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 고래책빵 그림동화 22
최미선 지음, 김순영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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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처럼 우리 것의 색채와 정서가 가득 담긴 고래책빵 그림동화 22번째 이야기 [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를 소개합니다.



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최미선 글/김순영 그림/고래책빵


 

은은하게 푸른빛이 나는 피리를 불면 청명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퍼져나갑니다.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고, 향긋한 냄새도 밀려오네요. 피리 소리를 들으면서 향기로운 공기를 마시니 어느새 몸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신기한 피리 소리를 따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예전에는 마을에 흉악한 전염병이 퍼지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아프고 죽는 일이 허다했어요. 주인공 엄지머리 총각도 전염병에 부모를 여의고 남의 집에 나무를 해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주인의 명령으로 나무를 하러 간 곳에서 신기한 푸른 피리를 발견합니다. 이렇게 피리를 지니게 된 엄지머리 총각은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흉악한 전염병으로 아이를, 부모를 떠나보내는 동화 속 마을 사람들 모습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여의 시간을 긴장과 염려로 보내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기나긴 시간차를 훌쩍 뛰어넘어 겹쳐집니다.


 


 

예전처럼 의원이 적거나 치료법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열악한 의료환경이 아닌 오늘날에 전 세계를 그대로 멈추게 한 코로나19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대문에 숯을 걸고, 황토를 뿌리고, 팥죽을 뿌리는 등 온갖 방법으로 마마를 극복하려 한 마을 사람들처럼 코로나19를 이기기 위해 마스크, 백신, 손소독제, 거리 두기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제한하고 있네요.

 

만약 지금 푸른 피리가 떡하니 우리 앞에 나타나면 어떨까요? 청명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퍼지고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상상만으로도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동화 속 덩실덩실 춤을 추는 마을 사람들처럼 말이죠.

 


<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는 전염병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두려움과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를 글과 그림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염병에 걸린 자식을 산속나무에 걸어둔 채 돌아서야 하는 마음, 살아돌아온 자식을 이미 죽었다며 모른 체하며 내쫓는 비정한 마음속에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무지가 잘 드러나 있네요. 큼직한 그림체라 인물들의 표정과 동작들이 생생하게 표현되어서 어린이 독자들에게 보는 재미가 선사합니다. 부드러운 그림체와 밝은 색채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네요. 엄지머리 총각 곁을 떠나지 않는 작은 새를 눈여겨보게 됩니다. 기쁠 때는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는 같이 울어주는 진정한 지음이네요.

 

 

우리네 전래동화처럼 고난과 역경을 슬기롭게 이겨낸 마음씨 곱고 듬직한 엄지머리 총각과 김 정승 셋째 딸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권선징악, 제가 전래동화를 좋아하는 이유랍니다.

어디선가 상쾌하고 향긋한 바람 타고 푸른 피리 소리 들리나 귀 기울이게 되는 오늘입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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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 더 나은 ‘함께’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 이주민 24명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순심(이나경) 그림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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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민족, 단일민족을 강조하던 시대가 있었다. 자연스레 이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나'라는 의식은 개개인을 결집시켜 사회적 연대를 이뤄 나라를 강건하게 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나라 간 경계가 느슨해져 온 오프라인 소통 모두가 자유로운 세계화 시대가 되었다. '지구촌', '세계시민' 등 국적이 아닌 전 세계적 관점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이 낯설지 않다. 국경은 희미해지고 디지털 스페이스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인류의 모습이 익숙한 요즘이라 '국가'의 존재, 울타리를 의식하지 않았다. 아니, 약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역설적으로 '국가' & '국적'이 강조되는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벌어진 국가 이기주의를 떠올려 보자. 강대국들의 백신 선점으로 가난한 나라들은 코로나19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적 위기 앞에서 각국은 '국경'을 단단히 봉쇄하고, 자국민을 우선으로 지키는데 힘을 쏟았다. 정책과 제도로 보호받을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런 배타적인 자세는 차별을 야기한다.

 

한 나라 안에서든, 나라 간에든 차별은 존재한다. 차별로는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없다. 차별이 만드는 생채기의 주인은 특정인이 아니다. 누구나 될 수 있다. 오늘 '내 일'이 아니라고 내일 '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이란주 글/한겨레출판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다룬 [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책은 '이주민'에 관한 총체적인 접근이다. 그들의 현주소뿐만 아니라 그들의 꿈과 미래를 담고 있다. 우리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이 아닌,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려주는 본인의 이야기는 선명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책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얕고 좁은 시야에 갇힌 '나 자신'이 보였다. 의도가 분명한 배제와 차별이 큰 벽이고 높은 산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구분 짓고 선을 긋는, 선량한 차별도 이주민에게는 깊은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주 노동자, 이주민과 연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이란주 작가는 이주민 24명의 삶과 꿈을 '공존'이라는 키워드로 엮어 풀어내고 있다.

이주 1.5세대와 2세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함께 자라다 -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그린 함께 일하다 - 다양한 이주민의 삶과 꿈을 보여준 함께 살다 - 새로운 시대를 향해 힘껏 나아가는 이주민의 따뜻하고 당찬 용기가 가득한 함께 변화하다


 

 


 

<이주노동자가 웬 헌법 소원이냐고요?>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우다야 라이 씨의 이야기 중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피해 증언대회' 발표 사례가 나온다. '기막힌 이야기에 놀라지 마세요.'라는 당부처럼 비참하고 끔찍한 노동 현실에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주 노조가 청구한 위헌소송 결정에 관한 대목에서는 분노하다 염치가 없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12월 23일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청구를 기각했어요.

외국인의 직장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사용자가 안정적으로 인력을 확보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하고, 또 더 나은 근무 환경과 임금이 있는 직장에 외국인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여 내국인의 고용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외국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딸에게 '독도는 한국 땅' 야무지게 말하라고 가르쳤다> 혐오에 대응하는 일본 출신 사토미 씨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출신 민족이나 국가는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출신 배경을 이유로 차별하고 놀려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다양한 나라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을 거예요. 누구를 만나든, 그 출신 배경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개인의 생각과 처한 상황을 잘 살펴보며 좋은 관계를 맺기 바랍니다."

 

<왜 외국인들을 여기 모아놨어?> 함께 일하고 함께 늙어갈 한국인 조니 씨 이야기도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귀화를 했어도 "한국 사람은 아니잖아."라는 말을 듣는 그의 처지와 심정이 어쩔지 헤아릴 수 없다.

 

우리는 차별에 익숙해요. 직장에서 겪는 하대와 무시는 그냥 일상이어서 우리에겐 공기와 같은 일이죠.

한국은 신기하게도 두 가지가 다 있는 나라예요.

무시와 차별이 심하면서도 따뜻한 정이 있어요.

"야, 돈 많이 벌었어? 나라 언제 가? 돈 벌었으면 빨리빨리 나라 가야지?"

"어디 가? 또 일하러 가? 한국 사람 됐다고 너무 한국 사람처럼 일만 하는 거 아냐?"

 

너무 정겨운데 예의는 없는, 무례하고 다정한 참견을 견디며 노후를 준비하는 조니 씨께 고마움이 전한다. 한국인 아내를 만나 사랑해서 귀화까지 했는데 한국인으로 대해주지 않는 사회 속에서 열심히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그는 굳세다.

 

<뒷짐 진 열 살 소년 한달라를 아시나요> 팔레스타인에서 온 유학생 마흐무드 알나자. 표지에 등장하는 뒷짐 진 소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팔레스타인 만화가 '나지 알리'가 그린 '한달라'라는 캐릭터다. 뒷짐 진 손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미국식 해결책을 거부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고슴도치 같은 머리를 하고 기운 옷을 입고 항상 뒤돌아서 있는 아이는 맨발의 난민캠프 아이들 모습 그대로다. 아이의 얼굴과 표정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팔레스타인이 자유와 평화를 되찾는 날 한달라가 함박웃음을 보여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열 살 소년 한달라가 뒷짐을 풀고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생명을 지니고 힘차게 뻗어나갔으면 좋겠다. 이주민이 내게 들려주었던 그들의 상처, 고통, 고민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사랑, 행복, 꿈은 가볍게 흩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그들이 속한 이곳,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 나가길 염원한다. 자연스레 우리에게 스며들어 이주민에 국한된 현실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화두가 되는 날을 그려본다.


 

 

 


약 30년 전인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이주노동자가 들어와 일하기 시작했다. 30년의 세월 동안 우리나라는 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솔직히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서로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의해 시작된 교류이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그들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주 1세대뿐만 아니라 2,3세대까지 확장되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주민을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고 평등하고자 노력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힘써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수긍한다.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는 아니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주민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마련해 준 이란주 작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진실되고 따뜻하고 용기 있는 이야기들을 만나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안의 선을 알았고, 넘게 해주었다. 어느 나라 출신이든 우린 같은 '사람'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잊지 말자. 함께 사는 세상,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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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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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을 때마다 이 소설이 떠오를 듯하다. 아니, 한동안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지 못할 것 같다. 크리스마스와 상반되는 고통과 폭력 그로 인해 사라진,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영혼의 절규가 오롯이 새겨진 그 노래를 말이다.

 

너무 빨리 금방 읽었다. 이 빠른 호흡 때문에 소설이 주는 충격과 파장이 너무 컸다. 집중한 만큼 일우에게 빠져든 만큼 결말을 받아들이기 버거웠다.

 


크리스마스 캐럴/주원규/자음과모음/네오픽션



'반인간선언 두 번째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크리스마스 캐럴]은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온 세상 사람들이 사랑의 온기를 나누고 갈구하는, 거룩한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에 터져버린 비극을 그리고 있다. 그로 인해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주일우가 펼치는 핏빛 복수는 섬뜩하다기보다 처절했다. 오로지 하나, 그날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주일우의 집념은 그를 괴물로 만들고야 말았다. 복수의 길 끝에 마주하게 될 진실을 주일우는, 우리는, 이 사회는 감당할 수 있을까?

 

날카로운 펜을 사정없이 휘둘러 토해내는 악의 세계, 폭력으로 존재를 증명하고 살아남는 방법 밖에 익히지 못한 이들을 그린 작가는 그들을 만들어낸 사회, 학교에 주목한다. 주일우, 고방천, 문자훈, 백영중, 최누리 그리고 주월우와 손환을 그렇게 만든 진짜 악의 실체를 파헤친다. 악의 민낯을 낱낱이 들추는 그의 손길에 오히려 자비를 베풀라 애원하고 싶을 정도로 가면 속 진실은 잔인하다. 손환의 눈빛, 그 눈빛을 아로새긴다. 분노도, 증오도, 울화도, 놀라움도, 두려움도, 아무 감정도 실려 있지 않은 지독히도 냉정하고, 지독히도 객관적인 눈빛이 잊히지 않을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크리스마스 아침, 성곡 아파트 17동 물탱크 청소를 하던 이들이 시체를 발견한다. 정신지체 3급 장애였던 주월우의 죽음은 단순 익사 사고로 처리되고, 단 3일 만에 부검도 없이 화장 처리되었다. 쌍둥이 형인 주일우는 이 모든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도, 어느 곳도 그의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눈을 뜬 일우는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눈을 마주하게 된다.


한 줌의 분노도, 가슴이 조여드는 슬픔도 없었다. 

그 순간 주일우는 자신이 죽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같은 얼굴, 같은 몸, 같은 옷을 입고 자란 주월우의 죽음은

곧 자신의 죽음이었다.

_1장. 괴물의 등장 p.36

 

그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주월우와의 마지막 통화를 기억했고, 진실의 퍼즐을 직접 맞추기로 했다.


 

 

 

동생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알기 위해, 복수를 하기 위해 스스로 소년원에 들어간 소년. 악을 응징하기 위해 기꺼이 스스로 악이 되었다.

 

'난 괴물이 될 수 없다. 아니, 괴물이 되든 그 무엇이든 상관없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내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그것만 생각하자. 그것만.'

_ 3장. 괴물들의 사회학 p.169.

 

 

소년원에서 만난 교정 교사 한희상과 상담 교사 조순우외 다른 어른들과 원생들 모두 방관자들이다. 모르는 척 정도를 넘어 무관심한 그들의 태도에 가슴이 답답하다. 학교에서든 소년원 밖 사회에서든 이런 이들이 가장 많다. 그렇기에 한희상도 조순우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고방천, 문자훈 무리와 주일우, 주월우 형제 그리고 손환이 우리 옆에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자명한 사실을 깨달았다. 괴물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얼굴엔 '이건 너희들끼리 해결할 문제야'라는

무책임한 무관심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_2부. 괴물의 이유 p.111

 

 

소년원은 푸른 시멘트벽으로 둘러싸여 상식과 사회적 통념이 깡그리 무시되는 지옥으로 그려진다. 무소불위의 힘으로 원생들을 굴복시키는 한희상, 하지만 주일우가 들어오고는 모든 게 틀어진다. 그 이후 자신의 약점을 잡고 협박하는 고방천까지 등장하여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진다.

자신의 몸이 바로 자신의 신념인 고방천이나 할머니와 동생을 돌보고자 했으나 방법을 모르고 시간도 놓쳐버린 주일우 모두 가정, 학교,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폭력으로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아이들이었다. 소년원 안이나 밖이나 다를 바 없이 지옥이었던 그 아이들에게 한희상 본인만 모를 뿐 특별할 게 없는 어른이었다. 폭력으로 군림하던 권력자의 몰락은 씁쓸한 맛을 남긴다. 오히려 상담 교사 '조순우'를 눈여겨보게 된다.

 


주일우의 복수극은 성공인가.

복수 하나만을 목표로 시작한 암담하고 무거운 이야기 [크리스마스 캐럴]은 마지막 장까지 칠흑 같은 어둠을 걷어내지 못했다. 결코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남은 이들의 내일은 해가 떠오를 것인지 궁금하다.

 

 [크리스마스 캐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가 제작되어 12월 7일 개봉 예정이다.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 <구해줘>에서 흡입력 있는 연출을 선보였던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핵심 인물인 주일우·월우 쌍둥이 형제는 가수이자 배우인 박진영이 1인 2역으로 연기한다.

 



활자로 만난 세상은 지독히도 아프고 쓰리고 자극적이었는데, 이를 영상으로 담아낸다고 하니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크리스마스 캐럴] , 그 폭력의 이유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내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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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유물유적에 신기한 과학이 숨어 있어요! - 고인돌부터 수원 화성까지, 역사를 공부했더니 과학이 보여요!
이영란 지음, 정석호 그림 / 글담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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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놀라운 과학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든 아니든 말이다. 그리고 이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한다. 그럼 우리 조상들이 남긴 유물과 유적 안에는 어떤 놀라운 과학이 숨어 있을까?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신기한 과학의 세계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우리나라 유물유적에 신기한 과학이 숨어 있어요!> 책을 통해 그 궁금증을 해결해 보자.

 

 

우리나라 유물유적 신기한 과학이 숨어 있어요!
글 이영란/그림 정석호/글담출판

 


이 책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선조들이 남긴 숨결인 유물과 유적을 살펴보고, 그 안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본다. 고인돌부터 수원 화성까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역사를 공부하면서 들어봤던, 익숙한 유물과 유적들을 시대적, 사회적 관점이 아닌 '과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색다른 시간을 선사한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유물, 유적이었는데 과학적 영역으로 넘어온 순간 이해의 폭과 깊이가 달라졌다. 왜? 어떻게? 질문의 답을 찾아가면서 우리 선조들의 해박한 과학 지식과 기술력에 놀라움을 넘어 경외심을 품게 되었다.

 

 

 

이 책은 총 15 종류의 유물유적을 다루고 있다.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질문, 추가 정보들을 제공하는 강점이 돋보인다.

1. 유물유적과 관련 있는 교과서 단원들을 알려준다.

2. 한 페이지 분량의 만화로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먼저 선보인다.

3. 유물유적에 담긴 과학적 수수께끼를 제시한다.

4. 다양한 그림과 사진으로 시각적, 직관적 이해를 돕는다.

 

 

'고인돌' 하면 무덤, 계급 등 옛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유추할 수 있다. <우리나라 유물유적에 신기한 과학이 숨어 있어요!>에서는 역사적인 접근을 다룬 후, 본론을 펼치고 있다.

 

 

Q. 고인돌에 별자리를 새긴 이유는 뭘까?

우선, 고인돌에 새긴 별자리를 통해 그 당시의 죽음과 탄생에 대한 생각과 별자리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Q. 커다란 돌을 바위에서 어떻게 잘라내고, 멀리 옮겼을까?

커다란 돌덩이를 떼어 낼 때 바위에 구멍을 뚫은 후 마른 나무를 박고 물을 뿌리면 물을 흡수한 나무가 불어나 돌에 틈을 만들어 낸다. 그 틈에 힘을 가해 돌을 잘라 냈다고 한다. 그렇게 잘라낸 돌덩이를 지렛대와 밧줄을 이용해 옮기고 나서 빗면을 이용하여 덮개돌을 올렸다.

Q. 고인돌은 어떤 돌로 만들었을까?

고인돌은 커다란 돌을 쪼개서 만들었다. 결(절리)이 있는 화성암과 퇴적암은 그 결에 집중적으로 충격을 주면 쉽게 쪼갤 수 있다.

 

 

 

다른 유물유적 이야기도 이전과는 다른 접근으로 절로 호기심이 생긴다. 신라의 왕들이 대대로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놓고 시를 읊으며 연회를 벌이던 곳인 '포석정' 편에서는 지표의 변화와 물의 흐름 및 회돌이 현상 같은 물체의 운동을 다룬다. '한지' 편에서는 재료(식물의 한살이와 식물의 구조와 기능 등)와 제작 방법(혼합물의 분리, 산과 염기 등)에 숨어있는 과학을 알아보면서 1,000년이 넘게 보전될 수 있는 비밀을 파헤쳐 본다.

 

역사 속에서만 존재했던 유물유적이 뚜벅뚜벅 걸어 나와 현대의 과학 원리와 과학 기술로 이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이제는 단순히 '오래된 옛것'이 아닌, 우리 선조들이 우수한 과학 기술로 제작하여 우리에게 남긴 유산으로 배우는 자세로 소중히 여기고 대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유물유적에 신기한 과학이 숨어 있어요!> 

역사 & 과학 통합적 접근으로 융합적 사고를 키우기 좋은 책으로, 초등 중학년 이상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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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예 할매의 비밀 - 2023 읽어 주기 좋은 책 선정 책 먹는 고래 37
정영혜 지음, 김청희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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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한글을 모른다. 아니, 유치원에 다니지 않았다는 사실도 누구에게는 신기하고 누구에게는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조그만 거슬러 올라가면 가난 때문에 국민학교조차 다니지 못하고 일하러 나간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으시다.

 

 

쌤예?? 할매의 비밀/정영혜 글/김청희 그림/책 먹는 고래 37/고래책빵


 


<쌤예?? 할매의 비밀> 속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8살 학생 3명, 할머니 학생 2명이 모여 선생님과 즐겁게 수업하는 모습은 도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시골, 산골, 어촌, 섬마을에 있는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이 이 정도인 학교도 분명 있다.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누구보다 열의 넘치는 늦깎이 학생들의 자세에 '배움이란 무엇인가?'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 살던 은애네 가족은 작년 봄에 할아버지께서 다치시자, 시골로 이사 왔다. 은애가 신입생이 되어 입학하는 초등학교에 학생이 없어 곧 폐교한다는 얘기 끝에 어르신들께 입학의 기회를 드리고 있다는 소식에 할아버지는 냉큼 할머니에게 입학을 권하신다. 조은애 어린이의 할머니인 김순해 님은 비밀이 밝혀져 부끄럽고 화가 났지만, 학교에 다니기로 하셨다.

 

"은애야, 니캉 내캉 친구 됐뿟다."

 


 

 


같이 초등학교 입학한 우리들은 1학년, 은애와 순해 할머니는 친구들을 사귀고, 공부도 하면서 즐겁게 생활한다. 특히 순해 할머니가 할매 대신 이름으로 불려서 너무 좋다고 하셨을 때 울컥했다. 자신을 나타내는 기본인 이름을 잃어버린 채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할머니로 역할이 자기인 마냥 살아오셨을 세월이 스쳐 지나갔다.

 



 

 


1학년 다른 친구들과 여러 사건사고들을 겪으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실감 나게 그려진다.

은애는 자꾸 쌤예~ 쌤예~ 부르는 할머니가 영 못마땅한 눈치였지만, 학교에서도 밭에서도 집에서도 할머니와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듣고 접한다. 자연 속에서 조은애는 밝고 건강하게 몸과 마음이 성장하고 있다.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 중간중간 뿌옇게 흐릿해지는 상황들이 있어서 가슴 졸이며 읽어나갔다. 혹시 김순해 할매의 비밀은? 역시! 비밀에도 불구하고 순해 할머니는 쉬었던 학교도 다시 다니고 열심히 생활할 것이다. 손녀 은애와 예서, 민혁, 세이 지화자 할머니, 담임 차성원 선생님 모두 찾아와 전해준 진심에 용기를 내시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두려움을 이기는 힘은 역시 '사랑♥'이다. 입학 통지서를 소중히 간직한 순해 할머니는 비밀을 들킬까 봐, 은애에게 짐이 될까 봐 간절한 마음을 잠갔지만, 친구들이 또박또박 써 내려간 마음에 스르르 열렸다.

 


 

 

비 온 뒤에야 땅이 굳어지고, 예쁜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화자 할머니 말씀을 새겨본다.

"서로 모자라면 채워주고 남으면 나누고 그라면 되재." 

"하모예."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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