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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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러닝/이지 소설집/한겨레출판




팔, 다리가 다른 부분에 비해 과장된 신체로 표현된 두 여성이 붉은 길을 달려 올라가고 있는 역동적인 표지가 시선을 잡아끈다. 【나이트 러닝】이지만 푸른 하늘은 그들이 달리는 길 옆에 봉긋 솟은 무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달리고 또 달리는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우리 아니 봉인된 선과 악이 벌어진 틈새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인생에서 곁에 있는 이의 숨소리에 비로소 평온한 잠을 이룰 수 있다.

 

사랑하는 이, 가까운 이의 죽음, 이별이 소재가 되어 그 상처에 새살이 돋기를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움직여 행동하고 변화를 갈구하는 인물들에게서 '사랑'의 끊어지지 않는 생명력을 느끼기도 하고, 벗어날 수 없다는 듯 집착을 보여주기도 한다. 처음부터 당연한 관계와 노력해야 하는 관계에서 서로에게 이끌리는 마음은 '사랑'의 범주만이 아닌 '운명'처럼 인연을 이어주게도 하였다.

 

 

찬바람이 불고 따뜻한 공간과 뜨거운 차에 마음이 가는 요즘에 딱! 어울리는 소설집이었다. 읽다 보면 마음이 시려서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읽기도 하고, 주인공과 함께 울다 먹먹하고 멍해지기도 하였다. 지나간 것에 대한, 내가 놓쳐버린, 내가 놓아버린 것에 대한 설움에 발가락만 꼼지락거리기도 하였다. 헛헛하다가도 지금의 안온함에 감사하며 한 편 한 편 읽어나갔다. 이리도 힘내서 사는, 이리도 섞여서 살아가는 생명력 넘치는 이들을 만나는 그 순간에 집중하였다.

 

소설집은 표제작인 <나이트 러닝>을 시작으로 8편의 이야기로 꾸려졌다. 유일하게 죽음이 등장하지 않은 <모두에게 다른 중력> 또한 '의안'이라는 생경한 소재가 주인공의 보장된 미래에 묵직한 무게를 더해 중력을 증가시켰으니 '죽음'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생명은 모두 죽는다.'라는 자명한 사실 앞에서도 우리는 죽음으로도 끊어지지 않는 너머의 영속성을 갈구한다. 별이 되기도 하고, 자신의 팔을 자르면서까지 환생을 바라기도 한다(나이트 러닝).

 

어떤 하룻밤은 아주 짧지만 어떤 하룻밤은 모든 것을 바꿔놓기도 한다.

나는 그 어떤 밤, 끝도 없이 달리며 생의 내력에 대해 생각했다. (나이트 러닝, 34)

 

 

 

<곰 같은 뱀 같은> 이야기에서는 한밤의 울음소리를 내는 이가 누군지 명확하게 그려내지 않는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울음소리라 생각하는 모습만 나온다. 울음소리에 죽음이 연결되고, 이는 슬픔인지 죄책감인지 모호하다. 사람의 얼굴에 새 몸통으로 그려진 고대 이집트의 영혼을 뜻하는 바(Ba)처럼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모호한 이 이야기는 꿈인지 여행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날카롭게 고개를 쳐드는 느낌이 좋았다. 나도 살아 있다. 지금 이 순간.

 

엄마의 죽음과 퇴사로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내가 언니를 찾아떠나는 이야기 <슈슈>

슈슈, 대체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숨소리였다. 이지 작가의 명명법이 매우 맘에 들고 흡족하다.

함께 할 수밖에 없었던 언니와 좋아한다고 믿었던 나. 좋아한 적이 별로 없지만, 미워하지도 않는다 말하는 언니의 집에서 지난 시절 함께 했던 시간을, 진심이 아니었다 해도 따뜻했던 날들을 떠올린다.

자신의 기억과는 너무나 다르게 변해버린 언니의 현재와 실제를 본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 옆에서 아주 오랜만에 꿈 없는 잠을 잔다, 슈슈.

 

"한 번은 참새가 차에 치여 죽는 걸 본 적 있어. 죽어도 싸다고 생각했거든.

새가 못 날면 죽어도 할 말 없지 안 그래? 근데 돌아서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는 법을 잊어버렸으면, 완전히 잃어버렸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슈슈, 66)

 

 

 

 

 

【나이트 러닝】 소설집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 독특하고 이중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드리, 드레, 은유, 온유, 단, 오리 가슴, 교호, 유구, 해원…… 어떤 의미로 지었을지 작가의 시선을 쫓아가고자 했으나, 닿지 못한 의미들도 있다. 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마음이 헝클어졌다가도 아니지, 나만의 감상이 더 좋다 싶어서 다시 읽었다.

타인의 악을 꺼내는 재능을 지니고 사랑을 계속 생각한다는 유구가 남긴 말의 진위 여부를 떠나 무덤에 기대어 누워 자신이 누워있기를 소망하는, 남겨져 기다리는 '나'를 애도하였다. 그가 하염없이 흘리는 눈물로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것도 영원히 오해하는 것도 용서할 수 있기를 바랐다.

 

살아있는 우리는 작은 악과 작은 선들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는 오늘을 보낼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그것들을 베풀었든 저질렀든 오늘 여기 발붙이고 있는 힘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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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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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TV에서 방영된 <톡이나 할까>

독특한 포맷으로 시선을 집중시킨 프로그램이다.

작사가 김이나의 카톡 토크쇼를 제작한 권성민 PD가 에세이집을 출간하였다. 벌써 3번째 책으로 예능 PD으로서의 고민과 생존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직면하는 마음/권성민 지음/한겨레출판



 

 

예능?!

권성민 PD의 말처럼 예능의 카테고리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예능의 프레임과 포맷은 무궁 무궁해진다. 그는 드라마와 시사교양 그 사이 어디쯤이 예능이라고 말한다. 확실히 드라마(온전한 허구)이거나 확실히 시사교양인 것들을 빼고 난 뒤에 남은 애매한 것들이 모여 복닥거리는 곳이란다. 정해진 모양이 없는 만큼 자유롭고, 좋은 뜻으로 제멋대로인 예능판에서 10년을 살아남은 권성민 PD의 생존기는 예능을 향한 직진 열정이 가득하다.

 

MBC 예능국에서 PD 생활을 시작한 그는 상암동 시절을 회고하는 것으로 <직면하는 마음>을 연다. 그곳에서 PD 생활을 하면서 체득하고 연마한 기술과 자세 그리고 사람들과 시간을 노래한다.

옷차림부터 조금은 철이 부족하게 든 어른 같다는 분석까지 예능을 생활화하는 상암동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묻어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전해진다.

 

소비자인 시청자 입장에서 확 와닿는 이야기가 있었다. 방송을 만드는 PD에게 다른 모든 것은 포기해도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하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편성'이란다. 죽이든 밥이든 '채우기로 약속한 자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채워줘야 하는 것'은 아날로그가 태생인 미디어의 숙명이다. 늘어지는 방송이나 편집된 방송을 보면서 그 이면의 수고와 아픔을 미처 읽어내지 못한 채 눈살을 찌푸렸던 1인인지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PD, 제작진들이 가장 안타깝고 속상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조금은 너그러운 시선으로 시청하고자 한다.

 

그는 PD 개개인이 시스템인 곳에서 8여 년의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뭐 하나. 다른 기본적인 것들을 탄탄하게 갖춰놓은 다음 뭔가 새로운 거 하나, 독특한 거 하나. 이 하나에 대한 고민이 프로그램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톡이나 할까?>에서의 '뭐 하나'는 '만나서 카톡한다'였다.

……

'세로 화면'이라는 형식이 정해지고 '카톡'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 기획의 '뭐 하나'는 '만나서 마주 보고'라는 조건이었다.

 

기획을 거쳐 MC 김이나를 영입하면서 <톡이나 할까?>는 생명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세로 화면에 2,3 명의 인물이 핸드폰으로 연신 카톡을 주고받는 모습이 색달랐다. 추임새처럼 들리는 숨, 웃음소리 등 각종 의성어들은 카톡과 카톡 사이를 끈끈하게 채워주었다.

사실 '만나서 왜 카톡을 하지?' 생각했던 관객으로서 방송을 접한 후 "왜?"가 "오!'로 극적인 태세 전환을 하였다. 특이한 거 하나가 통했다. 아는 건데 새롭다. 이런 묘미로 예능 PD를 하지 않을까 싶다.

 

PD 스스로 시스템이 되어야 하는 한국 방송업계와 나날이 새로워지는 플랫폼 모두를 겪어보고 '살아남는 콘텐츠'를 고민하는 예능 PD의 고군분투는 웃고 즐기는 재미와 감동을 표출하는 시청자들의 표현과 인정을 얻기 위함이다.

 

 

 

 

사람들은 '실제'라고 느끼는 것에 강하게 반응한다. 진실에 좀 더 마음 놓고 감동하고 싶기 때문에 '거짓'에 민감하다. 권성민 PD는 이 마음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 '재구성된 현실'을 보여주는 예능 PD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 말한다. 즐거움은 주되 속이지 않는 것. 혹은 어디까지 마음 놓고 즐겁게 속아줄 것인지 정확하게 약속하는 것.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마음껏 웃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예능 PD로서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우려도 드러내고 있다.

규칙적인, 정기적인, 잦은, 단골의, 일상의 미디어인 TV는 오랜 세월 레귤러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이제 그 세월은 끝나간다. 더 이상 레귤러는 프로그램의 기본이 아니다. 매번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독특하고 창의적인 상태에 머물러야 한다. 일하는 재미는 있지만, 가끔은 괜찮을까 싶다고 한다. '틀면 늘 그 자리에' 있던 프로그램들이 사라져 간다. 이 예측 가능한 익숙함, 안온함, 지루함 같은 느리고 미지근한 덩어리들이 삶에서 자꾸 닳아 없어지고 있다. 익숙한 것들을 디디고 있어야 새로움도 느끼는 데, 디딜 곳이 점점 없어진다.

모두가 전력 질주하는 쾌감도 있지만, 나는 도저히 그렇게 뛸 수 없다고 느껴지면 아찔하단다.

새롭고 창의적인 것만 항상 반가운 게 아니니 조금 낡고 지루해도 항상 그 자리에서 안정감을 주는 것들이 우리 삶에 계속 남아 있기를. 저자의 말이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나만 그렇게 느끼지 않다. 다들 지치지 않게 익숙하고 안온하고 느린 것들이 받쳐주면 좋겠다.

 

예능 PD로서의 묵직한 고민들이 직업적인 면에 국한되지 않고 삶의 자세와 연관된다.

세상이 좁은 게 아니라 어떤 좁은 세상의 안쪽 깊숙이 들어왔다고 느꼈다고 한다. 안주하지 말고 다른 물리적 공간으로의 이동은 새로운 마주침을 만들고 이는 세상을 섞는다.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야 하는 창작자들은 영감을 어디서 얻을까? 궁금하다. 김영하 작가와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도 실렸지만, 권성민 PD의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스위치를 켜고 사는 것'. 그냥 살되, 매 순간 보고 듣고 만나는 모든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 사소한 것이라도 꼬리를 물고 이야깃거리를 따라가 보는 것. 좀 피곤할 것 같기도 하지만, 무언가 흘러만 보내지 않고 수집하는 삶 같다.

<톡이나 할까?>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방법을 보여주고자 한 점도 인상적이다. '베니'의 구경선 작가, 농인예술전문기획사인 '핸드스피크', 이길보라 감독.

구경선 작가와 이길보라 감독은 작품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좋았다. 그리고 핸드스피크의 섭외는 신의 한 수였다.

 

한번 웃겨봐라 버티는 시청자가 아닌지라 예능 PD에 대한 호기심과 선망으로 읽어내려간 <직면하는 마음> '스위치를 켜고 사는 것'으로 나에게 닿았다. 왠지 쓸쓸하고 지쳐가던 정신에 'ON' 스위치 불이 들어온 느낌이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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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바다 민박 - 2023 소년 한국일보 우수도서, 아침독서 추천도서 선정 책 먹는 고래 36
정혜원 지음, 김지영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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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 출렁출렁

끝도 없이 펼쳐진 푸르른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도 충만해진다.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면서도 파도가 어루만져 주는 다정한 손길에 용기가 가슴을 채운다. 그래서 우리는 바다를 그렇게 사랑하나 보다.

 

 

아침 바다 민박/정혜원 글/김지영 그림/책 먹는 고래 36/고래책빵


 


【아침 바다 민박】 동화책은 우리 안의 불안, 걱정을 토해내도 말없이 삼켜주고, 다독여주는 바다처럼 잠시 보금자리를 떠나온 이들을 포근하게 품어주는 이야기다. 바다처럼 한결같이 언제 누가 찾아오든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곳, 아침 바다 민박에 하나둘 모인 인물들이 가족처럼 서로를 아껴주고 보듬아준다.

 

초등학교 4학년인 기정이는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속 깊은 아이다. 아빠가 탄 고깃배가 큰 풍랑에 침몰해서 돌아가신 후, 홀로 민박집을 운영하는 엄마를 위한 마음이 크다. 한창 놀고 싶고 잠자고 싶은 나이지만, 꾹 참고 아침식사 준비를 돕는 기정이가 대견하다.

 


 


 

여름철 들썩이던 '아침 바다 민박'은 가을이 되면서 장기 투숙객들만이 남아 끈끈한 공동체를 이룬다. 취업 때문에 고민이 많은 대학생 김석주와 소설가를 꿈꾸는 정년퇴직하신 이경진 교장 선생님 그리고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서 헤어지게 된 공주 엄마와 공주.

남편을 찾아 헤매는 딱한 사정의 공주네를 민박집 종업원으로 머무르게 하는 기정이 엄마와 민박집 현관문 앞에서 밤새운 공주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어 한 기정이를 보면서 '개인'에 집중하면서 사라져가는 '공동체'와 '정', '온기'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입가에 스르르 번지는 미소, 눈가에 촉촉하게 맺히는 눈물, 가슴에 스르르 차오르는 따뜻함이 함께였다.

 

 


 

 

대학생 석주는 안정적인 직업? 꿈꾸는 직업? 현실적인 고민에 답답하고, 교장 할아버지는 소설을 뚝딱 쓸 줄 알았는데 잘 써지지 않아 걱정이 커지고, 공주는 도망 다니는 아빠가 보고 싶고, 기정이는 바다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멋진 일을 하고 싶고, 기정 엄마도 민박집도 잘 운영하고 싶고 소설도 쓰고 싶고 무엇보다 기정이랑 행복하고 싶다. 서로의 걱정거리 때문에 힘들어하고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솔직하게 진심을 털어놓고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함께 식사하고, 함께 자고, 함께 생활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추억들을 나누며 마음과 시간을 쓰는 아침 바다 민박 식구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 동생, 우리 오빠, 우리 할아버지.

생판 남이 가족이 되는 주문 같은 호칭으로 변해가는 시간 속에서 상처는 자연스레 치유되고, 희망을 꿈꾸는 새날이 밝아온다.

 

갑자기 나타나 의뭉스러운 형 석주를 미행하던 기정과 정우처럼 엉뚱하고 귀여우면서도, 주위를 살피는 마음씨가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아침 바다 민박 덕분에 행복이 충만하다. 오늘 당장 【아침 바다 민박】 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그림 속 【아침 바다 민박】 처럼 그곳에서 다정하게 우리를 기다리고만 있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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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 리틀 몬스터 책 먹는 고래 35
조서경 지음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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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 몬스터'라는 제목에 움찔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너무나 귀여운 친구들이네요.

마계 루루룽 별에 살고 있는 마녀 나라와 작은 괴물 포리는 우리 인간들처럼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위하는 마음이 큰 사랑스러운 존재들입니다.

 

조서경 작가가 직접 그리고 쓴 책 먹는 고래 35 이야기책 【마녀와 리틀 몬스터】

 

마녀와 리틀몬스터/조서경 글그림/책 먹는 고래 35/고래책빵

 

 

신기하고도 환상적인 마법이 펼쳐지는 모험의 세계로 어린이들을 인도합니다. 얼핏 보면 곰 같지만 고양이처럼 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작디작은 인형 같은 리틀 몬스터 포리는 친구인 마녀 나라를 대신해 특별한 임수를 띠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옵니다. 고민이나 소원을 들어주고 포리는 '점', '주근깨', '여드름'을 가져갑니다. 아낌없이 줄 수 있으니 우리 집에도 오면 좋겠어요. :D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고민, 간절히 바라는 소원.

포리의 마법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는 다섯 가지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화 속 고민과 소원이 현실적이고 평범해서 우리의 걱정거리처럼 다가옵니다. 특별한 소원이 아니라 일상 속 고민과 바람들이 와닿아 공감하며 읽었답니다.

무언가를 잘 하고픈 마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떠나간 반려동물을 그리워하는 마음,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힘겨운 일상 등 우리 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였어요. 요즘 아이 아토피가 심해져서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겨울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겨울 지우개>의 준호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어요. 리틀 몬스터 포리의 마법 능력이 이렇게나 대단한데 왜 인간 세상에 내려와 재료를 구하는 걸까요? 마계 루루룽 별에는 점, 주근깨, 여드름이 없는 걸까요? 인간의 것만 효능이 있는 걸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에 답은 계속 생각 중이랍니다. 하지만, 마녀 나라와 리틀 몬스터 포리가 이토록 애타게 찾는 이유를 알고 나니 마음이 먹먹해졌어요.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관계와 규칙 그리고 사랑에 대해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계라면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완벽한 공간이라고 여겼는데, 인간 세계에서 재료를 구해야 한다는 설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점, 주근깨, 여드름같이 없애버리고픈 것들이 마법의 재료로 구하기 위해 수고를 들여야 한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이런 관점의 변화가 【마녀와 리틀 몬스터】 곳곳에 담겨있답니다.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고민이나 현실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 친구들은 여유로움과 행복으로 홀가분해집니다.

 

 


 

포리는 소원을 들어주면서 주의사항을 일러줍니다. 그런데 대부분 새겨듣지 않아요. 그러다 위험하거나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기도 합니다. '규칙'에 관한 주의와 환기를 되새기는 이야기였어요. 어린이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들려주니 더 효과적입니다. 눈앞의 즐거움, 재미만 쫓지 말고, 규칙과 주의사항을 눈여겨보고 지키는 자세도 꼭 필요하니까요.

 

마녀 나라와 리틀 몬스터 포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재료를 구해 물약을 만듭니다. 서두르다, 대충 하다 망치기도 하지만, 물약은 마침내 완성되었죠. 과연 누구를 위한 물약이었을까요? 【마녀와 리틀 몬스터】를 읽고 직접 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든 여정을 해낸 마녀 나라와 리틀 몬스터 포리를 만나서 가슴 뭉클한 시간이었습니다. 마법으로 놀라운 경험을 한 친구들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따뜻했습니다.

살짝 어설픈 마녀 나라와 귀여운 괴물 포리의 다음 여정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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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 - 생활과 생존 사이, 낭만이라고는 없는 현실밀착 독립 일지
빵떡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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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력 0%에서 시작합니다!"

 

 

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빵떡씨 지음/자음과모음


 

빵떡씨의 독립 일지,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부모님 덕분에 대학생부터 장장 6년 동안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의 통근을 감당해야 했다. 서울에 취직하게 된 쌍둥이 남동생 덕분에 드디어! 본가에서 나와 독립을 준비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생활을 날것 그대로 기록한 책이 바로 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이다.

 

빵떡씨 나이 26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본가에서 나와 자취를 하면서 적어내려간 이 기록은 '첫' 독립이라는 데 그 의의가 크다. 성인이 되어 부모의 우산 아래서 나와 현실에 부딪쳐 스스로 깨달아 나가는 과정은 필요이자 필수이다.

 

「빙 돌아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왜 이렇게 하는 게 좋은지' 자연스럽게 설득되는 경험을 하고 싶다.

이런 과정에서 내 삶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그 모양에 맞게 사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그게 내가 독립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동거 장 - 우리 집 규칙 편 - 152쪽)」

 

 

집 → 생활 → 동거 → 정서적 독립 → 가족

 

 

이제껏 생활하던 본가는 부모의 선택에 의한 곳이었다면, 자취 집은 본인의 선택과 결정으로 정해진다. 물론 경제적 요건이 가장 크게 작용하여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게 함정이다. 하지만 빵떡씨와 석구 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결정을 내린다. 그렇게 선택한 공간을 좋아하게 되기까지 잘 적응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빵떡씨의 집 구하기 프로젝트와 집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지금의 보금자리에 안주하기까지 겪었던 고생과 수난들이 떠올라 울컥했다. 소음과 곰팡이는 격하게 공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집을 지을 때 지켜야 할 소음의 기준을 몇 가지 딱 정해보겠다.

옆집에서 못질하는 소리는 들릴 수 있지만, 솔로 화장실 타일 닦는 소리는 들리면 안 된다. …

월드컵 환호성은 들려도 되지만 애정 행각 소리는 들리면 안 된다…

이 정도는 지켜져야 분리된 공간과 공간, 생활과 생활, 삶과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 - 너의 집 소리가 들려 편 - 71쪽)」

 

 

주어진 여건 안에서 선택한 자취 집.

처음에는 '뭐 이런 데가 다 있냐?'라며 푸념했지만 지금은 '뭐 이런 데가 다 있냐!'라며 재미를 느끼는 빵떡씨는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다. 불편, 불만을 일으키는 요소들을 조금만 다르게 받아들여도 삶의 질과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진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다 보면 애정 하게 된다. 그러면 빵떡씨 말대로 단점이 특색으로 변하는 마법이 일어난다. 자취 집 소재지인 남가좌동과 자취 집 맨션을 자신에게 잘 맞는 공동체로 받아들인 빵떡씨처럼 말이다.

 

 

본격적으로 자취생활과 남동생 석구 씨와 함께 하는 동거 생활이 펼쳐진다. 본가를 나와 각자 독립된 공간이 생기고 출퇴근 시간은 훨씬 더 짧아졌으나 그전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던 것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각종 공과금과 집세, 관리비 등 생활비를 신경 써야 하고, 요리,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도 직접 해야 한다. 생활인지 생존인지 알 수 없는 경계선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생활력을 키워나가는 일상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누나 - 남동생, 본가 지역, 반려 달팽이 등 우리 집과 겹치는 영역이 많아 더 감정이입하면서 보았다. 사이좋은 남매, 집안일 서툰 누나한테 잔소리하면서도 챙겨주는 남동생, 통금 시간과 외박 금지를 외치는 부모님이 우리 집 판박이다. 특히 요즘 우리 큰 딸이 하는 말이 빵떡씨는 차마 하지 못하고 글로 토해내는 장렬한 외침과 같아 신기하고 재밌었다. 부모로서 하는 염려와 걱정의 크기는 빵떡씨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다. 그리고 빵떡씨와 석구 씨처럼 우리 아이들도 건실하고 사려 깊게 자랄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차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 …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동거 장 - 개인주의자의  편 - 145쪽)」

 

 


 

『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을 읽으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십 대의 일상과 관념에 공감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 사십 대의 내가 이십 대의 빵떡씨와 석구 씨를 이 책만으로 온전히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직선 대로가 아니라 빙 돌아서라도 직접 부딪쳐 경험으로 삶의 의미와 모양을 찾으려는 청년의 패기와 처음 시작하는 서투름을 기꺼이 가족과 공유하고 즐거워하는 인정 그리고 자신에게 기회를 주려는 관용과 아량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계속되는 빵떡씨와 석구 씨의 자취생활 이야기는 피식 웃음이 삐져나오게도 했다가 닮은 꼴 아빠 이야기에 울컥했다가도 헤아릴 수 없는 엄마의 깊고 넓은 아량과 눈물에 같이 울게 만든다.

 

 

"스스로의 기회를 빼앗지 않으면 좋겠다."

"선택은 그냥 선택이야. 선택 자체에 좋고 나쁜 건 없어.

하지만 선택을 했으면 그땐 최선을 다해야 해.

너의 선택을 옳은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이제 독립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독립하고자 하는 이들의 보호자들에게도 마중물이 되어주는 책이다. 독립의 거창함이 아닌 소소한 기쁨과 일상의 행복이 스며있는 기록이다. 빵떡씨가 직접 치러내면서 적은 일지라 눈여겨봐야 할 정보와 주의사항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점이 강점이자 매력이다. 너무 무겁지 않은 처음을 위하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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