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마마 - 100일의 사투 네오픽션 ON시리즈 9
배준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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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배준 작가님

[시트콤] 책 속에 가득한 작가님만의 독특한 코드에 접속한 이후, 다음 작품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리던 이에게 복이 있나니, 큰 복을 받았다.

 

 

 

호환마마 : 100일의 사투/ 배준 장편소설/ 네오픽션/ 자음과모음




긴 침묵을 깨고 나온 신작

[호환마마 : 100일의 사투]

믿음과 기대만큼 아찔한 긴장과 몰입감을 더해 마지막 깨달음에 닿는 숨 가쁜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이야기는 조선 시대 경복궁을 배경으로 범 한 마리가 궐 내에 침입하여 일으킨 천재지변을 다루고 있다. 범에게 물려 죽은 이들이 창귀가 되어 돌아다니면서 궁은 아비규환에 빠진다. 이 모든 일은 맹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때 시작한다.

 

창귀 ?鬼, 범에게 물려 죽은 귀신으로 범에게 해를 입은 자는 그 즉시 인격을 상실하고 창귀로 변한다. 창귀에게 물려도 창귀가 되고, 범에게 긁히거나 물려도 창귀가 된다. 이러니 순식간에 창귀가 늘어나게 되어 궁은 창귀의 울음소리와 인간의 비명과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지옥, 살아서 경험하는 끔찍하고도 참혹한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었다.

 

이 참상을 꿈이라 믿고 싶은 조선의 왕 이청.

이제 조선의 운명은 왕인 이청의 손에 달렸다.

어찌해야 하는가?

가출했다 돌아온 세자 이신이 가지고 온 서역의 꽃 '피아리수'가 눈에 띄었다. 영험한 주술이 걸려 있어 그 기운이 냄새를 맡은 자를 지켜준다는 꽃.

 

"세자가 나고 자란 집에

독하디독한 천재지변이 들이닥칠 것이다."

 

 

서역의 용한 점쟁이는 조선의 천재지변을 예고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피아리수 꽃을 주었다. 세자는 오랜 방랑을 접고 궁으로 돌아가 궐의 주인인 왕 이청에게 바쳤다.

 

 

 

 

영상으로 호러물, 고어물을 보지 못하는 나는 각광받는 'K-좀비' 작품들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호환마마 : 100일의 사투]는 무협소설이면서 장르물로서 '킹덤'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킹덤' 역시 보지 못했기에 좀비와 궁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무협이 비슷하다 느낌 정도이다. 묘사가 상세하여 활자가 영상으로 전환되어 눈앞에서 생생하게 진행되었다.

조선의 운명을 건 사투, 바로 전까지 동료였어도 아차 하는 순간 창귀가 되어 되려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싸움, 이 무참한 변이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읽는 이의 몸과 마음도 짓밟는다. 왕과 착호갑사 삼인방이 범과 맹렬히 싸울 때는 숨을 죽이고 기도하였다. 나 또한 그 안에서 울부짖고 달리고 싸우는 듯했다.

 

 

'100일의 사투'라는 부제를 보고 들었던 나의 단순한 상상을 깨뜨렸다. 범과의 치열한 싸움은 맞지만 #타임리프 설정으로 범이 궐 내에 침입한 하루가 반복된다. 하루가 반복될 때마다 피아리수 꽃송이도 하나씩 시든 채 떨어진다. 아~ 조선의 왕 이청은 참혹하고 끔찍한 하루를 반복하면서 범을 죽일 방도를 찾는다. 하지만 간절히 지켜야 할 한 가지가 계속 발목을 잡는다.

 

 

 

하루가 100번 반복되다 보니 작가는 적절한 편집으로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독자들을 이끈다. 반복되는 내용은 과감히 삭제하여 작품의 흐름이 늘어지지 않아 집중하게 된다. 이번에는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가? 새로 맞이한 오늘마다 이청이 시도하는 방도들을 좇아가면서 이청의 고민과 선택을 독자는 판단하게 된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조선의 왕으로서, 아버지로서 이청은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범과 100번의 싸움을 기꺼이 치루지만……

 

 

 

 

소설의 시작과 끝은 이어져 있다. 소설에서 흐르는 시간은 짧디짧다. 하지만 끝없이 길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소설은 조선 시대 신분제 최상위에 위치한 '왕'이 자신의 고집을 접고 아들 '세자'의 선택을 존중하게 되는 성장을 그리고 있다. 그렇기에 타임리프를 활용하여 천재지변을 겪으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 험난한 여정이 담고 있다.

왕이자 부모로서 세자에게 품은 기대와 바람이 얼마나 크고 무거울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세자 이신은 천재지변을 걱정하여 돌아왔지만 다시 떠나려 하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왕 이청은 특별한 방식으로 깨닫게 된다. 100번을 반복하고도 해결하지 못했던 일, 그는 다시 한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자식을 품 안에 두려는 아비의 아집을 내려놓고 자식이 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부모가 되어보니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하지만 부모라면 감당해야할 몫일 것이다.

 

 

 

 

[호환마마 : 100일의 사투]

조선의 왕 이청의 성장뿐 아니라 작가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느낄 수 있어서 여운이 더 진한 작품이다. 창귀들이 내는 울음소리의 의미를 잊지 못할 것 같다. 가슴 찢기는 고통을 안겨주지만, 짜릿한 전율과 긴장감을 이겨낸 이에게는 다정하고 설레는 반전의 마지막을 선물처럼 선사한다.

 

독자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배준 작가 덕분에 흥미진진한 시간은 기본이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진실이 밝혀진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호환마마] 속으로 들어오길 추천한다. 펼치는 순간 대혼란에 빠진 경복궁 한복판에 서 있을 테니 정신만 챙기자.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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