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바다 민박 - 2023 소년 한국일보 우수도서, 아침독서 추천도서 선정 책 먹는 고래 36
정혜원 지음, 김지영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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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 출렁출렁

끝도 없이 펼쳐진 푸르른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도 충만해진다.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면서도 파도가 어루만져 주는 다정한 손길에 용기가 가슴을 채운다. 그래서 우리는 바다를 그렇게 사랑하나 보다.

 

 

아침 바다 민박/정혜원 글/김지영 그림/책 먹는 고래 36/고래책빵


 


【아침 바다 민박】 동화책은 우리 안의 불안, 걱정을 토해내도 말없이 삼켜주고, 다독여주는 바다처럼 잠시 보금자리를 떠나온 이들을 포근하게 품어주는 이야기다. 바다처럼 한결같이 언제 누가 찾아오든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곳, 아침 바다 민박에 하나둘 모인 인물들이 가족처럼 서로를 아껴주고 보듬아준다.

 

초등학교 4학년인 기정이는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속 깊은 아이다. 아빠가 탄 고깃배가 큰 풍랑에 침몰해서 돌아가신 후, 홀로 민박집을 운영하는 엄마를 위한 마음이 크다. 한창 놀고 싶고 잠자고 싶은 나이지만, 꾹 참고 아침식사 준비를 돕는 기정이가 대견하다.

 


 


 

여름철 들썩이던 '아침 바다 민박'은 가을이 되면서 장기 투숙객들만이 남아 끈끈한 공동체를 이룬다. 취업 때문에 고민이 많은 대학생 김석주와 소설가를 꿈꾸는 정년퇴직하신 이경진 교장 선생님 그리고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서 헤어지게 된 공주 엄마와 공주.

남편을 찾아 헤매는 딱한 사정의 공주네를 민박집 종업원으로 머무르게 하는 기정이 엄마와 민박집 현관문 앞에서 밤새운 공주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어 한 기정이를 보면서 '개인'에 집중하면서 사라져가는 '공동체'와 '정', '온기'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입가에 스르르 번지는 미소, 눈가에 촉촉하게 맺히는 눈물, 가슴에 스르르 차오르는 따뜻함이 함께였다.

 

 


 

 

대학생 석주는 안정적인 직업? 꿈꾸는 직업? 현실적인 고민에 답답하고, 교장 할아버지는 소설을 뚝딱 쓸 줄 알았는데 잘 써지지 않아 걱정이 커지고, 공주는 도망 다니는 아빠가 보고 싶고, 기정이는 바다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멋진 일을 하고 싶고, 기정 엄마도 민박집도 잘 운영하고 싶고 소설도 쓰고 싶고 무엇보다 기정이랑 행복하고 싶다. 서로의 걱정거리 때문에 힘들어하고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솔직하게 진심을 털어놓고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함께 식사하고, 함께 자고, 함께 생활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추억들을 나누며 마음과 시간을 쓰는 아침 바다 민박 식구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 동생, 우리 오빠, 우리 할아버지.

생판 남이 가족이 되는 주문 같은 호칭으로 변해가는 시간 속에서 상처는 자연스레 치유되고, 희망을 꿈꾸는 새날이 밝아온다.

 

갑자기 나타나 의뭉스러운 형 석주를 미행하던 기정과 정우처럼 엉뚱하고 귀여우면서도, 주위를 살피는 마음씨가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아침 바다 민박 덕분에 행복이 충만하다. 오늘 당장 【아침 바다 민박】 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그림 속 【아침 바다 민박】 처럼 그곳에서 다정하게 우리를 기다리고만 있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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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 리틀 몬스터 책 먹는 고래 35
조서경 지음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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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 몬스터'라는 제목에 움찔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너무나 귀여운 친구들이네요.

마계 루루룽 별에 살고 있는 마녀 나라와 작은 괴물 포리는 우리 인간들처럼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위하는 마음이 큰 사랑스러운 존재들입니다.

 

조서경 작가가 직접 그리고 쓴 책 먹는 고래 35 이야기책 【마녀와 리틀 몬스터】

 

마녀와 리틀몬스터/조서경 글그림/책 먹는 고래 35/고래책빵

 

 

신기하고도 환상적인 마법이 펼쳐지는 모험의 세계로 어린이들을 인도합니다. 얼핏 보면 곰 같지만 고양이처럼 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작디작은 인형 같은 리틀 몬스터 포리는 친구인 마녀 나라를 대신해 특별한 임수를 띠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옵니다. 고민이나 소원을 들어주고 포리는 '점', '주근깨', '여드름'을 가져갑니다. 아낌없이 줄 수 있으니 우리 집에도 오면 좋겠어요. :D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고민, 간절히 바라는 소원.

포리의 마법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는 다섯 가지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화 속 고민과 소원이 현실적이고 평범해서 우리의 걱정거리처럼 다가옵니다. 특별한 소원이 아니라 일상 속 고민과 바람들이 와닿아 공감하며 읽었답니다.

무언가를 잘 하고픈 마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떠나간 반려동물을 그리워하는 마음,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힘겨운 일상 등 우리 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였어요. 요즘 아이 아토피가 심해져서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겨울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겨울 지우개>의 준호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어요. 리틀 몬스터 포리의 마법 능력이 이렇게나 대단한데 왜 인간 세상에 내려와 재료를 구하는 걸까요? 마계 루루룽 별에는 점, 주근깨, 여드름이 없는 걸까요? 인간의 것만 효능이 있는 걸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에 답은 계속 생각 중이랍니다. 하지만, 마녀 나라와 리틀 몬스터 포리가 이토록 애타게 찾는 이유를 알고 나니 마음이 먹먹해졌어요.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관계와 규칙 그리고 사랑에 대해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계라면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완벽한 공간이라고 여겼는데, 인간 세계에서 재료를 구해야 한다는 설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점, 주근깨, 여드름같이 없애버리고픈 것들이 마법의 재료로 구하기 위해 수고를 들여야 한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이런 관점의 변화가 【마녀와 리틀 몬스터】 곳곳에 담겨있답니다.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고민이나 현실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 친구들은 여유로움과 행복으로 홀가분해집니다.

 

 


 

포리는 소원을 들어주면서 주의사항을 일러줍니다. 그런데 대부분 새겨듣지 않아요. 그러다 위험하거나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기도 합니다. '규칙'에 관한 주의와 환기를 되새기는 이야기였어요. 어린이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들려주니 더 효과적입니다. 눈앞의 즐거움, 재미만 쫓지 말고, 규칙과 주의사항을 눈여겨보고 지키는 자세도 꼭 필요하니까요.

 

마녀 나라와 리틀 몬스터 포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재료를 구해 물약을 만듭니다. 서두르다, 대충 하다 망치기도 하지만, 물약은 마침내 완성되었죠. 과연 누구를 위한 물약이었을까요? 【마녀와 리틀 몬스터】를 읽고 직접 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든 여정을 해낸 마녀 나라와 리틀 몬스터 포리를 만나서 가슴 뭉클한 시간이었습니다. 마법으로 놀라운 경험을 한 친구들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따뜻했습니다.

살짝 어설픈 마녀 나라와 귀여운 괴물 포리의 다음 여정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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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 - 생활과 생존 사이, 낭만이라고는 없는 현실밀착 독립 일지
빵떡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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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력 0%에서 시작합니다!"

 

 

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빵떡씨 지음/자음과모음


 

빵떡씨의 독립 일지,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부모님 덕분에 대학생부터 장장 6년 동안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의 통근을 감당해야 했다. 서울에 취직하게 된 쌍둥이 남동생 덕분에 드디어! 본가에서 나와 독립을 준비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생활을 날것 그대로 기록한 책이 바로 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이다.

 

빵떡씨 나이 26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본가에서 나와 자취를 하면서 적어내려간 이 기록은 '첫' 독립이라는 데 그 의의가 크다. 성인이 되어 부모의 우산 아래서 나와 현실에 부딪쳐 스스로 깨달아 나가는 과정은 필요이자 필수이다.

 

「빙 돌아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왜 이렇게 하는 게 좋은지' 자연스럽게 설득되는 경험을 하고 싶다.

이런 과정에서 내 삶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그 모양에 맞게 사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그게 내가 독립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동거 장 - 우리 집 규칙 편 - 152쪽)」

 

 

집 → 생활 → 동거 → 정서적 독립 → 가족

 

 

이제껏 생활하던 본가는 부모의 선택에 의한 곳이었다면, 자취 집은 본인의 선택과 결정으로 정해진다. 물론 경제적 요건이 가장 크게 작용하여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게 함정이다. 하지만 빵떡씨와 석구 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결정을 내린다. 그렇게 선택한 공간을 좋아하게 되기까지 잘 적응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빵떡씨의 집 구하기 프로젝트와 집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지금의 보금자리에 안주하기까지 겪었던 고생과 수난들이 떠올라 울컥했다. 소음과 곰팡이는 격하게 공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집을 지을 때 지켜야 할 소음의 기준을 몇 가지 딱 정해보겠다.

옆집에서 못질하는 소리는 들릴 수 있지만, 솔로 화장실 타일 닦는 소리는 들리면 안 된다. …

월드컵 환호성은 들려도 되지만 애정 행각 소리는 들리면 안 된다…

이 정도는 지켜져야 분리된 공간과 공간, 생활과 생활, 삶과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 - 너의 집 소리가 들려 편 - 71쪽)」

 

 

주어진 여건 안에서 선택한 자취 집.

처음에는 '뭐 이런 데가 다 있냐?'라며 푸념했지만 지금은 '뭐 이런 데가 다 있냐!'라며 재미를 느끼는 빵떡씨는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다. 불편, 불만을 일으키는 요소들을 조금만 다르게 받아들여도 삶의 질과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진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다 보면 애정 하게 된다. 그러면 빵떡씨 말대로 단점이 특색으로 변하는 마법이 일어난다. 자취 집 소재지인 남가좌동과 자취 집 맨션을 자신에게 잘 맞는 공동체로 받아들인 빵떡씨처럼 말이다.

 

 

본격적으로 자취생활과 남동생 석구 씨와 함께 하는 동거 생활이 펼쳐진다. 본가를 나와 각자 독립된 공간이 생기고 출퇴근 시간은 훨씬 더 짧아졌으나 그전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던 것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각종 공과금과 집세, 관리비 등 생활비를 신경 써야 하고, 요리,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도 직접 해야 한다. 생활인지 생존인지 알 수 없는 경계선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생활력을 키워나가는 일상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누나 - 남동생, 본가 지역, 반려 달팽이 등 우리 집과 겹치는 영역이 많아 더 감정이입하면서 보았다. 사이좋은 남매, 집안일 서툰 누나한테 잔소리하면서도 챙겨주는 남동생, 통금 시간과 외박 금지를 외치는 부모님이 우리 집 판박이다. 특히 요즘 우리 큰 딸이 하는 말이 빵떡씨는 차마 하지 못하고 글로 토해내는 장렬한 외침과 같아 신기하고 재밌었다. 부모로서 하는 염려와 걱정의 크기는 빵떡씨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다. 그리고 빵떡씨와 석구 씨처럼 우리 아이들도 건실하고 사려 깊게 자랄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차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 …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동거 장 - 개인주의자의  편 - 145쪽)」

 

 


 

『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을 읽으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십 대의 일상과 관념에 공감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 사십 대의 내가 이십 대의 빵떡씨와 석구 씨를 이 책만으로 온전히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직선 대로가 아니라 빙 돌아서라도 직접 부딪쳐 경험으로 삶의 의미와 모양을 찾으려는 청년의 패기와 처음 시작하는 서투름을 기꺼이 가족과 공유하고 즐거워하는 인정 그리고 자신에게 기회를 주려는 관용과 아량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계속되는 빵떡씨와 석구 씨의 자취생활 이야기는 피식 웃음이 삐져나오게도 했다가 닮은 꼴 아빠 이야기에 울컥했다가도 헤아릴 수 없는 엄마의 깊고 넓은 아량과 눈물에 같이 울게 만든다.

 

 

"스스로의 기회를 빼앗지 않으면 좋겠다."

"선택은 그냥 선택이야. 선택 자체에 좋고 나쁜 건 없어.

하지만 선택을 했으면 그땐 최선을 다해야 해.

너의 선택을 옳은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이제 독립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독립하고자 하는 이들의 보호자들에게도 마중물이 되어주는 책이다. 독립의 거창함이 아닌 소소한 기쁨과 일상의 행복이 스며있는 기록이다. 빵떡씨가 직접 치러내면서 적은 일지라 눈여겨봐야 할 정보와 주의사항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점이 강점이자 매력이다. 너무 무겁지 않은 처음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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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같은 아이 책 먹는 고래 34
이준관 지음, 어수현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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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있는 가운데 매서운 바람과 함께 겨울이 성큼 찾아왔습니다. 마음이 허해서인지 유독 더 쌀쌀하게 느껴집니다. 바람이 온기를 빼앗아가버려 한껏 움츠린 몸으로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바로 일곱 편의 아름다운 동화가 수록된 <풀꽃 같은 아이>입니다.

 

 

풀꽃 같은 아이/이준관 글/어수현 그림/책 먹는 고래 34/고래책빵




큰 숨을 내쉬고 움츠렸던 몸뚱이를 펴 봅니다. <풀꽃 같은 아이> 속 순수하고 어여쁜 동화들이 전해준 따뜻하고 다정한 온기가 서서히 퍼져 나갑니다.

모든 것이 바쁘게 변하고 흘러가는 오늘날, 잠시 멈추고 소중한 것을 떠올려보라고 소곤거리는 동화책입니다. 얇은 책, 짧은 글이지만 천천히 읽어내려가면 글과 글 사이에 흐르는 감정을 더 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소외받는 이와 남들을 괴롭히는 마음에 대한 동화가 여러 편 수록되어 있습니다. <풀꽃 같은 아이>, <눈물을 먹고 사는 여우>, <별 등대지기>를 통해 아이들이 소외받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풀꽃 같은 아이>, <별 등대지기> 두 편에서는 엄마가 무당이라서, 떠돌이라서 놀림당하고 괴롭힘을 당하고 억울한 오해를 받는 억울한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두 아이의 대응은 극과 극인데 결말은 두 동화 모두 좋지 않아 더 마음이 무겁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진중한 의미를 담아 그려냈겠지요.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고 모두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결말이었어요.

 

 


 

 

<눈물을 먹고 사는 여우>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친구를 괴롭혀 울면 눈물을 모으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자꾸 '여우'처럼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불안이 커져가던 아이는 결국 괴롭히던 친구처럼 울고 맙니다. 눈물이 뚝! 뚝! 과연 그 눈물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이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은서를 볼 수 있겠죠. 저도 덩달아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거지와 왕자>, <마지막 손님>, <눈사람이 있는 골목>은 곁을 돌아볼 수 있는 건강하고 따뜻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살다 보면 힘겨운 시기가 분명 있습니다. 그 상황에 처하면 주위는 보지 못하고 본인의 고통과 상처만 크게 다가옵니다. 그러면 자꾸 불만이 쌓이고 분노를 터뜨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부정한 방법으로 시련을 벗어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만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면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관계없는 이일 수 있지만, 소중한 이일 수 있습니다. 도와주고자, 바로잡고자 애쓰는 마음과 행동으로 세상의 온기를 높여주는 이들의 이야기가 정겨운 그림과 함께 펼쳐집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다리를 절룩거리는 아저씨지만, 세상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생선 장수 아저씨가 들려주는 바다와 고래 이야기는 마음을 벅차오르게 합니다. 아저씨가 들려주신 바다가 보고 싶어 용감하게 떠났지만 못 본 아이들이 분명 언젠가는 이 세상의 끝에 있는 바다에 꼭 가볼 것이라고 믿으며 책장을 덮습니다.

 

소중한 가치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해주는 어여쁜 동화책입니다.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동화책 <풀꽃 같은 아이>를 소개하게 되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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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쫓아오는 밤 (양장) -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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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쫓아오는밤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소설추천

 

"도망칠 때에는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

프롤로그. 첫 문장

 

 

 소설Y 대본집 #06 <폭풍이 쫓아오는 밤> 

도망쳐야 한다. 그놈보다 더 빨리.

 

 

무언가에 쫓기는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 강렬한 시작으로 시작한다. 주황색 표지를 한 장 넘기는 순간부터 이서의 목숨을 건 탈주에 빠져들어 함께 달리게 된다.

 

 

소설Y 대본집 #06 - 폭풍이 쫓아오는 밤 - 최정원 지음 - 창비

 


아빠, 신이서, 신이지. 주인공 이서네 가족 구성원이다.

열일곱 살 언니와 여섯 살 여동생, 11살 나이차 늦둥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지는 엄마가 재혼해서 낳은 동생이다. 엄마는 이서와 차를 같이 타고 가다 음주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로 죽었다. 이서는 그날의 진실을 가슴 깊이 묻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사랑받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서!


"이서야, 우리 더 행복해지자."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야. 행복하려고 웃는 거지."

 


 

 

엄마, 남수하. 또 다른 주인공 수하네 가족 구성원이다.

열일곱 살 수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축구 선수였다. 그 사람한테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행복했다.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니야. 안 돼. 싫어!"


 

 




 

이 소설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끔찍한 사고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과 쾌락 그리고 '돈'이 응축된 비극이었다. 자신의 위용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탐욕은 어떤 짓이든 서슴지 않게 만들었다. 이 소설의 괴물은, 악마는 그렇게 탄생하였다.

 

소설 중반에 등장하는 악마에 관한 서사는 우리에게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폭풍이 쫓아오는 밤】 에 등장하는 악마는 과연 누구인가? 죄를 지은 자만을 벌한다는 악마의 이야기 앞에서 우리는 떳떳할 수 있는가? 세상에 태어나 못된 마음을 품거나 나쁜 말을 하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다 확신할 수 있을 만큼 결백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심술궂게 굴어야지가 아니더라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삶이다. 죄가 있다, 없다는 판단과 진위 여부는 누가 하는가? 그렇기에 악마는 죄인만 벌한다는 말은 사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더 큰 공포와 불안을 야기했고, 그 결말은 처참했다.

이런 이야기를 업은 악마를 탐하는 자와 허영과 돈을 좇아 악마를 돌보는 자가 불러온 재앙은 그 옛날 오지 마을을 집어삼킨 것처럼 이서네 가족이 모처럼 떠난 가족여행 장소인 하늘뫼 수련원을 송두리째 헤집었다.

 


 

신이서 & 남수하

이제 열일곱 살인 이 아이들은 마음에 큰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가족, 가족이기에 서로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울타리가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이지만, 피로 연결된 끈끈함이 풀리지 않는 족쇄가 되어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서와 수하는 사랑하는 가족과 사랑받고픈 가족, 결국 가족 때문에 힘들어한다.

엄마의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서는 감정이 흐르지 못하게 동여맨다. 꽉 막힌 마음이 답답하고 자신이 감당하기 버거워질 때쯤 달린다. 세상의 눈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공격적이고 전투적으로 뛰는 것이다. 뒤쫓아오는 상대를 내팽개치고,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꿰뚫고 나아가는 질주.

우연히 이서의 질주를 보게 된 수하는 이서에게 마음이 쓰인다. 한때 힘차게 필드를 누비던 자신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이서의 팔에 있는 상처 그리고 이서 그 아이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족 여행을 온 이서와 교회 수련회를 온 수하.

둘 다 '하늘뫼 수련원'에 오고 싶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어긋나게 하기 싫었다. 그리고 죄를 지은 사람만 벌한다는 괴물을 만났다. 아무렇지도 않게 괴물, 악마의 정체를 떠벌이는 박 사장과 함께 괴물을 잡기로 한다.

벌받아야 되는데 벌 안 받고 있는 그런 사람

 


이서를 괴롭히던 죄책감, 죄의식

수하를 괴롭히던 두려움

괴물을 잡으려는 두 아이는 그 고통과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그 사람처럼 될까 봐 두려웠던 수하는 계속 엄마 뒤에 숨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이서와 함께 괴물과 싸우게 되면서 자신을 시험하고자 한다. 눈앞의 누군가에게 분노를 퍼붓기보다, 눈앞의 누군가를 돕는 게 먼저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부터.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야 한다.

 


지독한 집착, 악의로 이서를 찾는 괴물의 모습에서 자각을 하게 된 이서는 괴물을 똑바로 마주한다. 괴물은 그날 엄마가 기억하는 이서의 마지막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피하지 않았다. 분명 끔찍하고 상처 입었을 텐데 엄마는 이서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서를 마주 보려 했다. 꾹꾹 빗장으로 잠가뒀던 방 속 마음들을 엄마에게 다 쏟아내버리고 고개를 돌려버린 이서를 마주 보려 했었다. 이서는 엄마 대신 괴물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 난 그만 달릴 거야."

"다시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거야. 나도 웃을 거야."

"웃고 싶어."

 



 

 

 소설Y 대본집 #06 <폭풍이 쫓아오는 밤> 

 

 

목숨을 건 긴박한 추격전에 덩달아 숨이 가빠지고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괴물 자체보다 그 괴물을 '밥'이라 표현한 회장 같은 인간의 암흑 같은 욕망이 악마라 불러야 할 것이다. 불공정한 세상 속 악마의 유희를 위한 공간에 발을 잘못 디딘 이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 행복해지고자 괴물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였다.

 

다시 가족을 잃는 것보다는 내가 죽는 게 낫다는 피맺힌 절규 같은 이서의 말에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통감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결코 엄마가 원하는 바가 아닐 테다. 수하는 주위의 우려와는 다르게 그 사람과 동류일까 봐 두려워하고 외면하기만 했다. 괴물에게 쫓기는 끔찍한 상황에 처했지만, 이서도 수하도 상처를 딛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서와 수하, 이렇게 둘이 함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주 대신 마법의 힘을 믿기 시작한 이서와 다시 축구를 시작한 수하.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오늘, 다시 만난 그들의 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한순간에 읽히는 소설, 한편의 영화처럼 오감으로 와닿는  소설Y 대본집 #06 <폭풍이 쫓아오는 밤> 

조그마한 의심도 놓치지 않고 균열을 부르는 저주 대신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소설이다.

"우리 더 행복해지자."

 

소설Y클럽 5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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