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동물 구조단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1
권은정 지음, 장아진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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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동물 구조단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1

 


드디어!!! 고래책빵 출판사에서 <고학년 문고> 시리즈가 출시되었어요. 그동안 따뜻한 감성과 훈훈한 정서 가득한 고래책빵 책들을 읽고 자란 어린이 독자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그 힘찬 도약을 응원합니다. 

 


<고학년 문고> 시리즈 첫 번째 책은 권은정 작가의 글과 장아진 작가의 그림으로 꾸려진 『방과후 동물 구조단』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아끼고 보살피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어요. 반려견, 반려묘, 반려조… 주위를 둘러보면 다양한 반려동물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또 집에서 기르지 않더라도 동물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아요.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다정한 세상을 떠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아니에요. 또 사람들이 모든 동물을 소중히 여기는 것도 아니죠.

 

야생의 습성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동물, 야생 동물은 친숙하지 않아 낯설지만, 분명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귀한 생명이랍니다. 방과후 동물 구조단은 위험에 처한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이야기예요. 우리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 동물인 백로, 제비, 고라니, 오리 등을 직접 구조하는 친구들이 주인공인 멋진 책이에요.

 


"우리가 직접 동물을 구조한다고요?"

 


동물을 사랑하는 보민이는 학교에서 만난 길고양이가 배고플까 봐 먹이를 챙겨다 줘요. 하지만 길고양이가 마음을 열지 않아 속상해요. 쉬는 시간에 고양이를 찾아간 곳에서 며칠 전 전학 온 준우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요. 길고양이가 준우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 부럽기까지 하죠. 준우는 그런 보민이에게 먹이로 아무거나 주면 안 된다고 타박을 하네요. 고양이가 배탈이 났다며 야생동물 병원으로 오라고 말했다는 준우가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보민이에요.

 

우연히 백로를 구조하는 준우를 도와주게 된 보민이는 준우 삼촌이 운영하는 야생동물 병원을 알게 되었어요. 보민이는 야생동물 병원 일을 적극적으로 돕게 되고, 준우와 같이 야생동물구조 대원으로서 책임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방과후 동물 구조단』은 야생동물에 대한 환기뿐만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을 떠올려 보게 해주네요.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곁을 지켜보는 준우와 보민이의 책임감, 사랑이 무관심했던 주위를 변화시켜가는 과정이 훈훈하게 그려져요.

 


"사랑받으면서 미움받는 거야."

 


준우는 특별한 능력 때문에 괴로웠는데 보민이 덕분에 용기를 얻었어요. 자신의 능력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마음을 걱정해 주는 보민이의 온기에 닫았던 마음의 문을 다시 세상을 향해 열게 되죠.


 

"처음으로 친구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

캄캄한 터널 끝에 반딧불이 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준우와 보민이가 야생동물구조 대원이 되어서 직접 구조하는 이야기들이 현실감 넘치게 그려져 독자들에게 그 마음이 생생하게 전해져요. 새끼 고라니를 구조하고 돌봐주고, 흰뺨검둥오리 가족들을 강으로 안전하게 이사시켜주고, 학교 급식소 유리창에 버드 세이버 활동까지 함께 하다 보면 어느새 독자인 우리의 마음에서도 야생동물에 대한 애정이 샘솟게 될 거예요.


 


 


야생동물과 구조대원 친구들을 사랑스럽게 담아낸 장아진 작가의 그림들을 통해 무섭고 두렵게만 느꼈던 야생의 생명들에게 한걸음 다가설 수 있는 용기도 생길 거예요.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귀히 여기고 같이 살아가고자 배려하는 마음을 잘 그려낸 『방과후 동물 구조단』을 통해 공존의 씨앗을 널리 퍼트리면 좋겠어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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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안지은 지음 / 콜라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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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화, 어린이들을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를 뜻한다. 어린 시절에 읽은 전래 동화, 명작 동화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교훈적인 내용들이다. 아름다운 삽화와 동화의 여운을 즐기며 성인이 된 이후 알게 된 동화의 원작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잔혹 동화로 인간의 내면과 조우하게 된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동화 속에 투영된 인간의 수많은 욕망과 욕구를 마주한 불편함과 껄끄러움 너머 어느 언저리에서 호기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 욕망을 화두로 동화를 분석한 책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를 만났다.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안지은 글·그림/콜라보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속 인물들을 '욕망'이라는 필터를 거쳐 살펴보자 안지은 저자의 말처럼 동화 속 인물들은 '욕망'을 쉽게 드러내고 있어 흥미로우면서도 입체적이고 매혹적이다. 그들의 욕망을 읽어내고 분석하면서 내디딘 걸음이 미처 몰랐던 아니 외면해야만 했던 내밀한 욕망을 깨울지도 모를 묘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사랑, 인간 본성, 관계, 성장

크게 4가지 부문으로 나누어 총 12편의 동화 속 욕망을 살펴보고 있다.

 

 


 

사랑에 관한 동화 '신데렐라', '인어공주', '엄지 아가씨' 중 '인어공주'에 내용이 흥미로웠다. 사랑하는 왕자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물거품이 되는 사랑의 화신으로 그려졌던 '인어공주' 대신 인간만이 가지는 '영혼'을 얻기 위한 염원이 강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

"영혼을 얻기 위해서라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공주는 인간의 행복과 불멸의 영혼에 대한 환상에 잠겼다.

 

 

각색되고 순화된 동화를 거슬러 올라 원작을 찾고, 그 안에 응집된 욕망을 읽어내는 작업을 통해 재탄생한 동화를 만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마법'처럼 느껴졌다. 안지은 저자는 동화마다 인터뷰 형식으로 인물의 성격을 더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인어공주의 마녀 인터뷰 한 대목을 기억하고자 한다.

"나를 찾아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욕망에 눈이 멀어 있지.

바라던 것을 얻은 뒤에 따라올 절망에 대해선 누구도 상상하려 들지 않거든."

 

 


 

 


이렇게 욕망을 쫓아 해석하다 보니 인물의 입장과 기분을 상세히 이해하게 되었다. 선악의 캐릭터를 극대화, 단순화하여 표현된 고전 속 순애보 '인어공주'와는 달리 욕망에 집중한 적극적인 '인어공주'를 재발견하게 되었다.

 

 

인간 본성에 관한 동화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 '알라딘' 중 '헨젤과 그레텔' 동화에 관한 분석이 가슴을 저미었다.

 

《헨젤과 그레텔》은 설정이 비극 그 자체이다. 가난과 굶주림 때문에 아이들을 버리는 부모와 버릴 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마녀에게 탈출했지만 자신들을 버린 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잔혹한 현실에 고통스러웠다.

 

약자를 희생시켜 살아남고 싶은 욕망, 굶주림에 굴복하여 천륜을 저버리는 동화 속 '엄마'라는 인물을 '새엄마'로 바꿔야만 했다는 뒷이야기는 씁쓸하고도 처참한 기분을 안겨준다.

 

너라면 조금 달랐을 것 같아?

이 질문에 대한 답만은 즉답을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 달랐을 거야. 다를 거야. 달라야만 해." 내가 나에게 거는 필사의 각오같이 되뇌어보았다.

 

 

내가 다 자랄 때까지 버리지 말아 주세요, 두 아이의 욕망은 끝내 이루어지 않았다. 지독히도 어두운 밤, 검은 숲에서 슬픔과 두려움의 시간을 보내면서 헨젤과 그레텔 남매는 더 이상 아이로 남아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끝났다!

 

 

관계에 관한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완두콩 다섯 알', '미녀와 야수' 중 낯선 '완두콩 다섯 알' 동화가 스며들었다.

 

다른 동화에 비해 친숙도가 낮은 《완두콩 다섯 알》 동화는 가난과 병 앞에서 엄마와 딸의 욕망이 부딪치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색다르게 한 소년의 새총 탄알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된 완두콩 다섯 알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정해진 대로 되겠지."라고 중얼거리던 막내 완두콩이 모녀가 사는 다락방 창문 틈에 떨어져 싹을 틔우게 된 것이다. 싹을 틔운 완두콩은 꽃을 피우게 되고, 그 꽃은 소녀와 엄마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부디 정해진 운명이라면 더 나은 삶이길 욕망한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뿌려진 완두콩이 틔운 싹을 보고 소녀는 고통스러운 병이 나아 건강한 삶을 다시 누릴 희망을 키운다. 막내 완두콩의 말처럼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똑같은 완두콩 싹을 보고 기적을 꿈꾼 이는 소녀뿐이었으니 정해졌다 하더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기적은 소녀의 간절한 욕망으로 발현된 것이리라.

 


 

 

성장에 관한 동화 '피노키오', '잠자는 숲속의 공주', '피터팬' 중 '피노키오' 동화에서 상반되는 부모와 자식의 역할 갈등에 집중하였다.

 

어른을 위해 쓰인 이 작품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아져 어린이 동화로 연재되었다고 한다.

쉽고 즐겁게 살고 싶은 어린이의 욕망과 말 잘 듣는 자식으로 자라주길 바라는 부모의 욕망이 대립하는 모험 이야기다. 안지은 저자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인형 이야기가 아닌 제대로 살려고 하다 보니 인간이 되었다는 한 인형의 유쾌한 모험담 같다고 말한다.

 

 

"너희들 재밌게 놀았잖아, 이제 그 값을 해야지."

"진짜 소년이 되고 싶어요."

"이제 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지."

 

 

인간이 되고픈 나무 인형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게 되니 피노키오를 이해하는 폭과 깊이가 달라지게 되었다. 인간이 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진짜가 되고 싶었던 피노키오의 노력을 보게 되었다.

피노키오를 바른길로 인도하려다 죽임을 당한 귀뚜라미는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피노키오가 인간이 되었다는 건 이제 거짓말을 해도 티가 나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죠."

 

 

어린 시절 동경하고 흠모하던 왕자와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인간 군상의 욕망 집합체로 접근한 동화 읽기는 참신하고 매혹적이었다. '나이기를, 나였다면' 대입해 보면서 그들의 욕망을 따라가보는 색다른 해석을 통해 동화 속 인물이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다가왔다. 안지은 저자가 제시한 그만의 결말은 잔인하기도, 다정하기도, 씁쓸하기도 하였다. 그가 제시한 결말과 내가 바라는 결말은 같을 때도, 다를 때도 있었다. 이렇듯 욕망은 주인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니 그 점이 또 매력이다.

 

그리고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책은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만으로도 독자를 휘어잡는 작품이다. 고혹스러운 그림체에 시선이 저절로 가고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수록된 동화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밤의 동화, 행간에 숨겨진 맥락을 훑어가며 차분히 읽어내려가면 어떨까. 어두컴컴한 밤, 기나긴 시간을 진득한 욕망으로 채워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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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돕는 여자들
이혜미 지음 / 부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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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싸우고 ◆ 다정하게 빛나는 여자를 돕는 여자들

- 이혜미 인터뷰집

여자를 돕는 여자들/ 이혜미 인터뷰집/ 부키출판 



 

최근에 읽은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홍칼리 인터뷰집, 한겨레출판, 2022.11.30)」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접하는 인터뷰집이다. '연대와 공존'을 말하는 인터뷰이들의 목소리가 교차하면서 그 울림의 강도가 세졌다.

 

인터뷰어 이혜미 기자는 현재 한국일보에서 여성젠더페미니즘을 다루는 뉴스레터 '허스펙티브'를 보내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인터뷰는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여자를 돕는 여자들』,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균열을 내고 영토를 넓힘으로써 궁극적으로 다른 여성들에게 더 넓은 길을 열어 준 개척자 여성들을 조명하고자 붙여진 제목이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 아니면 언제?

If not me, who? If not now, when?"

- 엠마 왓슨

 

 

젠더뿐만 아니라 소수자, 약자를 향한 차별, 분노, 혐오까지 자신과 주변의 상처와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존재하고' '버티고' '발언함'으로써 경직된 세상을 균열 내고 있는 여성들, 9명의 인터뷰이를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들의 궤적과 나의 궤적이 겹치는 곳을 발견하고는 놀라기도 하였다. '이런 순간이 나에게도 있었지.' 공감되면서도 씁쓸하고 미안함이 밀려오는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여러분도 '무조건' 할 수 있습니다

- 콘텐츠 플랫폼 '뉴닉' 대표 김소연

 

'능력주의'로 공정을 말하는 기득권을 향해 일침을 던지며 '능력주의'의 이면과 '능력'이라고 이름 붙은 스킬의 집합체가 포괄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의 존재를 이야기했다.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접두어가 붙는 순간 본질보다는 한계와 선이 그어지는 듯한 상황에서 이를 넘어서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또 '여성'에 국한되지 않고 대부분의 사회 담론과 운동에 따라오는 일반적인 사회적 인식의 한계를 말하고 있다.

정보기술 분야의 여성 창업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가 진짜 잘해서, 누군가가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김소연 대표의 단단함이 전해져 왔다.

 

 

자신을 믿고 가세요

함께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논픽션 작가 하미나 · 과학기술학자 임소연

 

과학 안에서 여성의 영토를 넓히고 있는, 과학기술여성연구그룹의 공동설립자 하미나, 임소연의 이야기다.

과학기술학은 하나의 과학기술이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적용되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바라보면서 세상은 미처 알지 못했던 '빈틈'을 찾게 된다. 인종·젠더 다양성을 전제하지 않은 과학기술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설명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배제하는지.

성형수술을 주된 연구 주제로 삼은 임소연과 여성 우울증을 탐구한 하미나는 이런 과학기술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돌베개, 2022.11.11)」을 출간한 임소연 과학기술학자를 이렇게 지면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차별적인 상황을 만났을 때 흔히 취하는 선택 중 하나가 '내가 더 잘하면 되겠지'라고 마음먹는 거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선택이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이 해결해야 될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들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목소리가 덩어리지면 권력이 생겨요.

 

 

누구도 내 영혼에 손톱만큼의 균열도 낼 수 없어요

-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나임윤경

 


 

인터뷰들 중 가장 와닿은 인터뷰였다. 지향점, 가치관 그리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그의 삶은 너무나 당당하고 눈부셨다.

 

"성평등을 위해 타자와의 공존을,

20, 30대 구성원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와 비전,

그리고 맥락을 고려하시겠다고 했던

첫 만남을 기억합니다. (…)

일상과 관계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셨던

그 시간을 기억하겠습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퇴임 자리에서 받은 감사패 문구이다. 성평등, 일상과 관계의 민주화. 개인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로 생활하는 사회를 향한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재임 시 직접 원고를 쓰고 목소리 출연을 한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라는 제목의 6분짜리 교육 영상이 화제의 중심에 섰었다.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호도한다'라고 의도적 곡해와 저급한 주장으로 본질을 훼손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는 더 쉽게, 누구나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게 성평등 언어를 다듬어 나갈 것이라 다짐하게 된다. '절대적 위치'란 없으며 어느 누구나 상대적으로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우리의 시민적 의무를 말하고 있는, 중요한 본질을 너무나 쉽게 부숴버리는, 의도된 행위에 집중하고 달궈지면서 심해지는 젠더 갈등, 혐오가 더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공존과 연대, 배려를 말하고 이끌어내는 데도 시간이 너무 부족한 데...

 

젊은 여성들 내 '자기 계발 서사'에 대한 나임윤경 교수의 상상력에 온마음이 갔다.

"고등교육의 수혜를 받은 여성으로 자신을 정체화한다면,

한 사회에서 그런 엘리트들이 할 일은 탑을 쌓는 게 아니라 대청마루 같은 평상을 까는 것이어야 한다."

그의 삶이 보여주고 있기에 후배 여성들에게 더 진실되고 묵직하게 와닿는 말이 아닐까. 다같이 편히 여유있게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청마루, 떠올려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임윤경의 '사회문제와 공정' 교과목의 강의 계획서

류호정의 악플 전시회

서한나의 여성들을 위한 사회주택

김은희의 민사소송 판결문

 

이 책을 통해 만난 이들은 연대와 연결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신이 먼저 나섰더라면 다른 이가 겪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후회와 반성을 딛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내딛는 걸음에 매번 더 큰 무게를 싣는다. 함께 살아남기를 바라고 나를 위한 용기와 결국에는 다른 이를 위한 희망이 되는 내일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희생자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라는 한승희 글로벌리더쉽컨설팅 대표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과 팁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가는 길이라 서로에게 다정한 길이 되지 않을까.

 

 

"야, 아무것도 아니야." 힘겨운 지금을 사는 여자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주는 곁이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이 책으로 다시 일어서 버티는 이들이 보인다.

현상을 바라보는 데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경제적 이득이 아닌 사람 특히 약자에 대한 배려를 우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나' '개인'이 뚜렷해진 세상에서 '우리' '동료'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세상을 그리는 이들이 있어서 힘이 난다. 경직된 사회, 단단한 차별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은 '우리'를 말하는 이들의 응집된 힘과 목소리일 것이다.

 

당신을 도운 여자는 누구인가요? 인터뷰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각자 고민해 보자. 그리고 이런 질문이 필요없는 그날을 그려본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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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독서법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9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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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우리에게 희망의 시간을 전해주는 김선영 작가를 소설집 『바람의 독서법』으로 다시 만났다. '시간과 바람'의 공통분모로 다가온 이 책은 다섯 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 바깥은 준비됐어

- 바람의 독서법

- 흔들리는 난타

- 나는 잘 지내

- 중독

 


김선영 작가는 세간에서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 '미완의 시기'라 칭하는 '청소년기'를 오늘을 살아가는 순간으로,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며 특유의 담담한 문체로 그려나간다.

 

"자랄 때마다 가지를 넓혀 가는 건 나무나 사람이나 똑같지 않니?" (바깥은 준비됐어, p18) 소설 속 글처럼 자신이 느끼든 못하든 하루하루 시간은 흐르고 그 하루를 자양분 삼아 자라고 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사람의 나이테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제각각 다른 모양일 것이다. 같은 나이의 묘목들이 다른 굵기와 높이로 자라듯 같은 나이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넓어지는 가지의 마디를 느끼는 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전해지는 소설이다.

 

배움의 터전인 학교, 하지만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한 이곳에서 배우고 성장할 뿐 아니라 성적과 다양한 능력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채워나가야 하는 중압감에 짓눌리기도 한다. 그리고 어울리는 무리들이 형성되고, 그 안에서 미묘한 신경전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의도의 유무를 떠나 불필요한 긴장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바깥은 준비됐어 

집에서 멀고 원하지 않았지만 배정된 귀족학교에 유일하게 아는 얼굴인 '오유라'였다. 어린 시절 큰 상처를 준 아니 주었다 믿은 존재. 그래서 학교에 가지 않았다.

인서는 엄마의 추천으로 '쉼·숨·숲'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비둘기 알을 고양이에게서 보호하려고 보초를 서고 그림을 그리면서 깊숙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림의 힘. 글처럼 그림에도 그린이가 묻어난다. 엄마를 동굴로 숨어드는 박쥐로, 자신을 구덩이에서 환하고 활기찬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쥐로 그린 인서는 이제서야 밖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단단한 무언가가 생긴 듯하다. 가지가 뻗어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생명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셀지도 모른다. 겁먹지 말자."


 

 


 바람의 독서법 

표제작인 이 단편은 참 흥미로웠다. 영재인 형이 엄마의 모든 관심을 독차지하게 되면서 자유를 만끽하게 된 강우는 이를 지키기 위해 어중간한 삶을 선택한다.

바람을 타고 세상 구석구석에 말씀을 전하고자 하는 희원. 사원 앞의 타르초, 초원의 룽다에 기록된 경전의 말씀이 바람을 타고 멀리 있는, 글자를 모르는 중생들에게 전해질 거라는 바람과 믿음이다. 이런 강한 염원을 담은 바람이 강우에게 머물렀다는 설정이 신선했다.

강우는 형 때문에 어중간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 바람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흔들리는 난타 

"언제까지 그렇게 어리광 부리며 살래? 이제 엄살 그만 떨 때도 되지 않았니?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진지하게 생각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정말 소중한 건, 네 주변이 아니라 바로 너야, 알겠니?"

'말'을 주제로 그린 채원의 그림을 유심히 본 미술 선생님이 표창처럼 던진 날카로운 말들이 꽂힌 후 달라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변화는 분명 어렵다. 하지만 그림과 난타, 채원이가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생겼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나에 대한 예의가 어떤 건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나는 잘 지내 

예뻤던 언니가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언니를 지키기 위해 매일 마중 나갔던 엄마는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했다. 생기를 잃은 언니의 모습은 동생이 결혼하고 엄마가 되어서도 짊어져야 하는 슬픔과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딸을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엄마에게 딸이 말한다.

"엄마, 걱정하지 마. 나는 절대로 이모처럼 되지 않아."

"이모 잘못이 아니잖아. 그냥 사고 같은 거 아니야? 교통사고 같은."

 

 

 중독 

"유일한 사치?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낭만 같은 거. 사는 데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게 없으면 건조해서 견딜 수 없는 데,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

쓰다듬고 보듬던 수집품이 홍수로 사라졌지만, 미련이나 아쉬움이 없는 듯한 엄마에게 "엄마한테 수집품은 뭐였어?"라고 물었다. 엄마의 손길을 받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손'에 대한 집착과 중독은 낭만일까? 스스로에게 묻는 나는 답을 이미 알고 있다.

 


 

『바람의 독서법』 단편들 속에서 여러 엄마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엄마이기에 더 크고 뚜렷이 다가오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사랑이 없다 할 수 없지만 미처 닿지 않거나 어그러진 모양새로 숨을 조이는 폭력이 될 수 있어 마음이 저미었다.

직장에서 갈등을 겪고 사표라는 큰 결단을 내리는 엄마, 영재 아들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통제해 은둔에 들어가게 만든 엄마, 가부장적인 남편에 반항하듯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다 애인을 만든 엄마, 예쁜 언니의 끔찍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늘 불안해 딸에게 집착하는 엄마, 한결같은 태도와 거리로 자식을 대해 오히려 손길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엄마.

 

소설집 주인공들은 이런 엄마와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불협화음과 오해로 가장 소중한 존재인 자신을 소홀히 하거나 돌보지 않는다. 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집착하여 비밀을 만든다.

 

 "새순들은 방금보다 조금 더 펴져 있을 것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변화한 주체인  흔들리는 난타의 채원이처럼 진실되게 표현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시작일 것이다. 주변이 싫어 놓아버린 게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한 채원이는 빛나는 생명력을 뽐냈다.

 

 

"지금 뭐 하는 거니?"

 

바람에 담긴 누군가의 간절한 기원이 잠시 머물다 가는, 놀라운 경험을 하듯 바람을 쐬고 잠시 생각에 잠겨보길 바란다. 오늘, 나는 나로 살았는지.

 

나의, 너의, 우리의 하루가 채워져가는 과정이 어떤 모습이든 아름다울 거라 믿는 소설 『바람의 독서법』으로 우리 집 십 대들에게 다정한 격려를 전해야겠다.

스스로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생명의 강인함으로 오늘을 바로 서기를 응원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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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는 왜 왔니?
임유섬.권혜원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2년 12월
평점 :
절판


임유섬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와 권혜원 작가의 공저 지구에는 왜 왔니?

사제지간인 두 사람은 임유섬 작가의 동명 시나리오를 함께 각색하여 이토록 사랑스럽고 독특한 소설로 재탄생시켰다. 장항준 영화감독의 귀여운 추천사처럼 젊은 세대의 감각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나보다 더 귀여운, 신이 내린 꿀소설!"

지구에는 왜 왔니? / 임유섬 & 권혜원 / 페퍼민트오리지널


 

 

 

소설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지구의 창조주이자 우주신인 안드로메다 황제는 인간을 없애기 위한 작전을 세웠다. 인간들이 자신들의 편리함을 쫓다 은하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성을 쓰레기로 뒤덮었기 때문이다.

인간을 상대로 바이러스를 퍼트렸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황제는 고민 끝에 묘안을 냈다.

 

인간의 생식능력을 없애자!

 

참으로 무서운 작전이었다. 이 임무를 위해 자신이 아끼고 아끼는 막내딸 수정 공주를 지구로, 한국으로 파견하기로 결정한다. 과연 수정 공주는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고 수호신이 될 수 있을까?

 

 

병구가 외계인이 지구를 멸망시키려고 한다고 의심하는 설정이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영화가 떠오르게 한다. 블랙 코미디 영화로 사회고발의 매운맛을 참신한 발상으로 잘 엮어낸 수작이다. 병구, 순이, 안드로메다 행성, 외계인, 지구인 실험 등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영화와 소설은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다.

 

 

소설 지구에는 왜 왔니?는 착하고 따뜻하며 웃기고 황당하며 순수한 로맨스 SF물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던 안드로메다 공주(수정)가 임무의 유일한 난관인 지구인 남자(진석)를 분석하기 위해 연애를 하기 위한 고군분투도, 시작했지만 순탄치 않은 연애도 왠지 모르게 절로 응원하게 된다.

읽다 보면 지구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수정과 진석 두 사람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에 스르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수정 - 진석 커플뿐만 아니라 미자 - 병구 커플 그리고 보람 - 꽃거지 커플이 뿜어내는 연애 에너지가 예사롭지 않다.

 

 


 

 

 

소설 지구에는 왜 왔니?는 판타지 코미디물이다. 특히 젊은 두 작가의 조합답게 위트 넘치는 대사가 돋보인다. 사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언어세상 속에서 어리둥절하고 당황스러웠다. 젊은 세대의 언어는 이런 것인가 싶어 신기하기도 했다. 미자가 투척하는 지난 유행어와 애교 그리고 수정이가 사용하는 외계어, 보람이의 듣도 보도 못한 맞춤법까지.

 

수정이 미자에게 뽀뽀를 물어보자 미자가 설명하는 중 "다들 목숨 걸고 해요."라는 신통방통한 표현이나 생식능력이 원래 없는 사람으로 헬스장 관장과 장어구이 집 사장을 지목한 부분 등 고정관념을 부수는 기지가 읽는 재미를 키운다.

 

 

소설 지구에는 왜 왔니?는 평범함을 거부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지구를 걱정하고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개념 어린 행보를 그려내고 있다. 그 걸음에 함께 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어여쁜 소설이다.

극 중 자학적 개그 코드로 동행인들을 웃기지만,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몸집만큼 큰 춘혁, 지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외계인을 추적하는 끈기를 보여준 병구, 병구의 말에 죽기 살기로 나무를 심는 연구원 순이, 꽃거지에게 흔들렸지만 내심 진석이가 잡아주길 바랐고 자신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거라 믿는 보라까지 모두 기억에 남는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이었다.

크게 보면 편하고자 지구를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는 인류가 빌런이지만, 정말 싫은 인간이 하나 있다 사라졌다. 바로 병구의 상사 국정원 팀장이다. 병구를 대하는 태도, 행동 하나하나 능글차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2022년 ARKO 크라우드펀딩 매칭지원사업(창작역량 강화부문) 선정작

미디어콘텐츠 기업 (주)페퍼민트앤컴퍼니 출판브랜드 페퍼민트오리지널

글로벌 SF 판타지 시리즈 두 번째 프로젝트

 

많은 타이틀을 달고 세상에 나온 상상초월 SF 소설 지구에는 왜 왔니?를 만나서 우리들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잊혀왔던 착한 사랑의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기를 바란다.

 

쾅~!

 

마지막 한 글자에 가슴이 철렁해졌던 나처럼 많은 이들이 지구의 미래를 그려보고 자신이 원하는 지구와 현재의 지구를 겹쳐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에 담긴 간절한 메시지가 울림이 되어 지구를,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치유와 연대를 그려본다.

 

여러분은 지구에 왜 오셨나요?

지금 사랑하고 계신가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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