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해 웃을 수 있다면 어른이 된 거야 - 사춘기 인문감수성을 길러주는 39가지 이야기
베레나 프리데리케 하젤 지음, 서지희 옮김 / 생각학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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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춘기 인문감수성을 길러주는 39가지 이야기 -


나를 향해 웃을 수 있다면 어른이 된 거야/ 베레나 프리데리케 하젤/ 생각학교


 


표지 속 친구의 모습이 해맑고 즐거워 보여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지친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어오는 퀭한 눈을 한 친구가 아니라 주위를 살피며 갖가지 반응을 보이며 활짝 웃는 친구라 너무 예쁘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이런 밝은 웃음을 장착할 수 있는 여유와 유연성을 키울 수 있기를 바라며 <나를 향해 웃을 수 있다면 어른이 된 거야>를 읽기 시작했다.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베레나 프리데리케 하젤 저자는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당부한다. 총 39장, 주제에 관한 이야기와 주제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질문과 활동으로 구성된 1장을 1~2주 시간을 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다면 1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 말한다. 생각의 힘을 길러 청소년을 여물게 할 시간, 그 소중한 시간을 과연 무엇으로 채우게 될지 궁금해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의 기준은 자신이 정한 가치, 보람, 의미가 될 것이다. 이런 취향의 차이로 세상 속 인생들은 수많은 이야기와 색을 띠고 있다. 자신의 삶이 무슨 색깔을 띨지? 무슨 향기를 풍길지? 궁금하다면 직접 알아가면 된다.

 




지금 이 책을 들고 이야기를 읽고 질문에 생각을 정리해 적어보고, 필요하고 하고픈 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색을, 향기를 느끼게 될 것이다.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나는 이럴 때 행복하구나. 나는 이럴 때 슬프고 저럴 때 화가 나는구나.' 세상의 값지고 유익한 이야기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돌고 돌아 '나'를 찾아왔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배우는 시간이 된 것이다. 나를 마주 보게 하고, 나는 나 자신으로 충분하다는 진실을 받아들이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기분, 유대감을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다.

 




읽으면서 저자의 질문이 내 생각과 교집합을 이룰 때는 흥분했고, 차집합이 될 때는 마냥 신기했다. 차집합이든, 교집합이든 우리는 우주 속 적당한 위치에 딱 자리 잡은 지구에서 오늘을 살아가며 내일을 꿈꾸는, 생각보다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에 고무되었다.

 

 

책 내용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다.

* 죄송하지만 이제 사과는 그만해주시겠어요? - 나를 낮추는 것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


 

* 오바마의 직진 사과법 - 진심, 마음을 녹이는 진정성의 힘 -

올바른 사과란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고, 상대방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용서해 줘"라고 말하는 것이다.

 

 


* 우리는 결코 게을렀던 적이 없다고? - 쉬지 않고 움직이는 우리 몸 -

이 이야기를 읽으니 쉼 없이 일하는 나의 몸, 보이지 않는 기관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꼈다.

Q. 여러분이 '세계 게으름 선수권 대회'에 나가서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엄청나게 게으른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 여러분이 생각해낸 가장 게으른 행동은 무엇이었나요?



* 물이 반이나 남은 컵에만 행복이 있는 건 아냐 - 긍정적인 생각이 꼭 좋은 것일까 -

우리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배운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만큼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도 당연하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라일리의 머릿속 '기쁨이', '슬픔이'의 모험에서 얻은 귀한 깨달음처럼 다양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잘 해소하며 성장해야 비로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 침묵과 소음의 음악, <4분 33초> - 고요, 나를 만나는 시간 -

[BREAK - 알고 있나요?]

15분 동안 혼자 방 안에 앉아서 생각을 할지, 아니면 약 몇 초동안 찌릿하는 정도의 전기 충격을 받을지 결정해야 하는 실험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전기 충격을 선택했다고 한다.

자극에 익숙해진 우리는 고요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실험 결과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나는 15분 생각하기를 선택할 것 같은데 말이다.

 


* 오늘을 축하하자 - 존재한다는 것에 대하여 -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처럼 직관적으로 의미가 새겨졌다. 이렇게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오늘을 좋은 날로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존재하기에, 우리는 살아있기에, 좋은 오늘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게 다가왔다.

Q. 세 사람을 웃게 만들어보세요. 어떤 방법으로 성공했나요?

 



몇 가지 이야기와 질문에서 알 수 있듯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 뉴런을 깨울 시간이다. 쓸데없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는 포용력 넘치는 공간에서 재기 넘치는 생각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 보일 기회이다. 넓은 세상을 유연하게, 날카롭게,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생각을 다듬어가 제 삶의 가치를 스스로 구축할 시간이다.

출판사 생각학교 편집팀 조언대로 자유롭게 읽을 것! 읽는 순서, 속도 모든 걸 자신의 취향대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책'을 만들어볼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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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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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이우진 저/ 한겨레출판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지는 오늘에 적당한 <날씨의 음악>

기상학자 이우진 저자가 사계절 날씨로 4악장을 구성하여 각 악장마다 계절감 넘치는 날씨와 음악, 역사, 일상을 엮어 소개하고 있는, 색다른 과학 음악 책이다.

 

기상학자가 본업인지라 과학적인 접근이 익숙할 텐데 <이우진의 컬럼>을 통해 날씨를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흥미로운 시선으로 날씨를 조망한다. 그의 풍부하고 섬세한 상상력은 우리를 놀라운 세상으로 인도한다. 날씨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과학적 접근을 넘어 음악, 미술, 역사, 일상의 렌즈를 사용하여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배워나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를 참 좋아한다. 계절마다 변하는 날씨와 자연을 통해 우리는 영원한 것은 없으나 반복으로 이를 수 있는 깨달음과 감사함을 배운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고 마냥 뛰어놀던 때가 있었다. 그 이후에는 때가 되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는 계절이 아쉽고, 오는 계절이 반갑다. 또 우리가 생활하기 좋은, 무난한 계절은 점차 짧아지고 있으니 새삼 소중하고 고맙다. 이런 흐름 안에서 바라보던 날씨를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 <날씨의 음악>은 몰랐던 분주한 바다와 땅 그리고 대기와 햇빛의 심포니를 들리게 해주었다.

 

 

날씨를 통해 음악을 듣고, 역사를 배우고, 풍광을 즐기며, 추억을 떠올려보는 아름다운 시간이 펼쳐진다. 그리고 날씨를 살피니 자연스레 기후 위기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우진 저자 또한 글 곳곳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걱정을 비춘다.

 

이우진 저자는 가장 익숙한 '날씨'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소통한다. 그가 들려주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는 절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봄'하면 떠오르는 불청객 '먼지'를 다루는 [먼지 없는 세상]에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먼지가 없다면 과연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답을 '구름'에서 찾았다. 먼지가 없다면 구름이 끼기도 어렵고 비도 보기 어려울 것이기에.

 

물이 지나치게 깨끗하면 물고기가 없듯이 대기도 너무 깨끗하면 구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먼지가 있어 가능한 구름, 비, 눈, 무지개를 거론하며 세상의 이치를 이야기한다.

 

갖기 싫은 먼지가 대기 중에 떠 있어서 세상이 멋지게 돌아간다는 게 사람 사는 이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개성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함께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느낌말이다.

 

 

 

날씨에 따라 토속 음악과 춤사위가 다르다는 [날씨의 리듬]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인류가 진화해 오는 동안 날씨의 리듬은 우리 몸속에 체화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리듬이 몸의 율동으로 드러날 때에도 지역 특유의 기후라는 프리즘을 거치면서 지역마다 다른 양식으로 다듬어졌을 것이다.

 

 

 

아침 출근길에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책을 읽는데 깨달음을 얻었다. 이 비는 왜 이렇게 많이 올까? 궁금했는데 새벽녘에 바람 풍속이 최고조에 이르러 강한 대기의 물살을 타고 바다의 수증기가 대거 비구름에 몰려든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 시간에 갑자기 큰 비가 쏟아지는 것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유레카!"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강수량의 지역 편차가 심해지고, 가뭄과 홍수의 양극단을 오가는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도 빈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동장군이 병자호란의 청나라 군대가 되기도 하고,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리는 빙하를 타이태닉호의 비극에 비하기도 한다.

한국전쟁 중에 외국 전문가가 기상학적으로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라고 말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유별난 날씨가 이어진다. 계절에 따라 극단적 특성의 대륙성기단과 해양성기단이 교차되는 만큼, 두 세력이 뒤바뀌는 환절기에는 수시로 전선대에서 온대저기압이 발달하여 거센 폭풍우가 인다.

 

 

하지만, 이우진 저자는 뮤지컬 <회전목마> 넘버 <당신은 절대 혼자 걷는 게 아니에요>를 떠올리며, 폭풍이 지나간 후 다시 비칠 햇살을 말한다. 오늘의 날씨가 들려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어야, 비가 그쳐야만 뜨는 무지개처럼 벅차오르는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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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7
설재인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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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트/ 설재인 저/ 다산북스

 


가제본은 블라인드 서평단 활동으로 받아본 책이라 작가를 알지 못했다. 두둥! 단장하고 찾아온 <딜리트>의 지은이는 바로 설재인 작가였다. 우리 집 큰 아이와 나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그이기에 반가웠다. 블라인드로 읽었을 때도 충격을 받았지만, 정식 출간본으로 다시 정독하니 무거운 돌을 짊어진 듯 몸과 마음이 축 처지고 고통스럽다.

 

설재인 작가가 외고 수학교사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를 둔 학부모로서 고민이 크고, 걱정되고, 두렵다. 진솔의 부모처럼, 해수의 부모처럼, 소설 속 수많은 어른처럼 '돈', '좋은 대학', '사회적 지위'에 사로잡혀 아이를 인격체가 아닌 도구나 가방으로 대하지 않을까? 그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을 텐데…… 그렇지만 진솔과 해수, 하나, 그리고 사라진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내 안에는 미희 할머니와 연림 이모의 이기는 기준이 자리 잡았다고 믿고 싶다. 이런 뼈를 깎는 고통을 토해낸 설재인 작가의 바람처럼 <딜리트>를 반면교사로 삼아 흔들릴 때마다 바로잡고 싶다.

 


<딜리트>

삶의 궤적은 다양할 텐데 왜 학생들의 목표는 대부분 비슷할까? 하나같이 위로 위로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자 열심이다. <딜리트> 세상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생들과 부모들 그리고 어른들이 살고 있다. '돈', 물질만이 성공과 좋은 미래를 보장해 준다는 이나, '좋은 대학', 학벌과 인맥이 보장해 준다는 이들이 세상을 구분하여 안과 밖을 차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 경악스러운 점은 그 가치를 위해 오늘을 기꺼이 희생하며 맹목적으로 따르는 학생들이다. 설마? 진짜? 이 정도로? 의문이 들다가도 수긍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장 민낯을 생생하게 그려내었기에 아프더라도 두 눈 제대로 뜨고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의무가 분명 우리에게는 있다.

 

"비로소 행복한 느낌이야."

 




 

진솔과 해수는 절친이다..

해수는 자신을 엄마 아빠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얼른 커서 투자금을 더 벌어 와야만 하는 도구라고.

진솔은 엄마 아빠의 가방이라 생각한다. 명품 가방을 들고 싶은 부모가 장바구니에 불과한 자신에게 명품 라벨을 붙이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 친 것이라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부모와는 달리,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둘은 가족이 맞다. 그렇게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아이들이 부모에 의해 무리한 진학을 하게 되면서 모든 비극은 시작되었다.

 





같은 재단이 운영하지만 목적이 확연하게 다른 서원외고와 서원정보고.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상이다.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티던 진솔과 해수는 두 학교를 연결하는 지하 통로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사라진 이름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몰랐던 건 '먼 훗날'이란 말이

오늘 하루의 모멸감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이었어."

 

 


어른들의 비뚤어진 강요와 억압 속에서 자신의 색을, 목소리를 내지도 못한 채 사그라든 이름들. 그리고 행동하지 않고 참으면 사라진 이름이 될 아이들이 뜻을 모았다. 더 이상 참고 버티기만 하지 않을 거라고. 높은 곳을 향해 오르는 세상에 대한 항거로 그들은 가장 낮은 곳으로 쿵, 쿵, 쿵, 쿵 함께 걸어갔다. 과연 그들이 일으킨 진동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눈물을 보이는 것만이 우는 게 아니야.

장비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일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돼. 그게 내 표정이니까.

그런 표정을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어.


아까 그 선생 같은 사람은 절대 몰라.

그래서 놓치는 게 뭔지도 모를 거야.

아마 평생 알지 못하겠지.

오히려 알지 못하는 걸 자랑으로 여길 거야."

 

 

좋은 어른,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 하고픈 것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바로잡아야 할까? 미희 할머니와 연림 이모의 우려 - 세상은 언제나 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지 -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글 마지막에 그려진 진솔과 해수의 동행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미래는 모른다.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부딪혀 보는 거다. 두 아이의 새 출발에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저희는 서로가 보호자예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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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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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의 소설집 < 나, 나, 마들렌 >


나, 나, 마들렌/ 박서련 소설집/ 한겨레출판



 

이번이 박서련 작가와 세 번째 만남이다. <체공녀 강주룡>은 강렬하게,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는 현실 판타지스럽게 다가왔던 그이기에 < 나, 나, 마들렌 >는 어떤 색채일까? 궁금했다.

 

이번 작품도 여성 인물들이 다채로운 서사를 펼쳐나간다. 박서련 작가에 의해 탄생한 독특하면서도 강인하고 단단함을 지닌 여성들은 평범한 듯싶으면서도 색다르고, 이상한 듯싶으면서도 설득되는,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치열하게 토해내고 있었다. 묘하게 이끌리는, 다음이 궁금해지는 재간 넘치는 박서련풍 서사가 무려 일곱 편이나 담겨있는 < 나, 나, 마들렌 >이다.

 



<차례>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괴질로 멈춰버린 디스토피아 세상에서 경기도 연천으로 가는 여성이 나온다. 남편, 이혼 소송 중인 남편을 찾아가는 그의 여정이 그려진다. 감염된 도시, 도로, 건물 속에서 손도끼 하나 들고 자신을 지키고 필요한 물품을 구해가며 전진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불을 지른다. 소독, 살균이라는 그의 말에서 세상을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읽는다. 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위해서 하는 행위일 것이다.

 


 

 


젤로의 변성기

배우는 연기를 하면 그 사람이 된다. 성우도 그럴까? [젤로의 변성기]는 20여 년 넘게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십 대 소년 젤로의 더빙을 해온 베테랑 성우의 사랑 이야기이다. 20여 년 일관되게 관리해온 목소리가 사랑의 감정에 의해 달라지게 되는 이야기. 자신이 맡은 배역에 동화되어 십 대 소년에 머무르는 오십 대 여성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연출해낸 박서련 작가의 표현력에 새삼 감탄했다.

 

 

한나와 클레어

도대체 왜 그럴까? 의문이 가시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말끔히 해소되었다. 그럴 수 있다. 단순한 설정으로 두 여인을 절묘하게 대비시켜 강렬한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나라도 묘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세네갈식 부고

이 소설집에서 가장 유쾌하게 읽었고,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이다. 나의 대학교 동아리 활동이 생각나서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드바의 사람 됨됨이가 인상적이었고, 드바와 나의 유대감이 부러워서였다.

 

"그 사람의 도서관이 불탔다. "

 

 


김수진의 경우

소설을 읽으면서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는 일은 항상 매혹적이다. 트랜스젠더의 인공 자궁 이식과 출산을 이렇게 선명하게 접하는 일이 흔치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놀라움과 간절함을 담아 읽어나갔다. 김수진의 경우는 어떨지. 세상의 수많은 김수진 중 지금 만나는 김수진의 경우는 스펙터클 그 자체다.

 


나, 나, 마들렌

나는 박서련이다. 작가의 정체성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박서련 작가가 아니라면 어느 누가 이런 글을 쓴단 말인가.

 

모든 작품들의 마지막이 인상적이다. 시작보다 마무리가 기억에 남는 박서련 작가의< 나, 나, 마들렌 >이었다. 그래서 박서련 작가, 당신 같은 신에게 신작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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큔, 아름다운 곡선 자이언트 스텝 1
김규림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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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큔, 아름다운 곡선』/ 김규림 저/ 자이언트 스텝 01/ 자이언트북스



오랜만에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읽었다. 중간중간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오열을 하는 나를 내가 인지하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사랑'이 삶을 지배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일까. 공기처럼, 그림처럼 안온하던 연인들이 자신들의 감정이 아닌 외부의 억압과 폭력에 무너져내리는 비극이 더 커다란 충격으로 나를 강타한 것 같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인간형 안드로이드인 큔과 인간 신제이의 사랑이 골자인 소설  큔, 아름다운 곡선 

좋아하는 배우인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이 스쳐 지나가고, 각색되었지만 글 곳곳에 차용된 [길가메시 서사시]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커졌다.

 

 

김규림 작가의 첫 소설이자 자이언트 스텝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인  큔, 아름다운 곡선 은 독특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랑의 형태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차갑고 건조하던 제이의 삶이 갑자기 배달된 상자 덕분에 조금씩 조금씩 따사로워지고 포근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안드로이드 제작회사 샴하트의 창시자 마이클 신의 딸인 신제이는 오해로 아버지와 연을 끊은 후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교 시절 친구인 '유성운'이 찾아와 설득한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않았지만, 다른 직원들 때문에 샴하트 이사로 재임하게 된다. 몸은 샴하트에 있지만 마음은 거리를 둔 채 살아가던 그는 간병인 안드로이드 '큔'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소설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닌 포괄적인 의미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놀라운 과학기술의 발달도 딸을 향한 애틋한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원동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간절히 원했던 자식을 떠나보내고 똑같이 생긴 건강한 인간형 안드로이드를 딸처럼 키우며 행복했던 부모가 끔찍한 사건으로 다시 한번 딸을 떠나보내기로 굳은 결심을 하기도 한다.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지금도 눈앞이 흐릿해진다. 제이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 인물인 정원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 또한 사랑일까? 싶지만 이홍과 그레이스의 관계도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제이가 큔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지켜보는 게 좋았다. 상대가 밀어내는 상황에서도 점진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에 제이도 자연스레 큔에게 스며들게 된 게 아닐까.

 

"호기심과 호감으로 가득 찬 시선에 딱딱했던 심장이 말랑말랑해지는 듯 간질거렸다. 네가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벌써 행복해진 것 같은데, 너는 그토록 애쓰고 있구나."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관용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누군가를 만나는 경이로운 경험에 차가움으로 자신을 보호했던 여리고 다정한 내면의 제이가 깨어나 큔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은 너무나 따뜻하고 다정했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얻고

단 하나의 존재가 된다는 것의 무게를."

 

 

둘의 사랑은 특별하다.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감정 교류이기에. 제이가 범하는 실수, 오류를 눈여겨보게 된다. 신이 인간에게 했듯이, 우리도 안드로이드를 대하는 듯싶지만 결국에는 제이도 자신의 우를 깨닫는다.

 

 


 

 

가까워서 서로를 잘 들여다볼 것 같은데 아둔한 우리는 타인보다 가족을 더 잘 모르고 더 잘 오해하게 되는 듯하다. 기대가 커서일까? 당연하게 받아들여서일까? 제이와 마이클 신 사이에 한번 닫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제이'를 위한 것이었기에 제이도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의 사랑을, 노력을.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의 공간에서 오늘날의 현대인들도 느끼는 두려움, 분노가 갈등의 매개체가 되어 사회 전체를 분열시키고 폭력에 물들게 하는 흐름이 낯설지 않다. 우리네 역사 속 한 장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혼란 속에서도 귀한 가치를, 소중한 존재를, 삶의 진정한 의미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이들의 투쟁이, 사랑이 깜깜한 어둠을 가르는 빛줄기가 되어주리라.

 

 


 

 

'길가메시 서사시'를 활용하여 인간, 생명, 죽음, 사랑, 기억, 실존의 의미를 아름답게 그려낸 김규림 작가의  큔, 아름다운 곡선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길 수 있는 변화에 대해 한 장을 펼쳐 보이고, 사랑을 노래한다.

마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지 않냐고? 나라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본문에서_ p.108,109

 

인간이란 시간 위에 선을 그리는 존재예요.

……

저는 당신이 그린 선의 뒤를 따르는 선이에요. 그렇지만 제 선은 삐뚤빼뚤하죠. 당신이 오른쪽으로 휘어질 줄 모르고 뛰어가다 속도를 제때 늦추지 못하고 당신의 선을 놓치기도 해요. 그래서, 당신이 말해줬으면 해요. 당신의 감정이 어디로 휘어지는지, 얼마만큼의 속도로 달려가는지. 그러면 저는 당신의 선을 따라 아름다운 선을 그릴 수 있어요. 꽤 근사한 섬광을 일으킬 수도 있겠죠.

 

"당신이 기회를 준다면요. 그러니,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가르쳐 줘요.

사랑이란 어떻게 하는 건지."

_ 큔의 진심 어린 고백

 

"기회를 간절히 원하는 건 나였다."

_ 제이의 진심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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