 주변에 추천하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아마리는 절대 위기의 순간에 순수하고도 강력한 의지와 자기 확신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소환하고 명령했다. 

 

'나는 시도하는 자, 맞서 싸우는 자, 굳건한 믿음을 지닌 자다.'

'아무도 날 막지 못해.'


 

아마리는 우리에게 진정한 용기를 보여주었다. 눈이 멀 정도로 환한 빛의 폭발. 우리는 그 힘을 보았고 잊지 못할 것이다. 자신을 인정한 아마리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작가는 전하고 있다. 

 

 

퀸턴 재번 피터스 - 마리아 밴헬싱 <밴퀴시 = 무찌르다>

아마리 러네이 피터스 - 딜런 밴헬싱 <밴퀴시 2.0>

오빠의 실종으로 시작된 아마리의 환상적이고 위험천만한 모험에 빠져든 우리 가족은 아마리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 러키 도그
쥴리아 런던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러키도그 #로맨스소설 #소설책 #책리뷰 #줄리아런던 #책추천 #황금시간출판사

 

유 러키 도그 You Lucky Dog/줄리아 런던 장편소설/황금시간



 표지 속 개는 백스터일까? 헤이즐일까? 아무래도 칼리의 개인 백스터일 듯싶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별하기 힘든 바셋 하운드 2마리가 사랑스러운 칼리와 뇌섹남 맥스의 만남에 일등공신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의 반려견들이 산책 알바의 어처구니없는 사정으로 바뀌게 된다. 둘 다 사랑스러운 바셋 하운드로 비슷하게 생겨서 일어난 일이었다.

칼리와 맥스의 입장에서는 가족이 뒤바뀌는 일이었으니 청천벽력 같았겠지만, 이는 오히려 호재가 되었다. 매력넘치는 칼리와 멋진 맥스의 인연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투지가 강하고 행동력까지 겸비한 칼리가 자신의 반려견 백스터를 데리고 있는 토바이어스 셰핑턴(맥스)를 찾아가서 항의를 한다.

"왜 저 아이 칩을 읽지 않았어요?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맥스의 긴박한 부탁으로 계속 이어졌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두 사람 다 마음을 털어놓지 않은 가운데 백스터와 헤이즐은 절친이 되어 같이 뛰고 뒹굴었다. 기운 없어 벽에 머리를 박던 백스터가 헤이즐과 함께 뛰노는 모습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서로의 반려견을 이유로 만남을 이어가면서 자연스레 두 사람은 사귀게 되었다.

이렇게 서로 뜨겁게 사랑했습니다~~ 잘 흘러가던 유쾌하고 상쾌한 로맨스 소설이 서로의 가족이 엮이면서 예상치도 못한 상황으로 흘러갔다.

 

 

 

 

고객이 단 2명인 홍보 대행사 대표인 칼리는 정말 열정적으로 일하였다.

그녀는 갈망하는 직장이 있는 뉴욕으로 떠나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이들을 널리 홍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자신이 선택한 패션 천재 빅터에 몰입하고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는 칼리의 모습을 보면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드리아가 떠올랐다. 자신이 꿈꾸던 자리와 현재 있는 자리에 대한 정확한 판단 그리고 결단력을 보면서 칼리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주체적인 여성인 칼리이지만 가족 앞에서는 한없이 여리고 나약하다.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자신의 사랑이 끝나는 일일지라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뇌과학자로 나오는 맥스 또한 전문가로서의 모습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동생을 대하는 형의 모습은 달랐다. 그 간격을 현실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이렇게 멋진 커플의 사랑 이야기는 달콤하면서도 불안했고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치면서 좌절시키기도 하였다.

칼리와 맥스 그리고 백스터와 헤이즐이 웃고 떠들면 같이 행복했고, 서로를 그리워하면 덩달아 가슴이 시렸다.

 

 

 

 

삶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재능이 풍부한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해가는 가운데 엮어지는 가족, 일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은 이야기를 더 풍성하고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칼리의 정신을 단단하게 무장해 준 <왕언니 팬티> 팟캐스트의 정체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산뜻한 로맨스 소설 『유 러키 도그 You Lucky Dog』가 잠든 연애 세포를 살포시 깨워주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