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 보이! ㅣ 반올림 56
마리 오드 뮈라이유 지음, 이선한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10월
평점 :
책 제목이며 소설 곳곳에서 여러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오, 보이!(Oh, boy!)는 놀람과 감탄, 실망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영어 감탄사라고 한다.
오, 보이!/마리 오드 뮈라이유 지음/바람의아이들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한 사람, 그는 분명 "오, 보이!"를 외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그는 누구이며, 왜 "오, 보이!"를 외치고 있는 것일까? 호기심을 가득 안고 책장을 넘겨보았다. 독자를 반기는 글귀가 있다.
"유머는 존엄성의 선언이며,
인간에게 닥친 일들에 대한 인간 우월성의 확인이다."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중에서
삶은 평탄한 대지 같지도, 우뚝 솟은 산 같지도, 잔잔한 강 같지도,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 같지도 않다. 이 모든 것들을 다 품고 있는 게 삶이다. 그렇다면 '유머'는 분명 우리네 삶이 좀 더 매끄럽고 부드럽게 굴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윤활유가 되어줄 것이다. 『오, 보이! 』소설의 모를르방 삼 남매에게도 '유머'의 은총이 간절해 보인다.
엄마와 살던 '모를르방'이라는 독특한 성을 가진 삼 남매가 고아가 되었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열네 살 시메옹과 여덟 살 모르간 그리고 다섯 살 브니즈에게는 힘겨운 고난의 시작이었다.
엄마의 죽음 뒤 감춰진 비밀을 뒤로 한 채, 삼 남매는 사회복지사 베네딕트와 후견인 담당 판사 로랑스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삼 남매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가장 좋은 대책을 세우려고 애쓰는 여정이 펼쳐진다.
이 소설의 묘미는 삼 남매 스스로 자신들의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나가 가족을 유지하고자 하는 데 있다.
"모를르방이 아니면 죽음을!"
남매들이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고아원 대신 자신들을 맡아줄 가족을 찾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을 버리고 떠나간 아버지 조르주 모를르방. 그와 전부인 사이에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영특한 아이인 시메옹이 기억해 낸다. 그렇게 또 다른 가족들, 조지안과 바르텔레미(바르)를 찾았다. 로랑스 판사와 베네딕트 사회복지사는 두 명 모두에게 모를르방 삼 남매의 존재와 상황을 알리고 후견을 부탁한다.
결혼을 하고 수입이 안정적인 조지안은 조르주의 의붓딸로 삼 남매와 직접적인 혈연관계는 없다. 골동품점 직원인 바르는 조르주의 친아들로 동성애자이며 유쾌하고 자유분방하다. 그는 듬직하고 반듯하지는 않지만, 잘생긴 외모와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호감을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청년이다.
과연 조지안과 바르 그리고 삼 남매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이복형제들이 갑작스레 한 울타리 안에서 살을 부대끼며 감정을 나누고 살아가는 진짜 가족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모를르방 삼 남매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이 원하는 모든 일들을 들어주고픈 마음이 들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미 책 속에서 그런 상냥하고 다정한 이들이 삼 남매에게 안정적이고 끈끈한 유대감을 키워주는 미래를 제공해 주었다.
열네 살에 고등학교 졸업반인 천재 시메옹과 오빠가 자신의 반쪽이라 절대 헤어질 수 없다는 모르간, 인형 같은 외모와 나이에 걸맞은 해맑고 솔직한, 사랑스러운 브니즈. 이 삼 남매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듯, 땅에서 솟은 듯 조지안과 바르 남매 앞에 나타나 데면데면했던 그들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사실 그들은 성인이라 후견인 후보가 되었지만, 세 아이처럼 아버지 조르주 모를르방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속 어린아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자신을 받아들였다 다시 버려 유년기를 황폐하게 만든 조르주를 원망하던 조지안은 그 남자의 네 아이를 그저 받아들이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비로소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바르는 엄마와 누나가 진실을 말해주지 않아 아버지 조르주가 태어나지도 않은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임신한지 모른 채 떠났다는 진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했다는 고통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인생의 아이러니
모를르방 삼 남매가 겪은 비극으로 시작되었지만, 모를르방 가족에게 진정 한 가족이라는 지붕이 생기는 희극으로 결말 맺었다. '파우와우' 세 아이들이 결정을 내릴 때 하는 의식 같은 행동으로,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을 나누고 의견을 제시하고 답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세 아이는 반복한다. 바르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삼 남매의 '파우와우'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기분 좋고 다행이다 싶었다.
헤어지기 싫은 삼 남매의 간절함뿐만 아니라 바르의 유연하고 따뜻한 심성이 모를르방 네 남매와 그 주변을 기분 좋고 행복하며 웃게 만들어 주었다.
결속력이 강한 삼 남매와 힘겨운 시간을 함께 이겨내면서 '진짜 가족'이 된 바르. 그들의 힘찬 출발이 웃음 가득이라 행복하다.
<남들과 다르게 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를르방 가족을 기억하련다. "오, 보이!"
비극이 배경인데도 이토록 밝고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즐겁게 삶과 가족의 가치를 관통하는 소설을 만나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