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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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박정훈 지음/ 한겨레출판

 


혁신의 아이콘 플랫폼 산업,

사고 현장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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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정지했을 때 급상한 몇몇 산업이 있다. 그중 플랫폼 산업은 우리 일상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거리에 사람이 줄어드는 것만큼 도로에 오토바이가 늘어났다. 이 놀라운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리고 이 변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이제는 도로 위를 종횡무진하는 배달라이더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의 질주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듯 느껴져 경계하고 되고, 많은 사고로 이어진다. 그로 인해 그들은 비난받고 지탄받는다. 그렇지만 배달라이더들은 생존을 위해 오늘도 오토바이를 몰 수 밖에 없다. 타인의 기준에는 못 미칠지도 모르는 그들만의 안전 기준에 합당하게. 이 안타까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악플을 달고 비난하기에 멈춰선 사회 구성원들에게 현장의 한복판에서 방법을 고하는 이가 나타났다. 여러 사례와 발표 자료를 토대로 플랫폼 산업의 현실을 고발하고, 미흡한 제도와 규제, 관리 체계를 꼬집는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를 당당히 요구한다. 이는 배달라이더에 한정되는 영역이 아니다. 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CHAT GPT열풍이 보여준 AI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체감한 오늘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토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법과 규제로 플랫폼 기업들의 실험장이 되는 영역들이 있다. 배달로봇, 자율주행, 무인주행 등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들은 별다른 법, 규제없이 각종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문제, 사고 발생 시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기준이 되는 법이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뜻이 된다.

 

AI 알고리즘으로 관리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배달료, 배차, 배달구역, 미션 및 프로모션, 평점, 페널티 등 크게 6가지로 노동을 통제하고있는 AI 알고리즘 작동 방식을 통해 배달라이더들이 내몰린 취약한 노동 환경을 잘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에서

"우리는 데이터가 아니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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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업은 전통적 사업자가 져야했던 사업주의 책임에서 벗어나 무한한 인원과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었고, 무한한 노동자들을 데이터로 치환시켜 앱에 모아둘 수도 있게 되었다.

지금도 도로를 주행하는 수많은 배달 라이더들은 배달 플랫폼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배달' 서비스 상품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기업과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계약을 맺지만 실상은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전가받은 1인 사업자인 개인일 뿐이다. 여러 산재 사례와 그 이후 이야기들이 그들의 처참한 현실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노동법 바깥에 존재하는 그들이 처한 문제 해결의 시작은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된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진짜 책임져야할 기업에 잘 전달하는 것부터다.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초대 위원장이자 7년 차 배달 라이더인 박정훈 저자는 글 마무리에 한국형 플랫폼 산업의 안전을 위해 여러가지 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안전을 중시하는 라이더가 배달산업 생태계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치솟는 배달료와 도로의 무법자 배달라이더들로만 채워졌던 세계가 새로운 시각으로 분해되어 재조립되는 시간이었다. 이윤 추구을 목표로 규제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몸집을 키워가는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각성과 함께 '인간과 노동'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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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운
티파니 D. 잭슨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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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세상은 나를 널빤지 아래로 떠밀어

악어들의 먹잇감으로 만들었다."

 



그로운 GROWN/ 티파니 D.잭슨 장편소설/ 한겨레출판

 



꿈꾸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 눈앞에 펼쳐졌다고 믿었다. 주위 어른들은 어렵다 했지만, 드디어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주고 다듬어 주고 이끌어 주겠다는 낯선 그렇지만 누구나 다 아는 어른을 만났다. 간절했지만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꿈, 미래를 가능케할 문의 손잡이를 비로소 찾았다 확신했을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에 인챈티드는 한순간에 '사랑'과 '꿈', 열망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행복에 빠져들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의 늪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면서도 위험을 자각하지 못했다. 매혹적인 목소리의 아름다운 흑인 소녀, 인챈티드는 아직 열일곱이었다.

 

인챈티드 가족은 삶의 변화를 위해 이사를 했다. 해변에서 바다와 함께 자라온, 자신들을 물고기라 생각하는 인챈티드 가족은 울창한 숲인 새로운 터전에서 본연의 모습이 점점 바래고 있었다. 다섯 명의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만만치않은 세상에서 살아남는 건 참 힘겹다. 부모는 예전처럼 가족 다같이 해변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거나 과거에 물고기였다는 말을 할 수 없고, 인챈티는 그들을 대신해서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어린 보호자가 되어버렸다. 현실의 무게는 이리도 무겁게 짓누르지만, 인챈티드 가족은 끈끈한 정과 사랑이 넘쳤다. 인챈티드가 자신의 꿈을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들기 전까지는.

 

 

"도망쳐"

 

 

이 소설은 권력 남용과 그루밍으로 점철된 폭력에 노출된 흑인 소녀를 그려내고 있다. 빨강과 초록의 강렬한 보색대비로 시선을 잡아끄는 표지에 <그로운> 글자는 선명하게 새겨져 있고, 인챈티드의 눈은 빨간색으로 지워져있다.

소설 제목 '그로운'은 일반 성인이 흑인 소녀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유래했다. 한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성인은 흑인 소녀를  순수하고  조숙한 존재로 바라봄으로써 이들에게서 어린 시절과 천진난만함을 박탈한다고 한다.

 


 

 

 


소설 속 이야기가 힘을 지니고 우리를 끌어당긴다. 그 자력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물었다.

- 보이는 것에서 진실을 찾아낼 수 있는가?

- 과연 나는 어느 쪽에 설까?

피해자인 인챈티드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쳤던 이들일까? 인챈티드에게 비난의 화살을 던지고 폭력 당해 마땅할? 이유를 찾아내고자 헐뜯는 이들일까?

- 가해자인 코리뿐 아니라 그가 만들어낸 왕국에서 향유하면서 눈과 입을 다물어 진실을 덮어버리고 인챈티드가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돕는 이들을 더 경계해야 하는 게 아닐까? 내가 직접 하지 않았다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동조자와 방관자가 존재하기에 가해자가 힘을 얻는 게 아닐까?

 


 


 

 


인챈티드의 꿈이 그리는 세상에 우뚝 서 있는 코리 필즈의 권력이 첫 번째 무기였다면, 코리가 인챈티드에게 보여준 관심과 부드러운 애정은 섬세하게 스며든 최종 무기였다. 이렇듯 그루밍 성폭력은 친밀감이 형성된 관계에서 벌어져 더 큰 문제이다. 피해자는 폭력을 당했는지 혼란스럽고 피해를 인지해도 감정적 호소에 자신의 탓으로 결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티파니 D. 잭슨 작가는 자신의 재능을 믿고 큰 꿈을 품고 자신으로 살아가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인챈티드가 코리의 그루밍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를 고통스러울 정도로 묘사했다. 납치, 감금, 폭력, 약 그리고 회유와 거짓말, 작가는 이런 패턴과 터치를 놀라운 강도 조절로 흡입력 강한 사건으로 풀어내 독자인 우리에게 이 소설의 주제 의식을 강하게 인식시켰다. 정신병이 있는 가족력, 친구 라틴계 소녀의 존재 등 다양한 장치로 잘 짜인 구성이 흔들림 없이 강렬하게 우리를 몰입하게 만든다.

 

 

"손님,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네, 도움이…… 필요해요."

 

 

인챈티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움을 주고자 한 타인인 여성 경찰관과 니콜 비행기 승무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린 소녀 인챈티드가 고통에서 벗어나 가족과 친구의 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참으로 험난했다. 강력한 권력과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으로 천진한 소녀를 농락했던 코리에게 분노하고 돌을 던져야 마땅하거늘, 많은 이들이 자신이 사랑하고 이미 죽은 대스타 코리의 추악한 민낯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고통 속에서 살아남은 피해자 인챈티드의 면면을 비난하고 책임을 물었다.

인챈티드를 지켜내고 보호한 것은 바로 인챈티드 자신이었다. 살인죄를 벗어날 수 있는 증거를 스스로 찾았다. 그렇게 그녀가 스스로를 구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가족, 친구, 윌앤드윌로우 공동체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들이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 덕분이다. 피해자 특히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더 큰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결코 그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도록 포용해 주는 우리 사회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기를 바란다. <그로운> 이 소설이 그 바람을 한걸음 앞당겨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많은 이들이 읽고 느끼고 공감하고 연대하기를.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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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 씩씩한 실패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모험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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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김수민 저/ 한겨레출판




“언제나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한다”

 

좋아하는 배우 김태리 씨의 인터뷰 내용 일부이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오래 연기자로 남을 것 같다”는 말에 “언제나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언제든지 자신이 하는 일에서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정답은 이거 하나뿐이다'라고 생각이 환기되지 않으면 삶이 너무 힘들잖아요. 저도 연기를 언제 때려치울지 몰라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오래 못할 것 같아요. 정말 도망쳐야겠다고 확신이 서면 그땐 다른 고민을 해야겠죠."

(2017.12.26 문화일보 인터뷰 中)

 

아~ 한방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힘들어도 버티는 것이 어른스러운 것이다. 훗날 분명 포기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길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견디며 살아가는 시기가 다들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 주는 숨통, 여유를 말하는 배우를 만났다. 그래, 우리네 인생에 '정답'이라는 게 있을까? 공감되고 위안받았다. 그리고 진짜 도망친 이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이 책의 저자는 만 21세의 나이로 SBS에 입사한 前 김수민 아나운서이다. SBS 역대 최연소 입사로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입사 3년 만에 퇴사하였다. 이 책은 왜 퇴사를 하게 되었는지와 그 이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수민 저자는 퇴사를 '도망'이라 당당하게 칭하며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너무 솔직한 그의 필담에 오히려 당황하는 것은 독자인 나이다.

 

그가 달려온 20대 전반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기록을 자신의 선택에 대한 변명이자 선언이라 말하는 그에게 "뭐 어때서" 말해주고 싶다. 그가 자신이 쓴 글을 읽고 위안받았다 말하는 대목에서는 뭐지? 의아했지만, 그만큼 고군분투하거나 도망치고 싶거나 하는 이들에게 깊이 와닿는 위로의 글이 되어줄 것이다.

 

김수민 저자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 공부를 해 한예종에 입학했으나 더 이상 못 할 것 같아 진로를 모색하다 아나운서를 준비하게 된다. 그렇게 1여년 준비하여 최연소 아나운서가 되었다. 남이 보기에는 부러워할 만한 성공인데 왜 '퇴사'를 선택한 것일까?

 

우선 애기라 부릴 정도로 사회경험이 전무후무하였다. 그리고 말이 하고 싶어서 아나운서가 되었는데 오히려 말을 아껴야 했다. 화면에 맞춘 몸 크기와 짙은 화장, 평소 말하기 습관과는 괴리가 있는 대본, 변화무쌍한 방송 스케줄로 삶의 1순위를 절대적으로 일에 양보해야 하는 등 미처 몰랐던 업무의 경직성에 대해 알아갈수록 자유에 대한 갈망은 커졌다고 한다. 그에게 자유는 '나만'이 '나의 시간'을 써서 '성장'이든 '창작'이든 이뤄낼 수 있다는 자율성이었다. 그래서 그는 도망쳤다. 실패했다. 하지만 씩씩하게 실패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모험을 시작하였다. 매 순간 자기의 내면에ㅣ 귀 기울이는 그의 노력과 자세에서 나이를 떠나 '어른'의 모습이 엿보인다.

 

책 속에서 진로를 서식지에 비유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미술에서 방송국으로 진로를 바꾼 것처럼 원하는 서식지에서 살아보기를 권한다. 비록 도망칠지라도, 실패할지라도, 두려울지라도 살아보자, 후회하지 않도록.

 

사회생활을 시작한 자신을 홀로서기를 시작한 사람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많은 것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면서 외로워졌다고 한다. 지독하게 공허해지고서야 깨달았단다. 어른은 사랑하는 사람과 기꺼이 연대하고 나 아닌 누군가를 책임지는 사람이었다는걸.

 

퇴사 후에도 끊임없이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그가 멋졌다. 하지만 그보다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를 만나 당혹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를 받아들이는 그에게 더 눈길이 갔다.

엄마가 된다는 건 자기 인생에 '자기보다 중요한 사람'이 생긴다는 거다. 그는 힘이 세져서, 씩씩해져서 인생 최약체를 보호해야 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열심히 살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이제 20대 중반인 김수민 저자의 20대 전반전 기록은 스펙터클하다. 성공, 실패, 도망, 모험 등 온갖 요소들이 버무려져

있다. 하지만 답답하게 닫혀있지 않다. 꿈꾸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 저자는 도망칠 자유에 대해 당당히 말한다. '도망'이 세간의 시선으로 '실패'로 읽힐지라도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호탕하게 대응한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고민한다. 이 책 속의 '도망'이 '자유', '날개', '용기', '도전'으로 읽히는 것은 삶에 성실하고자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멈추지 않는 저자의 용기 덕분이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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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6
손현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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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모범생> 손현주 작가의 신작 [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를 만나보았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날카로운 현실 반영과 환기를 통해 청소년 세대를 살피고 들여다보는 일을 멈추지 않는 작가이기에 묵직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깨워줄까?

 

 

 

 

 

책은 깔끔한 표지로 감싸져 도착하였다. 앞표지에는 주인공 주노가 눈가를 훔치고 있고, 뒤표지에는 주노 가족들이 사는 공터 내 낡고 허름한 버스와 십여 마리가 넘는 개들이 그려져 있다. 시간 배경이 밤이라 주노 가족 뒤로 펼쳐진 고층 건물에서 반짝이는 하얀 불빛과 주노 가족을 감싸고 있는 듯한 노란 불빛이 인상적이다.

 

 

 

"결국 우리 가족은 거리로 쫓겨났다."

- 첫 문장

 

 

첫 문장처럼 세상에서 쫓겨난 주노 가족이 있다. 소설은 열다섯 살 사춘기 소년 '이주노' 시선으로 가족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노의 목소리로 그들의 일상 속 갈등이 곪아서 종국에는 터지는 과정을 들었다. 주노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견뎌내려고 애쓰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주노의 시련은 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집에서는 아빠의 죽음 이후 개에 집착하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 엄마 때문에, 학교에서는 자신을 괴롭히는 '밥통들' 때문에 사는 게 힘겹다. 청소년들이 겪을 수 있는 고난을 주노에게 몰아준 듯하다.

이 비극적인 상황에서 '어른'들이 보여주는 행태에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어쩜 이리도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나태하고 비열한지. 주노는 기댈 곳이, 의지할 든든한 어른이 없어서 더 막막하고 무섭고 고된 하루를 보내야 했을 것이다.

 

 

 

 

주노가 이 시련을 헤쳐나가고자 각성하는 계기가 공감이 되고 감사했다.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위해 그전에 자신을 위해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던 문을 다시 두드리고 더 큰 용기를 내 암묵적으로 외면되어 인정되었던 불의를 '나쁘다. 잘못되었다' 외쳤다.

이 과정에서 나름 후련하고 통쾌한 반전이 있었다. 이번에도 여의치 않은 사정에 주노는 엄마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가 왔다.

그리고 주노의 편이 되어주었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엄마, 어쩌면 누구에게는 당연한 얘기일 테지만 주노에게는 큰 변화이자 시작이다.

그리고 외면했던 반친구들도 힘을 보태주었다. 주노가 한방울 물이 되어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 어른의 역할은 무엇인지?

 

책 속 아이들은 나름의 고민이 있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야기를 주도하는 주노뿐 아니라 아빠의 사업 때문에 좋아하는 통영을 떠나 서울로 와야 했던 예지와 엄마가 이끄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미국 유학을 갔다 상처 입고 귀국해 힘없는 동급생을 괴롭히며 '인간 차별'을 내뱉는 효재의 상처도 눈여겨보게 된다.

 

 


 

읽는 내내 얹힌 듯 답답한 마음이었다. 언제쯤 주노가 울음을 멈출 수 있을까? 애타고 먹먹하였다.

 

 

다행히 주노는 작은 심장을 키울 수 있는 이들을 만났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위장전입처럼 되어버린 껄끄러워진 명문 신운중학교를 다니면서 위축되었다. 그런 자신처럼 '외톨이'라 느껴진 전학생 예지를 만나 우정을 나누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주짓수 체육관 관장에게 운동을 배우고 인정받고 신뢰를 얻으면서 성장하게 되었다.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던 주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마주하게 되었다. 외면당하고 거부당하고 배척당한 기억 대신 위로받고 신뢰받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결핍. 때로는 부족한 게 힘이 될 때가 있어.

 

상대를 제압하는 게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다.

공포를 이기는 방법은 공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거야.

 

상대를 이기려면 내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어.

꼭 주먹이 아니라 너만의 방법으로 말이지."

- 주짓수 체육관 관장님 말씀

 

 

 

인생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을 만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기적이다. 그리고 미워했던 대상인 '개'를 입양시키고자 고군분투하면서 한층 더 자란 주노를 마주했다. 버려진 존재들이 다른 가족들을 찾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돕고 바라게 되었다. 개는 그렇게 미움의 대상이었다가 애증의 대상이었다가 생명의 빛을 나누게 해준 뭉클한 추억의 대상이 되었다. 주노가 알을 깨고 나오는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행복하고 감사했다.

 

 

나라면 견디지 못했을 그 상황에서도 엄마를, 예지를, 개들을 먼저 배려하는 주노를 보면서 단단한 힘을 느꼈다. 주노의 말처럼 세상은 혼자가 아니다. 세상은 차갑기만 한 게 아니다. 세상은 느리지만 변한다. 이제 주노는 언제든 황금버스를 탈 수 있다.

 

 

P.S.

'개', '버스', '철없는 엄마'

좋아하는 책 중 바바라 오코너 작가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떠올랐다. 그래서 책 내용 중 주노가 애견 분양 카페에 올린 글 제목 '개를 버리는 완벽한 방법'을 보고는 반갑고 웃음이 나왔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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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 - 제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7
신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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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이 그려낸 권력에 대한 항거

- 권력에 대항하는 보통 아이들의 연대 -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 신설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아이들의 이름은 모른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였다. 학창 시절 친구들끼리 친근하게 약간은 장난기를 실어 부르던 별명이라기보다는 의도가 담긴 별명이다. 도대체 무슨 조합이지 싶은 별명을 가진 고등학생들의 연대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가 커진다.

 

"감영고 2학년 2반 엑스트라들, 회장 선거에 나가다!"

 

 


 


감영고 2학년 2반에 한 학생이 전학을 왔다. 전학생에 대한 관심은 반짝였다가 곧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며칠 후 담임의 한국 지리 수업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후 '미친놈'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친일파와 친일파 청산에 대한 담임의 의견에 저항하여 "이 새끼야!"와 삿대질로 대응하였던 것이다. 범상치 않은 전학생의 행보에 담임에게 저항한 멋진 놈이 될 수 있었으나 전학생은 자신의 의지로 '미친놈'이 되었다. 결코 그 별명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감영고 역시 여느 학교처럼 학년별로 서열이 정해져 있고 암묵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자와 당하는 자가 존재한다. 자신만 아니면 된다, 폭력은 무섭고 두렵다. 이런저런 이유로 침묵하는 공간이 되어버린 학교에서 오늘도 따까리는 힘겨운 일상을 버텨낸다. '난 친구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따까리'를 역할, 계급이 아닌 별명으로 한계 지으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그런데 이 전학생은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두려워하는 권력자, 절대자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지도 않는다. 오직 그만의 논리로 해결하고자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친구를 가려 만난다는 것이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칭찬할 일은 칭찬하고, 잘못은 바로잡으려 한다. 그런데 왜 전학을 왔을까? 소설 마지막에 궁금증이 풀릴 단서가 나온다. 예전 학교에서도 전학생은 본디 자신으로 생활하였고, 마찰로 본인이 전학을 오게 된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홍태고의 싸이코와 감영고의 미친놈은 전학생 별명이다. 그렇다면 전학생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친구의 존재 유무가 답일 것 같다. 감영고에 와서 따까리, 쭈쭈바, 로댕, 신가리와 친구가 되고 전교회장 선거에 출마하였다. 아니 선거에 출마하면서 친구가 되었다. 전학생처럼 따까리, 쭈쭈바, 로댕, 신가리도 주변에서 중심으로 자리를 옮겨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연대가 그들이 두려움을, 무서움을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한 발판이 되어주었다.

 

 



 

 


허황되고 무모한 도전처럼 여겨졌던 따까리, 전학생, 로댕, 신가리의 전교 회장단 출마 이야기는 손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추천인 명부를 채우는 일부터 난관에 봉착한 이들의 도전기는 웃프면서도 멋졌다. 자신을 폭력으로 짓누르려고 했던 피제이를 이기기 위해 시작한 도전이지만, 학생회장의 본분과 역할을 잘 알고 있는 전학생이기에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싫어!"

이 말 한마디를 내뱉기까지 얼마나 무섭고 두렵고 힘들었는지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수없이 실망했을지 가슴 저렸다.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 달려나간 대찬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 5인방 모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라 그려지는 그림이 재밌었다. 그리고 보통 아이들의 연대와 대항으로 이루어낸 쾌거가 매우 통쾌하다. 각자 주인공인 삶을 살아가기를 응원하는 멋진 소설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를 청소년들이 두루 읽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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