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씨 덕분입니다 -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찐모녀 블루스
장차현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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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만화 [사이시옷]을 통해 장차현실 작가님과 정은혜 배우를 알게 되었다. 세간의 시선에 굴하지않고 당당하게 자기자신 그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두 모녀가 멋졌다. 특히 작년에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지민 쌍둥이 언니 역으로 등장한 정은혜 배우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두 모녀의 활동을 미디어를 통해 전해들으며 응원하였다.

 


은혜씨 덕분입니다/ 장차현실 글·그림/ 한겨레출판




이번에 한겨레에서 장차현실 작가님의 <은혜씨 덕분입니다> 책이 출간되었다. 두 모녀의 블루스를 모처럼 감상할 수 있게 되어 반가웠다.

이 책은 딸 은혜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다는 의사의 말에 오래 깊이 슬퍼한 이야기부터 둘의 행복을 쌓아가는 추억들 그리고 세상의 시선에 맞서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발자국들까지 두 모녀의 성장을 함께 할 수 있다.

 

 


책을 펼치면

정은혜 작가가 그린 장차현실 씨 초상화가 있다. 그리고 옆 쪽에는 추천사가 있다.

"엄마는 옛날보다 지금 더 멋진 사람입니다. 재미있고 좋은 책입니다.

많이 보세요. 행복해집니다."



 


은혜 작가의 눈에 비친 장차현실 작가님의 모습은 아름답다. 큰 눈은 세상을 다 포용할 듯 의연하고, 코는 오똑 하며, 자연스럽게 다문 입매는 입꼬리로 숨겨진 웃음을 떠올릴 수 있다. 단정하고 차분한 인상의 그녀는 언제라도 금방 단단한 선을 지닌 턱을 움직여 미소지을 듯 하다. 은혜 작가의 눈으로 세상에 투영한 어머니 장차현실 작가님의 모습은 이리도 멋지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모녀겠지만, 서로가 바라보는 상대방을 '그림'이라는 공통의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큰 감명을 받았다.

 

책 마지막에 그려진 두 모녀의 모습은 장차현실 작가님의 마음 속 자신과 은혜일 것이다. 자신보다 훨씬 크고 당당하게 그려놓은 딸을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격려하는 모습에서 '엄마'와 '연대하는 여성'이 보였다.

 

장차현실 작가님은 딸의 장애를 슬퍼하고 받아들이고 은혜의 '엄마'가 되어 은혜와 '가족'을 이루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아픈 것은 아프다, 기쁜 것은 기쁘다, 슬픈 것은 슬프다, 싫은 것은 싫다.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마주하면서 두 모녀는 세상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들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그 길이 쉽지 않지만, 옳다고 믿기에 모녀는 전투 중이다.

 





<시선>편 다운증후군 장애인에 대한 낯선 시선 이야기처럼 자꾸 보고 자꾸 접하면 익숙해진다. 그러기에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행복하게, 건강하게,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익숙해진다는 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노력이 필요할 지 모르지만, 장애인들이 시선이 불편해서, 이동이 불편해서… 여러 요건들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참여하지 못하는 상처, 고통보다는 분명 작을 것이다.

 

장애아 은혜를 홀로 키우면서 겪은 어려움과 장애를 보는 우리사회의 시선 외에도 여성 장애인이 사회적 약자로서 겪는 차별과 편견 속에서 여성성을 찾을 수 있는가? 걱정하고,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고민, 장애아 엄마로서의 고민과 현실을 글과 그림으로 시원통쾌하게, 날카롭게, 행복하게 이 책 한권에 충실히 담아냈다.

 

당차고 거침없고 밝은 은혜 배우의 지금이 있기까지 거쳐온 언덕과 평야와 그늘과 웅덩이와 햇빛, 바람, 단비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엄마와 딸, 세상이 정한 행복, 표준치를 쫓지않고 두 사람이 바라는 진정한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단단한 발걸음을 바라보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은혜 배우 추천사처럼 행복해지는 책이다. 그리고 엄마로서 공감되고 위로받고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살아가는 기쁨, 감사하는 마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온기가 온몸에 스며들게 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장차현실 작가님이 걷는 그 길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소중한 책이다.

 

3월 21일, 2023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 슬로건은 "With us, Not for us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이다.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편견을 떼버리는 그 길에 "우리와 함께" 걷는 이들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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