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나는 청와대에서 일할 거야! job? 시리즈 35
박용찬 지음, 정종석 그림, 김은경 감수 / 국일아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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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시대에 우리 아이들은 다양한 직업군 세계를 접하고 알아가면서 미래의 자신을 꿈꾸게 된다. 학교 안팎에서 진로체험, 현장체험을 하면서 진지하게 직업을, 꿈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체험을 통해 직업의 면면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체험 외 어떤 방법이 있을까? 국일아이에서 야심 차게 선보이고 있는 시리즈 직업체험 학습만화 <Job?> 활용을 권하고 싶다. '학습만화'라는 타이틀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으나, 표지를 넘겨 읽기 시작하면 짜임새 있는 구성과 알찬 내용 그리고 탁월한 스토리텔링에 어느새 빠져들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조사하면 '대통령'을 쓴 친구들이 반에 몇 명이 있을 정도로 대중적? 인 직업이었다.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하고 꿈꾸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겠지만, 그만큼 대통령에 대한 인상이 국민들에게 강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요즘 장래희망 순위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job?> 35권 나는 청와대에서 일할 거야! 

이 책을 통해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보는, 의미 있는 활동으로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생길 독자를 상상해 본다.

 

 

job? 나는 청와대에서 일할 거야!/ 박용찬 글/국일아이



 

'대통령'이 꿈인 초등 5학년 태우는 반장 선거에서 매번 떨어져 의기소침해한다. 이런 태우를 위해 의전비서관인 이모는 청와대 견학을 제안하였다. 태우는 반 친구들과 같이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배우게 된다.

 

태우는 '대통령'이 꿈이지만,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는 모른다. 또 반장 선거에 매번 나가지만 의욕만 앞설 뿐 친구들의 표를 얻기에는 부족하다. 이런 태우를 통해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과 자세 그리고 역할과 권한까지 어린이 독자 눈높이에 맞게, 참신하게,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 매끄럽다.

 



 

자연스럽게 핵심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이 눈에 띈다.

태우가 반장 선거에서 내건 공약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태우를 제외한 친구들은 다 아는데 태우만 모르는 비밀 아닌 비밀은 바로 공약의 신뢰성이다. 태우는 허울좋은 공약만을 내세우고, 그 이후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이 공약은 약속으로, 특히 대통령이 국민과 한 약속인 공약은 꼭 지켜야 한다고 바로잡아준다.

대통령이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믿은 태우가 청와대 견학을 계기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자연스레 우리도 깨우치게 된다.

 

 

 

 

'청와대' 견학이 시설을 둘러보고 용도를 알아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역할극을 해봄으로써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직책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태우와 서희, 영록, 승훈 모두 각자 맡은 직책에 진지하게 임하여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민을 위한 해결책을 찾고자 함께 고민하고 토의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교육현장에서 진로 체험으로 이런 역할극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학년제 융합 프로젝트 수업 시 적용하면 효과적이고 유용하지 않을까.

 


 


이 책에는 대통령과 청와대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청와대 구조와 대통령 산하 조직과 정부 조직에 대해 전반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 책이다.


 


 


책 곳곳에 박스로 주요 설명을 정리해 주고, 정보 더하기 코너로 확장된 내용을 알기 쉽게 소개해 준다. 그리고 미래 직업 체험 워크북이 특별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어서 글의 내용을 다채로운 형식의 문제들을 재밌게 풀어가다 보면 절로 갈무리가 된다.


 

 

 


 <job?> 35권 나는 청와대에서 일할 거야! 

'푸른 기와집' 청와대 하면 떠오르는 '대통령'외에도 비서실장, 정책실장, 민정수석, 국민소통수석, 시민사회수석, 경호실장 등 많은 이들이 대통령을 도와 국민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자신의 역량과 자질에 맞는 직업을 찾고자 오늘도 고민하고 있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어줄 것이다. 태우처럼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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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키드의 생애 - 테이프는 사라져도 좋아하는 마음은 어디 갈 줄을 모르고
정율리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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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는 사라져도

좋아하는 마음은

어디 갈 줄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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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에 마음이 흔들렸다. 어린 시절 비디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사해 주는 친구였다. 하교 후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비디오를 빌려 따뜻한 방에서 감상한 후, 해 질 무렵 우리끼리 준비한 밥상에 둘러앉거나 친구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밥상에 숟가락을 얹었었다. 나에게 비디오는 영화 자체의 감흥만이 아니라 함께 한 이들의 숨을 기록한 선물이었다.

 

 

 

이렇게도 좋았던, 소중했던 비디오를 잊고 지내온 나에게 [비디오 키드의 생애]라는 책이 찾아왔다. 흡사 내 이야기가 할 정도로 빠져들어 읽었다. 지금은 모든 게 넘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라 '영화'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듯해서 서운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낯선 세계에 발을 내딛는 설렘 가득했던 그 시절을 소환할 수 있어 행복했다.

 

비슷한 연배라 그런지 비디오 플레이리스트가 겹쳐 공감 포인트가 많았다. 같은 비디오를 봤지만 언제, 누구와, 어디서 보았는지가 작용하는 힘이 큰지라 정율리 작가가 비디오마다 소환하는 친구와 추억 이야기들은 색다른 맛을 선사하였다. K, Y, H, E … 이니셜로 불리는 친구들,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이도 있지만 이제는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과 키워온 감성과 넓혀온 가치는 정율리 작가 인생의 나이테를 굵어지게 만들어주었다.

 

 

 

 

'비디오'라는 문을 통해 사회를 익히고 받아들인 정율리 작가의 서사는 이야기가 가지는 역동적이고 파급력 강한 힘을 보여주었다. '책'으로만이 아니라 '비디오'로도 우리는 이야기가 전하는 울림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비춰보고 생각에 잠기고 깨달음을, 감사함을, 행복을, 즐거움을 얻는다.

 


▶▶▶ 여러 해를 살며 행복이란 결국 찰나의 순간이자 그 순간 속의 자극임을 알게 됐다. 우리가 행복에 대해 무수히 떠드는 것에 비해 좀처럼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언제나 소리 없이 찾아왔다가 삶을 반추하는 와중에야 그 시절이 행복이었음을 깨닫기 때문이 아닐까. 몇 시, 몇 분, 몇 초에 등장할지 정확히 파악한 행복 앞에 우리는 자연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내 인생만큼은 처음 마주하는 신작 영화처럼 매번 낯선 장면이면 좋겠다. _마법의 황금티켓 중

 


인생의 묘미들을 담은 영화 이야기들도 인상적이지만, 기억에 남는 편들이 있다. <늙지 않는 사람> 속 배우 장국영 이야기와 <캡틴! 우리를 구해주세요> &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행운> 속 선생님 이야기 그리고 <언니들, 나 기억하죠?> 속 배우 이나영 이야기다.

 

중학 시절 우리를 매혹시킨 존재는 홍콩배우들, 특히 장국영과 4대 천황이었다. 장국영을 추억하는 글은 자그마한 브라운관 TV 속에서 빨간 여자 옷을 입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두지를 내 머릿속에서 깨어나게 했다. 그의 뺨을 타고 흘렀던 눈물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으니 그는 불멸이다.

 

카르페디엠. 캘리그래피 쓸 때나 여러 공예 작업 시 0순위로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격언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 캡틴 키팅을 현실에서는 만나지 못한 목마름을 그가 일깨워주고자 했던 가치와 신념을 잊지 않고자 되새김으로써 해소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배우 이나영은 <아는 여자>와 <네 멋대로 해라> 이 두 작품만으로 내 심장을 가져가버렸다. 취향이 비슷하다. 좋아하는 게 같다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벽을 와르르 부숴버린다. 괜스레 정율리 작가가 아는 사람처럼 친근해졌다.

 

 

 

 

비디오를 통해 몰랐거나 금지되었던 세계를 알아간다는 은밀한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사랑의 다채로운 면을 만나기도 하고, 영화 속 배역을 흠모하다 배우를 추앙하게 되기도 하는 비디오 키드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옛날에는 화면에 새겨진 'The End'가 끝인 줄 알았지만, 지금은 아니라 생각한다. 계속되는 이야기로 어느 날 불현듯 다시 찾아오는 이야기들이 있어 옛날의 나와 오늘의 나 그리고 더 훗날의 나를 그 안에서 만난다는 사실을 믿고 있다.

 

정율리 작가가 보내는 초대장

[비디오 키드의 생애]로 자신의 인생을 채웠던, 채운 무언가를 꺼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인생에서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 외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선사해 줄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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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발명된 신화 -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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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대인의 우수한 능력을 다루는 서사에 익숙하다. 핍박과 박해를 이기고 끝끝내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와 '이스라엘'을 건국한 민족이 중심 인식이다. 저자는 이스라엘을 둘러싼 이야기들 속 진실을 찾아가는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문제를 살펴봄으로써, 바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차별'과 '공정' 담론을 비추어보고자 한다.

기독교도가 유대인을 창조했고,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인을 창조했다. 정의길 저자는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에는 '우리'와 '저들'의 구분이 없는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유대인, 발명된 신화 /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저자는 진실이라 알려진 사실의 기둥을 하나씩 부숴가면서 '만들어진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신화'를 면밀히 톺아보고 있다.

 

시작은 이스라엘의 기원을 파헤치는 작업부터다. 이스라엘의 건국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성서'다. 성서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영향력을 줬다. 하지만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성서의 내용에 바탕을 둔 이스라엘의 기원설은 붕괴되었다. 하지만 대중의 의식, 특히 보수적 기독교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정설이다.

 

그렇다면 야훼 유일 신앙에 바탕한 유대교와 성서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고 진실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1943년 교황 비오 12세는 '성신의 영감'에서 성서 비평 허용하였다. 이를 기점으로 비판적 성서 연구는 폭넓게 수행되었고, 이는 성서의 역사성 부정하는 결과로 모아졌다. 성서 고대 이스라엘이 아니라 페르시아 헬레니즘 시대 때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추방, 유배, 유랑, 이산, 박해, 귀환.

유대인 하면 떠오르는 상징어들이며, 이스라엘 건국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의 근원으로 각인되었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에서 추방당해 지중해 전역으로 이산된 게 사실일까? 유대사를 근거를 들어 유대인의 추방은 자발적이며 기원 전후 지중해 세계 전역에서 유대교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은 이교를 믿던 현지인들의 개종이라 설명하고 있다.

 

유대인 공동체의 확산을 주제로 유대인을 혈통상 단일민족이라 보는 견해를 비판하고 있다. 유대인을 하나의 민족이라 가정한다면, 저자의 말대로 문화적 언어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 <베니스의 상인> 속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유대인이다. 서구 기독교 문명 세계에서 쓰인 [유대인 = 고리대금업자]라는 프레임에 대해 강요인지 선택인지 설득력 있게 접근하고 있다.

중세 말기에 유대인들이 스스로 요청하여 형성된 자치구역인 게토 그리고 유대인의 특수한 사회적 위치에 대한 서술은 자연스레 게토로 대변되는 멸시와 천대 속의 유대인과 신흥 중산층으로 발돋움한 궁중 유대인의 양극화를 수용하게 하였다.

 


 

이제 여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는 유대인 음모론의 최고봉 <시온 장로 의정서>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당시 유대인의 세계 지배 음모를 폭로하는 사실적 기록물로 받아들여져 반유대주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로 인해 박해가 심해지자 동유럽 유대인들은 서유럽과 미국으로 집단 이주를 하였다. 서유럽에서는 반유대주의가 격화되어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로 귀결되었다. 이는 또 유대인들에게 팔레스타인 땅으로 돌아가 유대인 국가를 세우자는 시오니즘을 촉발하게 되었다.

 

드디어 팔레스타인으로 귀환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현지 주민 사이의 대립과 갈등은 필연적 결과물이었다. 유대인이 기독교도에 맞서기 위해 정체성을 확립한 것처럼 팔레스타인 주민들도 이방에서 온 유대인이 새로운 집단으로 출현하자 그에 맞서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민족으로서의 자각이 그것이다.

 

점령하고 있던 영국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아랍 주민의 주장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팔레스타인 땅을 분할하여 두 국가 해법을 내놓았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유대인 국가는 수립되고 난민으로 쫓겨난 팔레스타인 민족의 독립 국가 수립은 좌절되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우경화되어 '유대 민족 국가 기본법'이 통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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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의 역사적 조국이며,

그들은 배타적 자결권을 지닌다.

"

 

 

정의길 저자를 따라 유대인의 신화를 살펴보았다. 유대인의 정체성은 과연 스스로 형성한 것인가 질문에 답을 구하고 있다. 그리고 배타적 민족주의에 의해 피해 받은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이 배타적 자결권을 주장하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차별'과 '공정'에 대한 진정한 해답을 우리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책이다. '우리'를 정의하기 위해 '저들'을 만들어내는 모순을 행하지 말자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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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허스토리 - 여성과학자 대백과 사전
애나 리저.레일라 맥닐 지음, 구정은 외 옮김 / 학고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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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허스토리>는 과학사에 숨겨진 여성의 이름을 찾아가는, 힘겹지만 벅찬 여정을 통해 오늘날을 살아가는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책이다.

 


사이언스 허스토리/애나 리저 & 레일라 맥닐 지음/학고재


 



 

<사이언스 허스토리>는 잊힌 여성과학자들을 수면 위로 올리는 목적 외에 여성과학자들에 대한 환기를 게을리한 반성 또한 담고 있어 더 눈길이 간다.

 


과학의 역사에서 여성들이 한 일이 누락된 것은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잊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억하는 것 또한 행위를 통해 이뤄진다. 증거가 폭넓게 존재할 때조차 자연의 연구에 여성들의 기여를 간과한 것은 태만함 때문이기도 하다. (17쪽)

 


약자로서 시대의 편견과 차별에 굴복하지 않고 개인적 명예를 넘어 여성 흑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권리를 확대하는데 이바지한 과학사 속 여성과학자들의 업적과 기여에 무관심했던 나는 날카로운 비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는 기억하고 잊지 않아야 변화는 힘을 얻어 계속될 것이다.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물었다. "고대에도 여성과학자가 있었나?" 천문학, 점성술 분야와 이집트 여성 의사를 알려주니 깜짝 놀랐다. 당연하고 일반적인 반응일 것이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역사에 '여성'이 자신의 이름을 남긴 경우가 드물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니까.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어느 분야나 힘겨웠다. 특히 과학 분야는 '여성성', '감성'을 표면으로 내세워 여성학자들의 능력을 폄하하고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천문학, 산과에 집중되었던 분야들이 해부학, 식물학, 간호학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 대부분은 남자 동료의 조력자, 비서로 인식되거나 감정적 글쓰기로 아마추어적인 '숙녀들의 과학'으로 폄하되거나 인종 차별을 겪기도 하였다. 우리가 잘 아는 남성 과학자들 이야기도 등장해서 그들의 업적 이면을 들여다 보면서 우리가 아는 과학의 역사의 순수성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과학의 역사적 순간에 존재했지만 기록되지않은 수많은 여성과학자들을 만나면서 솔직히 놀랐다. 그럴거라는 상상과 확실한 현실은 다른 것이었다. 안타깝고 화가 나면서 고마웠다.


 

"천문학에서 (여성 계산원의) 능숙한 실행, 세부사항에 주의를 아끼지 않는 인내심, 빠른 이해력 등이 재차 돋보였다. 그들에게 명성을 안겨준 이런 요인들은 주부이자 가정 관리자 능력의 더 넓은 표현일 따름이다.

과학의 세계에서 여성들은 얼마나 뛰어난 성과를 거뒀든 남성의 경쟁자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남성들의 일을 보완하고 확장하며 때로는 협력자로 제안하고 계획하여 그들의 일을 완성할 수 있게 도왔다."

[뉴잉글랜드 매거진]

 

 

'최초'의 수식어를 달았던 여성과학자 뒤에는 잊히거나 왜곡되거나 지워진 수많은 여성들이 존재했다. 업적에 지대한 공헌을 하거나 본인의 업적임에도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은 어떨까.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성과학자들은 억압받고 차별받고 무시당하면서도 그들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다. 그리고 연대하여 미래세대들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학교를 세워 인재를 키우고, 제도 마련을 위해 투쟁하고 목소리를 내었다.


 

 

 


<사이언스 허스토리> 저자들은 잡지 레이디 사이언스 공동창립자이자 공동 편집장인 애나 리저와 레일라 맥닐이다. 이들은 이 책을 통해 과학의 역사 속에 숨겨진 여성과학자들의 서사를 꼼꼼하게 그려냈다. 그들의 인생을 통해 과학을 사랑하고 지식을 탐구해온 여성들의 유구한 시간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부정하고 폄하하고 지운 구조적·제도적인 힘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 글을 마주한 오늘날의 우리에게 당부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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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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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게 묶은 머리, 반듯하게 편 허리, 오롯이 손에 든 책에 꽂힌 시선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평온한 시공간. 정여울 작가의 산문집 문학이 필요한 시간을 만나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 정여울 산문/ 한겨레출판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중에 오직 작은 부분만을 살아낼 수 있다면, 그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_ 리스본행 야간열차 중에서

 

정여울 작가는 이 문장이 던지는 화두가 '문학이 왜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아름다운 대답처럼 들린다고 했다. 문학을 통한 다채로운 상상과 감정이입을 통해 '나만의 편협한 삶'에 갇혀 있는 자신을 구원해 준다고. 그래서 문학이 너무 멀고, 거창하고, 심오하고, 다가가기 힘든 그 무엇으로 느껴지는 우리와 문학 사이의 가교 역할을 기꺼이 해내고 있다.

 

 

정여울 작가가 우리 손을 잡아서 이끌어준 문학은 시리도록 아름답고 무참히 슬프면서도 삶의 면면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비춰주었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마음이 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여유와 섬세한 감각은 문학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듯하다.

 

문학을 사모하는 마음이 담긴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그 무게에 압도되어 어느새 공명하게 된다. 문학을 통해 인생을 명징하게 톺아보는 일은 이야기의 힘을 오롯이 누리는 시간이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이 뿜어내는 다채로운 삶의 빛깔로 둘러싸여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감사하면서 위안을 얻었다. 나 개인의 감정과 고통을 넘어 수많은 문학 작품 속 처절하고 치열한 실체를 갖춘 그것을 만나고 나면 개인의 현재를 마주 볼 수 있음을 정여울 작가는 진심 어린 문장으로 전한다.

 

주제별로 심혈을 기울여 선정했을 작품들 목록을 살펴보면서 언제 다 읽지 싶어 난감하면서도 행복하다. 이미 읽은 책들도 정여울 작가의 정제된 글로 만나니 모르는 책처럼 새로웠다. 그래서 궁금해지고 호기심이 인다.

 

 

 

 

모모가 자기 삶이라는 소중한 장작을 태워 피워올리는 시간, 카이로스의 시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그 따사로움으로 크로노스의 시간에 저당잡힌 오늘을 풀어줄 수 있는 여유를 찾았다. 노란 표지의 모모 책을 펼쳐들고 모모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오랜만이야."

 

일상 속 '문학적인 순간'을 가슴 뭉클한 일화로 전하고 있다. 정여울 작가의 멘토이신 문학평론가 고 황광수 선생은 힘겨운 투병 끝에 건강을 회복하여 시인 김정환 선생을 오랜만에 만났다고 한다. 김 선생은 70대의 황 선생에게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프랑스어판으로 선물하셨다. "난 불어도 못하는데 왜 이걸 주는 거야?" "그러니까 오래오래 살아달라고." 김 선생의 마음에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문학을 향한 끝없는 사랑으로 맺어진 이 끈끈한 우정, 끝까지 눈부신 문장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과 놀라움 그리고 기쁨의 축복을 누리기를 원하는 그 마음에 그저 감명받을 수밖에 없었다.

 

 

달빛이 너무 탐나

물을 길러 갔다가 달도 함께 담았네.

돌아와서야 응당 깨달았네.

물을 비우면 달빛도 사라진다는 것을.

_ 이규보 <영정중월>

 

우리는 '상황'을 뛰어넘어 '존재'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난 이규보의 한시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야생사과> 속 공간에서 한줄기 빛 같은 깨달음을 얻는다. 상황의 마법에 걸려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오랜 습성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켜야 함을 정여울 작가는 적확한 작품과 문장으로 펼쳐 보인다.

 

 

 

 

문학을 통해 우리가 얻고 누릴 수 있는 수많은 가치와 깨달음은 <문학이 필요한 시간>으로 회귀한다.

부끄러움의 소중함과 조용한 배려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자비를 가르쳐준 존재와 자비를 배운 존재의 완벽한 하모니로 거대한 사랑을 실현한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논제로섬 게임을 SF 공간을 배경으로 그려낸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들은 인간답게 더 나아가 더 나은 존재로 성장시켜준다.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사소 바다>,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처럼 다시 쓰기로 원작이 가진 시대적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글로 재탄생하는 이야기의 멈추지 않는 생명력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는 연대와 공감이 있는 문학은 더할 나위 소중하다.


문학을 통해 우리의 상처를 치유받고, 잠재력을 찾아보고, 단련하고 성장하며, 위로받고 꿈꿀 수 있음을 정여울 작가는 섬세하고 다정한 문체로 속삭인다. 문학을 저어하는 이들에게 문학이 밝혀주는 길의 찬란함을 나누어주는 가교로서 움츠렸던 날개를 펴 힘찬 날갯짓을 시작하기를 응원하고 있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 한층 더 충만한 삶을 열어주었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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