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의자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3
심강우 지음, 이혜원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꿀 수 있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게 아닐까요? 우리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크고 작은 꿈들이 뿜어내는 다채로운 빛을 만날 수 있는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꿈꾸는 의자』가 출간되었어요.

 

꿈꾸는 의자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3

꿈꾸는 의자/글 심강우/그림 이혜원/고래책빵/고학년 문고 3

 



꿈꾸는 의자는 여섯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었어요. 모두 꿈과 관련된 이야기들로 다양한 이들의 꿈을 통해 어린이 독자 스스로 자신의 꿈을 떠올려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줄 거예요.

《꿈꾸는 의자》 - 《새가 되면 안 돼》 - 《나의 스타》 - 《꿈나라를 지켜라! 똥깡》 - 《혜수와 당나귀 열차》 - 《별을 보는 아이》

짧은 글 속에 담긴 꿈의 크기는 너무나 크고, 색깔은 아름다워서 여섯 편 모두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입니다.

 


《꿈꾸는 의자》


 

모두가 떠나버린 고향 마을에서 쓸쓸히 앉아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의자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앉아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죠. 예서와 할머니 그리고 누렁이와 함께 한 행복했던 추억이 있었기에 의자는 끝까지 버틸 수 있었을 거예요. 바람에 날아든 비닐봉지, 딱새, 플라스틱병... 어느 무언가가 되었든 자신의 의자에 앉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의자의 꿈은 이루어졌을까요? 나무였을 때도, 의자였을 때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 의자의 꿈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온기가 되어 스며듭니다.

 


《새가 되면 안 돼》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큰 수술을 한 유진이는 같은 병실에서 심장병 수술을 앞두고 있는 아이, 민준이를 만나게 됩니다. 할머니가 재활용품을 주워서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집이라 유진이 엄마가 할머니 대신 보호자처럼 돌봐줍니다. 동화책도 읽어주고 땀도 닦아주고... 하지만 민준이는 몸도 마음도 힘든가 봐요. 말을 하지 않고 치료도 잘 받지 않으려고 하니까요. 유진이는 자신의 남동생과 같은 나이인데도 의젓한 민준이가 신경 쓰입니다. 유진이와 민준이의 꿈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아프더라도 잘 치료받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두 아이의 우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다정한 동화 《새가 되면 안 돼》를 추천합니다.

 


《나의 스타》

선생님께서 내주신 작문 숙제 '나의 스타'에 위인이나 아이돌스타를 대상으로 한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좋아하는 친구를 대상으로 진정한 마음을 담아 글을 쓴 현수의 이야기예요. 현수는 이 글을 통해 멀어졌던 친구를 다시 찾았다고 하네요.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친구는 인생에서 소중한 존재죠. '진심은 통한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예쁜 분홍색 꿈이 피어나는 이야기였어요.

 


《꿈나라를 지켜라! 똥깡》

 

상상력이 넘치면서도 게임에 열광하는 요즘 아이들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서 씁쓸하기까지 한 이야기입니다. 꿈나라의 가장 낮은 계급 똥깡은 아이들이 동물이 나오는 꿈을 꾸지 않아 위기에 빠진 꿈나라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꿈과 상상력을 연결하여 풀어내는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아이들의 머릿속은 하나의 우주이니라."

 

무한한 힘을 지닌 상상력으로 표현된 꿈의 세계가 펼쳐지네요. 과연 귀여운 우리의 똥깡은 꿈나라를 지킬 수 있을까요? 게임에 빠져 동물에 관심이 없는 요즘 아이들을 사로잡으려면 어떤 묘안이 필요한지 다들 생각해 보세요.

 


《혜수와 당나귀 열차》


 

1937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우리 민족의 슬픔과 기쁨을 싣고 수원과 인천을 오가던 열차, 수인선 협궤열차가 1995년 운행 정지되었어요. 그 「수인선 협궤열차 마지막 운행」과 고깃배를 타고 떠난 아빠가 수인선 열차를 타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굳게 믿는 혜수를 만날 수 있는 애잔한 이야기네요. 엄마의 교통편이 없어져 이사를 가야 하는 혜수는 역원 아저씨께 무언가를 부탁합니다. 혜수의 간절한 꿈이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별을 보는 아이》


 

"별들의 속삭임을 듣는 사람은 소원을 이룰 수 있단다.

속삭임이 들리는 순간, 가만히 소원을 빌어 보렴."

 

동네에 찾아온 서커스단에 몰래 들어가 공연을 보려고 했던 웅기는 들키고 맙니다. 벌을 받고 있는 웅기에게 공중곡예사 누나가 다가옵니다. 웅기는 높은 데 올라가는 누나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누나는 "높이높이 떠오를 때마다 내 꿈과 가까워지는 거지."라고 말해주네요. 덕분에 웅기는 달라졌습니다.

 


꿈꾸는 이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꿈이 내뿜는 빛과 온기는 참 예쁘고 따뜻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친구, 가족과의 추억 그리고 꿈꾸었던 소망도 떠올랐어요. 2022년이 몇 시간 남지 않은 오늘, 새로운 꿈을 품어봅니다. 꿈을 잃지 않는 이들이 있기에 『꿈꾸는 의자』처럼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들이 계속될 거라 믿습니다. 여러분, 꿈꾸세요.

 

출판사에서 제공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꼴찌 아파트 - 2023 문학나눔, 2024 행복한 아침독서 선정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2
최미정 지음, 볕든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희미해져가고 있어요. 부동산이 되어버린 보금자리, 사는 곳이 자신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오늘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동화를 소개합니다.

 

꼴찌 아파트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2

 

 

꼴찌 아파트/글 최미정/그림 볕든/고래책빵/고학년 문고 2



카페를 운영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엄마와 은행에서 일하는 아빠 이렇게 셋이서 화목하게 지내던 기훈이네였어요. 갑자기 쓰러진 엄마가 돌아가시고, 배를 가지는 게 꿈이었던 아빠는 어부가 되기 위해 섬으로 떠났어요. 그래서 기훈이는 할머니와 성호시장 23호에서 살게 되었답니다. 엄마도 아빠도 집도 자기 방도 다 사라져버린 지금, 기훈이의 마음을 가늠할 수조차 없네요. 얼마나 슬프고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절망스러울까요? 마음이 찌릿 저미네요.

 

불행은 기훈이 곁을 떠나지 않고 기다렸나 봐요. 성호시장에 불이 나서 할머니집 생선가게가 타버렸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잠시 떠나는 고모 대신 '퍼스트파크'에서 살게 되었어요. 예전 살던 성호시장 동네와는 전혀 다른 퍼스트파크가 불편하기만 하던 기훈이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반 친구 진영이와 강미와 친해지면서 조금씩 적응해 가는데요.

기훈이는 짝꿍 유리를 불편해하면서도 자신과는 다르게 당당한 유리의 모습은 좋아 보였어요. 가난하고 엄마도 없는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에 움츠려들었기에 유리의 당당함이 좋아 보였죠.


 

 

 

기훈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시장, 임대 아파트, 고급 아파트 등 사는 곳이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어요. 임대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를 못마땅해하고 괴롭히는 모습에 기훈이는 더욱더 위축되고 답답해지기만 하죠.

 

 

"공평하게 기회를 주었는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옳지 못해.

힘들더라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주면 좋겠다."

 

"선생님 말씀처럼 기회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거라는데

나한테 기회는 너무 멀리 있는 구름처럼 느껴졌다. 이건 공평하지 않다. "

 


선생님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는 말이 참 무서운 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였어요. 오늘날의 사회에서 우리의 기대와 생각처럼 공평하게 공정하게 주어지는지 고민에 잠기게 하네요. 그리고 자본, 물질, 능력으로 평가되는 사회에서 어른인 우리도 숨 막히고 답답함을 느끼는데 아이들에게까지 대물림되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이야기 속 마지막 장면처럼 우리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면서 하고픈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그림 도구가 마땅치 않아 망설이는 기훈이에게 경비원 아저씨가 풀, 꽃을 찧어서 만든 풀물, 꽃물로 그림을 그려주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림은 도구가 중요한 게 아니야. 네 마음이 그림을 그리는 거지."라고 말씀을 해주시죠. 물질적인 벽에 좌절하던 기훈이에게 경비원 아저씨의 마음이 담긴 그림과 친구 유리의 진심 어린 응원은 벽을 부수고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줍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게 뭔지부터 찾아보는 게 어때?

지금까지 우리는 어른들이 시키는 것만 했잖아.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하고 싶은 게 뭔지부터 찾아보자."

 

 

《꼴찌 아파트》는 어른들의 행동으로 아이들의 상처 입은 내면을 잘 표현한 최미정 작가의 글과 따뜻한 그림체로 아이들의 표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볕든 작가의 그림이 조화를 이뤄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기훈이가 좋아하고 잘 그리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여정 속에 안타까운 오늘날의 물질만능주의, 능력주의 세태를 아이들의 입장과 시선까지 담아내고 있어 인상적이에요. 경제적 물질적 가치를 중요시하여 삶의 본질적 가치를 외면한 채 살아가는 어른의 판박이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1등'만 강요하는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꼴찌 아파트》 이야기에 깊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과후 동물 구조단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1
권은정 지음, 장아진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과후 동물 구조단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1

 


드디어!!! 고래책빵 출판사에서 <고학년 문고> 시리즈가 출시되었어요. 그동안 따뜻한 감성과 훈훈한 정서 가득한 고래책빵 책들을 읽고 자란 어린이 독자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그 힘찬 도약을 응원합니다. 

 


<고학년 문고> 시리즈 첫 번째 책은 권은정 작가의 글과 장아진 작가의 그림으로 꾸려진 『방과후 동물 구조단』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아끼고 보살피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어요. 반려견, 반려묘, 반려조… 주위를 둘러보면 다양한 반려동물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또 집에서 기르지 않더라도 동물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아요.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다정한 세상을 떠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아니에요. 또 사람들이 모든 동물을 소중히 여기는 것도 아니죠.

 

야생의 습성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동물, 야생 동물은 친숙하지 않아 낯설지만, 분명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귀한 생명이랍니다. 방과후 동물 구조단은 위험에 처한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이야기예요. 우리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 동물인 백로, 제비, 고라니, 오리 등을 직접 구조하는 친구들이 주인공인 멋진 책이에요.

 


"우리가 직접 동물을 구조한다고요?"

 


동물을 사랑하는 보민이는 학교에서 만난 길고양이가 배고플까 봐 먹이를 챙겨다 줘요. 하지만 길고양이가 마음을 열지 않아 속상해요. 쉬는 시간에 고양이를 찾아간 곳에서 며칠 전 전학 온 준우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요. 길고양이가 준우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 부럽기까지 하죠. 준우는 그런 보민이에게 먹이로 아무거나 주면 안 된다고 타박을 하네요. 고양이가 배탈이 났다며 야생동물 병원으로 오라고 말했다는 준우가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보민이에요.

 

우연히 백로를 구조하는 준우를 도와주게 된 보민이는 준우 삼촌이 운영하는 야생동물 병원을 알게 되었어요. 보민이는 야생동물 병원 일을 적극적으로 돕게 되고, 준우와 같이 야생동물구조 대원으로서 책임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방과후 동물 구조단』은 야생동물에 대한 환기뿐만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을 떠올려 보게 해주네요.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곁을 지켜보는 준우와 보민이의 책임감, 사랑이 무관심했던 주위를 변화시켜가는 과정이 훈훈하게 그려져요.

 


"사랑받으면서 미움받는 거야."

 


준우는 특별한 능력 때문에 괴로웠는데 보민이 덕분에 용기를 얻었어요. 자신의 능력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마음을 걱정해 주는 보민이의 온기에 닫았던 마음의 문을 다시 세상을 향해 열게 되죠.


 

"처음으로 친구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

캄캄한 터널 끝에 반딧불이 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준우와 보민이가 야생동물구조 대원이 되어서 직접 구조하는 이야기들이 현실감 넘치게 그려져 독자들에게 그 마음이 생생하게 전해져요. 새끼 고라니를 구조하고 돌봐주고, 흰뺨검둥오리 가족들을 강으로 안전하게 이사시켜주고, 학교 급식소 유리창에 버드 세이버 활동까지 함께 하다 보면 어느새 독자인 우리의 마음에서도 야생동물에 대한 애정이 샘솟게 될 거예요.


 


 


야생동물과 구조대원 친구들을 사랑스럽게 담아낸 장아진 작가의 그림들을 통해 무섭고 두렵게만 느꼈던 야생의 생명들에게 한걸음 다가설 수 있는 용기도 생길 거예요.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귀히 여기고 같이 살아가고자 배려하는 마음을 잘 그려낸 『방과후 동물 구조단』을 통해 공존의 씨앗을 널리 퍼트리면 좋겠어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안지은 지음 / 콜라보 / 2022년 12월
평점 :
절판


동화, 어린이들을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를 뜻한다. 어린 시절에 읽은 전래 동화, 명작 동화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교훈적인 내용들이다. 아름다운 삽화와 동화의 여운을 즐기며 성인이 된 이후 알게 된 동화의 원작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잔혹 동화로 인간의 내면과 조우하게 된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동화 속에 투영된 인간의 수많은 욕망과 욕구를 마주한 불편함과 껄끄러움 너머 어느 언저리에서 호기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 욕망을 화두로 동화를 분석한 책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를 만났다.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안지은 글·그림/콜라보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속 인물들을 '욕망'이라는 필터를 거쳐 살펴보자 안지은 저자의 말처럼 동화 속 인물들은 '욕망'을 쉽게 드러내고 있어 흥미로우면서도 입체적이고 매혹적이다. 그들의 욕망을 읽어내고 분석하면서 내디딘 걸음이 미처 몰랐던 아니 외면해야만 했던 내밀한 욕망을 깨울지도 모를 묘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사랑, 인간 본성, 관계, 성장

크게 4가지 부문으로 나누어 총 12편의 동화 속 욕망을 살펴보고 있다.

 

 


 

사랑에 관한 동화 '신데렐라', '인어공주', '엄지 아가씨' 중 '인어공주'에 내용이 흥미로웠다. 사랑하는 왕자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물거품이 되는 사랑의 화신으로 그려졌던 '인어공주' 대신 인간만이 가지는 '영혼'을 얻기 위한 염원이 강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

"영혼을 얻기 위해서라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공주는 인간의 행복과 불멸의 영혼에 대한 환상에 잠겼다.

 

 

각색되고 순화된 동화를 거슬러 올라 원작을 찾고, 그 안에 응집된 욕망을 읽어내는 작업을 통해 재탄생한 동화를 만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마법'처럼 느껴졌다. 안지은 저자는 동화마다 인터뷰 형식으로 인물의 성격을 더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인어공주의 마녀 인터뷰 한 대목을 기억하고자 한다.

"나를 찾아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욕망에 눈이 멀어 있지.

바라던 것을 얻은 뒤에 따라올 절망에 대해선 누구도 상상하려 들지 않거든."

 

 


 

 


이렇게 욕망을 쫓아 해석하다 보니 인물의 입장과 기분을 상세히 이해하게 되었다. 선악의 캐릭터를 극대화, 단순화하여 표현된 고전 속 순애보 '인어공주'와는 달리 욕망에 집중한 적극적인 '인어공주'를 재발견하게 되었다.

 

 

인간 본성에 관한 동화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 '알라딘' 중 '헨젤과 그레텔' 동화에 관한 분석이 가슴을 저미었다.

 

《헨젤과 그레텔》은 설정이 비극 그 자체이다. 가난과 굶주림 때문에 아이들을 버리는 부모와 버릴 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마녀에게 탈출했지만 자신들을 버린 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잔혹한 현실에 고통스러웠다.

 

약자를 희생시켜 살아남고 싶은 욕망, 굶주림에 굴복하여 천륜을 저버리는 동화 속 '엄마'라는 인물을 '새엄마'로 바꿔야만 했다는 뒷이야기는 씁쓸하고도 처참한 기분을 안겨준다.

 

너라면 조금 달랐을 것 같아?

이 질문에 대한 답만은 즉답을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 달랐을 거야. 다를 거야. 달라야만 해." 내가 나에게 거는 필사의 각오같이 되뇌어보았다.

 

 

내가 다 자랄 때까지 버리지 말아 주세요, 두 아이의 욕망은 끝내 이루어지 않았다. 지독히도 어두운 밤, 검은 숲에서 슬픔과 두려움의 시간을 보내면서 헨젤과 그레텔 남매는 더 이상 아이로 남아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끝났다!

 

 

관계에 관한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완두콩 다섯 알', '미녀와 야수' 중 낯선 '완두콩 다섯 알' 동화가 스며들었다.

 

다른 동화에 비해 친숙도가 낮은 《완두콩 다섯 알》 동화는 가난과 병 앞에서 엄마와 딸의 욕망이 부딪치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색다르게 한 소년의 새총 탄알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된 완두콩 다섯 알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정해진 대로 되겠지."라고 중얼거리던 막내 완두콩이 모녀가 사는 다락방 창문 틈에 떨어져 싹을 틔우게 된 것이다. 싹을 틔운 완두콩은 꽃을 피우게 되고, 그 꽃은 소녀와 엄마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부디 정해진 운명이라면 더 나은 삶이길 욕망한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뿌려진 완두콩이 틔운 싹을 보고 소녀는 고통스러운 병이 나아 건강한 삶을 다시 누릴 희망을 키운다. 막내 완두콩의 말처럼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똑같은 완두콩 싹을 보고 기적을 꿈꾼 이는 소녀뿐이었으니 정해졌다 하더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기적은 소녀의 간절한 욕망으로 발현된 것이리라.

 


 

 

성장에 관한 동화 '피노키오', '잠자는 숲속의 공주', '피터팬' 중 '피노키오' 동화에서 상반되는 부모와 자식의 역할 갈등에 집중하였다.

 

어른을 위해 쓰인 이 작품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아져 어린이 동화로 연재되었다고 한다.

쉽고 즐겁게 살고 싶은 어린이의 욕망과 말 잘 듣는 자식으로 자라주길 바라는 부모의 욕망이 대립하는 모험 이야기다. 안지은 저자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인형 이야기가 아닌 제대로 살려고 하다 보니 인간이 되었다는 한 인형의 유쾌한 모험담 같다고 말한다.

 

 

"너희들 재밌게 놀았잖아, 이제 그 값을 해야지."

"진짜 소년이 되고 싶어요."

"이제 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지."

 

 

인간이 되고픈 나무 인형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게 되니 피노키오를 이해하는 폭과 깊이가 달라지게 되었다. 인간이 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진짜가 되고 싶었던 피노키오의 노력을 보게 되었다.

피노키오를 바른길로 인도하려다 죽임을 당한 귀뚜라미는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피노키오가 인간이 되었다는 건 이제 거짓말을 해도 티가 나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죠."

 

 

어린 시절 동경하고 흠모하던 왕자와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인간 군상의 욕망 집합체로 접근한 동화 읽기는 참신하고 매혹적이었다. '나이기를, 나였다면' 대입해 보면서 그들의 욕망을 따라가보는 색다른 해석을 통해 동화 속 인물이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다가왔다. 안지은 저자가 제시한 그만의 결말은 잔인하기도, 다정하기도, 씁쓸하기도 하였다. 그가 제시한 결말과 내가 바라는 결말은 같을 때도, 다를 때도 있었다. 이렇듯 욕망은 주인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니 그 점이 또 매력이다.

 

그리고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책은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만으로도 독자를 휘어잡는 작품이다. 고혹스러운 그림체에 시선이 저절로 가고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수록된 동화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밤의 동화, 행간에 숨겨진 맥락을 훑어가며 차분히 읽어내려가면 어떨까. 어두컴컴한 밤, 기나긴 시간을 진득한 욕망으로 채워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를 돕는 여자들
이혜미 지음 / 부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치열하게 싸우고 ◆ 다정하게 빛나는 여자를 돕는 여자들

- 이혜미 인터뷰집

여자를 돕는 여자들/ 이혜미 인터뷰집/ 부키출판 



 

최근에 읽은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홍칼리 인터뷰집, 한겨레출판, 2022.11.30)」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접하는 인터뷰집이다. '연대와 공존'을 말하는 인터뷰이들의 목소리가 교차하면서 그 울림의 강도가 세졌다.

 

인터뷰어 이혜미 기자는 현재 한국일보에서 여성젠더페미니즘을 다루는 뉴스레터 '허스펙티브'를 보내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인터뷰는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여자를 돕는 여자들』,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균열을 내고 영토를 넓힘으로써 궁극적으로 다른 여성들에게 더 넓은 길을 열어 준 개척자 여성들을 조명하고자 붙여진 제목이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 아니면 언제?

If not me, who? If not now, when?"

- 엠마 왓슨

 

 

젠더뿐만 아니라 소수자, 약자를 향한 차별, 분노, 혐오까지 자신과 주변의 상처와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존재하고' '버티고' '발언함'으로써 경직된 세상을 균열 내고 있는 여성들, 9명의 인터뷰이를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들의 궤적과 나의 궤적이 겹치는 곳을 발견하고는 놀라기도 하였다. '이런 순간이 나에게도 있었지.' 공감되면서도 씁쓸하고 미안함이 밀려오는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여러분도 '무조건' 할 수 있습니다

- 콘텐츠 플랫폼 '뉴닉' 대표 김소연

 

'능력주의'로 공정을 말하는 기득권을 향해 일침을 던지며 '능력주의'의 이면과 '능력'이라고 이름 붙은 스킬의 집합체가 포괄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의 존재를 이야기했다.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접두어가 붙는 순간 본질보다는 한계와 선이 그어지는 듯한 상황에서 이를 넘어서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또 '여성'에 국한되지 않고 대부분의 사회 담론과 운동에 따라오는 일반적인 사회적 인식의 한계를 말하고 있다.

정보기술 분야의 여성 창업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가 진짜 잘해서, 누군가가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김소연 대표의 단단함이 전해져 왔다.

 

 

자신을 믿고 가세요

함께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논픽션 작가 하미나 · 과학기술학자 임소연

 

과학 안에서 여성의 영토를 넓히고 있는, 과학기술여성연구그룹의 공동설립자 하미나, 임소연의 이야기다.

과학기술학은 하나의 과학기술이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적용되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바라보면서 세상은 미처 알지 못했던 '빈틈'을 찾게 된다. 인종·젠더 다양성을 전제하지 않은 과학기술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설명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배제하는지.

성형수술을 주된 연구 주제로 삼은 임소연과 여성 우울증을 탐구한 하미나는 이런 과학기술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돌베개, 2022.11.11)」을 출간한 임소연 과학기술학자를 이렇게 지면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차별적인 상황을 만났을 때 흔히 취하는 선택 중 하나가 '내가 더 잘하면 되겠지'라고 마음먹는 거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선택이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이 해결해야 될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들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목소리가 덩어리지면 권력이 생겨요.

 

 

누구도 내 영혼에 손톱만큼의 균열도 낼 수 없어요

-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나임윤경

 


 

인터뷰들 중 가장 와닿은 인터뷰였다. 지향점, 가치관 그리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그의 삶은 너무나 당당하고 눈부셨다.

 

"성평등을 위해 타자와의 공존을,

20, 30대 구성원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와 비전,

그리고 맥락을 고려하시겠다고 했던

첫 만남을 기억합니다. (…)

일상과 관계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셨던

그 시간을 기억하겠습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퇴임 자리에서 받은 감사패 문구이다. 성평등, 일상과 관계의 민주화. 개인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로 생활하는 사회를 향한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재임 시 직접 원고를 쓰고 목소리 출연을 한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라는 제목의 6분짜리 교육 영상이 화제의 중심에 섰었다.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호도한다'라고 의도적 곡해와 저급한 주장으로 본질을 훼손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는 더 쉽게, 누구나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게 성평등 언어를 다듬어 나갈 것이라 다짐하게 된다. '절대적 위치'란 없으며 어느 누구나 상대적으로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우리의 시민적 의무를 말하고 있는, 중요한 본질을 너무나 쉽게 부숴버리는, 의도된 행위에 집중하고 달궈지면서 심해지는 젠더 갈등, 혐오가 더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공존과 연대, 배려를 말하고 이끌어내는 데도 시간이 너무 부족한 데...

 

젊은 여성들 내 '자기 계발 서사'에 대한 나임윤경 교수의 상상력에 온마음이 갔다.

"고등교육의 수혜를 받은 여성으로 자신을 정체화한다면,

한 사회에서 그런 엘리트들이 할 일은 탑을 쌓는 게 아니라 대청마루 같은 평상을 까는 것이어야 한다."

그의 삶이 보여주고 있기에 후배 여성들에게 더 진실되고 묵직하게 와닿는 말이 아닐까. 다같이 편히 여유있게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청마루, 떠올려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임윤경의 '사회문제와 공정' 교과목의 강의 계획서

류호정의 악플 전시회

서한나의 여성들을 위한 사회주택

김은희의 민사소송 판결문

 

이 책을 통해 만난 이들은 연대와 연결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신이 먼저 나섰더라면 다른 이가 겪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후회와 반성을 딛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내딛는 걸음에 매번 더 큰 무게를 싣는다. 함께 살아남기를 바라고 나를 위한 용기와 결국에는 다른 이를 위한 희망이 되는 내일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희생자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라는 한승희 글로벌리더쉽컨설팅 대표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과 팁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가는 길이라 서로에게 다정한 길이 되지 않을까.

 

 

"야, 아무것도 아니야." 힘겨운 지금을 사는 여자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주는 곁이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이 책으로 다시 일어서 버티는 이들이 보인다.

현상을 바라보는 데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경제적 이득이 아닌 사람 특히 약자에 대한 배려를 우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나' '개인'이 뚜렷해진 세상에서 '우리' '동료'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세상을 그리는 이들이 있어서 힘이 난다. 경직된 사회, 단단한 차별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은 '우리'를 말하는 이들의 응집된 힘과 목소리일 것이다.

 

당신을 도운 여자는 누구인가요? 인터뷰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각자 고민해 보자. 그리고 이런 질문이 필요없는 그날을 그려본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