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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박정훈 지음/ 한겨레출판
혁신의 아이콘 플랫폼 산업,
사고 현장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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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정지했을 때 급상한 몇몇 산업이 있다. 그중 플랫폼 산업은 우리 일상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거리에 사람이 줄어드는 것만큼 도로에 오토바이가 늘어났다. 이 놀라운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리고 이 변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이제는 도로 위를 종횡무진하는 배달라이더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의 질주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듯 느껴져 경계하고 되고, 많은 사고로 이어진다. 그로 인해 그들은 비난받고 지탄받는다. 그렇지만 배달라이더들은 생존을 위해 오늘도 오토바이를 몰 수 밖에 없다. 타인의 기준에는 못 미칠지도 모르는 그들만의 안전 기준에 합당하게. 이 안타까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악플을 달고 비난하기에 멈춰선 사회 구성원들에게 현장의 한복판에서 방법을 고하는 이가 나타났다. 여러 사례와 발표 자료를 토대로 플랫폼 산업의 현실을 고발하고, 미흡한 제도와 규제, 관리 체계를 꼬집는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를 당당히 요구한다. 이는 배달라이더에 한정되는 영역이 아니다. 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CHAT GPT열풍이 보여준 AI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체감한 오늘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토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법과 규제로 플랫폼 기업들의 실험장이 되는 영역들이 있다. 배달로봇, 자율주행, 무인주행 등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들은 별다른 법, 규제없이 각종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문제, 사고 발생 시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기준이 되는 법이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뜻이 된다.
AI 알고리즘으로 관리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배달료, 배차, 배달구역, 미션 및 프로모션, 평점, 페널티 등 크게 6가지로 노동을 통제하고있는 AI 알고리즘 작동 방식을 통해 배달라이더들이 내몰린 취약한 노동 환경을 잘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에서
"우리는 데이터가 아니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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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업은 전통적 사업자가 져야했던 사업주의 책임에서 벗어나 무한한 인원과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었고, 무한한 노동자들을 데이터로 치환시켜 앱에 모아둘 수도 있게 되었다.
지금도 도로를 주행하는 수많은 배달 라이더들은 배달 플랫폼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배달' 서비스 상품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기업과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계약을 맺지만 실상은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전가받은 1인 사업자인 개인일 뿐이다. 여러 산재 사례와 그 이후 이야기들이 그들의 처참한 현실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노동법 바깥에 존재하는 그들이 처한 문제 해결의 시작은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된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진짜 책임져야할 기업에 잘 전달하는 것부터다.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초대 위원장이자 7년 차 배달 라이더인 박정훈 저자는 글 마무리에 한국형 플랫폼 산업의 안전을 위해 여러가지 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안전을 중시하는 라이더가 배달산업 생태계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치솟는 배달료와 도로의 무법자 배달라이더들로만 채워졌던 세계가 새로운 시각으로 분해되어 재조립되는 시간이었다. 이윤 추구을 목표로 규제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몸집을 키워가는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각성과 함께 '인간과 노동'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