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예 할매의 비밀 - 2023 읽어 주기 좋은 책 선정 책 먹는 고래 37
정영혜 지음, 김청희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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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한글을 모른다. 아니, 유치원에 다니지 않았다는 사실도 누구에게는 신기하고 누구에게는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조그만 거슬러 올라가면 가난 때문에 국민학교조차 다니지 못하고 일하러 나간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으시다.

 

 

쌤예?? 할매의 비밀/정영혜 글/김청희 그림/책 먹는 고래 37/고래책빵


 


<쌤예?? 할매의 비밀> 속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8살 학생 3명, 할머니 학생 2명이 모여 선생님과 즐겁게 수업하는 모습은 도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시골, 산골, 어촌, 섬마을에 있는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이 이 정도인 학교도 분명 있다.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누구보다 열의 넘치는 늦깎이 학생들의 자세에 '배움이란 무엇인가?'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 살던 은애네 가족은 작년 봄에 할아버지께서 다치시자, 시골로 이사 왔다. 은애가 신입생이 되어 입학하는 초등학교에 학생이 없어 곧 폐교한다는 얘기 끝에 어르신들께 입학의 기회를 드리고 있다는 소식에 할아버지는 냉큼 할머니에게 입학을 권하신다. 조은애 어린이의 할머니인 김순해 님은 비밀이 밝혀져 부끄럽고 화가 났지만, 학교에 다니기로 하셨다.

 

"은애야, 니캉 내캉 친구 됐뿟다."

 


 

 


같이 초등학교 입학한 우리들은 1학년, 은애와 순해 할머니는 친구들을 사귀고, 공부도 하면서 즐겁게 생활한다. 특히 순해 할머니가 할매 대신 이름으로 불려서 너무 좋다고 하셨을 때 울컥했다. 자신을 나타내는 기본인 이름을 잃어버린 채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할머니로 역할이 자기인 마냥 살아오셨을 세월이 스쳐 지나갔다.

 



 

 


1학년 다른 친구들과 여러 사건사고들을 겪으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실감 나게 그려진다.

은애는 자꾸 쌤예~ 쌤예~ 부르는 할머니가 영 못마땅한 눈치였지만, 학교에서도 밭에서도 집에서도 할머니와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듣고 접한다. 자연 속에서 조은애는 밝고 건강하게 몸과 마음이 성장하고 있다.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 중간중간 뿌옇게 흐릿해지는 상황들이 있어서 가슴 졸이며 읽어나갔다. 혹시 김순해 할매의 비밀은? 역시! 비밀에도 불구하고 순해 할머니는 쉬었던 학교도 다시 다니고 열심히 생활할 것이다. 손녀 은애와 예서, 민혁, 세이 지화자 할머니, 담임 차성원 선생님 모두 찾아와 전해준 진심에 용기를 내시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두려움을 이기는 힘은 역시 '사랑♥'이다. 입학 통지서를 소중히 간직한 순해 할머니는 비밀을 들킬까 봐, 은애에게 짐이 될까 봐 간절한 마음을 잠갔지만, 친구들이 또박또박 써 내려간 마음에 스르르 열렸다.

 


 

 

비 온 뒤에야 땅이 굳어지고, 예쁜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화자 할머니 말씀을 새겨본다.

"서로 모자라면 채워주고 남으면 나누고 그라면 되재." 

"하모예."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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