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공유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
김이랑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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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공유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글.그림 김이랑/카멜북스



동네에 하천이 흐르고 있어서 동네 주민들의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학생들의 등하굣길이 되어주고, 직장인들의 출퇴근길이 되어주며, 삼삼오오 운동하거나 산책하는 가족, 주민들의 공간이 되어주는 고마운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 자리 잡은 인간 외의 종이 있으니, 바로 고양이다.

검은색, 점박이 다양한 색상과 무늬의 길고양이들이 인간들의 발자국 소리에 반응하듯 울기도 하고, 휙~ 쏜살같이 사라지기도 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고양이들 집이 달라져 길고양이를 돌보시는 분들의 존재를 짐작하게 한다.

 


 동네 아이, 학생들이 고양이 간식을 사서 먹이는 모습을 간간이 목격하기도 하였다. 산책하다가 고양이와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이를 달래는 부모도 있고, 일부러 고양이를 보러 들렀다 보지 못하고 떠나며 아쉬워 몇 번씩 돌아보는 이들도 있다. 먹이를 챙겨주면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듯하지만, 우리 동네 하천에 사는 길고양이들 수는 크게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흉흉한 소식을 하도 접하니 괜한 걱정이 아니지 싶다. 이렇게 집에서 키우지 않아도 마음이 가는 존재들이 바로 고양이다. 울음소리마저 아이랑 비슷하고, 도도한 듯싶으면서도 애교 부리면 샤르르 녹게 만드는 마성을 지닌, 묘한 녀석이다.

 


사실 반려동물에 관한 고민을 안 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동물을 무서워해서 잘 만지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반려묘나 반려견을 들이고자 하나 소심히 반대하고(귀엽기는 너무 귀여워서 보는 건 너무 좋음), 남편은 완강히 반대한다. 아이들은 현명하게도 독립하면 꼭 키우겠다고 마음을 달래고 있다. 그러던 중 고양이 공유오피스 이야기책을 알게 되었다. 공유? 오피스를? 고양이랑? 참신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반려묘로 입양하는 것은 책임을 수반하는 행동이다. 신중하고도 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하나의 생명'에 관한 문제이다. 그런데 공유 오피스라고 하니, 무언가 대등한 관계 같기도 하고 공간의 거리만큼 마음의 무게가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그렇게 <고양이 공유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자매가 같이 일하는 7평 남짓 작업실에 찾아온 손님. 무료한 일상을, 나른한 프리랜서의 루틴을 흔들고 어느새 고양이를 삶의 중심에 두게 된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내 고양이는 아니지만, 간식과 사료를 챙겨주게 되고, 어느새 고양이 있는 생활에 하나둘 익숙해져가는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처음인 고양이 집사로 당황스럽고 미숙해 그 당시에는 아찔했을 에피소드들은 지금 나에게는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 또는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고양이와 오피스를 공유하기로 결정하면서 자매의 일상은 고양이 위주로 변했다. 정남이를 필두로 복남이, 복길이, 막내까지 무려 4 마리의 큰언니, 작은언니가 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사람도 다 제각기이듯 고양이도 각자의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초보 집사들은 시간과 관심을 기울여 4 마리의 성격과 취향을 파악하였다. 소소한 영광의 상처는 덤으로 안고.

 


출근하면 고양이를 작업실 안으로 들이고 먹이를 챙겨주고, 산책을 가거나 퇴근하려면 고양이를 작업실 밖으로 내보낸다. 글로 보면 단순하고 간단하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과도 공유 오피스는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말도 안 통하고 들고나기가 들쑥날쑥한 고양이 4 마리를 들이고 내보는 일과가 어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유난히 몸집이 작고 약해서 막내가 더 안쓰럽고 신경이 쓰였다고 한다. 그렇게 막내는 작업실의 주인이 되었다.

 


 

 

 

고양이 공유오피스 이야기

입양해서 동거하는 형식의 돌봄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공생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고양이를 작업실에 들이고 간식을 챙기다 어느새 목걸이를 채우고 건강검진까지 책임지게 되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 그 사이사이에는 정남이, 복남이, 복길이, 막내와 김이랑 저자와 여동생, 고양이 4 마리와 사람 2명의 발자국과 웃음과 눈물 그리고 행복이 자리 잡고 있었다.


김이랑 작가는 떠나간 정남이의 안녕을 바라며 막내와 복남이, 복길이와 더 넓어진 새 작업실에서 추억을 쌓아갈 꿈을 꾸고 있다. 예전 삶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고양이라는 작고 따뜻한 생명체와 교감하면서 위안을 얻고 있다. 그들의 행복하고도 짠한 날들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지켜보는 이 또한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주기에. 


일러스트레이터인 김이랑 작가의 그림과 글 그리고 사진이 고양이와 사람 그리고 그들만이 공유하는 감정까지 잘 담아내 함께 하는 시간 내내 평온하였다. 감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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