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꿈 트리플 16
양선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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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신진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핫한 통로인 트리플 시리즈 16번째 책『말과 꿈』

 

말과 꿈/ 양선형 소설/ 트리플16/ 자음과모음


 


이 책을 통해 양선형 작가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되었다. 한 작가를 새로이 알게 된다는 것은 두근두근 설레고 떨리는 일이다. 작가마다 지니고 있는 고유한 파장에 나를 맡기고 흡수될 수 있느냐 한걸음 한걸음 확인하면서 내딛는 시간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다. 그 긴장감이 새로운 만남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양선형 작가는 몽환적인 세계로 나를 인도하였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내내 생경하면서도 감각화되어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읽어나가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고자 하는 바를 단락에서, 문장에서, 단어에서 건져내고 싶었다.

 


 



 

 

'양선형'의 세계를 여는, 순한 맛의 단편인 <너구리 외교관>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누군가 알려준 오솔길을 향해 무의지적인 걸음으로 나아가는 나그네는 드디어 목적지 '산장'에 도착했다. 멀리서 등대처럼 불빛으로 인도하던 그곳이 그의 노크에 칠흑 같은 어둠으로 사그라져 가는 것을 목도하는 그 주위에 너구리들이 몰려들었다.

너구리와 피 흘리는 낯선 이 그리고 너구리를 돌보는 산장 관리인, 마치 삼각형처럼 마음이 흐르고 그들의 이야기가 끝이 난다. 마지막에 나오는 촛불의 의미는 낯선 이의 생명일까?

 

촛불이 희미해졌다. 테이블 위로 올라선 너구리 전령이 양손으로 촛불을 감쌌다. 포개진 손바닥 사이의 캄캄한 우물 속으로 황금빛 물고기가 헤엄쳤다. (너구리 외교관, 17)

 

 


 



 

 

표제작인 <말과 꿈>은 사건과 시간이 얽히고설켜있는 구조이다. 주인공 그는 예전 교통사고 당시 병원에서 만났다고 믿는, 그를 찾아왔다고 믿는 말이 활주로에서 탈출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무작정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서 그는 지난날 말과의 인연을 회상하면서 사라진 말의 일생을 들려준다. 시간의 흐름은 순차적이지 않아 독자의 집중을 유도한다. 사건 또한 '그와 말'뿐이 아니라 '택시 기사 할아버지와 딸' 이야기와 '그와 가족' 이야기가 추가되어 시선을 분산시킨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비자발적인 흐름을 기꺼이 중단시킬 수 있는 이들을 사랑했다. (말과 꿈, 24)

녀석의 이미지는 그의 기억 한가운데에 새겨진 공백의 모양에 들어맞는 마지막 퍼즐 조각, 그가 망각으로부터 돌려받은 아주 각별한 퍼즐 조각이 되었다. (말과 꿈, 27)

 

 

약속, 죽음, 뱀, 복숭아, 공항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듯한 존재들이 카테고리 안에서 비슷한 소재들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다. 택시 기사 할아버지의 말처럼 딸에 대한 이야기가 말을 찾아 떠나는 그에게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게 된다. 딸과 비슷한 용모의 누군가를 보고 딸의 생존을 간절히 믿는 기사 할아버지의 자책 어린 고백이 약속 아닌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기꺼이 나선 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죽음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는 꿈과 환영 그리고 이를 쫓는 듯하면서도 억누르는 듯한 모습들을 소설 전반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소설인지 에세인지 헷갈린 소설이었다. 100% 허구의 인물, 사건이 없겠지만, 이는 진짜 같았다. 그런데 작가는 소설이라 칭했다. 친구의 진짜 모습과 상상이 버무려져 나온 결과물, '퇴거'는 지독히도 날것이었다. 그래서 양선형 작가와 양선형 글쓰기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음을 잘 간수해야 돼. 결국 자신을 아낄 사람은 자신밖에 없어지잖아. (2018:「퇴거」, 126)

타인에 관해 말하는 일은 타인에 대한 고질적인 착각에 대해 말하는 것과 얼마나 다를까. 친구가 겪은 사연에 관해 쓰는 일은 나의 무지를 근사하게 봉합해 친구를 어떤 선형적인 가이드라인 속의 전형으로 박제하는 일과 얼마나 다를까. (2024:「퇴거」에 관한 소설, 202)

 

 


 


 

양선형 작가가 소개해 주는 아름다운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말과 꿈」 소설 플롯을 고민하는 이야기에서 그가 추구하는 글쓰기 세계관을 피력한다. 이 에세이와 윤아랑 문학평론가 해설을 참조하여 양선형 작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낯설다. 하지만 시도하고 꿈꾸는 작가의 의지를 존중한다. 찰나의 마음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기록하고 공유하여 공감하고자 하는 양선형 작가의 결의에 감복하였다.

 

소설은 … 반영과 환상으로 분열되는 이중의 레이어를 갖게 된다. 반영은 그것의 불가능성을 통해 과거의 상실을, 환상은 그것의 불가능성을 통해 미래의 상실을 드러낸다. 반영은 실패할 것이며 환상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환영은 반영과 환상이 중첩된 채로 뒤섞이는 맞물리는 틈새에서 탄생한다. (「말과 꿈」에 관한 소설, 235)


 


 


결말과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닌 찰나를, 과거와 미래의 틈새를 투영하는 색다른 소설집이다. 고심 가득한 우직한 친절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양선형의 소설 쓰기는 읽고 또 읽기를, 필사하고 또 필사하기를 유도한다. 이제 봄기운이 느껴지는 날씨이다. 지인에게 움츠렸던 몸의 기지개를 재촉하듯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필사하기 좋은 책이라 서로 필사한 대목을 공유하며 따뜻한 봄볕을 쐬기에도 딱일 듯하다. 선형적인 글은 어두운 곳보다는 밝은 곳에서 더 또렷해질 것만 같아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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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사는 킬러 네오픽션 ON시리즈 7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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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ller = 쉰한 살 = 과부 = 실업자

 

이 모든 조합을 만족시키는 인물이 나타났다. 작달만한 키에 수천 개의 용수철 같은 컬을 헬멧처럼 뒤집어쓴 아줌마, 바로 심은옥이다.

 

대체로 나는 울어야 할 때 웃으며 살아왔던 것 같다.

 

 

심여사는 킬러/ 강지영 장편소설/ 네오픽션07/ 자음과모음




'킬러'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날렵한 몸에 매서운 눈초리 그리고 범접하기 어려운 기운이 느껴지는 인물이 그려진다. 그런데 <심여사는 킬러> 소설에서는 주위를 둘러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오십 대 아주머니가 킬러가 된다. 생활밀착형 킬러 '심여사'를 필두로 다양한 인물들의 속 사정과 의뢰가 펼쳐진다.

 


 

흥신소를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은 심여사네 가족과 흥신소 직원과 의뢰 관계인이다. 경쟁관계인 스마일 흥신소와 해피 흥신소 관련 인물들의 과거부터 차근차근 풀어내면서 현재를 조명하는 구조는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기구하고 굴곡진 인생사들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인생이 허망하고 가여우면서도 '참 열심히 사는구나' 싶어 숙연해진다. 끔찍하고 처절한 상황에서도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행복하고 싶은 욕구가, 욕망이 밑바닥에 진득하게 들러붙어 있다.

 

#옴니버스 소설로, 인물별로 시선이 이동하니 같은 사건도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더 흥미롭다.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엄마 심은옥 - 아들 김진섭 시점과 스마일 흥신소 사장 박태상 - 해피 흥신소 사장 나한철 시점이다. 갈등의 축을 이루는 네 인물들이라 자주 등장하니 자연스레 집중하게 된다.

 



 

 

심은옥 여사네 가족들이 보여주는 끈끈한 가족애는 우리 이웃의 모습이면서도 이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었다. 심은옥 여사의 모성애와 주변을 살피는 온정이 그랬다. 우리네 어머니 같지만 막상은 쉽게 만날 수 없어 더 특별한 인물이었다. 작가의 풍부하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탄생한 오십 대 아주머니 킬러 '심은옥'은 주위 사람들을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매력 넘치는 인물이다. 수더분한 그녀가 가진 유일한 정육점 경력은 킬러로 이끌었지만, 모든 일들을 순리대로 풀어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원칙을 지키면서 자신이 정한 길을 가고자 하는 사나이의 뚝심은 멋있었다. 정통파 킬러와 건달,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서로를 존중했다. 어쩌면 서로를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이'라고 생각했기에 최대한의 마찰을 줄이면서 지내온 그들 사이를 틀어지게 만든 요인이 바로 '심은옥'이었다.

 



 

 


핵심 인물인 박태상, 나한철의 서사도 기구하고 울컥하게 만들지만, 여타 인물들의 서사는 밑바닥 인생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었다. 최준기, 이옥순, 이순영, 홍미숙 등 한 사람 한 사람씩 들여다보는 시간이 당혹스럽고 힘겨웠다. '사람이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구나' 싶기도 하고, '끝과 끝은 닿는구나' 생각하였다. 울분, 두려움, 슬픔을 느끼면서도 삶을 이어가는 목적은 너무나 단순했다. 그리움, 사랑이었다. 찡하면서도 무섭고 애잔하면서도 두려운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버렸다.



 

킬러인데 정의, 의리, 심판을 말한다. 아무나 죽이지 않는다. '죽을 만한 이를 죽이는 해결사'로 공감을 유도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무심한 듯 살인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를 감당해 내야 하는 이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진다. 소설은 어느 순간에 큰 결정을 내린다. 하루에 두 번 샤워를 하는 진섭, 욕실에 한번 들어가면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진섭을 보면서 심은옥은 중대한 결심을 한다. 챙그랑~ 쇳소리가 울린다.

 


 

죽이고 죽는 피 튀기는 현장인데도 소소하고 평범한 행복을 나누는 이야기들이 어색함 없이 떠받치고 있다. 강지영 작가 특유의 독특한 인물 설정이 이를 가능케한다. 소재는 현실성이 떨어지는데 인물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네 일상처럼 친근하다. 푸근하고 정겹고 곁을 내어주고 싶은 다정함이 있다. 그리고 백사장의 경우처럼 통쾌한 한방도 있다. 비뚤어진 심보는 바로잡고, 맛있는 음식을 챙기고 안부를 물어보며 주위를 챙기는 기묘한 조합에 웃다 울었다 서늘해졌다 반응하느라 읽는 독자가 바쁘다.

 

 


심은옥은 킬러가 되어 맡은 첫 의뢰를 수행하며 한 말이다.


 

우리 모두 인간답게 삽시다!

우리 모두 진실되게 삽시다!

우리 모두 성실하게 삽시다!

 


심은옥 여사의 칼질은 오늘도 계속된다. 떳떳한 칼질로 행복한 미소가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참 좋다. 서늘하고 심장이 쫄깃해지지만 인간미 넘치는 <심여사는 킬러> 덕분에 딴 세상 구경 실컷 하고 돌아온 기분이다. 오늘도 인간답게, 아름답게 살아야지! 다짐해 본다.

 

여담이지만, 이 소설의 치트키는 '이성란'이 아닐까 싶다. '도대체 뭐지?' 싶은 캐릭터지만 그녀 덕분에 상황이 완료되었다. 심은옥 여사와는 또 다른 중년 여자 캐릭터로 해내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넘쳐흐르는 허당 반전 매력이 돋보인다. 그녀 또한 행복해져서 좋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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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즈 16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혜영 그림 / 국일아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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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즈 15》에서 모리어티 교수와의 결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셜록 홈즈!

다시 돌아온 이야기는 존 왓슨이 셜록 홈즈와 만나 베이커 거리 221B 번지에 있는 하숙집을 함께 얻어 생활하면서 겪게 된 첫 사건인 <주홍색 연구>이다.




 명탐정 셜록 홈즈 16 - 주홍색 연구/ 아서 코난 도일 저/국일아이




일반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홈즈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대하는 왓슨의 태도는 홈즈와 왓슨 콤비의 순조로운 출발을 암시한다.

 


 

 

자신과의 첫 만남에서 정확하게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왔다는 사실을 맞춘 홈즈에게 흥미를 느끼거나, 정확히 홈즈가 하는 일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홈즈의 지식 범위를 표로 정리하는 열정을 보여준다. '홈즈'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순수한 호기심과 관심 그리고 호감을 느끼게 되는 '왓슨'에 눈길이 간다.

왓슨은 독자에게 홈즈를 소개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그 점이 내가 왓슨을 애정하고 아끼는 이유이다. 왓슨 같은 친구가 있기에 홈즈가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었으리라.

 

 


 


홈즈와 왓슨이 처음으로 함께 한 사건인 <주홍색 연구>는 셜록 홈즈 시리즈 중 많지 않은 장편이다. 장편답게 잘 짜인 구성과 탄탄한 사건으로 독자에게 홈즈판 추리 세계를 톡톡히 각인시키고 있다.

 


"RACHE(복수)"

 


 

 

이 이야기는 약 30여 년 전부터 시작된다. 광활한 북아메리카 대륙의 한가운데에 있는 황량한 사막 속 시에라 블랑카 산에 두 사람이 있다.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난 무리 중 살아남은 이들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아이그들은 이제 먼저 떠난 무리를 따를 운명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들 앞에 흙먼지와 함께 무리가 나타난다. 죽음의 문턱 끝에서 만난 이들을 따라나선 한 남자와 한 여자아이는 과연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한 남자와 한 여자아이.

존 페리어와 루시 페리어는 모르몬교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후, 모르몬교 집 단체에서 성실히 일하여 큰 농장을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모르몬교의 관습이 그들을 옭아매게 되고, 존과 루시는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이를 가능케한 이는 루시를 사랑하는 사나이 제퍼슨 호프이다. 끔찍하고 처참한 비극 속에서도 빛을 바라지 않는 루시와 제퍼슨의 사랑은 시리도록 슬프고 아름답다.

 



"인생이라는 아무 색깔 없는 실뭉치에는

이번 사건과 같은 주홍색의 실도 섞여 있는 법이야.

우리가 할 일은 바로 그 주홍의 실을 가려내어 세상에 밝히는 것이지."

_ 셜록 홈즈 '주홍색 연구'

 

 


상세한 배경 묘사로 독자에게 추리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홈즈와 다른 등장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절묘하게 조작된 증거를 해체하고 있다. 주어진 정보로 스스로 추리를 해나가도 재밌고, 홈즈가 제공하는 추가적인 정보로 추리를 완성해나가도 훌륭하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이나 그레그슨 경감처럼 조급하게 홈즈에게 '답'만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홈즈처럼 추리의 재미를 알게 될 것이다. 증거를 재구성해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맞추고 검거하기까지의 쾌감을 쉽게 포기하지 말도록 하자. 그리고 꼬마 탐정단이 나와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반가운 사건이다. 독자 어린이 여러분도 꼬마 탐정단에 뒤처지지 않도록 힘을 내보자. 아자아자!


 

"자네는 추리를 과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네."

홈즈의 추리를 듣고 칭찬하는 왓슨의 말

 

셜록 홈즈와 존 왓슨 콤비 탄생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명탐정 셜록 홈즈 forever!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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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즈 15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혜영 그림 / 국일아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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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아이 서포터즈 두 번째 활동으로 받은 책


 

 

명탐정 셜록 홈즈 15/아서 코난 도일 저/ 국일아이

 



다른 시리즈들처럼 세 편의 단편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마지막 사건」이 되겠네요.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 집필을 꺼려 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아는 사실입니다. 이번 시리즈가 바로 셜록 홈즈와 정적인 모리어티 교수와의 결전을 다룬 화제작입니다. 출간 당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 단편이 포함된 《명탐정 셜록 홈즈 vol.15》를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명불허전 名不虛傳"

 

 

역시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명탐정 셜록 홈즈》입니다.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했지만, 책 속 인물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열광적인 지지와 인기로 '셜록 홈즈'는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생명력과 영향력을 얻게 됩니다. 작가에게 '글'은 자신의 분신이자 또 다른 자아 혹은 자식 같은 존재일 텐데 아서 코난 도일에게 '셜록'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출간된 순간부터 '글'은 작가를 넘어 독자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이기에 우리가 읽고 사랑해 주면 되는 거겠죠.

 

그럼, 1894년 출간 당시 전 세계를 뒤집어놓은 충격적인 단편이 포함된 이 책을 살펴볼게요.


 

 

 



 

 

자문 탐정인 셜록 홈즈에게 전보가 배달됩니다. '경악할 만한 사건'이라는 표현을 쓴 홉킨스 경감이 도움을 요청합니다. 애비 그랜지 저택에서 주인인 유스터스 브래큰스톨 경이 사망하고, 브래큰스톨 부인은 결박된 강도 살인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다행히 부인이 범인을 지목하여 사건이 쉽게 풀리는 듯하였으나, 관찰력이 뛰어난 홈즈는 몇 가지 의문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부인을 묶은 줄이 초인종과 연결되어 있던 끈이었다?

잡아당겨서 끊었다면 하인들은 왜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했나?

다른 값비싼 물건들은 놔두고, 찬장에 있는 은접시 여섯 개만 훔쳐 달아났다?

경향이 없는 사이에 포도주를 마셨다?

세 잔의 와인잔 상태가 다르다?

 

 

과연 이런 의문점으로 홈즈는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요? 독자 스스로 추리해 보면서 읽는 재미를 키워갈 수 있어서 더욱더 유익한 국일아이 《명탐정 셜록 홈즈 vol.15》가 아닌가 싶네요.

 

홈즈에 의해 가려졌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은 매번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사소한 의문에서 시작하여 분석적 추리에 입각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경외감에 빠지게 되죠. 특히 이번 단편에서는 셜록 홈즈의 됨됨이를 극명하게 보여줘서 추앙하게 되었답니다. 범인과는 다른 관심 영역과 소통으로 오해를 살 수는 있지만, 그를 조금이라도 가까이한 이라면 인류애와 정의에 관한 그의 진심을 의심치 않을 겁니다.

 

"재판장님, 피고는 …… 무죄입니다."

 


 

 


 


 


 



또! 셜록 홈즈에게 전보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기괴한 일'을 겪었다는 의뢰인 스콧 에클스 씨였습니다. 저런, 홈즈를 찾아온 에클스가 당한 너무나도 이상하고 불쾌한 일을 이야기하려 하자마자 경찰들이 들이닥쳤네요. 홈즈의 도움으로 당황한 마음을 다잡고 에클스는 기괴한 하룻밤을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영국 신사인 에클스는 사교성이 좋은 편이라 친구들이 꽤 많았습니다. 친구 멜빌의 집에 초대받아 놀러 갔다가 스페인 태생의 젊은이 알로이셔스 가르시아를 만나 친해졌습니다. 가르시아 소유의 등나무 별장에 초대되어 방문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별장이 너무 음침하고 우중충해서 망설여졌습니다. 가르시아 또한 평상시와 달리 표정이 어둡고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는 듯했습니다. 어색하고 불편하여 에클스는 핑계를 대고 돌아가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잠을 일찍 청했습니다. 침대에 누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벨을 누르지 않았냐며 가르시아가 찾아옵니다.

 

"아, 저희가 잘못 들었나 보군요. 실례했습니다.

벌써 새벽 1시가 다 됐네요. 푹 쉬세요."

 

피곤이 몰려와 깊은 잠이 들었던 에클스는 다음날 아침 아홉 시가 다 되어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별장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집주인, 하인 그리고 요리사, 세 명의 스페인 사람들이 모두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에클스를 초대하고 사라진 가르시아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는 왜!!! 에클스를 집에 초대한 것이고, 새벽 1시라는 말을 한 것일까요?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 홈즈와 베인스 경위는 각자의 방식대로 애씁니다. 홈즈는 당연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베인스 경위의 활약은 실로 놀랍습니다. 고도의 전략으로 같은 편인 홈즈까지 속이는 패기까지 보여주니까요.

 

이렇게 사건 해결 과정이 쟁쟁한 대결 구도로 진행되어 더 흥미진진하고 기괴한 사건인 <등나무 별장> 단편에서는 기묘하고 끔찍한 물건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입장과 시선에 따른 차이도 보여주고 있네요.

"어쩌면 기괴한 것과 소중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라네." _셜록 홈즈

 


정의의 심판을 다루고 있는 「등나무 별장」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권력과 독재 그리고 자유와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 소제목이 <불안에 떠는 홈즈>네요.

"뭔가 두려운 것이라도 있나?"라는 왓슨의 질문에 "있네."라고 대답하는 홈즈라니, 정말 낯섭니다.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홈즈였는데 말이죠. 그를 이토록 몰아붙이는 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절로 긴장되고 불안해집니다. 런던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해박한 홈즈는 몇 년 전부터 범죄 사건의 배후에 누군가 숨어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그 악한은 바로 '범죄의 나폴레옹'이라 할 수 있는 수학 천재 모리어티 교수입니다.


 


 

 

모리어티 교수는 셜록 홈즈를 압박하여 그를 쫓는 일을 그만두게 하려 합니다. 두 거인이 얼굴을 마주하여 주고받는 대화는 압권입니다. 둘 다 한치의 물러섬 없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어 긴 호흡으로 읽어내려갔습니다.


 


 

 

아서 코난 도일 작가의 손에 의해 희대의 악인 모리어티 교수와 결전을 끝으로 사라진 셜록 홈즈!

홈즈가 왓슨에게 남기는 마지막 편지는 작가가 우리 독자에게 들려주는 진짜 속마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홈즈의 사명감과 정의감을 강조하면서 장렬하게 그를 떠나보내주기를 바라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서 코난 도일 작가 외에는 홈즈의 죽음을 원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꼭 홈즈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나 전 세계인의 넘치는 사랑을 받는 홈즈를 인정하지 않는 창조자, 아서 코난 도일을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애정 하지 않는 캐릭터이건만 멋진 필력으로 우리를 매혹시킨다는 점이 더 화를 부추기네요.

꼭 다시 만나요~ 셜록 홈즈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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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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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성은 정하와 그만의 완전무결한 세계를 구축하였다."

 

'연정하' 그녀만을 위해 치밀하고도 차가운 계획을 세운 그는 '사랑'만을 쫓는 뜨거운 남자였다. 드디어 그녀가 그를 오롯이 받아들이면서 온전한 하나가 되었다.

 

  

배니시드 / 김도윤 장편소설/ 팩토리나인

 



테아트럼 문디 theatrum mundi

이 세계는 신에 의해 연출된 무대이고 인간은 그곳에서 맡은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간 스스로가 깨닫고 있다.

 


 

 

주인공 '정하'는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남편 오원우와의 결혼 생활까지 철저하게 자신을 누르고 맡은 역에 충실한 그녀를 보면서 안타깝고 답답했다.

부조리와 비상식으로 점철된 그녀의 서사는 가슴을 저리게 하다못해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녀를 향해 차별과 폭력을 행하는 이들이 남뿐만이 아니라 가족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녀를 더 힘겹게 만들었다. 내향적이면서도 영특한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억지웃음을 지었다. 유일한 편인 엄마를 지키기 위해, 유약한 어른인 엄마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취한 태도가 삶의 모습을 굳혀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 '평범'한 행복을 원한 것뿐인데…… 이토록 어긋날 수 있는 건지 가슴 아렸다.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끝끝내 사라지기까지 한, 이기적인 남편 오원우! 정하의 시선을 따라 그를 알아갈수록 끔찍했다. 무슨 자격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는 걸까. 도대체 왜?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비겁한 인간으로, 정하와 두 아이 하원이와 상원이를 무참히 버렸다. 주어진 상황에서 매번 최선을 다하는 정하는 하원이와 상원이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런 그녀에게도 구원의 손길이 닿았다. 사랑의 온기가 바짝 말라 바삭거리는 그녀의 영혼을 감싸 안아 주었다.

 

또 다른 주인공 '우성'은 자신의 운명을 계획하고 개척하는 인물이다. 설사 신이 준 역할이 자신과 맞지 않더라도 인내하며 천천히 원하는 결말로 이끄는 강단 있고 의지가 굳다. 그런 그의 시선이 머무는 끝에 '정하'가 있다.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삶이라는 공통분모가 그녀를 눈여겨보게 했을까.

 

"당신과 살 수 있다면 나는 무슨 짓이든 할 생각이었어.

어떤 짓이라도 저지를 각오가 되어 있었어."

우성의 의지 p.355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정하의 남편 실종, 우성의 아내 사망. 너무 맞아떨어지는 상황에 소설 속 무성한 소문처럼 내 마음에도 혹시? 하는 촉이 발동하였다.

우성과 정하 사이에 묘한 기류가 진하게 풍겨져 나왔지만, 정하가 그어놓은 선은 진했다. 우성과 정하가 하나가 되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풀어졌던 긴장이 한순간 극대화되면서 소설의 분위기가 변하는 강약 조절이 소설 《배니시드》가 보여준 스릴러 감각의 절정이었다.

 

"아저씨는 나에겐 구세주였어.

그 먹구름이 잔뜩 낀 집에서 벗어나게 해줄 구세주! "

_ 하원이가 드디어 토해낸 진심 p.336

 

 

 

하원의 피맺힌 절규로 각성한 정하는 이제 달라질 것이다. 표현하기 시작한 하원 덕분에, 혼자 껴안고 버텼던 자신과는 다르게 말하기 시작한 딸 덕분에 정하는 현재를 살기 시작한다. 알지 못했지만 느꼈던 우성의 보살핌이 자신을 살게 했다. 완벽한 가정을 이룬 지금을 선택한 정하는 진심으로 행복해지길.

 

 

400페이지가 넘는 두께의 소설   

하지만 읽기 시작하면 한순간에 끝난다.

두 가정이 한 가정으로 변하는 시간 속에서 간절히 바랬다, 정하와 우성의 안온한 일상을. 정하가 진실을 다 알게 되더라도 깨지지 않는, 강한 유대와 신뢰가 다져지기를.

 

"우리는 서로에게만 예외가 적용되는 사람들이었다.

우성 씨라면,

이미 그런 곳을 마련해 두었을 것임을 나는 안다."

 

 

정하의 아이들과 우성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어린 나이라 염려에 두지 않았건만, 이토록 민감하고 예민할 수 있구나 싶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기민함을 예상하지 못하는 우를 자주 범한다.

이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은 모두 어린 시절이 암울하다. 정하도, 우성도, 정하의 아이들인 하원과 상원도, 우성의 아이들인 준혁과 지선까지. 부모에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어른이 된 그들이 소설 마지막에 대부분 행복해 보여, 행복하고자 앞으로 나아가서 가슴이 저렸다.

 

사랑, 결혼, 가정, 가족, 부모, 자녀. '테아트럼 문디' 과연 우리 인간은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배우일 뿐일까? 정하와 우성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전한다.

 

"엄마, 이제 좀 잊으라고요. 난 이제 겨우 행복해졌어.

나를 위해서라도 제발 좀 행복해지라고!"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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