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알러지
박한솔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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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한줄평

사랑은 좋은 모습이 아니라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꺼이 상대에게 상처받을 준비가 된 이가 두려움에 거리를 두는 이에게

똑똑똑!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다가가는 사랑 이야기다.

 

 

"회피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아."

 

 

◑ 서평

봄이구나 설레었는데 갑자기 흐려진 하늘과 쌀쌀해진 바람에 움츠려든 오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소설을 만났다.

『러브 알러지』 박한솔 장편소설, 팩토리나인

 


러브 알러지/ 박한솔/ 팩토리나인/ 쌤앤파커스

 


 

"거리 두지 말고 누군가에게 깊게 들어가면

더 아름다운 걸 보게 될 거야."

 

 

러브 알러지? 제목부터 색다른 느낌인 이 소설은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거리를 두고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길 원하는

회피형 인간인 한휘현이

다정하고 따뜻한 안정형 인간인 이든을 만나

'러브 알러지'를 극복해나가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다.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성인으로 자란 휘현,

버림받았으나 다른 둥지에서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성인으로 자란 이든.

 

 

 


 

휘현은 캘리포니아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오게 되었다.

우연한 계기로 한 집에서 생활하게 되고

같은 수업을 듣게 되는 등

휘현과 이든의 인연은 깊어져간다.

광고제 수업에서 한 팀이 되어 아이디에이션 과정에서

이든이 하는 말 중 특정 단어들이 불편하게 느껴지고,

목이 갑갑해졌다.

그리고 이든과의 식사 도중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그녀는 '인간 알레르기'라는 진단을 받고,

알레르겐은 바로 '이든'이었다.

치료를 위해 이든과 함께 임상시험을 받게 되는데……

 

 

 

아이는 세상에 나와 '가족'이라는 이름의 울타리를

만나게 된다.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 가족인 부모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어떻게 될까?

그런 두 아이 아니 여러 아이들이 등장한다.

 

어렸을 때부터 잦은 부부 싸움으로 방치되거나

화풀이 대상이 된 휘현,

보육원에 버려져 6살에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된 이서 - 이든,

여러 번 파양을 겪고서야 입양된 베카,

존경받는 도예가지만 폭력적이고 돈만

밝히는 속물인 아버지를 증오하는 도하.

 

 

입양아 이든은 친모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도

양부모 제이와 사라에게 받은 애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신뢰할 줄 아는,

다정한 사람으로 성장하였다.

자신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휘현을 위해

기꺼이 임상시험을 함께해 주고

세심하게 마음과 몸을 보살펴준다.

 

 

따스한 봄 햇살 같은 그의 곁에서

자신과 타인을 믿지 못하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던 휘현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나갔다.

얼어붙은 심장이 스르르 녹아

콩닥콩닥 

따뜻한 피가 온몸의 혈관을 흐르고 흘러

입가에 밝은 미소가 머무르는 아름다운 청춘의

치유 이야기에

괜스레 설레고 몽글몽글해졌다.

 

 

 

 

이 소설의 배경은 캘리포니아로,

한국에서는 아무렇지 않았던 휘현이

이역만리 미국에서 이든의 입에서 나온 '용기', '친밀감', '진짜' 같은 단어나 다정한 배려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설정이 눈에 띄었다.

 

 

이는 한국에서는 이든처럼 휘현에게 가깝게 다가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아마 한국인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걸 조심스러워해서

서로 감정을 나누고 받아들이는 일 자체를 꺼리거나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는 이든, 사라, 크리스 목사가

낯설게 느껴지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을 것 같아 안타까웠다.

 

 

"솔직하게 네 감정을 말해줘."

이든이 휘현에게 임상시험을 같이 하기 위해 말한 약속 p.119

 

 


 

 

'내가 보는 나' & '타인이 보는 나'

소설 속 휘현이 쓴 에세이 2편이 기억에 남는다.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내용은 아프고 슬펐다.

하지만, 이 두 편의 글을 통해 휘현의 성장이, 치유가, 용서가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든이 휘현에게 내민 손을 휘현이 잡고, 휘현이 내민 손을 지민이 잡았다.

사랑에 상처받고, 사람에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에게 온기를 전하는

다정한 힐링 소설 『러브 알러지』를 만나

더할 나위 없이 따스한 하루를 보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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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절에 버리러 트리플 17
이서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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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시리즈 17

신진작가의 단편소설을 만날 수 있어 애정 하는 이 시리즈 최신작은 『엄마를 절에 버리러』다. 심상치 않은 제목을 앞세우고 나온 작품인지라 주제의식, 작가의 의도가 매우 궁금하였다.

 


 

엄마를 절에 버리러/ 이서수 소설/ 트리플 17/ 자음과모음


 

 

모녀, 엄마와 딸은 참 묘한 관계이다.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미워하면서도 애틋하다. 싸우고 헤어지고 또 만난다.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이 보여도 마냥 기쁘지 않지만, 돌아서면 마냥 그립고 아련하다. 이런 끈끈한 감정적 유대관계가 '엄마와 딸'을 대표하는 수식어다. 하지만 이서수 작가는 발칙한 제목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엄마를 절에 버리러>를 통해 '모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

세 편 모두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남성인 아버지, 아들, 남편은 희미한 존재들이다. 아파서 가족을 경제적 곤란에 처하게 하거나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에 있을 뿐이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하고자 하는 주체는 엄마와 딸이다. 그리고 그들은 끈끈한 경제적 유대관계를 이룬다. 절대 도망칠 수 없는, 도망쳐서도 안되는 경제 공동체를 그리고 있다.

 

 

『엄마를 절에 버리러』에는 경제적 주체로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딸'과 딸의 경제적 보살핌 아래서 살아가는 육십 대 '엄마'의 이야기 세 편이 수록되어 있다.

 

 


 

 

"엄마는 종일 아버지한테 붙잡혀서 어미 귀신같은 몰골로 살고, 나도 종일 일하느라 새끼 귀신같은 몰골로 살았잖아.

 

근데 엄마, 이게 다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래.

내가 이 모든 걸 받아들여야 하는 게 당연한 거래.

 

아무도 우리를 몰라.

아무도 우리를 알려고 하지 않아.

아무도 우리의 삶이 당연하지 않은 거라고 말해주지 않아. 이건 오로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인 거야."

'엄마를 절에 버리러' 中

 

- 엄마를 절에 버리러 

덜컥 임신이 되어 결혼한 엄마는 딸을 낳자마자 난관결찰술을 받았다. 딸은 십대 시절 반 친구들에게 콘돔을 팔았다. 그리고 딸을 대학에 보내줄 돈은 없다는 아버지에게 대항하여 그 돈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결혼보다 아파트를 원한 딸은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쓰러졌다. 모든 게 이그러지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많이 아프면, 도망가.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 멀리 도망가.

어쩌려고? 혼자 죽으려고?

몰라. 일단 너부터 살리고 나서 생각해 볼 거야."

'엄마를 절에 버리러' - 엄마와 딸

 

 


 

 

- 암 늑대 김수련의 사랑 

엄마와 딸은 작은 다가구 주택 1층으로 이사했다. 딸은 퇴근한 후에도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써서 사이트에 올렸다. 정식으로 작품 계약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낮은 학력이 콤플렉스였던 엄마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성실히 배웠다. 엄마는 자신감만 부족했다. 그런 엄마가 소설을 썼다며 보여주었다. 암 늑대로 변하는 여성의 사랑 이야기였다.

 

"은빛 털을 휘날리는 암 늑대로 변한 엄마를 상상했다.

그 등에 올라타 털을 꼭 쥐고 있는 어린 나의 모습도….

엄마가 달릴 때마다 나는 위아래로 들썩이고,

엄마의 털을 더욱 세게 거머쥔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함께 가려고 바람을 가르며

우리는 함께 달린다."

'암 늑대 김수련의 사랑' 中

 

 


 

 

-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사위가 코로나 확진이 됐다. 엄마와 딸은 집을 나와 싼 모텔에서 지내게 되었다.

딸은 엄마를 정신장애인으로 등록하려고 한다. 지금은 같이 살지만, 이제 엄마가 분가하면 그 집의 월세와 생활비, 각종 보험료 등을 계속 책임져야 했기에. 하지만 엄마는 충분히 아프지 않아 정신장애인이 될 수 없었다.

일주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낮 동안 모텔 방에 혼자 있는 동안 엄마는 무얼 하며 시간을 보냈을지 궁금해진 딸은 물었다. 엄마는 그냥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카프카의 「변신」 속 벌레로 변한 남자가 꼭 자기 같다고 했다.

 

"사람이 벌레처럼 산다고 욕먹을 일은 아니야.

다 이유가 있는 거지. 이유가 있는 거야."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 엄마 김월희

 

"자꾸 벌레 먹은 밤만 집어 들어서

속상해도 웃어넘기고 마는 것처럼,

그냥 그런 마음으로 살면 돼.

대단해지려고 하지 마.

남들하고 비교하느라 엄마가 그렇게 속이 아픈 거야.

엄마는 엄마의 길을 묵묵히 가면 돼.

그것이 초라한 길이어도."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 딸 서한지

 

 

 

딸에게 부담이 되기 싫은 엄마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자 하나 녹록지 않고 딸은 엄마의 노력을 외면하지 않고 응원한다. 엄마를 만류하지는 못하는 경제적 유대관계의 딸이 느끼는 씁쓸함과 텁텁함을 뛰어넘는 모녀의 사랑과 연민이 녹아든 결말이 나는 마음에 쏙 들었다.

 

퍽퍽한 우리네 삶이 현실적으로 그려진 작품이라 문장이 감정의 찌꺼기까지 다 긁어 토해내다가도 다소 엉뚱하고 귀여운 반전 요소들이 튀어나와 피식 웃게 만든다.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딸에게 부담주기 싫어 절에 들어가겠다는 엄마와 누구보다 그 마음을 알기에 기꺼이 동행하는 딸. 그리고 딸의 배낭에는 불꽃놀이 폭죽 세트가 가득하다. 피융! 파앙! 피시시이익.

소설을 쓰는 딸을 보면서 자신만의 로맨스 소설을 쓰는 엄마, 그런데 암 늑대로 변하는 여인과 그가 마음에 두는 남성은 여자로 변한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소설이지만, 딸은 계속 써보라고 응원하고 엄마는 행복한 결말을 써냈다. 그리고 딸은 영원히 함께 하는 둘을 상상한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한다고 밝히지 못하는 두 모녀가 쓰는 소설을 많은 이들이 읽고 행복했으면 빌게 된다.

 

짧고 굵게 주제를 전달하는 단편소설 추천

트리플 17. 『엄마를 절에 버리러』

이서수 소설 - 자음과 모음

 

 

『엄마를 절에 버리러』를 읽으면서 청년들이 떠올랐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시작부터 많은 부담을 짊어진 이 시대의 청년들의 모습이지 않나 싶다.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지극히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흡입력 있게 풀어낸 『엄마를 절에 버리러』, 20대 청춘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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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 생명과학과 자아 탐색 발견의 첫걸음 4
이고은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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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이 흥미로운 질문이 책 제목이다. 정말 궁금한 주제이다.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어려운 질문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 스쳐 지나가듯 아니면 골머리 앓을 정도로 고민했을 것이다.

 

 

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이고은 저/창비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깊어지는 청소년기 친구들을 위한 시리즈 [발견의 첫걸음] 4번째 책 <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가 출간되었다.

 

저자 이고은은 생명과학적 접근으로 청소년기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하였다. 1부에서는 나의 정체성과 시작, 기원 등을 알아보며 나를 탐색하고, 2부에서는 차이와 평등, 존재의 가치에 대해 다루며 우리를 탐색하였다.

 

총 10가지 질문을 던지고 생명과학적 시선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청소년 독자들의 사고 영역을 확장시켰다. 철학적인 질문을 과학의 개념과 원리 그리고 일상의 예를 곁들어 이해하기 쉽도록 인도한다. 이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개인으로서의 자신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을 인식하게 되고, 딱딱하고 원리원칙에 머무르는 이론의 과학이 아닌 나에서부터 우리를 거쳐 세상을 아우르는 과학을 만나게 된다. 학문으로서 분리되어 지식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삶 곳곳에 생생하게 존재하는 과학을 만나는 재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1부. 나는 누구일까?> 나에 대한 탐색은 '내 몸의 주인은 누구일까?'로 시작한다. 황당한 질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어지는 요구사항들을 직접 해보니 내 몸인데 왜 내 맘대로 안되지? 좌절하게 된다.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게 많았다. 그 예로 몸을 조종하는 뇌, 호르몬, 유전자, 세균을 들어 설명을 이어간다.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내 몸의 주인은 진짜 누구지? 싶어질 때쯤 무릎을 딱 치게 하는 결말로 우리를 이끈다. 자동차에 비유하여 그 의미를 확실하게 전한다. 자신의 인생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 결정짓는 것은 자아만이 할 수 있는 일로, 내 몸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언제부터 내가 나일까?'와 '어디까지 바뀌어도 내가 나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생명'의 본질적인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고자 사유하는 사이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정자와 난자, 수정란과 세포분열, 심장, 뇌, 얼굴 이식, 뇌 이식, 복제, 기억 이식, 두뇌 임플란트 등 과학과 기술이 발달할수록 '생명', '인간'의 기준은 명확해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무겁게 다가왔다.

 

'나는 어디서 왔을까?' 꼭지가 가장 흥미로웠다.

"1598년 노량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숨을 거두기 전 내쉰 마지막 숨에 들어 있던 질소 분자 1개를 지금 우리가 1회 호흡할 때 들이마실 확률을 구하시오."

이고은 저자의 대학교 시험문제와 '내 엄지손가락은 티라노사우루스였다' 이야기는 참신했다.

 


 

 

 

<2부. 우리는 누구일까?> 우리에 대한 탐색은 1부보다 더 깊어진 철학적 사색이 함께 한다. '같은 세상을 본다는 착각', '순수하다는 착각', '정상이라는 환상'이라는 꼭지를 통해 다름과 다양성은 당연하다는 사실을 살펴본다. 인간 동물원, 피그미족의 비극적인 역사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통감하였다.

 

유명한 개념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이타적인 행위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인간이 자기 유전자에 각인된 최선을 위해서 행동한다는 의미로, '이기적인' 표현 때문에 오해를 사고 있어 억울했을 '이기적인 유전자' 이론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이 책은 내 몸으로 시작해서 우리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하나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 '나'라는 존재는 사회에서 협력하고 상호 의존하여 '우리'를 이루게 된다. 생명과학을 기반으로 한 신선한 설명으로 이끌어낸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청소년 독자는 '자아와 사회'를 향한 자신만의 발견을 향해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다.

어려운 과학과 철학을 우리 곁으로 친숙하게 끌어당겨준 <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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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토 Manifesto - ChatGPT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SF 앤솔러지'
김달영 외 지음 / 네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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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에이아이(Open AI)가 개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가 어느 순간 익숙해졌다. 2022년 11월 공개부터 커다란 화제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기존 챗봇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능력으로 전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십 대 자녀는 수행과제시 #챗지피티 사용을 금한다고 학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는 말을 전했다. 미국에서 벌어진 현상을 살펴보면 우려할 만하다.

연일 놀라운 소식을 전하는 챗GPT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그리고 걱정이 되던 나는 흥미로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챗GPT와 소설가가 함께 쓴 SF 단편집 『매니페스토』였다.

 

 

 

매니페스토/ 네오픽션/ 자음과모음


 


 


  
챗GPT의 속이 마냥 궁금한 나처럼 호기심이 동한 작가 7인이 모였다. IT 개발자, 이공계 교수, 변호사, 스포츠인, 기자, 창작 강사, 북한이탈주민까지 다양한 직업군에 속한 이들이 섭외되었다. 각자 시행착오를 통한 챗지피티와의 협업으로 특색 있는 SF 경단편 앤솔러지를 선보였다.

 

 

'인간 - ChatGPT' 첫 공동 집필 소설집

 

 


앤솔러지의 매력은 단연 공통 주제로 다양한 결과 맥락의 소설들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니페스토』역시 7편의 SF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SF 주제답게 메타버스, 기후 위기, 외계인, 챗봇, BCI, 꿈, 타임슬립 등을 소재로 상상력을 펼쳤다.

 


각 작가별로 단편 - 협업 후기 - 협업 일지 순으로 지면이 채워졌다. 작가마다 챗지피티에 대한 접근 방식이나 생각의 차이는 다소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원하는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어려움이었다.

'차라리 내가 직접 쓰고 만다!'라고 표현한 작가도 있었다. 협업 후기와 일지를 통해 챗지피티를 사용하여 입맛에 맞는 소설을 완성하기까지의 힘겨운 여정을 함께 하면서 AI의 오늘과 미래 그리고 AI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생각과 질문이 커져갔다. 아직은 머리 좋고 일 처리 빠른 비서진으로 부리는 인간의 적확한 명령어가 필요하지만,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AI는 분명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 SF 앤솔러지는 SF 소설을 읽는 즐거움과 챗GPT를 알아가는 재미, 2가지를 취할 수 있어 더 알찬 작품집이다. 그리고 챗지피티 협업 작업을 해본 작가들의 에세이에 담긴 메시지들이 인상적이다.

ChatGPT를 이용해 원고를 늘이면 늘어난 매수에 대한 원고료는 누구에게 지불해야 하는지 고민도 해보고, 심야 시간에 유독 사용자가 몰려, 접속하려면 대기하라는 문구가 자주 인내심을 시험했다고 한다. 지금의 AI를 인간의 실재적 동반자로 인정하는, 그래야 함을 깨닫는 과정이었다는 회고도 있었다. 그리고 챗지피티를 사용해서 쓴 소설을 다시 챗지피티로 하여금 평가하게도 하였다. 첫 공동 집필 작업이기에 막막하지만 한편으로는 작가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게 다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SF 소설은 챗지피티를 통한 결과물을 담았기에 살짝 미흡하거나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협업일지를 통해 이 글을 만들어내기까지의 수고를 알기에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인간 - ChatGPT 공동 집필 첫 작품집

 

 


책 제목이 된 <매니페스토>와 <감정의 온도>, <오로라>가 SF 소설로 짧으면서도 완성도가 높게 다가왔다. 감정적으로 교우한 작품은 <희망 위에 지어진 것들>이었다. 기후변화로 도시 일부가 침수된 2053년의 인천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0년 전 대해일로 동생 희망을 잃은 해모수는 잠수부로 바다에 침수된 도시를 점검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오늘은 10년 전 희망이가 사라진 바로 그날이었다. 처음으로 사고 날짜에 잠수한 해모수는 심상치 않은 AI 경보 문구를 듣게 되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단단해진다. 그리고 희망이에게 벌어졌던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SF로 그리는 대부분의 미래가 유토피아로 그려지지 않지만 결코 디스토피아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오늘의 우리가 경계하고 주의하며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다. 지금의 ChatGPT는 부적절한 일부 표현에 대해 잠금장치가 되어있는 상태이지만,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놀라웠다. 협업에 참여한 작가들은 지금의 챗지피티는 미흡하지만, 내일은 다르리라 내다보았다.

 


새로운 시대에 변화의 물결에 몸소 뛰어들어 수고한 작가들 덕분에 궁금했던 챗지피티 머릿속을 상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참 흥미로운 친구인 것은 사실이다.

Hi,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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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마마 - 100일의 사투 네오픽션 ON시리즈 9
배준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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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배준 작가님

[시트콤] 책 속에 가득한 작가님만의 독특한 코드에 접속한 이후, 다음 작품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리던 이에게 복이 있나니, 큰 복을 받았다.

 

 

 

호환마마 : 100일의 사투/ 배준 장편소설/ 네오픽션/ 자음과모음




긴 침묵을 깨고 나온 신작

[호환마마 : 100일의 사투]

믿음과 기대만큼 아찔한 긴장과 몰입감을 더해 마지막 깨달음에 닿는 숨 가쁜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이야기는 조선 시대 경복궁을 배경으로 범 한 마리가 궐 내에 침입하여 일으킨 천재지변을 다루고 있다. 범에게 물려 죽은 이들이 창귀가 되어 돌아다니면서 궁은 아비규환에 빠진다. 이 모든 일은 맹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때 시작한다.

 

창귀 ?鬼, 범에게 물려 죽은 귀신으로 범에게 해를 입은 자는 그 즉시 인격을 상실하고 창귀로 변한다. 창귀에게 물려도 창귀가 되고, 범에게 긁히거나 물려도 창귀가 된다. 이러니 순식간에 창귀가 늘어나게 되어 궁은 창귀의 울음소리와 인간의 비명과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지옥, 살아서 경험하는 끔찍하고도 참혹한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었다.

 

이 참상을 꿈이라 믿고 싶은 조선의 왕 이청.

이제 조선의 운명은 왕인 이청의 손에 달렸다.

어찌해야 하는가?

가출했다 돌아온 세자 이신이 가지고 온 서역의 꽃 '피아리수'가 눈에 띄었다. 영험한 주술이 걸려 있어 그 기운이 냄새를 맡은 자를 지켜준다는 꽃.

 

"세자가 나고 자란 집에

독하디독한 천재지변이 들이닥칠 것이다."

 

 

서역의 용한 점쟁이는 조선의 천재지변을 예고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피아리수 꽃을 주었다. 세자는 오랜 방랑을 접고 궁으로 돌아가 궐의 주인인 왕 이청에게 바쳤다.

 

 

 

 

영상으로 호러물, 고어물을 보지 못하는 나는 각광받는 'K-좀비' 작품들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호환마마 : 100일의 사투]는 무협소설이면서 장르물로서 '킹덤'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킹덤' 역시 보지 못했기에 좀비와 궁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무협이 비슷하다 느낌 정도이다. 묘사가 상세하여 활자가 영상으로 전환되어 눈앞에서 생생하게 진행되었다.

조선의 운명을 건 사투, 바로 전까지 동료였어도 아차 하는 순간 창귀가 되어 되려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싸움, 이 무참한 변이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읽는 이의 몸과 마음도 짓밟는다. 왕과 착호갑사 삼인방이 범과 맹렬히 싸울 때는 숨을 죽이고 기도하였다. 나 또한 그 안에서 울부짖고 달리고 싸우는 듯했다.

 

 

'100일의 사투'라는 부제를 보고 들었던 나의 단순한 상상을 깨뜨렸다. 범과의 치열한 싸움은 맞지만 #타임리프 설정으로 범이 궐 내에 침입한 하루가 반복된다. 하루가 반복될 때마다 피아리수 꽃송이도 하나씩 시든 채 떨어진다. 아~ 조선의 왕 이청은 참혹하고 끔찍한 하루를 반복하면서 범을 죽일 방도를 찾는다. 하지만 간절히 지켜야 할 한 가지가 계속 발목을 잡는다.

 

 

 

하루가 100번 반복되다 보니 작가는 적절한 편집으로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독자들을 이끈다. 반복되는 내용은 과감히 삭제하여 작품의 흐름이 늘어지지 않아 집중하게 된다. 이번에는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가? 새로 맞이한 오늘마다 이청이 시도하는 방도들을 좇아가면서 이청의 고민과 선택을 독자는 판단하게 된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조선의 왕으로서, 아버지로서 이청은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범과 100번의 싸움을 기꺼이 치루지만……

 

 

 

 

소설의 시작과 끝은 이어져 있다. 소설에서 흐르는 시간은 짧디짧다. 하지만 끝없이 길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소설은 조선 시대 신분제 최상위에 위치한 '왕'이 자신의 고집을 접고 아들 '세자'의 선택을 존중하게 되는 성장을 그리고 있다. 그렇기에 타임리프를 활용하여 천재지변을 겪으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 험난한 여정이 담고 있다.

왕이자 부모로서 세자에게 품은 기대와 바람이 얼마나 크고 무거울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세자 이신은 천재지변을 걱정하여 돌아왔지만 다시 떠나려 하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왕 이청은 특별한 방식으로 깨닫게 된다. 100번을 반복하고도 해결하지 못했던 일, 그는 다시 한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자식을 품 안에 두려는 아비의 아집을 내려놓고 자식이 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부모가 되어보니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하지만 부모라면 감당해야할 몫일 것이다.

 

 

 

 

[호환마마 : 100일의 사투]

조선의 왕 이청의 성장뿐 아니라 작가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느낄 수 있어서 여운이 더 진한 작품이다. 창귀들이 내는 울음소리의 의미를 잊지 못할 것 같다. 가슴 찢기는 고통을 안겨주지만, 짜릿한 전율과 긴장감을 이겨낸 이에게는 다정하고 설레는 반전의 마지막을 선물처럼 선사한다.

 

독자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배준 작가 덕분에 흥미진진한 시간은 기본이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진실이 밝혀진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호환마마] 속으로 들어오길 추천한다. 펼치는 순간 대혼란에 빠진 경복궁 한복판에 서 있을 테니 정신만 챙기자.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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