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전부 과자라고? 이상한 나라의 쿠키 토끼 고래책빵 그림동화 25
카미오카 아사미 지음, 최신원 옮김, 하야시 유바 사진 / 고래책빵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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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회중시계를 보며 바삐 뛰어가는 하얀 토끼를 쫓다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쿠키 토끼를 쫓아 이야기 나라로 들어갈 거예요. 정말 중요한 비밀인데 이 이야기 나라는 우리가 좋아하는 과자로 만들어졌대요. 쉿! 쿠키 토끼를 찾으러 떠나볼까요?

 

 

이상한 나라의 쿠키 토끼/ 카미오카 아사미 지음/ 고래책빵




이게 전부 과자라고?

정말 놀라운 상상력과 실력으로 익숙한 명작 이야기를 과자로 구현해낸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처음 책을 받아 훑어보고는 깜짝! 놀랐답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맛있어 보여서 책 종이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을 뻔했어요. 헨젤과 그레텔이 숲을 헤매다 따뜻한 불빛을 등대 삼아 비로소 찾은 마녀의 과자집을 눈앞에 마주한 경이로움 자체라 할까요?

달콤함의 유혹은 너무나 강렬하죠. 특히 달콤함을 넘어 다채로운 색감, 질감, 모양 그리고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책의 매력은 치명적이네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게 가능하다고? 신기할 따름입니다.


 


 


작가 소개를 보고는 고개가 끄덕끄덕.

일본의 유명한 파티시에네요. 지브리 스튜디오 세계를 동경해서 많은 사람에게 꿈을 전해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과자 그림책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달콤한 그림책을 만나볼 수 있네요.

 

그림이나 실사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과자 그림책입니다. 음식은 입으로 먹기 전에 눈으로 먹는다는 말처럼 보는 순간 달콤함이 몰려와 긴장을 풀어줍니다. 그런데 보다 보면 정말로 먹고 싶어져서 큰일입니다.

 


 

 

한 장에 친숙한 명작의 한 장면이 재현되고 있어요. 책장을 넘기기 전에는 아이와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 상상하며 이야기 나누고, 넘기고는 어떤 이야기인지 맞춰보는 재미를 즐겨보세요. 핵심 장면이고 특징을 잘 잡아 표현되어 아이가 쉽게 맞출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에요. 정답을 맞히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리고 책장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캐릭터를 찾는 퀴즈가 있어서 아이들 흥미와 눈길을 잡아끕니다. 두 눈을 크고 찾게 되더라고요.

 

 

 


 



다 읽고 잠이 든 귀여운 아이의 평온한 모습에서 달콤한 꿈을 꾸는 상상을 해봅니다. 아이들과 기분 좋아지는 과자 동화 나라로 지금 떠나보세요. 귀여운 스티커까지 더해져 즐거움이 커지는 [이상한 나라의 쿠키 토끼]를 얼른 만나보세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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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랑 사는 건 너무 슬퍼
최은광 지음 / 좋은땅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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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하면 떠오르는 건 '개'와 '고양이'다. '개'와 '고양이'는 서로 다른 매력으로 인간을 사로잡아 가족으로 살아간다. 예전에는 개를 많이 키웠다면, 요즘에는 인간에게 무심한 듯하다가도 툭 한번 보여주는 손짓? 발짓?에 사르르 무너지는 인간 집사들을 적잖이 만나볼 수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준비되지 않은 집사와 운명처럼 만난 고양이들의 우여곡절 고군분투 적응기다.

 

 야옹이랑 사는건 너무 슬퍼 

 

야옹이랑 사는건 너무 슬퍼/ 최은광 저/ 좋은땅

 


저자는 갑자기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길을 잘못 들어 도착한 동물 병원에 붙여진 문구를 보고 홀린 듯이 들어가 버려지거나 어미를 잃은 작은 생명체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망설이다 돌아서는 저자는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그 아이를 입양하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은 간택되었다고 표현했다. 작가가 고양이를 쳐다볼 때마다 빤히 쳐다보는 녀석이라 '빤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두 종이 동거를 시작하였다.

 

작가의 이십 대는 모든 면에서 여유롭지 못했다. 돈, 시간, 마음. 어느 것 하나 풍족하지 못했던 그였기에 갑자기 반려묘를 들인 게 아닌가 싶다. 너무나 외로워서…

이 책의 주된 화제는 '빤이'로 시작된 고양이와의 유대관계이다. 비록 '빤이'를 일찍 떠나보냈지만, 그 이후에도 쭉 고양이와 함께하는 작가네를 지켜보면서 마음이 저릿하면서도 훈훈해졌다. 상실을 경험하고도 새로운 인연을 맺어나가 이어나갈 수 있는 단단함이 전해졌다.

 

 


 

 

이런 만남의 시작에 '빤이'가 있다. 빤이는 작가에게 너무 아픈 손가락, 냥이다. 고양이에 대해 몰라서, 돈이 없어서 그리고 자기도 아파서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빤이가 아프게 된 게 아닌가 자책하는 그였다. 빤이와 여러 경험을 공유하면서 작가와 아내는 고양이와 함께 하는 생활에 관해 조금씩 알아가고 고양이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더딜 수는 있지만, 언어를 넘어서 서로의 눈빛, 손짓, 발짓으로 교감하는 순간의 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작가와 빤이 그리고 그 이후 인연이 닿은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이를 증명한다.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의미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에 잠기게 된다.

 

 


 

 

'빤이'를 들인 후 입양한 앵뽕이 자매 그리고 '빤이'를 떠나보낸 후 입양한 자두와 한집에서 살고 있는 작가와 아내는 고양이들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평온과 충족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빤이'에 대한 추억을 앵뽕이와 계속 나누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 대목과 자두를 '빤이'의 환생이라 믿는 아내의 마음 그리고 빤이를 위해 절을 다니는 갸륵한 정성까지 다 몸과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한 집사 생활이기에 우여곡절이 참 많기도 하였다. 마음고생, 몸 고생 다 많았지만 고양이와 살아가면서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침잠하지 않고 고양이와도, 사람과도 두루 만나고 사귈 수 있는 연이 닿았다 생각한다. 고양이가 싫다던 아버지가 고양이방에 이불을 까시고 돌보시는 것처럼 생명이 또 다른 생명에게 전하는 온기는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무겁기에 반려동물을 들이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줄 책이라 생각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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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이 아깝다 책 먹는 고래 43
금미애 지음, 고은지 그림 / 고래책빵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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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이 아깝다???

내 얘기인가 싶어 흥미를 느끼며 읽은 책을 소개합니다. 바로 저학년을 위한 책 먹는 고래 43 뱃살이 아깝다』동화책에요.

 

 

뱃살이 아깝다/ 글 금미애/ 그림 고은지/ 책 먹는 고래 43



제목에 '뱃살'이 나오니 비만, 건강, 운동 이야긴가 싶었는데 예상이 제대로 빗나갔네요. 뱃살이 아깝다』 동화책은 '배려'에 관한 다섯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었어요. 책의 전체적인 느낌은 작가의 말에서 미리 살펴볼 수 있죠. '배려 : 관심을 가지고 남을 도와주거나 보살피려는 마음'의 중요성을 이 책의 내용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는 글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온기를 느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에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하니까요. 또래 아이들이 경험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과 귀여운 동물 이야기로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배려'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뱃살이 아깝다』 를 만나볼까요?

 

 

뱃살이 아깝다, 아까워


 

<뱃살이 아깝다, 아까워>는 작가가 겪은 일에서 실마리를 얻어 쓴 동화로, 아파트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층간 소음을 소재로 해서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이웃끼리 배려하는 모습을 잘 그려냈어요.

이사 온 날부터 위층에서 들려오는 쿵! 쿵! 소리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죠. 초등학생 주인공인 나는 기다리던 애니메이션 재방송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데 어김없이 집안이 울리죠. 나는 위층을 찾아가 항의를 합니다. 저런 할머니께서 무섭게 야단을 치시네요.

 

"어이구, 이 인정머리 없는 놈아. 니는 말 안 타고 컸냐? 그라고 애기가 시간을 워찌 알아서 꼭 그 시간에만 타겄냐. 동생이 말 조깨 타는디 형이 그럼 못 써."

 

결국 기다리던 애니메이션도 못 보고 속상한 나네요. 그 이후에도 층간 소음 때문에 할머니와는 껄끄러운 사이였는데요. 어떤 일로 한순간에 뒤바뀌게 되죠.

안하무인 막무가내 목소리만 큰 할머니이신 줄만 알았는데 기막힌 반전이 펼쳐지고, 할머니와 나 그리고 아이가 활짝 웃는 걸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네요.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면 생활 소음 때문에 서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요. 동화책에서 나오는 어린아이나 고3 같은 경우뿐 아니라 다양한 상황들이 있을 수 있어요. 이런 경우 서로의 입장만, 편의만 내세우다 보면 큰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데, '나의 엄마', '할머니'처럼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 있다면 불편한 상황 대신 훈훈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다른 동화 <꽃잎 먹는 고양이>, <근사한 선물>, <요양보호사 아빠>, <못 말리는 과외 선생님>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면서 오해를 풀어가며 서로를 이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요양보호사 아빠 / 못 말리는 과외 선생님


 


길고양이, 재혼 가정, 아빠의 실직과 가사 노동 등 다양한 우리네 생활의 테두리를 독자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로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불편하거나 어색한 느낌, 답답한 마음들을 자신의 입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마음을 헤아려 배려하면서 변화해가는 관계를 그려나갑니다. 또 특징을 잘 잡아 그린 삽화는 이야기의 맛을 살려주고 있어요. 아이들의 얼굴 표정이 많은 것을 보여주거든요.

 

 

 

요양보호사 아빠

 


활짝 웃는 아이와 할머니.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는 길고양이.

마음이 떨리는 아이.

해맑게 웃는 아이와 아빠.

뭉클한 감동으로 차오르는 눈물.


'배려'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아름다운 선물이네요.

서로를 배려하는 다정한 사회를 소망합니다.

뱃살이 아깝다』 아이와 읽으면서 따사로운 봄 햇살만큼 다정한 배려를 이야기 나눠보세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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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씨 덕분입니다 -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찐모녀 블루스
장차현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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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만화 [사이시옷]을 통해 장차현실 작가님과 정은혜 배우를 알게 되었다. 세간의 시선에 굴하지않고 당당하게 자기자신 그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두 모녀가 멋졌다. 특히 작년에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지민 쌍둥이 언니 역으로 등장한 정은혜 배우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두 모녀의 활동을 미디어를 통해 전해들으며 응원하였다.

 


은혜씨 덕분입니다/ 장차현실 글·그림/ 한겨레출판




이번에 한겨레에서 장차현실 작가님의 <은혜씨 덕분입니다> 책이 출간되었다. 두 모녀의 블루스를 모처럼 감상할 수 있게 되어 반가웠다.

이 책은 딸 은혜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다는 의사의 말에 오래 깊이 슬퍼한 이야기부터 둘의 행복을 쌓아가는 추억들 그리고 세상의 시선에 맞서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발자국들까지 두 모녀의 성장을 함께 할 수 있다.

 

 


책을 펼치면

정은혜 작가가 그린 장차현실 씨 초상화가 있다. 그리고 옆 쪽에는 추천사가 있다.

"엄마는 옛날보다 지금 더 멋진 사람입니다. 재미있고 좋은 책입니다.

많이 보세요. 행복해집니다."



 


은혜 작가의 눈에 비친 장차현실 작가님의 모습은 아름답다. 큰 눈은 세상을 다 포용할 듯 의연하고, 코는 오똑 하며, 자연스럽게 다문 입매는 입꼬리로 숨겨진 웃음을 떠올릴 수 있다. 단정하고 차분한 인상의 그녀는 언제라도 금방 단단한 선을 지닌 턱을 움직여 미소지을 듯 하다. 은혜 작가의 눈으로 세상에 투영한 어머니 장차현실 작가님의 모습은 이리도 멋지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모녀겠지만, 서로가 바라보는 상대방을 '그림'이라는 공통의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큰 감명을 받았다.

 

책 마지막에 그려진 두 모녀의 모습은 장차현실 작가님의 마음 속 자신과 은혜일 것이다. 자신보다 훨씬 크고 당당하게 그려놓은 딸을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격려하는 모습에서 '엄마'와 '연대하는 여성'이 보였다.

 

장차현실 작가님은 딸의 장애를 슬퍼하고 받아들이고 은혜의 '엄마'가 되어 은혜와 '가족'을 이루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아픈 것은 아프다, 기쁜 것은 기쁘다, 슬픈 것은 슬프다, 싫은 것은 싫다.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마주하면서 두 모녀는 세상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들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그 길이 쉽지 않지만, 옳다고 믿기에 모녀는 전투 중이다.

 





<시선>편 다운증후군 장애인에 대한 낯선 시선 이야기처럼 자꾸 보고 자꾸 접하면 익숙해진다. 그러기에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행복하게, 건강하게,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익숙해진다는 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노력이 필요할 지 모르지만, 장애인들이 시선이 불편해서, 이동이 불편해서… 여러 요건들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참여하지 못하는 상처, 고통보다는 분명 작을 것이다.

 

장애아 은혜를 홀로 키우면서 겪은 어려움과 장애를 보는 우리사회의 시선 외에도 여성 장애인이 사회적 약자로서 겪는 차별과 편견 속에서 여성성을 찾을 수 있는가? 걱정하고,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고민, 장애아 엄마로서의 고민과 현실을 글과 그림으로 시원통쾌하게, 날카롭게, 행복하게 이 책 한권에 충실히 담아냈다.

 

당차고 거침없고 밝은 은혜 배우의 지금이 있기까지 거쳐온 언덕과 평야와 그늘과 웅덩이와 햇빛, 바람, 단비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엄마와 딸, 세상이 정한 행복, 표준치를 쫓지않고 두 사람이 바라는 진정한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단단한 발걸음을 바라보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은혜 배우 추천사처럼 행복해지는 책이다. 그리고 엄마로서 공감되고 위로받고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살아가는 기쁨, 감사하는 마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온기가 온몸에 스며들게 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장차현실 작가님이 걷는 그 길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소중한 책이다.

 

3월 21일, 2023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 슬로건은 "With us, Not for us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이다.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편견을 떼버리는 그 길에 "우리와 함께" 걷는 이들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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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홀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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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소설 한 편을 읽었다.

나의 입맛에 딱 맞는, 더 이상 어떤 것을 첨가할 필요 없이 적당한 소설, 바로  <미확인 홀> 이었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밝고 희망찬 게 아니라 '맛나다'라는 표현이 맞나? 싶었지만 정말 맛나게 읽었다. 살맛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였다.

상실과 결핍, 결여로 내면에 빈 공간, 공동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펼쳐진다. 그들의 연결점이 공동이든, 오지랖이든, 장치이든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고 생을 이어가는 하루는 우리에게 진한 감동과 위로로 다가온다.

 

 

미확인 홀/ 김유원/ 한겨레출판



'미확인 홀', 소설 속에서는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기묘한 구멍을 발견한 후, 제일 친한 친구가 감쪽같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 후 마음에 구멍을 뚫린 희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희영은 친구의 실종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고 사는 내내 괴로워한다. 자신의 호기심 때문에 고향의 저수지에서 있던 블랙홀을 기어이 찾아냈고, 무언가 하고픈 말이 있던, 고민이 있던 필희에게 기어코 보여주었다. 그래서 괴로웠던 필희가 블랙홀로 사라졌다고 믿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동네 병원 의사 남편과 아들, 딸 잘 키워낸 순탄한 인생일지 몰라도 희영은 텅 비어있는 눈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피폐해 보이는 이들에게 관심을 주고, 도움을 주고자 한다. 희영은 사는 게 슬퍼서 남의 일에 관심을 둔다고 했다. 필시 필희에 대한 죄책감, 자책이 이유일 것이다.

 

<작가의 말>


 


 

 

큰 위기나 고난, 상처 앞에서 삶의 의지를 다지며 단단하게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치관이 흔들리고 무너진 현실 앞에서 살고 싶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뚝이처럼 바로 일어설 수는 없지만,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시간과 사람.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얻은 답이다. 이미 알고 있는 답이지만 깊이 받아들이게 된 답이다. 희영이가 미정에게, 혜윤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 처형이 제부 정식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 순옥이 이든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 박음질할 힘을 길러주고 싶었던 것이라 믿는다.

 


 

 

소설 속 인물 중 희영의 남편인 '찬영'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자신의 결핍과 상실을 인식하고 살아가는데, 찬영은 그렇지 않아 눈에 띄었다. 우울증을 앓았던 어머니와는 반대인 밝은 희영에게 반해 결혼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상적인 가정을 이루었지만, 변해가는 아내 희영의 모습에 고민이 깊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아내'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찬영이 각성하게 되는 계기와 시점이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찬영이 자신의 문제를 오롯이 마주하게 되면서 부부가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정신과 상담을 거부하던 희영이 상담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 불안이 시작된 블랙홀을 확인했다. 저수지 근처 블랙홀을 다시 찾은 그는 마음속 저수지를 비워냈다.

 

 

 


"내가 살고 싶어 해도 될까?"

"그럼." _ 미확인 홀

"그래서 당신 마음은 어때?" _ 죽은 자

"매미가 울면 매미를 봐야죠. 매미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잖아요. 저러다가 미쳐서 죽는 거라고요." 매미가 울면

"이든아, 어데 가지 말고 여기 있어래이. 어데 가지 말고 여기 있어래이." 오백 원

 

소매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단추처럼 위태롭게 사는 이들이 전하는, 진한 삶 이야기에 흠뻑 빠져 위로받았다. 내면의 구멍으로 죽은 자처럼 살아온 이들이 공동을 메우기 위해 살아내는 것만큼 멋진 일이 있으랴.

이제껏 살아온 고향 은수리의 몰랐던 아름다움을 이제서야 보게 된 은정처럼 삶은 계속되고, 의미를 심어줄 것이다, 자신이 보려고 한다면.

 

살다 보면 모든 걸 한순간에 잃는 것 같아도, 살아보면 어떤 걸 완전히 잃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존재한다고. 그러므로 완전히 잃지는 않을 기회 또한 여러 번 있다고. 때로는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상실을 막아주기도 한다. _ 오백 원

 

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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