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아파트 - 2023 문학나눔, 2024 행복한 아침독서 선정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2
최미정 지음, 볕든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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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희미해져가고 있어요. 부동산이 되어버린 보금자리, 사는 곳이 자신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오늘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동화를 소개합니다.

 

꼴찌 아파트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2

 

 

꼴찌 아파트/글 최미정/그림 볕든/고래책빵/고학년 문고 2



카페를 운영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엄마와 은행에서 일하는 아빠 이렇게 셋이서 화목하게 지내던 기훈이네였어요. 갑자기 쓰러진 엄마가 돌아가시고, 배를 가지는 게 꿈이었던 아빠는 어부가 되기 위해 섬으로 떠났어요. 그래서 기훈이는 할머니와 성호시장 23호에서 살게 되었답니다. 엄마도 아빠도 집도 자기 방도 다 사라져버린 지금, 기훈이의 마음을 가늠할 수조차 없네요. 얼마나 슬프고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절망스러울까요? 마음이 찌릿 저미네요.

 

불행은 기훈이 곁을 떠나지 않고 기다렸나 봐요. 성호시장에 불이 나서 할머니집 생선가게가 타버렸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잠시 떠나는 고모 대신 '퍼스트파크'에서 살게 되었어요. 예전 살던 성호시장 동네와는 전혀 다른 퍼스트파크가 불편하기만 하던 기훈이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반 친구 진영이와 강미와 친해지면서 조금씩 적응해 가는데요.

기훈이는 짝꿍 유리를 불편해하면서도 자신과는 다르게 당당한 유리의 모습은 좋아 보였어요. 가난하고 엄마도 없는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에 움츠려들었기에 유리의 당당함이 좋아 보였죠.


 

 

 

기훈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시장, 임대 아파트, 고급 아파트 등 사는 곳이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어요. 임대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를 못마땅해하고 괴롭히는 모습에 기훈이는 더욱더 위축되고 답답해지기만 하죠.

 

 

"공평하게 기회를 주었는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옳지 못해.

힘들더라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주면 좋겠다."

 

"선생님 말씀처럼 기회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거라는데

나한테 기회는 너무 멀리 있는 구름처럼 느껴졌다. 이건 공평하지 않다. "

 


선생님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는 말이 참 무서운 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였어요. 오늘날의 사회에서 우리의 기대와 생각처럼 공평하게 공정하게 주어지는지 고민에 잠기게 하네요. 그리고 자본, 물질, 능력으로 평가되는 사회에서 어른인 우리도 숨 막히고 답답함을 느끼는데 아이들에게까지 대물림되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이야기 속 마지막 장면처럼 우리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면서 하고픈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그림 도구가 마땅치 않아 망설이는 기훈이에게 경비원 아저씨가 풀, 꽃을 찧어서 만든 풀물, 꽃물로 그림을 그려주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림은 도구가 중요한 게 아니야. 네 마음이 그림을 그리는 거지."라고 말씀을 해주시죠. 물질적인 벽에 좌절하던 기훈이에게 경비원 아저씨의 마음이 담긴 그림과 친구 유리의 진심 어린 응원은 벽을 부수고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줍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게 뭔지부터 찾아보는 게 어때?

지금까지 우리는 어른들이 시키는 것만 했잖아.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하고 싶은 게 뭔지부터 찾아보자."

 

 

《꼴찌 아파트》는 어른들의 행동으로 아이들의 상처 입은 내면을 잘 표현한 최미정 작가의 글과 따뜻한 그림체로 아이들의 표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볕든 작가의 그림이 조화를 이뤄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기훈이가 좋아하고 잘 그리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여정 속에 안타까운 오늘날의 물질만능주의, 능력주의 세태를 아이들의 입장과 시선까지 담아내고 있어 인상적이에요. 경제적 물질적 가치를 중요시하여 삶의 본질적 가치를 외면한 채 살아가는 어른의 판박이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1등'만 강요하는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꼴찌 아파트》 이야기에 깊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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